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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빛이 잇음을

눈이 보이지 않아도 삶은 이어집니다

by 삐약이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갑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되면 어떨까? 분명 당혹스러움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올 것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안 보이는 상황이었기에 눈이 안 보인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중도 실명자 분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올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시각을 잃어 버린다는 건 커다란 상실감을 준다. 보던 것을 보지 못하게 되고, 모든 걸 소리로만 들어야 하는 막막함, 그리고 감각으로 전해져 오는 낯선 느낌까지... 모든 게 두려움 투성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 중도 실명하신 분들에게는 쉽게 질문을 하기 어렵다. 내가 그 분들의 삶을 알지 못하고 그 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눈이 안 보이게 된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나빠지는 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지는 거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눈으로 볼 수 없던 것들을 손으로 만져보고, 소리로 듣는 생활이 시작되는 것임을 알려주고 싶다.

누구나 볼 수 잇는 세상을 꿈 꾼다. 나도 내 눈이 나아져 볼 수 잇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적이 있다. 그러나 안 되는 것에 계속 얽매여 잇기보다 되는 것을 하기로 결정하자 삶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오디오북도 활성화가 돼 있고, TTS로 들을 수 있는 책도 다양해졌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보조기기도 있어 그것을 이용해 생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보조기기 가격은 100만원이 넘어 개인이 사기에는 힘들고, 모든 것을 TTS가 읽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공공기관에 갈 때는 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다.

이렇게 어려운 점이 잇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살아간다. 때로는 참아야 하고, 울컥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 모두가 쌓여 경험이 돼 시각장애인들을 이끌어 왔다.

앞으로도 수많은 경험들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 주저앉기보다 힘을 낸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삶이란 열심히 살다보면 그것이 돌고 돌아 나에게 온다는 것을 최근 배웠다. 그래서 나는 더 힘껏 세상과 소통하면서 살아가려 한다.

내 글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눈이 안 보이게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이 아님을 나는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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