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에서 경영으로
우리 업과 관련해 난 개인적으로 혼자 할 줄 아는 것이 10가지이다.
조사-기획-시나 리오작성-스토리보드 만들기-카피 쓰기-촬영-편집-음향(음악) 만들기-색 보정-CG 까지다.
아무도 없을 때 일을 받아서 혼자 이 10단계를 다 했었다. 처음부터 이걸 다 할 줄 알았을 리는 없다.
‘다시는 사람들 모아 사업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있었던 후 모두 배운 것이다.
물론 그 결심은 사업을 세 번이나 말아 먹고 빚을 갚느라 20년을 보내면서 생긴 것이다.
‘낭인 문단열’은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사다리필름 촬영현장
짧은 순간에 가장 많은 결정을 해야 하는 직업에 영화감독이 선정된 것을 보았다.
봉준호급으로 준비해도 촬영 현장은 순간순간 결정해야 하는 것이 수백가지는 되는 곳이다.
스케일로 영화에는 비교가 되지 않아도 우리 광고 촬영 현장도 똑같은 이유로 감독의 신경을 끝 간 데 없이 곤두세우게 하는 곳이다.
연출이, 촬영이 뭐 긴장할 게 있겠냐고?
하긴 그것 자체로는 즐거운 일이다.
다만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그 시간을 넘기는 순간
제작비는 순식간에 두배가 되고, 프로젝트는 적자가 된다. 그게 제일 나를 긴장시키는 것이다.
아니 즐겁게 하는 것이다. 난 어차피 긴장을 즐기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 ‘현장’을 떠나기로 했다.
아니, 저 위의 10가지를 모두 내려놓기로 했다.
또 다른 트랙으로 결국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자리로 완전히 돌아오게 되었다.
주말에 결심했으니 오늘부터다.
마지막까지 쥐고 있었던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작성마저도 젊은 피디들에게 과감히(?) 다 내어 주기로 했다.
과로가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클라이언트와의 컨설팅에 집중하고 사다리필름 3.0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다.
사다리 1.0 이 자영업이었다면,
현재의 사다리 2.0은 체계적 중소기업,
사다리 3.0은 영상업과 교육업, 그리고 마케팅컨설팅이 IT를 통해 유기적으로 결합한 상위 개념의 기업이다.
꿈을 위해 땀을 바쳐온 현장을 떠나기로 한다.
섭섭하다. 하지만 가슴이 뛴다.
진작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최근에 직업적성 검사를 우리 직원들과 같이해 본 적이 있다.
창조 분야 점수는 비정상 수준이고, ‘마무리’는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그러니 회사가 이쯤 되었는데 내가 실무를 잡고 있어 무엇 하겠는가. 새로운 일로 나아가야지.
최근엔 박사급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회사에 합류했다.
서운해도 놓는다. 안녕, 낭인 시대의 10년 친구, 영상 제작 실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