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치킨, 불편한 마음 어루만지기

5초의 정적이면 충분해

by 강 성 인

1학년 아이가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는 법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아이들의 시간




서연이는 정글짐 위를 날쌔게 오르내리며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논다. 햇살 따뜻한 놀이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래 밟으면 라~바 치킨 되는 거야!”


누군가 외치자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정글짐 위로 도망친다. 용암처럼 뜨거운 땅, 밟는 순간 닭이 되는 상상의 세계! 그때, 서연이 발이 모래 위에 닿는다.

“꺄악! 서연이 라바 치킨 됐어!”


아이들의 외침에 서연이는 깜짝 놀라 발을 번쩍 들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외친다.

아냐, 나 날개 달린 라바 치킨이야! 다시 올라갈 거야!”


서연이는 다른 놀이기구에서도 놀고 싶다.

“서연이 또 라바 치킨 됐다!”

모래를 밟을 때마다 들리는 그 말이 서연이는 마음에 걸린다. 처음엔 웃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서연이는 멈춰 섰다.

“야, 그만해.”
또박또박 덧붙였다.
“나 그 말 듣기 싫어. 마음이 불편해.”

아이들의 웃음이 멎었다.


정글짐 위, 바람만 살짝 지나간다. 5초 정도 정적이 흐른다. 다들 서연이를 바라본다. 짧은 침묵. 아이들이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딴 거 하자!”

다시 웃음이 퍼지고, 놀이가 이어진다. 서연이를 향한 말은 오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5초의 정적이면 충분하다. 서연이는 활짝 웃으며 정글짐을 올려다본다.




미안하다는 말 없이도 5초의 정적이 준 위로.

1학년 아이들의 소통법. 불편한 마음을 어루만진 공감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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