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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Nov 02. 2018

컬러풀한 "하얀 도시" 베오그라드/벨그라드

다양한 것이 공존하는 활기 가득한, 세르비아의 수도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Beograd)

영어로 벨그라드(Belgrade)라 불린다.


세르비아어로 Beo는 "흰",

grad는 "도시"라는 의미로,

베오그라드는 "하얀 도시"라는 뜻이다.


지난 포스트에 쓴 것처럼,


산이 많고 물이 좋은 세르비아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했고,

여러 고대 문명 국가의 일부분이 되었었다.


9C 교황의 편지에서 Belograd[벨로그라드]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하는데,


당시 그건 불가리아식 명칭이긴 하지만,

Belo도 그렇고, grad도 그렇고,

매우 슬라브어적이라,

세르비아인이건, 불가리아인이건, 러시아인이건, 

슬라브어 화자라면

그게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래서 6-7세기 슬라브인들이 이곳에 왔을 때,

이미 그전에 로마인들이 세운 하얀 성벽이 있었고,

그걸 보고 슬라브인들이 "흰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19C 중반까지 세르비아어에서 

Belgrad[벨그라드]로 표기되었기 때문에

프랑스어, 영어로는 Belgrade가 되고,


19C후반 재정비된 세르보크로아티아어 맞춤법의 

발음나는 대로 표기하는 원칙에 따라

세르보크로아티아어에선 당시 사람들의 발음인

Beograd[베오그라드]로 표기하면서,


결과적으로 현재 세르비아어와 영어의

표기와 발음이 서로 달라진거다.


(세르비아어뿐 아니라,

폴란드어에서도 어떤 ㅣ는 w 로 변했고,

현대 불가리아어에서도 l 발음이 약화되는 현상이

발견되는 등,

이렇게 l이 약화되는 현상은

슬라브어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 “하얀 도시”라는 이름의 근원이라 추정되는

베오그라드 요새 칼레메그단(Kalemegdan)은

다음 포스트에서 둘러보고,

 

이번 포스트에선 베오그라드 시내를 둘러보겠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선

두 개의 큰 강이 만난다.


http://webshop.cityspy.info/product/maps/belgrade-cityspy-map_-edition-2015-16/31


동서로 흐르는 강은 두나브(Dunav), 

즉 독일어로는 도나우(Donau)

영어에서는 다뉴브(Danube)로 불리는

유럽 10개국을 가로지르는 그 거대한 강이고,


남북으로 흘러 두나브 강과 만나는 강은

두나브 강의 지류인 사바(Sava)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지나는,

역시나 국제적인,

그리고 매우 “유고슬라비아적인” 강이다.


이 두 강이 만나는 곳 동남쪽에

베오그라드 구시가가 형성되어 있다.


베오그라드의 전체 면적은

서울의 절반 크기로 작지 않지만,

보통 관광객의 구경거리는 구시가쪽에 몰려 있어,

관광지를 둘러보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아래 지도에 표시된 곳이 주요 관광지인데,

하루면 다 둘러볼 수 있다.


(지도 출처: http://www.srpskivodici.rs/)


이제 이 포스트에선

바로 위 지도의 번호를 참고로 덧붙인다.




1. 사바 강변


베오그라드 버스터미널 BAS 쪽에서

칼레메그단 요새로 가는 다른 길을 찾다가

한번은 사바 강변을 따라 걸어가봤다.

[지도 22-23번 사이]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특별히 화려한 볼거리나 관광지는 없지만,

그래도 강변이라 시야도 기분도 탁 트인 데다가,

가끔씩 고풍스러운 건축들도 보여,

걷기에 나쁘지 않다.


그 고풍스러운 건축 중 하나가 1882년  

후기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된

베오그라드 협동조합(Belgrade Cooperative, Београдска задруга)인데,


강 바로 옆 건물이어서 방수를 위해,

당시에는 최신 건축자재였던

콘크리트베오그라드 최초로 사용했고,


세르비아 건축가들이 직접 설계한,

(당시 많은 현대식 건물을

"이웃 선진국" 오스트리아 건축가들이 건설했었다)

세르비아 근대 건축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건물 앞에 Belgrade Waterfront라고 쓰인

깃발이 달려 있길래,

그런 이름의 전시회를 하는 공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Belgrade Waterfront(Beograd na vodi)

"베오그라드 협동조합" 건물 재건축에서 시작된

사바 강 동쪽 지역 재건 사업이다.


