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가 추구하는 성장의 길
십만원 받고 현장을 뛴다. 열심히 하다 보면 백만원짜리 주문이 들어 온다. 백만원짜리를 천만원짜리처럼 계속 만들어 주면, 실제로 천만원 짜리 주문이 들어 온다. 이쯤 되면 잠깐 멈추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다시 천만원짜리를 일억짜리로 만들고 또 일억짜리 주문이 들어오면.... 무엇을 '성장'으로 보는가 하는 것은 가치관의 문제이다. 주문은 비쌀수록 미덕인가. 고객은 대기업일수록 복인가.
큰 기업과 큰 건수를 하는 것은 사실상 복일 수도 그리고 화일 수도 있다. 1억을 주면서도 웃는 얼굴에 수정 한 번 안 하고 우리 것을 뚝딱 수령해 간 이케아 같은 클라이언트도 있고, 액수가 크다는 것을 미끼로 계약서에도 없는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반년 동안이나 무슨 위클리 매거진처럼 주마다 통보하는 회사도 있었다. 하지만 큰 회사의 일을 해 주면서 머리는 계산에 바쁘지만, 가슴에는 확실히 남는 전혀 다른 기준의 손익 계산서가 있었다. 그것은 '보람'이라는 이름의 계산서이고, 그것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리 백방으로 돌려 계산을 해 보아도 '작은 회사'의 경우가 우리에게 훨씬 큰 무엇인가를 남겼다.
30년 넘게 영어 선생을 하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잘하는 놈을 더 잘하게 만들어 주면 자기가 잘나서인 줄 안다. 못하는 놈을 잘하게 만들어 주면 스승의 은혜를 평생 기억한다...' 는 것이다. 전자는 가르치기는 재미있고 쉽지만 있는 것에 있는 것을 더한 것이고, 후자는 기가 쪽 빨리는 한은 있어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그렇다. 대기업을 도와주면 그들의 공이고, 중소기업이 우리에게 도움을 받으면 그들은 감사하기를 잊지 않는다. 적어도 대부분의 양심적인 스몰비지니스 오우너는 그랬다.
큰 것을 따라가면 이익이 작은 것에 귀를 기울이면 보람이 있다. 사다리는 삶과 일 속에서 소소히 발견되는 작은 아름다움을 좇고 싶다. 도전이란, 거액을 바라고 하는 비딩 PT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속으로 흘러가는 기술과 정보의 강물 속에서 익사 직전으로 허우적거리는 스몰 비즈니스의 애환을 향해 기슭의 나뭇가지를 이제 막 찾아 붙든 사다리 필름이 뒤로 손을 뻗어 그들을 붙잡아 주는 일에 신명을 걸고 싶다는 생각, 모두가 위로만, 큰 곳만 바라볼 때, 작은 것에 몸을 던지는 그것이야말로 큰 도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우리 역시 작기 때문이겠다. 서울역에서 노숙해본 경험이 있다는 탤런트 최수종이 그랬다.
'추운 사람 사정은 추운 사람만 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