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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Nov 18. 2018

도시 안의 작은 도시, 칼레메그단(Kalemegdan)

사바 강와 두나브 강이 만나는 베오그라드 중세 요새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얀 도시"라는 의미의 

"베오그라드"라는 이름 자체가 

바로 이 칼레메그단 요새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칼레메그단 요새는 

베오그라드의 실존적 상징 같은 존재이고,

도시 문장에도 칼레메그단 요새가 그려져 있다.


이건 베오그라드 하수구 뚜껑에 새겨진

칼레메그단 요새.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건 인도에 자동차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세워놓은 말뚝인데,

잘 보면 여기에도 

베오그라드 문장 안에 칼레메그단이 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칼레메그단은 

베오그라드의 가장 오래 전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베오그라드엔 역사로 기록되기 이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베오그라드 구시가에선 

19세기 이전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데,

바로 이 칼레메그단에

19세기 이전 베오그라드의 모습이 담겨있다.


물론 칼레메그단에서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건 

베오그라드 초기, 

즉 기원전이나 로마시대보다, 

주로 중세시대 건축이다.


베오그라드뿐 아니라, 

유럽 도시에 남아 있는 성벽은 

중세식인 경우가 많다.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성벽을 

재건 혹은 증축한,

두꺼운 돌로 높게 쌓아만든 중세식 건축이

이후 수백년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는

건축학적 이유 때문이기도 한 것 같고,


20세기 이후 도시는 수십, 수백배로 확장되어,

그 좁은 성벽 안 공간만을 방어할 수도 없어졌고,

공습이 가능해지면서, 

다변화된 공격에 대비해 방어력을 향상시킬만한 

다른 대체적 건축양식이 나오지 않고 있는,

도시 건축만으로 

외부공격을 방어할 수는 없어진,

군사적 방어전략의 변화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더 나은 다른 방어적 건축으로 대체되지 않은,

이제 군사적 효용이 없어진, 

하지만 예전의 그 방어적 목적 덕분에, 

적의 침입을 쉽게 감지하고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도시 전체가 두루두루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유럽 많은 도시의 중세 성벽은 

중요한 관광지가 되는데,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도 예외는 아니다.


두 개의 커다란 강인 

사바 강과 두나브 강이 교차되는 곳에 

높이 자리잡은 칼레메그단은, 

아직 강가에 고층건물이 없는 베오그라드에서

(사바 강 재건 사업이 진행중이니,

몇년 후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긴 하겠다)

도시 전경과

두 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다른 발칸반도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세르비아엔 산이 많고,

베오그라드에선 구시가에 가기 위해서도

경사진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데,

칼레메그단에 올라가면,

그 경사진 언덕을 올라간 수고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은, 

고생한 몸을 위로하는 

탁트인 풍경과 시원한 공기가 있다.


공원이라 나무도 많고 쉬기도 좋은데,

외부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방문지일뿐 아니라 

시민을 위한 일상적 휴식 공간이기도 해서 

입장은 무료다.


아래 베오그라드 시내 지도에서 

위쪽 1, 19, 30이라는 숫자가 붙은 곳이

바로 칼레메그단이다.


(지도 출처: http://www.srpskivodici.rs/)


관광객이 칼레메그단으로 가는 방법

시외버스터미널에서[위 지도 23번] 

사바 강변을 따라 걷다가 

계단이나 경사진 찻길을 따라 

칼레메그단으로 직접 걸어 올라가는 방법과


베오그라드 시내에서 

구시가[위 지도 3, 16, 18번]를 거쳐 

걸어가는 방법이 있는데,


두 길 다 걷기 괜찮다.


나는 2018년 7월 초, 

짧은 2박 3일 베오그라드에 있으면서,

첫날 낮에 칼레메그단에 가보고, 

탁트인 공간과 전망이 마음에 들어서, 

그리고 일몰이 좋다는 글을 어딘가에서 읽고,

저녁에 두 번을 더 갔는데,

갈 때마다 좋았다.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장소라

아마 며칠 더 머물렀어도 

매일매일 갔을 것 같다.