사바 강 북쪽

브란코다리(Branko's bridge, Brankov most)에도

그 깃발이 달려 있다.

[위 지도 22번 근처]


19C 세르비아 낭만주의 시인 

브란코 라디체비치(Branko Radičević)의

이름을 땄다는 이 다리는

매년 40여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아무튼 Belgrade Waterfront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낡은 동네가 새롭게 리모델링될 뿐 아니라,

높은 현대식 건물들이 새로 들어서서

이 동네의 풍경이 많이 바뀔 것 같다.


베오그라드에 좀 더 오래 머물렀으면

이 다리도 한번 건너보고,

사바 강 건너

"신도시"인 노비 베오그라드(Novi Beograd)

함 가보고 그랬을 것 같은데,


크로아티아에서 여행 계획할 때만 해도

세르비아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어서,

두 도시 여행을

짧은 2박 3일 일정으로 짜는 바람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다녀보니,

베오그라드와 노비 사드 합쳐

이틀은 너무 짧았다.


그렇게 "건너지 못한 다리" 브란코 다리 끝의

중세 성 같은 디테일은

이제 여기서

칼레메그단 요새가 멀지 않음을 보여준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 곳에서 동쪽으로 걸어올라가면

칼레메그단 요새와 베오그라드 구시가가 나온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 세르비아 정교회 대성당


브란코 다리를 지나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간 후

칼레메그단 요새쪽 화살표를 따라가다보면,

공산시대 지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나는

거대한 흰색 건물이 등장하는데,

세르비아 관공서겠거니 했더니,

알고 보니 프랑스 대사관이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그 프랑스 대사관 건물에서

칼레메그단 요새로 올라가지 않고,

구시가쪽으로 가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건설된 듯 보이는

역사적이면서도 현대적 건축들이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 대사관 건물 뒤쪽에

어떤 심상치 않아 보이는

작은 초등학교가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 거기 적힌 글을 읽어보니,

꽤 대단한 곳이다.


그 앞에는 페타르 1세 왕의 흉상이 서 있는데,

벽에 걸린 명패들에 따르면

이 학교는 세르비아 최초의 초등학교인

페타르 1세 초등학교이고,

1857년 이 학교에

세르비아 최초의 체조, 레슬링 연맹이 있었고,

1923년엔 이 학교에서

세르비아 최초의 농구경기가 열렸단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그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곳을 여행하면,

현지인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없어

좋은 건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여행 책자에 나와 있지 않은,

흥미로운 장소와 이야기를  

덤으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 "역사적인 초등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번쩍번쩍 금장식이 달린

교회 첨탑이 보인다.


뾰족한 첨탑 때문에 가톨릭 성당 같아 보이지만,

미카엘 정교 대성당(The Cathedral Church of St. Michael the Archangel, Saborna Crkva Sv. Arhangela Mihaila)이다. [지도 9번]


이 자리엔 오래전부터 정교 성당이 있었는데,

18C에 파괴되었다가,

 

공식적으로는 오스만제국에서 독립하지 못했어도,

실질적으로는 자치를 유지하고 있던

1840년에 다시 건설되었다.


당시 오스트리아에서 유행하던

신고전주의와 바로크 양식으로 건설되서,

둥근 쿠폴의 일반적인 정교 성당과는

사뭇 다른 외관이다.


성당문은 활짝 열려 있고,

입장은 무료다.


