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시각장애인도 음식을 편히 먹고 싶어요
시각장애인과 음식
나는 예전부터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많이 먹는 건 아니었지만, 의외로 단 것을 좋아하고 많이는 아니어도 먹을 건 다 먹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가장 불편한 것을 뽑으라고 한다면 먹을 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먹는 것을 좋아해도 혼자 가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한정 돼 있다. 레스토랑의 경우 혼자 갈 수는 있어도 메뉴판을 보지 못해 음식 주문이 어렵거나 볼 수 있어도 글자가 작아서 주문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게다가 요즘은 키오스크가 많이 설치 되다보니 더 어려워지기도 했는데, 키오스크가 터치식이고 음성 안내가 안 돼서 누군가 옆에 꼭 있어야 할 때가 늘었다.
나도 식당에 가면 활동지원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거나 직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하는 등 혼자 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 한다. 그래서 식당에 갈 때는 늘 큰 소리로 "저기요" 하고 외치는 게 습관이 돼 버렸다. 그래야 직원이 내 목소리를 듣고 와 주문을 도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뷔페도 어려운 곳 중에 한 장소다. 여러 음식을 골고루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시각장애인 혼자 접시를 들고 음식을 담을 수 없으니 늘 앉아서 가져다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혹시 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식을 먹기 전에 가져다주는 사람에게 먹고 싶은 걸 말하면 되지 않나?’
그런 방법도 물론 있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상대에게 말하고, 상대가 가져다주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고 맞는 방법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해도 상대방에게 계속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먹는 속도가 다른데 내가 다 먹었다고 해서 먹고 있는 파트너에게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뷔페에 갔을 때 최소한의 먹고 싶은 것만 간단하게 말을 하는 편이다.
“저는 고기 위주의 음식과 간단히 밥으로 주세요.”
그러면 상대방은 알겠다고 한 후 음식을 가져다준다. 그러면 나는 그 중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을 더 달라고 하기도 하고, 혹은 다른 음식을 더 먹기도 하는 등 나름 뷔페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나만의 방법일 뿐이다. 다른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나보다 더 현명하게 뷔페를 즐기는 시각장애인이 있을 수 있을 거고, 그 방법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은 반찬 위치를 몰라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과 식당에 갔을 때, 젓가락을 들어 “여기는 김치, 여기는 어묵” 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감각이 좋은 시각장애인들은 금방 위치를 알지만 모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반찬 위치를 시계 방향으로 알려주거나 젓가락을 들고 위치를 일일이 짚어주면 훨씬 더 쉽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나는 음식이라는 것은 매우 행복하고 기분이 좋게 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음식을 눈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먹을 수 없게 되면 어떨까? 매우 불편한 것은 당연하고, 먹을 수 없다는 좌절감이 생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하루 빨리 모든 키오스크에 음성이 보급 돼서 혼자서 식당에 가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뷔페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양껏 담아서 맛보고 행복해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꿈 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