혹시 베오그라드에 짧게, 그러니까

당일치기나 짧은 1박 2일로 들러서 

이 도시를 두루두루 둘러볼 시간이 없다면,

우선 칼레메그단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칼레메그단(Kalemegdan)이란 이름은

터키어로 "요새"를 의미하는 kale와

"전장"을 의미하는 megdan이 합쳐진 거다.


모든 유럽 성의 원래 목적이 그렇지만,

칼레메그단은 이름부터 매우 군사적이다.


실제로도 베오그라드 역사 속에서 

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었다.


칼레메그단은 기원전 3세기 켈트족이 세운 

신기두눔(Singidunum)이라는 도시로

역사에 첫 등장했는데,

실제로 칼레메그단 북쪽에서 '신기두눔'

고고학 유적이 많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이후 서기 1세기 경 신기두눔은 

로마제국 군대주둔지가 되었고,

칼레메그단 북쪽에 아직도 

그 유적이 남아있다.


4C 말 동로마제국, 

즉 비잔틴제국의 일부가 된 칼레메그단은

5C 훈족, 동고트족의 침입을 받기도 하며,

6-7C 이후 슬라브인, 

세르비아인의 거주지가 된다.


여러 주변국가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전략적 요충지였던 베오그라드는 

11-12C 비잔틴 제국의 지배 하에 놓이는데 

십자군의 주둔지가 되면서,

칼레메그단은 비잔틴식 요새로 재정비되었다.


13-15C 베오그라드는 

헝가리와 세르비아왕들의 지배를 받는데,

15C초 비잔틴제국 내

세르비아 군주(despot)던 

스테판 라자레비치(Стефан Лазаревић) 통치기 

칼레메그단은 대대적으로 재정비되어,

성벽이 두 겹으로 건설되고, 

성벽 안에 성과 탑, 성당, 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이후 16C부터 19C말까지 약 3세기 동안 

베오그라드는 오스만제국의 통치 하에 놓인다.


중간에 17C말 경에 오스트리아가 

베오그라드를 지배하며,

칼레메그단 요새를 재정비하기도 하지만,

다시 베오그라드를 차지한 터키인들에 의해

파괴되기도 한다. 


1867년 터키인들이 베오그라드를 떠나면서,

바로 이 요새에서 

세르비아 공후에게 열쇠를 넘겨주기도 해서, 

칼레메그단은 

세르비아 독립의 중요한 기념비기도 하다.


독립 후 칼레메그단 인근의 개발이 시작됐으나,

1차세계대전 중 칼레메그단 요새와 인근 지역은

크게 손상을 입는다.


1차세계대전 2차세계대전 사이 기간에

지금과 같은 공원과 산책로가 조성되고,

고고학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칼레메그단은 아래 일러스트레이션처럼 생겼다.


크고 작은 동상과 탑, 성벽, 다리 등

서로 다른 시대에 들어선 다양한 건축들이 있다.


(지도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mad_madchen/5845443037)


좀 더 실제 모습에 가까운 아래 지도는 

위 일러스트레이션을 위아래로 뒤집어놓은, 

북쪽이 아래로 간 지도다.


(지도 출처: http://www.beogradskatvrdjava.co.rs/?p=2104&lang=en)


위 지도 위쪽과 왼쪽, 즉 

칼레메그단 동남쪽의 넓은 녹지는

칼레메그단 공원(Kalemegdanski park)인데,

남쪽, 즉 지도 위쪽 부분은

대 칼레메그단 공원(Great Kalemegdan, Veliki Kalemegdanski Park),

동쪽, 즉 지도 왼쪽 부분은

소 칼레메그단 공원(Little Kalemegdan, Mali Kalemegdanski park)이다.