방문객 중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세르비아인들도 많은 것 같았는데,

주말엔 항상 결혼식, 세례식으로 바쁜,

베오그라드 주민들이 즐겨찾는 장소란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 대성당은 세르비아 총대주교구의 성당으로

베오그라드뿐 아니라

"세르비아"의 정교회 성당으로도

대표성을 가지고 있으며,

성당 마당에 세르비아 유명인들의 무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세르비아 문자를 만든 인문학자

부크 카라지치의 무덤이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대성당 건너편에는

세르비아 총대주교구 건물(Building of the Patriarchate, Зграда Патријаршије)[지도 15]이 있는데,

1935년 건설되었다는 이 건물은

둥근 쿠폴과 번쩍이는 금빛 장식이

정교회 성당처럼 생겼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그 남쪽에는 류비차 공후부인 저택(Princess Ljubica's Residence, Konak knjeginje Ljubice)[지도 6번]이 자리잡고 있다.


류비차 공후부인은 19세기 초

오스만제국에 대항하는 봉기를 일으켰던,

세르비아 왕국의 대공

밀로슈 오브레노비치(Miloš Obrenović)의 부인이다.


당시 왕 밀로슈 오브레노비치가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거처로

새로 지은 궁전이다.


궁전치고는 좀 소박해보이지만,

19세기 세르비아 건축의 중요한 기념비라고 하며,

현재는 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입장료는 일반 200 디나르(약 2천원),

할인 100디나르고,

입장시간은 요일마다 다르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3. 미하일로 공후 길(Knez Mihailova Street, Ulica knez Mihailova)


세르비아 정교 대성당 동쪽으로 올라오면

이제 본격적으로 구시가에 접어든다.


그 구시가로 가는 길에 눈에 띠는,

고풍스러운 장식이 있는 거대한 건물은 세르비아 국립은행(The National Bank of Serbia, Narodna banka Srbije)이다.


1884년에 설립되어,

"세르비아 왕립은행",

"유고슬라비아 국립은행"을 거쳐

현재는 "세르비아 국립은행"이 된 역사적 장소로,

그냥 멀리서 봐도

뭔가 중요한 곳인 것같이 보이는 외관에,

젊고 건장한 경비병들이 은행 앞을 지키고 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제 그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베오그라드 구시가의 보행자 전용 거리인

미하일로 공후 길[지도 16]이 나온다.


미하일로 공후

밀로슈 오브레노비치와 류비차의 아들로

19세기 초중반 세르비아를 통치했다.


미하일로 공후 길의 한쪽 끝에서 구시가가 끝나고,

20세기 건물이 가득한 대로가 시작되고,

이 길의 다른 한쪽 끝에서 구시가가 끝나고

칼레메그단 요새가 시작된다.


베오그라드 구시가의 중심을 관통하는 거리다.


칼레메그단 요새로부터 이어지는 이 길은   

로마시대부터 있던 길로,

새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 땅을 파니,

로마시대의 유물이 다량 출토되었다고 한다.


이후 오스만제국 지배 시기를 거치고

19C에 들어 서구 스타일의 시가지로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고,

부유한 상인과 유명인사들의 저택을 지으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지금도 이 길 양 옆의 건축들은

서구적이면서 고풍스럽고 또 고급스럽다.


상점들과 레스토랑, 카페들,

제법 큰 가로수들과 많은 보행자들로

낮이건 밤이건 활기가 넘친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둘째날엔 이 길을 걷는데 해가 지길래,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봤다.


(동영상:미하일로 공후 길)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 길 북쪽 끝엔 베오그라드 시립 도서관(Biblioteka grada Beograda)이 있다.


도서관 건물치곤 너무 아담하다 싶었는데,

원래는 1869년 세르비아 크루나 호텔(Srpska Kruna Hotel) 건물로 건축된,

당시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모던한 건물이었단다.


이후 유고슬라비아 시절

"세르비아 국립도서관"으로 사용되다,

1970년부터 베오그라드 시립도서관이 되었다.


워낙 내가 도서관 덕후인데다가

건물 자체가 예쁘길래 한번 들어가봤는데,

좀 작긴 하지만 도서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베오그라드에 오래 머무르게 되면,

아마도 여기 등록해서 자주 다닐 것 같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좀더 남쪽에

높은 그리스 이오니아식 기둥을 

외벽에 반각으로 새기고,

그 위에 거대한 인물상을 배치한,

그래서 어딘가 조악하지만,

또 그래서 특별해 보이는

젭테르 박물관(Zepter Muzej, Zepter Museum)

1920년대 최초의 크로아티아 저축은행 건물로 지어졌단다.


