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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다리필름 Jun 11. 2019

소유의 종말 & 유튜브의 시대

오늘날 무엇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소나타를 살랬더니 

제주에서 이틀 렌트했던 신형 소나타가 얼이 빠질 만큼 품질이 좋아서(적어도 국산 중형 중 본적이 없는) 카니발 장비 차량만 타던 내가 차 값을 알아보니, 요즘 누가 차를 사느냐고 한다. 다 장기렌트한단다. 아니, 조금 더 파고들어 공부해 보니, 현대차는 북미에서 한 달에 500불 정도로 현대의 모든 차를 맘대로 바꾸어 가며 탈 수 있는 '구독' 프로그램을 판매 중 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현대차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흠... 한 달에 50만원 정도로 아무 차나 바꾸어 탈 수 있다면, 게다가 보험이고 사고처리고 수리고 관리고 간에 내가 신경 쓸 일이 없다면…. 이건 뭐지? 그렇다. 

'소유'에 종말이 오고 있다는 말이다. 




 '소유'란 있는 것인가? 

땅 사서 대대로 부자가 되었다는, 소유가 더 큰 소유를 부른다는 소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인류가 한곳에 정착해서 밭 갈고 씨를 뿌리고, 나온 먹거리가 남아돌아서 창고를 만들고 저장하면서 생긴 이 기발한 '발명품'은 수천 년을 무구히 흘러 우리의 뇌리에 무언가를 '영원히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강력한 허상으로 자리 잡았다. 종이 쪼가리도 아닌, 허구의 숫자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은행에 두고 그걸 소유했다고 느끼게 하고, 공장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스러져 가는 양철 덩어리인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라고 여기게 하며, 수십 년만 지나면 원하든 원하지 않던 그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가족도 영원히 소유했다고 믿게 하고, 수십억년을 거기 있어온 땅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배위에서 개미같은 인간들이 잠시 깃발을 꽃고 내거니 니거니 싸우는 웃기는 장난을 치게하는 그 허구, '소유'말이다. 그것이 오천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우리로 부터 멀어지는 신호가 곳곳에서 보인다. 





어제 도착한 면도날 

'와이즐리'라는 면도기 업체가 있다. 질레트 같은 면도날 몇개들이를 편의점에서 만원을 넘게 주고 살 때마다 느끼던 '피 바가지' 의 울분을 눈치챈 국내의 젊은 업체가 괜찮은 면도날 '구독'프로그램을 팔길래 몇 달 전에 얼른 샀다. 다달이 면도날 네개가 집으로 온다. 면도기도 면도날도 그냥 내 손에서 '흐른다'. 소유를 넘어선 것이다. '구독 경제'는 이런 일용품을 넘어 의류로, 자동차를 넘어 부동산까지 확대되고 있다. 애플이 월 50달러 정도로 새로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무한히 폰을 바꿔 줄지 모른다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 팀 쿡은 책상 위에는 매켄지 컨설팅으로부터 바로 이것에 관한 제안서가 놓여 있다고 한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산맥을 일컬어 '서서히 쏟아지는 폭포'라고 했던가. 

강물 위에 비친 산은 멈춘 듯 보이지만 세상에 아무것도 멈춘 것은 없다고 했던 그는 

'소유' 관리가 아니라 '흐름'의 관리가 삶의 핵심임을 역사의 시초부터 간파하고 있었다. 




영상제작도 흐른다 

CF를 만들던 자본이 급격히 SNS 바이럴 영상 (뭐 이렇게 부르는 게 정확하진 않아도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으로 이동한 게 최근 수년이다. 더 많은 제작비가 이제 유투브 제작 쪽으로 흘러들 기세다. 광고가 질레트 면도날이라면유투브는 와이즐리의 구독 프로그램이다. 흐름이다. 단순한 트렌드의 변동이라고 하기엔 거대한 역사적 변곡점과 이런 마케팅계의 변화가 맞물려 있는 점 때문에 심상치 않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광고의 단발 제작과 흥행이 업계의 거래 패턴이었다면지금부터는 기업을 알리는 콘텐츠의 '흐름' 관리가, 그러니까 '소유'가 아닌 '플럭스'가 마케팅 행위의 초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에게든 기업에든 유투브의 시대가 온다. 

유투브의 시대는 '흐름 관리'의 시대다. 

그리고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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