대 칼레메그단 공원에서 사바강 너머 서쪽지역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공사가  

2018년 초 시작 예정이었는데,

 

건설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칼레메그단 공원 쪽 지반이 단단하지 않아 

2018년 7월에 갔을 때도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내년 말 완공 예정으로 공사가 시작된다는

2018년 10월 1일자 기사가 검색된다.


http://rs.n1info.com/a424381/Biznis/Planirano-da-gondola-od-Usca-do-Kalemegdana-bude-gotova-do-kraja-sledece-godine.html


공사가 문제 없이 진행되면, 

2020년엔 이 곳 풍경이 많이 바뀔 것 같다.


위 지도 아래, 즉 북쪽의 녹지는

강에 가까운, 고도가 낮은 지역이라 

아래 요새(Donji Grad, Lower Town)로, 


칼레메그단의 주요 시설이 있는 

좀더 남쪽의 고도가 높은 지역은

위 요새(Gornji Grad, Upper Town)로 불린다. 


이 포스트에선 칼레메그단 관광객들이 흔히 그렇듯, 

주로 위 요새를 둘러볼건데,

지도 윗부분에서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돌겠다.

괄호 안엔 지도의 번호를 병기한다. 




1. 열쇠 이향 기념비(Место предаје кључева 1867, The Keys Handover Memorial)

 

칼레메그단 공원 남쪽 입구의 부조는 

열쇠 이향 기념비[지도 35번]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1867년 4월 6/19일 이 곳에서 술탄 압둘 아지스의 선언문이 낭독되었고, 그것을 통해 베오그라드, 클라도보(Kladovo), 스메데레보(Smederevo), 샤바츠(Šabac) 요새의 관리와 보전이 미하일로 오브레노비치(Mihajlo Obrenović) 공후와 세르비아 군의 관할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 사건의 100주년이 되는 1967년에 세워졌다.


[6/19일이라는 표시는 율리우스력에 따르면 6일, 

그레고리력에 따르면 19일임을 표시하는 것 같다.]


공식적으로 세르비아가 터키로부터 독립한 건

1878년 베를린 조약을 통해서지만,

1867년 칼레메그단에서 열쇠가 전달된 사건은 

세르비아 실제적 독립을 가시적으로 보여준 

세르비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징적 사건이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 어부 분수(Фонтана Рибар, Fountain “Fisherman”)


열쇠 이향 기념비에서 좀 더 북쪽엔 

어부 분수[지도 34번]가 자리잡고 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물고기 대신 뱀을 손을 쥐고 있는 남자의 동상은 

"불운한 어부(Zlosrećni ribar)"라 불리는 

세르비아 건축가의 작품으로,

굳이 "불운한 어부"를 공공장소에 세워놓은 

비관적 세계관(?)도 좀 흥미롭지만,

이 동상과 관련한 재미있는 뒷 이야기가 있다.


이 작품은 1907년 런던에서 열린 

발칸 전시회를 위해

로마에 있는 건축가의 아틀리에에서 만들어졌는데,

 

이 작품을 싣고 가던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에,

건축가는 똑같은 작품을 다시 새로 만들었으나,

알고보니 그것은 오보였다.


그래서 하나는 1912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에 자리잡았고,

다른 하나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구시가 

예수회 광장(Jezuitski trg)에 서있다.


아래 사진이 그것인데,

그 유명한 실연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건물 동쪽이다.


(2018년 7월, Croatia, Zagreb)




3. 동쪽 성벽


칼레메그단은 여러겹으로 둘러싸인 성채인데,

그 동쪽은 이렇게 생겼다.


매우 높은 붉은 벽이 계속되다, 

한참 후에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보인다.


그 높은 벽 바깥도 공원이라, 

산책하고 휴식하고 운동할 수 있는 

쾌적한 녹색 공간이 넓게 펼쳐진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4. 레오폴드 문(Leopold's Gate, Leopoldova kapija)


높은 동쪽 성벽 근처 주차장 옆에 나 있는 

레오폴드 문[지도 10번]은 

17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다.


