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우유, 부드러운 여유

누구야

by 강 성 인

[ 교실 속 우유 전쟁 ]

꼭 한 번은 벌어지는 우유와의 전쟁.

"마시는 자"와 "남기는 자"

"쏟는 자"와 "치우는 자"

1학년 교실도 예외는 없다.




[ 누구야? ]


우유통을 본 나는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는다.

“아휴, 이거 어떡하니… 우유 다 흘러서 바닥까지 젖었어.”


우유갑 하나는 구겨져 있고, 다른 하나는 입구가 열린 상태로 절반 넘게 출렁인다.

“얘들아, 안 마실 거면 그냥 두지. 이거 다 쏟아졌잖아."


아이들 사이에서도 술렁거림이 시작된다.

"누구야?”

“나 아닌데."

“나도 아니야. 나 다 마시고 접었어.”
“나도 제대로 정리했는데…”

아이들의 시선이 여기저기 흩어지며 기분 좋은 하교 시간이 싸늘해진다.

다 같이 바닥에 흐른 우유를 닦아내고 냄새를 킁킁거린 후에야 복도로 향한다.



[ 누구도... ]


신발장 앞, 서원이가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한다.

“여러 명이 막 뭐라고 하니까… 혼날까 봐 못 나서지.”

그 말에 순간, 모두가 조용해진다. 가장 작은 아이에게서 가장 날카로운 시선이 흘러나온다.


누군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누군가는 서원이 쪽을 슬쩍 바라본다. 서원이의 말에 나도 멈칫한다. 나의 말 한마디가 불러온 교실 분위기. 그런 분위기에서는 누구도 자신이 했다고 말 못 할 것 같다.


그날 이후, 나는 우유 마실 시간이 충분한지 확인한다. 아이들은 우유를 마신 뒤 우유갑을 천천히 접는다. 내가 알려준 방법 외에도 다양한 모양으로 접기도 한다. 정리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를 탓하지 않는 마음. 실수에 버럭 하지 않고 부드럽게 알려줄 수 있는 여유. 감싸줄 수 있는 넉넉함.




[ 우유보다 여유 ]

1학년 서원이가 꿰뚫어 본 미묘한 파장

목소리가 울리기 전

냄새나는 쏟아진 우유 대신

작고 부드러운 여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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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