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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Jul 22. 2022

돈이 많아야 암도 쉽게 고친다

몸 걱정 전에 돈 걱정

 "암 진단금 받으려면 어떤 서류 준비해야 하나요?"

 "고객님이 환자 본인이신가요?"

 "네."

 

 치료 일정이 확정되자, 나는 내가 가입한 보험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은 의사와 병원(특히 대학병원)에 대한 신뢰가 크다. 그래서 어떤 병에 걸리든 그저 의사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생의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목숨을 담보로 한 암 치료 방법 역시 환자가 직접 결정하는 선택들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바로 돈이다.


 앞 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난 스스로 수많은 선택을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갈지 말지,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지속할지 말지, 3주간의 검진 대기 기간을 버틸지 다른 병원을 찾을지 등등 말이다.


 위 문제를 고려함에 있어 금전적인 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비용의 차이가 크지도 않을뿐더러 효율적인 치료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 진단이 확정되고, 본격적인 치료를 받으려 하자 나는 구체적인 치료 방법을 정해야 했고 여기에는 치료비용이라는 변수가 하나 추가되었다.


 비인두암의 치료는 방사선+항암 치료로 이뤄진다. 보통 방사선 치료는 30회를 받아야 하는데 평일에 매일 병원을 가야 한다. 

 나의 거주지는 지방 소도시. 그렇다면 거주지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냐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비용이 꽤 달라진다.

 집 근처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면 진료비 외의 추가 비용은 없다. 하지만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다면?


 여기에 또 선택지가 생긴다.(결정을 해도 또 다른 선택 사항들이 줄지어 날 기다리고 있다. 까도까도 또 나오는 양파 껍질처럼 말이다.) 요양 병원에 입원할 것인가, 아니면 병원 근처에서 단기간 숙소를 잡을 것인가.

 숙소의 경우 월 100만 원 정도, 두 달이니 200만 원이 필요하다.

 요양 병원의 경우는? 여기서 또 선택을 해야한다. 1인실, 2인실, 3인실, 6인실 중에 내가 경제적으로 감당가능하면 효율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요양 병원에 물어보니 1인실의 비용은 하루 30만 원, 장기 입원의 경우 25만 원으로 할인해 준단다. 2달치를 곱해보자. 약 1800만 원이다. 맙소사... 


 암에 걸리면 돈 걱정부터 앞선다는 말이 조금씩 감이 올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시작도 아니다.)


 계산은 끝나지 않았다. 보험이다. 난 실손보험 1개와 암 보험 2개가 있었다. 약관을 살펴보니 입원의 경우 일 10만 원까지 실비 보상을 한다.  그렇다면 600만 원은 제할 수 있다.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원룸을 잡고 생활하는 것과 1인실 요양 병원에 입원하는 것 사이에 1천만 원의 차이가 생긴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서 둘 중에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하지만 원룸에서 생활할 경우, 보호자가 필요하고 식대와 관리비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니 저 계산이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전적 문제가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설명이 됐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암으로 인한 표준 치료 비용은 매우 저렴하다. 내가 실손 보험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암 환자의 경우 전체 진료비의 5%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방사선+항암 치료 동안 본 치료(암의 직접 치료)에 쓰인 비용은 200만 원가량으로 기억한다.


  얘기를 한 김에 보험 얘기를 더 해보자. 내가 암 보험에 가입한 시기는 각각 30년 전, 10년 전이라 신청 즉시 암 진단금을 받았다. 그런데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내용이 있었으니 보험 중 하나는 입원비도 별도 지급한다는 것.


 암의 직접 치료를 위한 입원 시 1일당 6만 원 지급, 30일 이상 입원 시 생활지원금 1300만 원 지급. 아...(요양 병원에 입원 후 이 조항을 확인했다. 돈 좀 아끼려고 원룸 구했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약관을 보다 보니 어차피 시간도 많은데 종신 보험의 약관도 뒤져보기 시작했다. 헉... 암 진단 시 월 보험료 면제.....(10년이나 더 내야 하는데 대박....) 


 표준 치료(암 초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의 진료비도 저렴한 편이고, 사실 요양 병원에만 입원하지 않는다면 초기 치료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암의 상태가 악화된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내 주치의 선생님의 경우 재발암 환자에게 경제 상태를 물어본다고 한다.

 "환자분, 시도해볼 만한 치료법이 있는데 한 달에 X만원 정도 치료비가 들어요. 혹시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 암 진단금 받은 거는 이미 써버렸는데...."


 암이 악화된 후에는 표준 치료의 효과가 없어지기 마련이고, 그럴 경우 최근에 도입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짐작하겠지만 이런 치료의 경우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는 상상을 초월한다.(개인 맞춤형 치료의 경우 5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일부 환자의 경우 보험 회사로부터 받은 진단금을 초반에 홀라당 써버려서(요양 병원 입원+값비싼 건강식품 복용) 정작 돈이 필요한 치료 후기에 치료를 못 받는다 하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내가 아무리 긍정적이어도 나 역시 '치료에 실패한다면?'이란 생각을 해 봤고, 만일 삶의 마지막 수단으로 '5억 원에 달하는 치료를 권유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내 마음속의 선택을 여기에 적지는 않겠다. 다만, 소중한 우리의 삶이 금전적 문제와 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는 많은 아픔과 갈등을 겪어야 한다는 데 참담한 마음을 느낀다.


 내가 요양 병원에 입원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려 할 때쯤 암환자들에 대한 신문기사를 우연히 봤다. 요지는 암 환자의 입원비에 대해 보험회사에서 지급을 거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암 환자들이 보험회사 건물에서 몇 달간 숙식을 해결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아니,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몸과 마음의 안정을 취해야 할 암 환자에게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다음 글에선 위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직접 암 진단금과 입원비를 청구하고 보험회사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본 입장에서 암 환자들의 애환을 적어보고자 한다. 문제의 키워드는 '암의 직접 치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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