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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Apr 14. 2024

결국은, 거짓말

내게 가장 힘들고 두려운 일은, 한발 한발 나아가던 청년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만나왔고 만나고 있는 청년들이 성장하고 자립해가는 이야기들에 대해 글을 쓰곤 한다.


그 삶의 성장과 변화들이 눈 앞에 나타나고 있는 동안에는, 신이 나고 흥이 나고 그때까지의 마음졸이고 슬퍼하고 두려워했던 시간들이 모두 보상을 받는것만 같다.

이제는 그 사람들이 정말 안전하고 재미있는 삶을 살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내가 쓴 글의 절반은 거짓이 된다.


피씨방 알바만 하다가, 첫 사무직 취업을 했다고 내가 마음속으로 그렇게 기뻐하고 좋아했던 A는.. 정규직취업을 하고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고 사라졌었다. 아무리 달래고 설득해봐도 막을수 없었다.


스물다섯살이 되어 중학교 검정고시를 볼 수 있게 도와달라고,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해서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B는... 결국 검정고시에 두번 탈락한 뒤로 시험을 포기했다.

너무 어린나이부터 학습이 중단되서 다시 공부하는 것을 버거워 했다. 이후로 알바 일자리를 구해도 한달 두달을 넘기지 못하기를 반복하더니, 어느날 핸드폰과 카톡이 모두 끊기고 사라졌다. 거처를 옮겨가며 혼자 살아온 B를 찾을 길이 없다.


서른살이 되어 처음 지속적인 일자리를 가지고 성실히 일을 계속해서, 너무나 큰 뿌듯함을 주었던 C... 달라진 습관과 생활모습 때문에 드디어 안심할 수 있다고 기뻐했었는데, 내가 자랑을 하고다닌지 한달여만에 다시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하게 반복해 온 익숙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많이 낙담하게 된다. 또 몇 날 몇 해가 지나서야 찾아오게 될지 연락이 닿게될지 알 수 없다. 그때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고생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어디에서 홀로 속상해하고 있을까.

기대를 져버렸다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까. 놓쳐버린 기회와 시간을 후회하고 있을까.
그냥 아무 간섭받지 않는 곳에서, 평온하게 살고 있을까.  

내가 너무, 부담스런 기대를 하고 욕심을 부렸나봐.
어디에 있든, 안전하고..따뜻하길.




#일하는학교
#위기고립청년
#어떤청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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