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터치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시각장애인과 터치 기기들
요즘 전자제품이나 이런저런 물건들을 보면 모두 터치식을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심지어 오븐이나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도 그렇고, 초인종이 울리면 문을 열어주는 것 역시 터치로 돼 있다. 거기다 문에 달린 비ㅣ밀번호 입력도 터치로 해야 할 때가 많이 있어 내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시각장애인도 터치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전에 있던 키패드 방식보다 터치가 더 쓰기 편하고 무엇보다 더 깔끔해 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편리해져 이제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일까? 그 이유는 모르지만, 터치에 익숙해지라고 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시각장애인인 우리도 터치에 익숙해지려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이 터치로 되는 만큼 다른 것들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적응하려 노력했다. 터치가 되는 곳에 스티커를 붙여 표시를 하거나 아니면 터치 할 곳을 외우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 되었지만 다 실패 했다.
우선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위치를 확인 할 수는 있었지만 터치를 할 때 잘못 누르는 경우가 있어 어려웠다. 스티커 없이 터치 할 위치를 외우는 것은 더 힘들었는데, 그곳을 눌러도 반응이 없거나 빗나가는 경우가 있어 더 복잡해지는 것을 자주 경험 했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집 문을 열어주는 초인종기가 터치라 스티커를 붙이고 사용하지만 가끔 터치를 잘못하거나 위치 찾기가 어려워 늦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많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이런 물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그러면 스마트폰은 어떻게 사용할까?'
답은 각 휴대폰마다 시각장애인이 쓸 수 있도록 음성 Tts가 설치 돼 있다는 게 차이가 크다. 어디를 눌렀을 때 하나하나 읽어주고 사용 제스쳐도 알려주니 그만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쉽고 편해졌다.
무엇보다 이제 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할 수 없게 된 것도 이유가 된다. 그럼에도 아직 나이가 드신 시각장애인이나 중도 시각장애인 분들은 터치식 휴대폰과 기기들을 어려워 하신다.
이유는 감각이 무뎌진 것도 있고 터치 할 때의 제스쳐를 외우는 게 어려운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예전보다 훨씬 발전하고 풍요로운 환경이 됐다. 그렇지만 아직도 시각장애인은 터치식 기기들과의 만남을 꺼리게 되고, 늘 다이얼식이나 키패드식을 찾게 되는 건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는 어느정도 기기들이 음성이 되어 시각장애인들도 혼자서 할 수 잇는 것들이 늘기를 기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