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여인이 아닌 엄마의 웃음

by 최웅



베트남 여행 중 우연히 들어간 로컬 카페.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그곳의 커피는 참 맛있었다. 이 커피는 관광에서 느끼는 피로와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다. 관광객이라는 배역에 맞추어 카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저 멍하니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본다. 가게 안 큰 나뭇가지와 잎으로 가려지는 햇살들. 직원이 옮겨준 선풍기 바람의 시원함이 이 시간의 여유를 더욱더 깊게 만들었다.

정장 차림 여성의 업무용 커피, 두 여인의 인스타그램용 커피, 두 남성의 대화용 커피. 카페 안 사람들은 각자의 용도에 맞는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내는 휴대폰으로 주변 맛집을 찾고 있고, 딸아이는 휴대폰을 보며 셀카를 찍는다. 조용히 나뭇잎 사이를 통과하며 비추는 햇살은 더 이상 베트남의 강한 햇살이 아닌, 포근함을 주는 햇살이 되어 있었다.


아내가 맛집을 알려주었고, 우리는 그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우리 딸에게 이야기했다. “해외여행 와서는 절대로 다치거나 아프지 말고 기분 좋게 돌아가야 해. 그러니 항상 조심해야 해.” 딸아이는 내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기의 끝이자 건기의 시작점인 10월 말. 베트남의 햇살은 생각과 달리 강렬했다. 자유여행이다 보니 이곳에서의 우리는 더욱더 서로를 믿고 함께하는 가족이 된 듯했다. 비록 사소한 것으로 싸우기도 하지만. 걷고 또 걷는다. 베트남의 향기, 정체 모를 향신료의 향기가 코안을 가득 메운다. ‘그래, 이게 베트남이지’라고 생각하며.

강렬한 햇살 아래 도로 턱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인다. 가까워질수록 사람의 형체가 여인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 여인은 아이를 안고 있다. 내 발걸음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딸아이의 손을 꼭 쥐고 있다. 곁눈질로 그녀를 보기 시작했다. 잠든 아이가 있고 주변에는 작은 상자가 하나 있다. 순간 저 작은 상자에 돈을 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은 상자에는 돈이 아닌 전단지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 내 생각과 달리 그녀는 아이와 함께 쉬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치기 시작한다. 그녀의 왼쪽 눈은 없다. 나를 보며 웃음을 짓는다. 선글라스를 썼지만 똑바로 보지는 못하겠다.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실례라는 생각이 든다. 난 천천히 그녀의 공간과 시간을 벗어나고 있다.


아이와 엄마, 그리고 작은 상자. 뜨거운 햇살 속에 그들은 있었다. 그녀는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있었다. 아이는 더위에 힘들기에 ‘잠’이라는 휴식처로 들어갔고, 엄마는 그런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스하고 평온한 잠자리가 되어 아이의 휴식처가 되고 있었다.

그녀는 왜 나를 보고 웃었을까? 그 웃음의 의미는 뭐지? 그 웃음은 아마 조롱이나 무시가 아닌, 그렇다고 동정을 강요하는 웃음도 아니었다. 그녀의 웃음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우리 부녀를 보며 느낀 흐뭇함에 대한 웃음이었다.

우리는 맛집에 도착해 밥을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 조용히 그녀에 대해 말했다. 아내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나와 똑같이 그녀를 보았고 불쌍하고 슬퍼 보였다고 했다. “그래, 참 슬프지. 그런데 저 엄마는 참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야. 단지 환경이 도와주지 못하는 거고.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시스템 같은 것들 말이야.” 아이에게는 여기까지만 말했다. 더 깊은 답변은 우리 딸아이가 살아가면서 찾길 바라기에.

작가의 이전글35년 전통의 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