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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약이 Oct 11. 2024

12. 비록 짧은 순간일지라도

이별이 다가온다 해도

나는 현재 외할머니, 친할머니 두 분 다 안 계신다. 외할머니는 어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내 기억 속에는 안 계신 분으로 그저 종종 엄마를 통해 듣기만 했다.

그러나 친할머니는 시골에서 살 때, 같이 살아서 많이 봤고 무엇보다 내가 도시로 올라왔을 때에도 설이나 추석 때 만나게 돼 자주 얼굴을 뵐 수 있었다. 할머니는 무뚝뚝하시지만 그만큼 현명하셨고 무엇보다 귀가 안 좋으셔서 늘 큰 소리로 말해야 들을 수 있는 분이셨다.

무엇보다 시골에서 사시면서 자녀들이 도시로 오라고 하셔도 시골에서 사신다고 하실 정도로 집을 좋아하시고 또 집 생활이 익숙한 분이셨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할머니의 치매를 눈치채는 게 늦었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걸 안 상황이 너무 늦어서 가족들 모두가 씁쓸해 했고 마음 아파 했다.

무엇보다 당신의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셔서 마음이 더 아팠다. 치매가 진행 될 수록 점점 더 집을 그리워 하셨고 한 번은 병원에서 몰래 나가시는 바람에 온 가족이 찾아다닌 적도 있었다.

다행히 할머니를 찾아 다행이었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사실을 늦게 알았는데 듣는 동안 간담이 서늘했다. 만일 할머니를 영영 못 찾았다면 어땠을지...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후로 할머니는 서울에 올라가셔서 막내고모 집에서 생활하시다 뇌졸중으로 병원에 갔으나 그 당시 터진 전염병 탓에 받아주지 않아 결국 서울에서 광주로 오게 됐다. 결국 광주에서 검사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할머니가 연세가 많고 수술을 한다 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시며 담담히 말씀 하셨는데 그래도 나는 할머니가 깨어나기를 바랐다. 깨어나서 조금이라도 더 사시길 바랐고, 할머니를 짧은 시간 면회하고 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게 버티시던 할머니는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그날 장례식을 치르며 '떠난다'는 것의 의미를 처음으로 깨달았다.

요즘 안마를 하며 어르신들을 만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생각나고, 못해드린 것들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만큼 더 어르신들께 웃어 드리고 더 말을 걸고 더 안마를 열심히 해주면 된다 여기고 있기에 오늘도 열심히 안마를 했다. 아직은 부족할지 몰라도 내 마음 속 할머니를 떠올리며 어르신들을 더 열심히 안마하고 싶다.

날이 많이 선선해졌다. 이러니 할머니가 부쩍 생각이 난다. 늘 무뚝뚝하게 인사를 받던 모습, 귀가 안 들려 보청기를 끼시고 계시던 모습, 자식들을 걱정하며 잔소리하던 모습까지... 그것은 엄마이기에 보일 수 있는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사람은 그 사람이 있을 때는 그리움이 잘 없지만, 그 사람을 못 만나게 되면 더 그리움이 깊어지는 것 같다. 어쩌면 있음으로써 그 존재감을 모르다 훗날 알게 되는 게 아닐까?

내가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그저 계속 살아 계시겠지 했던 것 같이 그런 것들이 사람에게는 있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엄마가 떠난다면 그리움이 더 커지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때는 엄마의 잔소리도, 엄마가 해준 요리도, 엄마의 웃음 소리도 모두 추억으로 간직해야 하는 것임을 요즘 부쩍 느끼고 있다. 이제 나도 어린애가 아닌 만큼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함을 알아가고 있다.

모두가 살면서 이별을 마주한다. 갑작스러울 수도 있는 그 이별의 순간을 나는 어떻게 맞을 수 있을까? 준비한다 해도 그 순간은 늘 갑작스러울 것이고, 충격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순간을 살아간다. 이별이 후회 되지 않게 최선을 다 하며 기쁘고 행복한 추억들을 만드려고 노력한다. 비록 짧은 하루고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만큼은 기쁨으로 넘칠 수 있기를 늘 기도한다. 그래서 언젠가 헤어져도 그 헤어짐 속에 슬픔 대신 웃음이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

오늘도 일이 끝나고 집에 가면 엄마를 만난다. 그러면 또다시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웃음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마무리 하고 싶다. 그 웃음과 추억이 영원히 가슴 속에 남을 수 있도록 오늘도 힘껏 웃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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