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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Oct 02. 2016

바르샤바 왕의 루트 5: 빌라누프

(Trakt królewski 5: Wilanów)

빌라누프(Wilanów) 지역은

바르샤바 남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왕의 루트(Trakt królewski)의 남쪽 끝이다.


바르샤바 시내에서 116, 117, 130, 139, 180, 519, 522, 704, 710번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빌라누프 지역에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한 기록은 13세기에 이미 등장한다고 하니,

바르샤바 구시가만큼 오래된 지역이다.


14세기의 마조비아(Mazovia) 지역의 공후가

이 지역을 소유했으나,

본격적으로 이곳에 폴란드의 왕이 거주한 것은

17세기 얀 소비예스키(Jan Sobieski) 3세 때부터다.


"빌라누프"의 원래 이름은

밀라누프(Milanów)였는데,

얀 소비예스키 왕이

이곳에 바로크 양식의 궁을 짓고

라틴어로 Villa nova,

즉 "새로운 도시"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 이후에 사람들이

원래 이름인 밀라누프와 비슷하게

"빌라누프"라고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빌라누프는 바르샤바 시내에서부터

버스로 20-30분 정도 걸리는,

꽤 변방에 위치한 지역인데,

원래 행정구역상 바르샤바 외곽 근교지역이다가

1950년대에 바르샤바 시로 편입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 곳엔 외국인 학교들이 많이 있어서

바르샤바에 장기간 사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고 하고,


고급 빌라들도 많고,

꽤나 부유한 동네 중 하나이다.


바르샤바 거주 외국인들 이외에

외국인들이 빌라누프에 가는 이유는

여기에

"빌라누프 궁"과 "빌라누프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빌라누프 궁(Pałac w Wilanowie, Wilanów Palace)은 "폴란드의 베르사유(Polski Wersal, Polish Versailles)" 라고 불린다.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빌라누프를 베르사유에 비유하는 건

덕수궁을 자금성에 비유하는 것과 같다고,

그만큼 빌라누프는 베르사유과

급이 전혀 다르다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사실 뭔가 엄청나게 크고 화려하고 번쩍번쩍하는 그런 "대궐같은 궁전"을 기대하고

빌라누프 궁을 보러가면 실망할 수 있다.


빌라누프는 사실 좀 소박하다.


빌라누프를 "폴란드의 베르사유"라고 부르는 건

두 개가 똑같다거나

같은 급이라는 뜻이 아니다.


"폴란드의 베르사유(Polski Wersal, Polish Versailles)"라는 명칭 자체도

오롯이 빌라누프 궁전에게만 붙인

"절대적인" 별명이 아니고,

다른 폴란드 지역에도

이런 별칭의 궁전들이 몇 개 더 있다.


따라서

"폴란드의 베르사유"라는 별칭은

베르샤유처럼 바로크 양식의 궁전이라는 뜻이며,

바르샤바에서는 그나마 가장 크고 화려한 궁전이라는 뜻일 것이다.


2016년 현재 일반 20즈워티,

할인 15즈워티를 내고 입장할 수 있다.


화요일은 휴무,

목요일은 선착순으로 표를 받은,

한정된 인원의 무료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입장 시간은 보통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여름 시즌엔 조금 늦게까지,

수요일에 오후 6시까지,

일요일에 오후 7시까지도 문을 연다.


홈페이지에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사실

왕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 안이건 밖이건

그냥 궁전만 구경하는 건

그닥 안 좋아하는데,


2008년 바르샤바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릴리아나라는 몰도바 친구가

여길 가자고 해서 같이 갔었다.


그런데 좀 전에 찾아보니,

빌라누프 궁전을 짓고 거기에서 거주했던

얀 소비예스키(Jan Sobieski) 3세 왕이

비엔나에서 오스만 터키를 물리친 후,

몰도바를 차지하려는 야심에

몰도바로 원정을 떠났던 인물이다.


당시 몰도바는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비록 얀 소비예스키 3세는

몰도바를 차지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쇠퇴기에 있던 오스만제국을

더 약화시키는 데는 한 몫을 해서,

결국 오스만터키가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게 하는데 일조를 했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그래서 릴리아나가 그렇게 빌라누프를 가자고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거기 말고 구시가의 왕의 궁전도

릴리아나의 제안으로 같이 갔던 걸 보면,

꼭 얀 소비예스키 3세가 몰도바랑 인연이 있어서

빌라누프를 가자고 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아마 그랬으면 같이 갔을 때

그 이야기를 해줬을거다.


그 때 그 친구와 함께 다니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

그냥 그 친구는 화려한 걸 좋아하고

그래서 궁도 좀 좋아했던 것 같다.