은행보다는 박물관처럼 보이도록

내부 인테리어를 했다는데,

결국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된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세르비아 과학예술 아카데미(Serbian Academy of Sciences and Arts,  Srpska akademija nauka i umetnosti (SANU))는 오스트리아 분리파(Seccession)양식으로 1920년대 건축되었다는데,

장식적 요소가 많은

눈에 확 띠는 거대한 건물이다.


난 세르비아 과학예술 아카데미 남쪽 1층에 있는

"이보 안드리치 서점"에 들어가봤는데,

좋은 책도 많고 쾌적하고,

서점이 꽤 괜찮았다.


그래서 그냥 구경만 하러 들어갔다가,

결국 책도 서너권 사서 나왔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보 안드리치 서점 앞엔

델리스카 급수대(Delijska česma)가 있다.


원래 1848년에 처음 지었다 

3번이나 없애고 다시 지었고,

현재의 급수대는 1987년에 세운 거라 하는데,

세르비아 사람들이

여기서 물을 받아 먹길래,

나도 받아 먹었다.


난 둔해서 물 맛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는데,

더운 여름날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물인 건 확실하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4. 대학 공원(Studentski park) 근처


내 직업 때문인지,

아님 다른 사람들도 원래 그런지 모르지만,

 

난 낯선 도시에서

서점, 도서관, 대학 뭐 이런 데 가는 거 좋아한다.


베오그라드에 가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여러 대학 학부들이 한 군데 모여 있고,

그 가운데 커다란 공원도 있고,

주변에는 일종의 "대학가"가 형성되어 있는데,

그게 중심가에 있다는 거였다.

[지도 16과 29 사이]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선

여러 대학 학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자그레브뿐 아니라

보통 유럽 대도시는 많이 그런 것 같은데,


베오그라드에는 학부들이 몰려 있고,

학술서적을 파는 서점들도 몰려 있고,

학생들이 값싸게 먹는 식당들도 모여 있고 그렇다.


난 이 근처 식당에서 저녁도 먹고,

학술서를 주로 파는 작은 대학서점에서

괜찮은 책들을 발견하고,

결국 여기서도 또 책을 샀다.


이제 겨우 11박 12일

구 유고슬라비아 발칸반도 여행을 막 시작했고,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어서

그 많은 책을 들고 다닐 수 없어  

다음날 우체국에서 한국으로 부쳤다.


여행이 끝나고 크로아티아로 돌아가서

서점을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니,

적어도 내 전공서적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보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더 좋은 책이 많았다.


아무튼 그런 서점도 있고,

여러 대학 학부들도 모여있는

그 대학가 중심엔 대학 공원이 자리잡고 있는데,


대학 공원이라고 대학생이나 교수, 교직원만

이용하는 곳은 아니고,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크기가 크진 않지만,

벤치에 앉아서 그리고 풀밭에 앉아서 쉴 수 있는,

도심 속의 편안한 공간이다.


19세기 후반에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대학 공원"이라고,

서양 학문의 시작인

고대 그리스적인 장식을 여기저기 넣은 걸 보니  

괜히 미소를 짓게 된다.


한편으로는 너무 뻔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그런 섬세한 디테일이 예쁘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대학 공원 서쪽에 있는 미샤 선장 건물(Captain Miša's Mansion, Serbian: Капетан Мишино здање)은 베오그라드 대학 행정 건물이다.


미샤 선장은 19세기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으로,

처음엔 손녀의 결혼 선물로 이 건물을 지었다가

결국 당시 고등학교 건물로 기증했다.


1863년에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최근에 리모델링했는지 새 건물처럼 보이고,

이 근방에서 가장 눈에 띤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흔히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고들 한단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그리고 이건 미샤 선장 건물에서 멀지 않은

베오그라드 대학 인문학부(Filološki fakultet)다.


