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늘로 무언가를 뜨기 시작하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게 사슬 뜨기이다. 사슬 뜨기는 도안에서 '0'이나 옆으로 길쭉한 타원형으로 표시된다.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실이 풀리지 않도록 매듭을 짓고, 코바늘에 실을 걸어 구멍 사이로 빼주면 된다. 사슬 뜨기를 계속하다 보면, 꼭 길고 단정하게 땋은 머리 모양 같은데 내 눈에는 그게 참 예뻐 보인다.
말로는 쉽지만 막상 처음 코바늘을 쥐고 사슬 뜨기를 해보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중요한 건 너무 힘을 주어 빡빡하게 뜨지 말고 적당한 힘으로 사슬의 크기가 들쭉날쭉 하지 않게 고르게 떠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막 뜨개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 '적당한 힘'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코바늘을 잡고 무언가를 뜨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고 실을 바짝 당기게 된다.
그러면 사슬이 빡빡해지고 그 위로 편물을 떠 나갈 때 바늘을 넣기도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또 너무 힘을 빼고 느슨하게 뜨면 코가 너무 커지고 늘어져서 역시나 모양이 안 예쁘고 탄탄한 느낌이 없어진다.
장력을 조절하는 것. 즉, 실과 바늘 그리고 내 손의 힘을 조절하여 적당한 힘으로 떠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것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자꾸 연습해 보고 손으로 감각을 익히면서 나에게 맞는 적당한 힘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슬만 100개, 200개 계속해서 뜨면서 연습하다 보면 자기만의 장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가장 기본이 되는 사슬 뜨기를 고르고 일정하게 뜰 수 있게 되면, 그 사슬 위로 내가 뜨고 싶은 모양들을 떠가며 단을 올려갈 수 있다.
인생의 여러 순간에서 나는 종종 단정하고 고른 땀으로 쭉 떠진 사슬을 떠올린다. 처음부터 고른 사슬을 뜰 수 없듯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을 때 들쭉날쭉 엉성하게 엮어진 사슬 같은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나만의 장력을 찾아가고, 점점 고르고 반듯하게 되어간다.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나면, 이제 그 위로 어떤 무늬든 올릴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모양과 색깔로 다채롭게 나의 삶을 완성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적당한 장력과 같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이 적당함 역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겪으면서 스스로 익히게 된다.
그 과정 중에는 너무 당겨져서 서로에게 부담이 되거나 상처가 되는 인연도 있을 것이고, 너무 느슨해져서 멀어지고 끊어지는 인연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서로에게 상처나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고르고 단단하게 어우러지는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삶이, 그리고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코바늘의 기초가 되는 사슬처럼 적당하고 고르게, 그러면서도 탄탄하고 아름답게 엮이기를 바란다.
그 위에 한 단 한 단, 시간과 경험들이 다채로운 무늬가 되어 차곡차곡 쌓이기를 원한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나는 어떤 무늬로 완성되어 있을까.
코바늘로 사슬 한 줄을 길게 떠 보다가,
문득 떠오른 이런저런 생각들을 혼자 조용히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