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뜨기

by 수정

수세미는 내가 쓰기 위해 뜨기도 하지만, 주로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많이 뜬다. 가볍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거나, 크리스마스처럼 그냥 지나가기 아쉬운 날에는 거창한 선물보다 예쁜 수세미를 선물하면 받는 사람들도 큰 부담 없이 기분 좋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물을 줄 때마다 듣게 되는 "어쩜 이렇게 손재주가 좋냐"는 말도 나에게는 큰 기쁨이 된다.

처음 코바늘을 배울 때 문화센터나 공방에서 배웠더라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히며 뜨기 쉬운 도톰한 실로 원형이나 사각형 티코스터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연히 친구에게 배우게 되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수세미를 뜨기 시작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수세미를 뜨는 데 주로 쓰이는 '날개사'는 실 주변에 자잘한 털이 날개처럼 달려 있어 초보자가 코를 확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제조사마다 실의 거칠기가 달라서 나에게 맞는 실을 찾기까지 손이 아프기도 했다.


그래도 처음부터 수세미로 코바늘을 접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배색하는 법과 무늬를 넣는 법을 익힐 수 있었다. 모르는 부분은 책이나 영상을 찾아가며 연구했고, 틈날 때마다 혼자 연습했다. 실력이 늘수록 내가 뜨는 수세미도 점점 화려하고 예뻐졌다. 예쁜 디자인의 수세미를 볼 때마다 도안을 사들였다. 무료 도안도 많지만, 특별하고 예쁜 디자인은 창작자가 따로 있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도안을 구매해야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도안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 희미해서, 남의 도안을 무단으로 베껴 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도안도 하나의 창작물이라는 인식이 점점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나 역시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도안을 만들기 위해서 도안 창작자는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고,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이미지를 구체화시켜 도안으로 만들어 냈을 테니 말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내용을 알기도 전에 믿고 사거 읽거나, 좋아하는 가수가 음원을 내면 무조건 믿고 듣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도안 창작자가 새 도안을 발표하면 어려울지 쉬울지 보지도 않고 무조건 도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루링>님, <허쉬>님, <아이쿠양>님의 도안을 특히 좋아하는데, 세 분의 작품은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새로운 디자인을 뜨면서 몰랐던 뜨개 기법을 배우기도 하고, 더 쉬운 방법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수세미 뜨기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살면서 가끔 권태기가 오는 것처럼 뜨개에도 '뜨태기'라는 권태기가 종종 찾아오는데 그럴 때 쉽고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수세미를 하나 뜨고 나면, 다시 뜨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품을 뜨는 중간에도 그것이 지겨워지면 잠시 멈추고 수세미를 하나 뜬다. 그러면 또 지겨웠던 마음이 사라지고 다시 힘을 얻어 뜨던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올 때, 작은 성취를 쌓으며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한다. 사는 게 지루해질 때는 잠시 다른 곳에 눈을 돌려 쉬어 가면서 지루함을 물리친다. 그렇게 다시 내 삶에 집중할 힘을 얻는다.


내게 뜨개질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나는 뜨개질을 통해 삶을 배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뜨개를 좋아할 것이고, 평생의 취미로 삼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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