건축 자체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건물 밑의 통로를 통해

길과 길이 연결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문학의 역할이 바로 그렇게

학문 사이를 연결하고,

생각의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

인문학 전공자로서 혼자 괜히 감탄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건 근처에 있던 베이커리인데,

좋은 아침과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라고 쓰여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5. 공화국 광장(Republic Square, Trg republike)


미하일로 공후 길 남쪽 끝에는 공화국 광장[지도 3]이 있다.


공화국 광장엔 18세기까지

이스탐불 문(Стамбол-капије)이 있었는데,

터키 이스탐불을 향해 난 이 문에서

오스만제국의 터키인들이 

세르비아 반군을 처형하곤 했다고 한다.


따라서 오스만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자마자

이 악명높은 이스탐불 문은 제거되었다.


길 건너편에 1869년

국립극장이 건설되기도 했지만,


이스탐불 문이 제거된 자리 자체는

30년 가까이 아무 것도 세우지 않은채

방치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1882년 미하일로 공후 동상을 세우고,

1903년엔, 현재 국립박물관 자리에

베오그라드 최초의 은행 건물이 들어서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018년 현재 베오그라드 공화국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뭐니뭐니해도

세르비아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Serbia, Narodni muzej Srbije) [지도 18번]이다.


은행 건물로 사용하기 위해

1903년 신 르네상스와 신 바로크 양식으로

건설된 현재의 건물이 국립 박물관이 된 건

1950년부터라고 한다.


2018년 7월에 갔을 때는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고,

오랫동안 줄에 전혀 변화가 없어 보이길래,

난 그냥 줄서기를 포기하고 안 들어가기로 했는데,


알고보니,

2003-2018년 박물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박물관의 일부분만

무료로 개방하고 있었고,

그 사람들은 그 무료 전시를 보기위해 줄을 선

관람객들이었던 거다.


원래는 2018년 6월에 재개장 예정이었는데,

올해 말까지는 리모델링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한동안은

그렇게 꽤 오래 줄을 선 후

무료입장하여 관람해야할 것 같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박물관 앞 동상의 주인공은

미하일로 공후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박물관 벽엔 다른 인물들의 얼굴도 붙어있는데,

아래 사진 왼쪽은 국립 박물관의 설립자인

요반 포포비치,

오른쪽은 초대 국립 박물관장인

미하일로 발트로비치라고 적혀 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그 밖에 여전히 나는 알 수 없는 

세르비아 유명인사들의 등신대가

잔디밭에 서 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공화국 광장 동쪽 길 건너엔

국립극장(National Theatre, Narodno pozorište)이 있다.[지도 2번]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6. 테라지에(Terazije) 


베오그라드 시내 곳곳엔

관광지가 표시된 지도가 배치되어 있고,

걸어서 5분거리, 15분 거리 등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도 알려준다.


아래 지도는 테라지에 지역 근처에서 찍은 건데,

테라지에[지도 5번 근처]는

"공화국 광장" 남쪽에 자리잡은 번화가다.


테라지에는 터키어로 "물 저울"이라는 뜻으로,

예전에 이 곳에 저수지가 있었고,

지금도 이곳에 지하수가 흐른다고 한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이정표 중 하나는

모스크바 호텔(Hotel Moskva)인데,

1908년에 건설된,

100년도 넘은 건물이다.


지하수가 많이 흐르는 동네답게,

호텔 앞엔 아름다운 흰색 분수가 있는데,

베오그라드 최초의 현대적 분수인,

테레지에 분수(Terazije fountain, Terazijska fontana)다.


현재 분수는 1927년에 만들어졌는데,

예전에 이 자리에 있던 분수가 설치된 해인

1860라는 숫자가 몸통에 새겨져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모스크바 호텔보다 좀 더 남쪽의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동상(Споменик цару Николају II)

제1차세계대전 발발 100주년 기념으로

2014년 러시아가 세르비아에 선물한 것이다.


전쟁 발발을 뭘 기념까지 하나 싶지만,

1차세계대전에서 오스트리아가 패전하면서

그 지배 하에 있던 여러 나라들이 독립하고,

남쪽에 있는 슬라브인들의 국가,

유고슬라비아가 성립될 수 있었기에,

세르비아인들에겐 긍정적 사건일 수 있다.


