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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Aug 09. 2022

암 환자에 대한 시선

사람들은 암 환자를 어떻게 생각할까?

 암 치료 후 9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했다. 경제적인 사유 때문은 아니고(그렇다고 풍족한 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상태를 견디는 게 너무 힘들어서였다. 최초 계획은 3년간 휴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력도 조금씩 회복이 되고, 활력을 되찾다 보니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운동+집안일+육아의 반복 패턴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복귀 의사를 밝히자 직장에서는 우려의 의견을 제시했다. 아직은 너무 이른 것 아닌지, 시골에서 좀 더 쉬어야 하는 것 아닌지 등등의 얘기를 나에게 했다. 암에 걸린 후 시골에서 치료에 전념하여 암이 완치됐다는 스토리들이 방송에 나오다 보니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비인두암 환자들 중에 빠르면 2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환자의 치료 경과, 체력, 업무의 종류, 경제적 사정 등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9개월의 휴직 시간은 짧은 편에 속하지는 않았다.  


 복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들었다.


 "박 과장 술은 마실 수 있어?"


 나의 대답은 당연히 NO였다. 술이 얼마나 몸에 나쁜지, 암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재발에 대한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그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생 동안 금주를 할 예정인데 저런 질문을 받으니 다소 당황스러웠다.


 문제는 저런 말을 한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는 것.


 "빨리 회복해서 한 잔 하자고!"


 "한 잔이라도 시켜놓고 맛있게 먹으면 되지!"


 내 입장에서는 너무 황당한 얘기지만 실제로 치료 1년 만에 음주와 흡연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뭐가 옳고 그른지는 내가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업무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은 일어난다. 아무래도 체력이 암 발병 전에 비해서는 확연히 떨어졌고,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보니, 고난도의 업무 수행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은 업무강도가 조금 낮은 곳에 근무 중인데, 얼마 전에 상사로부터 들은 얘기도 살짝 당황스러웠다. 본청 주요 부서에서 전보(동일 직급에서 타 업무로 변경) 요청이 있었다는 것. 


 내 입장에서는 '아니. 건강 상태 좋고 승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태반인데 굳이 나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나만의 생각이 있듯 그들도 그들만의 생각이 있으리라 여기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난 암에 걸리고 많은 것을 놓은 채 살고 있다. 진급? 이런 거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신체와 정신 건강을 가장 우선시하며 가족 및 친한 지인과 재미난 시간을 보내며 남은 인생을 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나를 '과거에 아팠던 사람'으로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 예감이 들고 그럴 때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조금 난감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어쩌랴. 어쨌든 남들이 그렇게 생각할 만큼 건강해 보이는 자체도 큰 복 아니겠는가! 나중 일은 나중에 어떻게든 해결되리라 생각하며 오늘도 재밌게 글 한편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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