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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May 01. 2021

꿈을 말해도 괜찮아

어떤 청년들 이야기(6)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한 청년들 진로상담을 한창 진행중이다. 

대단한 상담기법이랄 것은 없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중후반이 된 지금까지 각자의 진로활동경험과 취업 노력에 대해 상세히 묻고 듣는다. 다만 본인이 '스스로 생략' 해버렸거나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라고 지워버린' 기억과 의미들을 함께 발견해본다.  그래서 사실 '상담'이라기보다는 '경험 회상'에 가까운데, 상담해줘서 고맙다는 말들을 한다. 

온라인 신청서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본게 없다.', '잘할 줄 아는게 없다.'고들 하지만, 모두 나름의 꿈과 '한 방'들을 가지고 있다. 모두들 한결같이 열심히 살았다. 

A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쉴새 없이 일을 하거나 알바를 했다. 가정경제 압박때문에 대학은 일찍부터 생각에서 지웠다. 잠시 일을 하지 않을때는 뭔가를 배우며 자격취득을 했다. 살아온 과정에 단 한번의 쉼표가 없다.  

B는 열살무렵 경험한 아버지의 학대로 청소년기 전부를 고통과 싸웠다. 정신적으로 무너져 학교를 그만두고 은둔했다. 대안학교나 꿈드림센터 같은 곳을 알지못해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했고,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에 경제적 보탬이 되려고 몇년동안 생산공장 일을 했다. 먹고살기에 집중하는 동안에 불안과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모두들 열심히 살았다. 일을 했건, 공부를 했건, 마음의고통과 싸웠건.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들 자신이 애쓰고 노력해왔다고 '감히' 말하지를 못한다. 모두들 한결같이 자신은 의지가 부족하고, 끈기가 부족하고, 소심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 아주 강고한 사회적평가가 이 청년들을 억누르고 조여왔다. 

그래서일까, 청년들은 한참을 쭈뼜거리고 긴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꽃길 프로그램은 청년의 진로활동을 1년간 지원한다. 2019년, 2020년을 지내보니, 후회되고 미안한 일들이 많다. 특히, 마음 속에 감춰둔 꿈을 1년이 다 지날 무렵에야 알게 되는 일들이다. 

그림, 음악, 글쓰기.. 청년들은 이런 '돈 안되는 일들', '재능이 중요할것 같은 일들'은 섣불리 꺼내놓지를 않는다. 100마디 말들을 하면서 알듯모를듯하게 말의 끝자락 어딘가에 살며시 던져 놓을 뿐이다. 섣불리 말꺼냈다가 웃음거리가 되거나 존중받지 못한 경험들이 많으니까,, 취업, 자격증, 직업전망... 거창하고 복잡한 말들속에 청년의 진짜 이야기는 깊은 곳에 가려져 숨어있곤 한다.  


현실을 위해 꿈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돈을 버는 것만이 일이고 직업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나를 실현하는 일과 돈버는 일은 반드시 같지 않아도 좋다. 긴 시간을 두고 함께 해나갈 수 있고, 자기실현과 돈 버는 두 가지 일이 영영 합쳐지지 않아도 좋다. 단계를 밟아가야 할 뿐이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말고 마음을 말하면 좋겠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글을 쓰고 싶어요. 

꿈꾸는 것에 대해서, 다가가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말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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