그리고 그 1차세계대전 발발의 직접적 사건인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의 장본인이

세르비아계 청년 프린치프이기도 하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7년엔 원래 소녀 공원(Девојачки парк)이었던,

이 동상이 서 있는 공원을

알렉산드르 공원(Парк Александров)으로

개명했는데,

2016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러시아 알렉산드르 예술단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모스크바 호텔"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알렉산드르 공원"이라는 이름과

"니콜라이 2세 동상"도 그렇고,

세르비아는 러시아와 매우 가까와 보인다.


실제로 현재도 관계가 좋을 뿐 아니라,

1990년대 세르비아가 코소보와 전쟁할 때도,

코소보 편에 섰던 NATO 연합군과 달리,

러시아는 같은 정교국가인 세르비아의 편에 섰었다.


그렇게 계속 테라지에 남쪽으로 내려가면

니콜라 파시치 광장(Nikola Pašić Square, Trg Nikole Pašića) [지도 24번, 10번 근처]이 나온다.


1950년대 처음 이 광장이 만들어졌을 때는

마르크스, 엥겔스 광장(Трг Маркса и Енгелса)이었는데,

1990년대 초반 공산체제가 무너지면서,

광장은 20세기초 세르비아 수상이었던

니콜라 파시치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이 광장 가운데 자리잡은

니콜라 파시치의 동상은

1998년에 세워진 것이라는데,

동상의 느낌이 꽤나 공산주의스러워서,

나는 훨씬 더 오래된 동상인 줄 알았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니콜라 파시치 광장에는

베오그라드 시청, 대통령궁,

그리고 유고슬라비아 역사박물관(Историјски музеј Србије)이 있다.


아래 사진이 유고슬라비아 역사박물관인데,

박물관 앞 커다란 플래카드는

"카라조르제(Karađorđe)의 죽음"이라는 기획전을 알리고 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조르제(đorđe)"가 영어 이름 George라,

"카라조지"라고도 음차되는

카라조르제는

19세기 초반 오스만제국의 지배에 대항하는

봉기를 주도한 혁명가로,

19세기-20세기 초

세르비아 카라조르제 왕조의 창시자이다.


나는 그 이름을 왕조로만 알고 있었는데,

세르비아에 갔을 때,

특히 베오그라드에서 그의 이름을

여기저기에서 자주 발견하고,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서 찾아봤다.


그런데 카라조르제는

처음부터 귀족이고 왕족이었던 게 아니라,

그냥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독립운동가, 혁명가로 활동하다

평민으로 죽었다.


그런데 그가 죽고나서 나중에

세르비아 왕조 오브레노비치(Obrenović)가에서

대를 이를 후손이 없을 때,

카라조르제의 후손들이 세르비아 왕이 되면서,

카라조르제 왕조가 형성된 거다.


그렇게 카라조르제 왕조는

제2차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계속됐다.


한국에서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보통 가난하고 힘들게 산다는데,

세르비아에선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왕이 되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아니 어쩌면 한국이 이상한 건지도 모른다.


그 카라조르제 사진이 걸린 건물에서

좀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신바로크 양식의

국회의사당(the National Assembly, Народна скупштина)이 보인다. [지도 10번]


비엔나에서 본 건물이랑 지붕이 비슷해서

오스트리아 건축가 작품인가 했는데,

세르비아 건축가가 설계했고,  


1907년에 건설이 시작되어

1936년에 완공되었는데,

발칸전쟁, 1차세계대전, 세계대공황으로

건설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나는 막연히 세르비아가 

1991-1995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와의 전쟁,

1998-1999년 코소보 전쟁의

공격자, 가해자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르비아 국회의사당 앞엔,

당시 사망한 세르비아인들의 가족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와 사진들이 있다.


우리가 보던 뉴스 이면의 실제 삶 속에선

세르비아도

그리고 그 국민들도 전쟁의 피해자였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느낀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7. 20C 세르비아


그 밖에 베오그라드에서 만나는 다른 건축들은

매우 20세기적이다.


