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방식이 모두 옳지 않습니다

초심을 깨닫게 된 병아리

by 삐약이

웹소설 강의를 들으며 여러 시놉시스를 적었다. 다른 사람보다는 많지 않아도 나름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늘 듣는 말은 한결 같았다.

'지금 트렌드와 맞지 않아요.'

'조금 더 연구해서 쓰셔야 할 것 같아요.'

늘 강사 선생님깨 이런 말을 듣다보니 점점 자신감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후에는 내가 과연 이 강의를 듣는 게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써보려 애 썼다. 웹소설도 읽어보고 내 나름의 글을 써보고 싶어 노력도 했으나 다 실패로 끝이 났다.

처음에는 내가 아직 서툴러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점차 오기가 생겼다. 그러면서 나만의 웹소설을 만들고 싶어져 늘 나만의 글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너무 잘못된 생각을 한 거였음을 오늘 알았다. 우연히 진소해 작가님의 작품 하나를 읽는데 순간 머리 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 나는 그 동안 너무 내 안의 틀에만 쌓여 잇엇구나!'

나만의 글을 쓰는 건 물론 좋다. 하지만, 그 속에서 너무 파묻혀 있게 되면 독자들이 원하는 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웹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원하는 건 시원한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트렌드를 우선으로 본다고 들었다.

다른 웹소설 작가들이 쓴 웹소설 쓰기 책에서도 그런 말을 무수히 들었고, 내가 쓰고 싶은 웹소설 주제에 맞춰 늘 웹소설을 보며 분석하고 시놉시스를 잘 써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나는 그걸 잊고 있었다. 그저 나만의 글에만 너무 열중한 나머지 중요한 걸 잊었던 거다.

그래서 진소해 작가님의 글을 읽고,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써보려 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보려 한다. 무조건 내가 옳다고 생각햇던 마음을 내려놓으려 한다.

웹소설은 소설과 달리 전개가 빠른 편이다. 그리고 그 전개 속에서 독자들이 원하는 주인공과 인물들이 정해져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맛보지 못한 일탈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웹소설을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 웹소설을 보면서 나 역시 짜릿한 일탈을 맛보고 그 속에서 수많은 감정을 느끼며 독자가 돼 책에 빠져 든다. 그러나 이제 나는 독자가 되는 것보다 분석가가 돼야 한다.

웹소설을 보며 이 웹소설에서 등장인물을 보고, 작가가 쓴 글을 보며 나 역시 배울 것들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초심을 읽지 않으려 하는 것도 있다.

초심을 또다시 잃게 된다면 나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 테니까. 예전처럼 내 안에서만 글을 쓸 거고, 그 글은 웹소설로 거듭나기 어려울 테니까. 내가 쓴 소설들을 다 리셋 시키고 새 마음으로 시작하려니 사실 마음이 복잡하긴 하다. 그러나 그것 역시 거쳐가야 할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의 나를 조금 내려놓고 한동안 웹소설을 보며 조금씩 알아 가야겠다. 웹소설의 세계를, 그리고 내가 쓸 웹소설을.

사람은 언제나 첫 발이 중요하다. 그 발이 잘못된 곳으로 가면 뭐든 흐트러지게 되고 잘못된 방향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방향이 잘못 됐다는 걸 알고 바로 잡는다면 다시 기회가 찾아오고 일어 설 수 있다.

이번에 나는 방향을 잘못 잡고 나아가고 있었지만, 다시 발을 돌리려 한다. '처음'이라는 곳으로 가려 한다. 그 처음에서 다시 시작하는 건 어렵고 두려운 일이지만, 다시 부딪쳐 보고자 마음 먹었다.

이제는 방향이 틀렸다고 해서 내려놓고 도망치는 건 사양이다.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무조건 버티고 일어 설 것이다. 도망치는 건 예전의 나로도 족하니까.

오늘도 밤이 찾아왔다. 자기 전 웹소설을 조금 보고, 웹툰도 보며 내 세계를 넓혀야겠다.

keyword
수, 금 연재
이전 07화장애인콜의 여러 기사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