2008년에 들어가 본 빌라누프 궁엔

얀 소비예스키 왕이 지냈던 방과

그가 열렬히 사랑했던 아내의 방과

(그는 폴란드인들에게

아내를 매우 사랑했던 왕으로도 유명하다)

그 밖에 그들이 생활했던 다른 방들과

가구, 인테리어들이 중요한 볼거리고,

여러 왕과 왕족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2008년 6월 Wilanow Palace, Warszawa)
(2008년 6월 Wilanow Palace,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lace, Warszawa, 여긴 벤치도 화려하다)


내가 찍은 사진 중에

빌라누프 궁 전경이 다 나오게 찍은 게 없어서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찾아 올린다.


보통은 이 앞에 사람이 엄청 많은데,

그래서 다들 겹겹이 서서 기념 사진을 찍는데

이렇게 적은 인원이 나온 사진이 있다니 놀랍다.


(This photo was taken by Przemysław Jahr)


나는 사실 빌라누프 궁전보다

빌라누프 공원(Ogród w Wilanowie, Wilanow Park)을 더 좋아한다.


빌라누프 뿐 아니라 다른 데도

궁전은 대체로 그냥 한번 구경하면

다시 안 들어가게 되는데,

공원은 몇번씩 다시 가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인공물보다 자연을 더 좋아하게 되는데,

아마

화학적으로 자연은 좀 더 인간에게 좋은 것들을

품고 있기도 하는데다가,

시각적으로도

인간이 만든 건 항상 그대로지만,

신이 만든 자연은 매순간 달라지기 때문에,

봐도봐도 안 질려서 그런가보다.


빌라누프 공원은

와지엔키 공원보다

훨씬 더 많이 계획되고

잘 다듬어지고 관리된 느낌이고,

사실 미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더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와지엔키 공원과 달리

여기는 입장료를 받는다.


2016년 현재 보통 5즈워티,

할인 3 즈워티를 내고 입장할 수 있다.

목요일은 입장이 무료다.

입장시간은 아침 9시부터 해질녁까지라서

입장마감시간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계절에 따라 유동적이다.


여기는 와지엔키 공원보다 훨씬 더 큰 호수가 있고,

나무도 와지엔키 공원만큼 크고 나뭇잎이 울창하다.

그래서 여름에 그냥 앉아서

자연을 벗하며 쉬기에 좋다.


(2008년 7월, Wilanow Park, Warszawa)
(2008년 7월, Wilanow Park, Warszawa)
(2008년 7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08년 7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에 갔을 때는

위 사진과 같이 풀밭에 책장과 책이 있었는데,

거기엔 써 있는 공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친애하는 여러분,

다른 정원 방문객들이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한 책과 담요는 꼭 반납해주십사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또한 풀밭 위에서의 휴식은 Pompownia 옆에 지정된 장소
(지도에 빨강색으로 표시됨)
에서만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호기심에 나도 책장의 책을 훑어봤는데

마땅하게 읽고 싶은 책은 없었지만,

공원 한가운데 나무 밑에 이렇게 책장을 놓다니,

뭔가 폴란드스러운,

정말 근사한 아이디어다.


(2008년 7월, Wilanow Park, Warszawa, 비가 와서 홍수가 났던 해의 수면 높이다)
(2008년 7월, Wilanow Park, Warszawa)
(2008년 7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08년 7월, Wilanow Park, Warszawa)
(2008년 7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08년 7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Warszawa)


2013년에 갔을 때는

빌라누프 공원 바깥쪽으로 걸어가 본 적이 있는데,

거기는 좀 더 야생적인 숲이 있다.


중간에 가다보면 길이 없어지기도 한다.


그 없는 길을 어떻게 어떻게 헤치고 걸어서

공원 입구까지 다시 오는데

꼬박 두시간이 걸렸다.


(2013년 8월, Wilanow Park, Forest,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Forest,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Forest,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Forest, Warszawa, "자연보호구역"이라고 쓰여 있다)
(2013년 8월, Wilanow Park, Forest,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Forest,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Forest, Warszawa)
(2013년 8월, Wilanow Park, Forest, Warszawa)


2016년 여름에 갔을 때는

'언제 한번 빌라누프를 가야지' 생각만 하고

결국 못 갔다.


아마도 2013년에

그냥 한번 둘러볼까 하고 걷기 시작했다가

결국

본의아니게

2시간동안 그 숲을 탐험(?)하고 나서

이제 여기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나보다.


사실

나는 바르샤바에 여러번 그리고 오래 머물렀었고,

특별히 좋아하고 즐겨 갔던 장소도 많기 때문에

바르샤바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좀 더 많지만,

이제 바르샤바 이야기는 잠깐 쉬고,

다른 폴란드 도시들에 잠깐 놀러 갔다가

다시 할말 많은 바르샤바로 다시 돌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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