테라지아와 슬라비아 광장 사이에 있는

베오그라쟌카(Beograđanka)는 베오그라드 황금기의 대표건물이다.[지도 13번]


2차세계대전이후 사회주의 국가가 된

유고슬라비아는

1960-1970년대 황금기를 맞았는데,

당시 건축된 "고층건물"이다.


여행안내문에

"베오그라드의 skyscraper"라고 표현되던데,


지상 24층, 지하 5층이라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아니지만,

베오그라드 시의 소유인 이 건물은

세르비아인들에게 그 상징성이 크단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베오그라쟌카 남쪽엔

슬라비아 광장(Slavija Square, Trg Slavija)[지도 7번]이 자리 잡고 있다.


슬라비아 광장은

한 가운데 거대한 분수가 있고,

그 분수 주위로

빠른 속도를 내며 달리는 차들이 턴을 하는

일종의 로터리다.


성 사바 성당 가는 길에 여길 지났는데,

마치 19세기의 거리를 거닐다

갑자기 21세기로 시간이동한 기분이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슬라비아 광장에서 동쪽으로 가면

멀지 않은 곳에

니콜라 테슬라 박물관(Nikola Tesla Museum, Muzej Nikole Tesle)이 있다.[사진 32번]


에디슨과 함께 작업하며

전기 송신과 관련한 발명을 한 유명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크로아티아 북부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세르비아 정교도였다.


유고슬라비아 시절엔 아무런 문제도

안 될 이야기지만,


이제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가

다른 나라가 되었고,


그나마 서로 사이도 안 좋은데,


테슬라 이후에 그만한 인지도의 과학자를

배출하지 못한 두 나라에게

니콜라 테슬라는

가장 중요한 세계적 유명인사다.


그래서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모두

테슬라가 자기 나라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두 나라 모두에 "테슬라 박물관"이 있다.


난 크로아티아 테슬라 박물관은 들어가봤지만,

세르비아 테슬라 박물관은

문닫는 시간인 6시 거즘 다 되어서 가는 바람에

들어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전시 내용은 비교할 수 없는데,

박물관의 겉모습만 보면,

세르비아의 판정승이다.


그냥 평범한 20세기 회색건물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테슬라 박물관과 달리,

1927년에 건설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테슬라 박물관은

코린트 양식의 원주들도 바깥에 붙어 있고,

발코니 같은 계단도 있고,

나름대로 신경 쓴,

특별히 아름답다고 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매우 특별한 건물이다.


이 박물관의 자료는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도

등재되어 있다니,

내용면에서도

세르비아 테슬라 박물관의 전시가 더 알찰 것 같다.


입장료는 500디나르(약 5천원),

개관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3시까지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8. 성 마르코 성당과 성 사바 성당


성 마르코 성당(St. Mark's Church, Crkva Svetog Marka)[지도 11번]은

국회의사당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전간기, 즉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 사이에 건설된

세르비아 정교 성당이다.


14세기 "제국"을 표방하기도 했던 

네마니치 왕조 시대 전형적인 교회 건축인,

세르비아-비잔틴 양식이라는데,


벽돌 무늬도 특이하고,

쿠폴도 둥근 부분이 짧고 덜 둥글고,

쿠폴 밑을 받치고 있는 부분이

두껍고 길죽한 것도 특이하고,

가톨릭 성당처럼

높이가 매우 높은 것도,

전반적으로 둥글기보다 각진 것도 특이하다.


다른 베오그라드 정교 성당과 마찬가지로

입장은 무료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성 사바 대성당(The Church of Saint Sava, Hram svetog Save) [지도 8번]은

베오그라드 중앙기차역에서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봤던 건물이다.


베오그라드 중앙역에서 멀지 않은

구시가 남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사바 성당에서 구시가로 걸어올라와보니,

한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중앙역에서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가까운 건 아닌데도,

매우 선명하게 보였던 건,

이 성당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성당 앞에 적힌 안내문에는

"발칸반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고 했는데,

인터넷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정교 성당"이라고 나온다.


