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아이가 바라보는 입시는 어떤 의미일까?
아이의 하루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입시를 시작하자마자 겨울방학이 왔다.
방학이 시작되자 아이의 하루는 단번에 달라졌다.
아침부터 하루 두 타임 하루 8시간을 그림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 학원에서 겨울방학 스케줄이 날아오던 날, 나는 한숨이 먼저 나왔다. ‘아직 초등학생인데… 너무한 거 아니야?’ 모르고 있던 사실은 아니었지만 막상 숫자로 적힌 시간을 마주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학원 원장님은 담담하게 말했다. “입시로 바라보셔야 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입시를 시작한 이상, 선택지는 없었다. 이 시간을 아이가 어떻게 버텨낼지는 시켜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방학 특강, 아니 정확히 말하면 ‘특훈’이 시작되었다. 며칠 뒤, 입시 미술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괜히 긴장됐다. 예중 입시를 시작한 뒤 처음 치른 실기 평가였다.
원장님은 꼬마 그리미가 손도 빠르고, 형태감도 잘 잡는 편이라고 했다. 입시에 적합한 성향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사실 꼬마 그리미는 입시 미술을 시작하기 전까지 소묘나 수채화보다 다양한 창작 활동을 더 많이 해왔다.
그래서 내심 걱정도 있었다. 입시라는 틀 안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그런데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잘 적응하고 있었다.
꼬마 그리미는 이상하게도 미술학원에서 시험을 보는 날이면 오히려 더 신이 나서 나간다.
장장 4시간의 시험. 힘들어할까 봐 걱정했지만 아이에게 시험은 부담보다는 ‘혼자 완성하는 시간’에 더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림을 끝내고 나오는 아이는 평가받은 이야기를 조잘조잘 늘어놓는다.
그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어느새 나에게도 익숙해졌다.
아이는 학원에 있지만 아이와 나의 시간은 묘하게 함께 흘러간다.
‘이제 한 타임 끝났겠구나.’
‘점심 먹고 다시 들어갔겠네.’
‘슬슬 허리가 아프겠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아이의 말투와 표정을 보면 하루 8시간이 생각만큼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 듯하다.
어떤 날은 “4시간이 금방 갔어.”
"오늘 장미 그림은 진짜 마음에 들어!"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오늘은 시간이 좀 안 갔어.”
"오늘은 그림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라고 말한다. 다행히 학원에서의 소소한 일들을 신나게 조잘대며 이야기해 주었다.
모든 입시는 끝까지 버티는 싸움이라고 생각해 온 나와 달리 아이는 그 안에서 즐기는 순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말과 표정에서 아이의 시간을 또 확인한다. 입시는 정말로 '좋아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림을 그린다는 건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지금 이 아이가 그림 앞에서 조금은 즐기고 몰입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이 시간을 지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입시의 결과보다 지금 이 시간이 아이가 너무 지치지 않고 너무 빨리 닳아버리지 않기를...
오늘도 방학에 늦잠 한번 못 자고 눈을 비비고 일어나 그림을 그리러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 마음을 조용히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