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vid Jul 23. 2022

보험사는 보험금을 쉽게 줄까?

암세포와의 전쟁 전에 보험사와의 전쟁

 "암의 직접 치료? 난 안 되겠네."


 보험 약관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그렇다면 직접 치료와 간접 치료의 구분 기준은 뭘까? 정답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받은 치료를 기준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비인두암 환자의 경우 30회의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환자의 상태나 병기, 의사의 치료 방침에 따라 꽤 차이가 난다.)를 받는다.


 방사선 치료는 평일에 매일 받아야 한다. 간편한 복장으로 환복을 한 후 치료실에 들어간다. 치료용 마스크를 쓰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방사선 기계가 방사선을 조사한다. 실제 치료시간은 5분을 넘지 않는다.(옷 갈아입는 시간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20분 내외이다.) 이렇게 매일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정작 병원에서는 입원을 시켜주지 않는다.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이들을 다 수용할 병동을 확보할 수도 없고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들도 많지 않다.) 나처럼 지방에 사는 사람은 근처 요양 병원에 입원을 하고 이 치료를 반복한다. 요양 병원에 입원을 한 경우 각종 비타민 주사를 맞거나 치료로 인한 통증 조절등을 위해 약을 처방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직접 치료는 무엇일까? 내가 S대학에 받은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는 명백히 직접 치료이다. 하지만 요양 병원에 입원한 것은 직접 치료에 해당할까?


 난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만일 방사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심해서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 대학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자. 이경우의 입원 치료는 직접 치료로 봐야 할까 간접 치료로 봐야 할까? 직접 치료라고 생각할 것이다.

 질문을 조금 틀어보자. 위의 상황과 같은데 입원은 요양병원에 했다. 이경우는? 장소가 달라졌다고 다르게 판단해야 할 근거가 있는가? 난 없다고 생각한다.


 더 까다롭게 생각해보자. 부작용이 무엇인가? 어느 정도 아파야 부작용인가?

 치료 중 나는 목과 입안 통증이 심했고 몸에 열이 많이 났다. 이것은 부작용인가? 

 입원기간 중 부작용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이 있는데 이를 담당의사와 보험사에서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해보면 내가 위에서 정답을 모른다고 한 말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럼 난 보험금을 받았을까?


 답은 YES다.

 

 확신은 없었지만 보험금 지급 신청을 했고(어차피 판단은 그들이 할 테니 신청해서 손해 볼 건 없다.) 담당자와의 면담 후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난 직접 치료의 기준이 궁금해서 담당자에게 물어봤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 종료 1주일 정도까지만 직접 치료로 인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나의 경우 치료가 끝난 후에도 갑자기 고열이 생겨 응급실에 입원을 했고 그 기간이 치료 종료 직후라 요양 병원 입원은 물론 응급실 입원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보험사가 왜 1주일 정도라고 어느 정도 한정을 지었을까?


 실제 보험 분쟁 사례를 보면 암 치료가 끝난 후에도 몇 달 혹은 1년 넘게 요양 병원에 입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암의 직접 치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환자와 보험사의 입장이 다른 것이다.(양쪽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가기는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치료하는 것이니, 즉 암이 없었다면 요양 병원에 입원할 필요도 없었을테니 직접 치료로 보는 것이고, 보험사의 경우는 그런 케이스들을 다 인정할 경우 보험료나 보험금등에 영향을 미칠테니 다소 좁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환자 입장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얘기하려 한다. 바로 보험사마다 지급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암환우 카페를 들어가 보면 보험사별로 정책이 다르고 이에 따라 보험금을 받지 못한 환자들이 꽤 많았다.

 

 암 치료 자체도 힘겨운데 추가적인 스트레스와 함께 보험사와의 전쟁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맘이 아프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특정 보험사는 악의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는 것 같다.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식인데 개인이(그것도 암환자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스트레스일 뿐 아니라 승소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 같다.

 개인은 대부분 약자이기에 이 경우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내 지인은 보험금 중 일부밖에 받지 못했으며, 나의 경우에도 일부 약관에 대해 해석이 달라 보험금을 완전히 다 받지는 못했다.


  암 환우 카페에 관련 글들을 보면 보험사별로 보험금 지급을 잘하는지 어느정도 감이 올 것이다. 암 보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 정도는 갖고 있는 흔한 보험이다. 혹시 이제라도 암 보험을 들어야 한다면 지인의 추천대로 무조건 들지 말고 암 보험금을 잘 지급하는지도 확인하고 가입하기를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돈이 많아야 암도 쉽게 고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