성 사바(Sava)는 12-13세기

세르비아 왕자이자 정교회 사제로

세르비아 정교회의 첫 총대주교였으며,

세르비아인들에겐 교회, 가족, 학교 등의 수호자인

정교회 성인이다.


16세기말 오스만제국 치하,

세르비아 저항 세력에 대한 보복으로

터키인들이 이 사바성당 터에서

그리스도교 성물을 불태웠고,

19세기 말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20세기 초 이곳에 정교회 성당 축조가 계획되었다.


그러한 이력 때문에,

성당이 세르비아 성인인 "사바"의 이름을

가지게 됐나보다.


하지만 2차세계대전으로 건설이 중단되고,

그 이후 종교를 부정한 공산체제하에서

오랫동안 건설이 진행되지 못하다가,

1985년에야 건설이 재개되었다.


1999년 코소보 전쟁 중 NATO군의 공습으로

공사는 다시 중단되었고,

2017년에야 성당 건물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내부는 아직 미완성이다.


2018년 7월 내가 성 사바 성당 안에 들어갔을 때,

성당 안엔 정말 아무것도 없고,

예수 승천을 묘사하는

천장의 벽화만

이상하리만큼 윤곽이 선명하고 금빛 찬란했다.


이 성당 안의 성화는 

같은 슬라브 국가이지, 

정교 국가인 러시아인들의 작품인데, 

천장 말고 다른 곳엔 

아직 작업을 시작도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아직 완성이 안된,

아무것도 없는 성당인데도

매우 진중한 표정으로 들어와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그렇게 아무것도 없이

천장에 선명한 성화만 있으니,

좀 더 신비스러운 느낌이 있긴 했었다.


성당 앞엔 성당만큼 큰 공터가 있는데,

어린 아이들은 그곳에서 놀고,

또 어른들은 산책하고 그랬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 성당 앞엔 카라조르제의 동상이 있다.


정교는 "보편성"을 추구하는 가톨릭과 달리

그 나라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서,


성당에 국기가 걸려있는 경우도 많고,


또 이렇게 국민영웅의 동상이

성당 앞에 서 있는 게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하얀 도시”라는 이름을 가진

베오그라드는 하얀색과 좀 거리가 있다.


물론 칼레메그단이나

사바 성당 같은 흰색 건축이 있긴 하지만,

베오그라드는 하나의 색보다는

다양한 색이 섞여있는 알록달록한 도시인 것 같다.


베오그라드 구시가의 건축은

매우 19세기적이고, 오스트리아적이고,


그 구시가 바깥의 세상은

그냥 흔한 수도들처럼 대도시들처럼,

콘크리트와 유리로 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에서 건설된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그렇게만 보면 또 그냥 흔한 유럽도시 같은데,

지명을 보면,

수백년동안의 오스만제국의 지배가 남긴

터키어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가보지 않았지만,

베오그라드 구시가 동북쪽엔

터키식 이슬람 사원도 있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기원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역사가 쓰여지기 전부터 역사가 있었던,

매우 오래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구시가 건물들이 19세기 건물 일색인 것도,

유럽도시 치곤 좀 특이하긴 하다.


그전 오스만제국 지배 시기의

건축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면서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300-400년간 축적되었을 터키적인 것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면서,

그렇게 본의아니게

19세기 이후의 건축들만 즐비한

"젊은 도시"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베오그라드는

오래된 도시이면서 또 젊은 도시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밤까지 구시가에 사람이 북적거리고,

또 사람들 표정도 밝은 편이라

젊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짧은 2박 3일 지내고서

한 도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게 좀 뭐하긴 하지만,


적어도 나는 베오그라드 시내를 거닐면서,

그 도시가 겪은

여러 시대와 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그 다양한 색깔을 느낄 수 있었고, 

다양한 것들이 만들어내는 

색다른 에너지와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기대보다 재미있었다.


전반적으로 "젊은" 느낌이긴 해도, 

베오그라드에 오래된 도시의 흔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닌데,

베오그라드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칼레메그단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다음 포스트에선

그 오래된 공간을 둘러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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