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기사님들과의 만남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고 지내 왔다. 그런데 저번 토요일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내릴 때 일이 생겼다.
그날은 저녁에 늦게 집으로 가는 날이었다. 마침 차도 잘 잡혀서 바로 차를 타고 집으로 가기 시작했는데 기사님께 서운한 점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안내에 관한 거였다.
기사님은 내가 차에서 내리려 하자, 차를 돌아서 앞으로 가면 집이 있다고 하시며 안내를 차 안에서 하려고 하셨다.
"혹시 이 앞으로 가도 되나요?"
내 물음에 기사님은 '아니요. 그쪽이 아니라 차를 빙 돌아서 앞으로 가라니까요." 하시며 차를 빙 돌아가게 하셨다. 나는 차를 빙 돌아 앞으로 간 후 손을 뻗어 문을 더듬어 봣는데 내가 찾는 집 문이 아니었다.
"여기 저희집이 아닌 것 같아요."
"거기 맞는데요? 노란 우체통도 있고, 기둥도 있고... 거기 아닌가요?"
"네. 아니에요. 다른 문이에요."
내 대답에 기사님은 '타세요'라고 퉁명스레 말하셨고, 나는 차를 타기 위해 왼쪽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자 기사님은 다시 '아니 거기 말고 아까 탄 곳으로 타셔야죠!' 하고 말하며 답답한 듯한 어조를 내비치셨다.
기분이 조금 안 좋았지만, 차에 타 집을 찾는데 하필 앞에서 차가 길을 막은 채 서 있었다. 우리집은 골목이다보니 차가 앞에 서 있으면 혼잡해지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기사님이 몇 번이나 클락션을 누르고, 내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엄마를 부른 후에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기사 아저씨에게 화가 났다. 시각장애인에게 안내를 할 때는 안내자의 팔을 잡은 채 이동해야 하는데 아저씨는 그저 차 안에서 말로만 안내를 하려 했다. 게다가 대문도 집 대문이 아니어서 잘못했다면 길을 잃을 뻔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짜증스러운 어조와 퉁명스러운 태도로 대한 게 너무나 화가 나고 속상했다. 내가 차를 타면서까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싶었고, 그게 더 답답해졋다.
장애인콜들이 요즘은 많이 발전해 잘 오고 기사님들 역시 다 그런 기사님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안내도 잘 해주고, 좋은 기사님도 계신다. 그러나 한 번 이렇게 기사님들이 안내를 잘못하고 무뚝뚝하게 행동할 때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처음에는 이런 마음이 내가 너무 속이 좁은 건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앗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잇어 안내는 정말 중요한 건데 그 안내를 하지 않으려 하고, 설명으로만 하는 건 정말 성의가 없는 행동이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더 용납할 수 없고 답답하다.
아무리 내가 민원을 넣어도 민원도 잘 받아 들여지지 않아서 더욱 답답한데 다음에도 그 기사님을 만날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걱정만을 한다고 나아지는 건 없으니 다음번에도 그런다면 다시 민원을 넣어야겠다. 조금이라도 말을 해야 바뀔 테니까.
여러 장애인콜을 타 봤다. 그러면서 여러 기사님들을 만났는데 이렇게 답답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걸 말하고 싶다. 단지 한 번씩 이런 일이 생기면 너무나 속상하다는 걸 다시 여러분께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