레오폴드 1세는 17C 후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당시 합스부르그와 헝가리, 세르비아를 통치하며,

세르비아인들의 자치를 보장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5. 진단 문(Zindan Gate, Zindan kapija) 


레오폴드 문을 지나면 눈 앞에 나타나는 

두툼하고 낮은 둥근 탑 두 개를 가진 또 다른 문은 

진단 문 [사진 9번]이다.


15세기 중엽에 건설된, 

진단 문은 서쪽의 군주 문(Despotova kapija)과 

레오폴드 문을 연결하는 문으로 

진단 문 앞뒤로 두 문으로 통하는 나무 다리가 있다.


문 양옆 커다란 둥근 탑엔 방도 있는데,

남동쪽에 있는 계단을 통해 탑 위로 올라,

칼레메그단 동북쪽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Zindan은 터키어로 "지하 감옥"이라는 의미로,

터키인들이 이 문을 그리스도교도를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진단 문의 남동쪽 탑으로 올라가면, 

동쪽의 레오폴드 문도 보이고,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귀여운 작은 관람차가 지나가는 것도 보이고,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북서쪽으로 

멀리 사바 강과 두나브 강이 만나는 곳의 

녹지도 보이고,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아래 요새 루지차 성당(Crkva Ružica, Ružica Church)[지도 13번]도 가까이 보인다.


루지차는 "작은 장미"라는 뜻으로, 

이 성당 자리엔 오래전 정교회 성당이 있었는데, 

16세기 오스만제국의 침입으로 파괴되고,

18세기엔 오스트리아군의 무기고로 사용되었다. 


터키로부터 독립한 19세기 이후엔 

군인 성당으로 변용되다가, 

1차세계대전으로 크게 파손되어, 

1925년 러시아 건축가가 다시 건설했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본 정교 성당과 

느낌이 많이 다른,

세르비아 정교 성당이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루지차 정교회 성당 동쪽으로는

야크시치 탑(Jakšićeva kula, Jaksic's Tower)[지도 11번]이 보인다.


야크시치는 오스만제국의 지배에 저항해 싸웠던 

세르비아 귀족가문이라고 하는데,

이 탑 자체는 

오스만지배 한참 전인 11-15C에 세워졌다.


11세기면 비잔틴 지배 시기지만,

이 탑이 당시 모습 그대로인 것은 아니고,

18C 전술상으로 불필요하다고 여긴 

오스트리아군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전간기인 1937년 재건되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동영상1)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진단 문 위 탑 서쪽에는 

이래서 "하얀 도시"라고 불렸나보다 싶은

하얀색의 기다란 중세식 돌벽이 보인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그 성벽 밑 해자엔 이제 물이 흐르지 않지만,

그 성벽 서쪽 끝엔 성 안으로 들어가는 

동쪽의 마지막 문인

군주 문이 보인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6. 군주 문(Despotova kapija, Despot's Gate)


군주 문[지도 8번]은 칼레메그단에서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전된 중세 건축으로,

15세기에 건설되었다.


이름의 despot는 비잔틴제국에서 

황제의 아들이나 사위를 일컫던 칭호 Δεσπότης로,

15C 칼레메그단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한 

비잔틴 제국의 세르비아 군주(despot)  

스테판 라자레비치(Stefan Lazarević)를 가리킨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군주 문 서쪽에는 군주 탑(Despot Stefan Tower, Despotova kula) 혹은 병영장 탑(Dizdar Tower, Dizdareva kula)이 높이 솟아 있다.


이 탑이 "병영장 탑"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는

18C 이 곳에 병영의 우두머리가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 탑은 1차세계대전 때 크게 파손되었다가 

나중에 복원되었는데,

1960년대엔 천문관측대가 되었다.


군주 탑은 희한하게도 동쪽에서 보면 둥글고,

군주 문을 지나 성 안으로 들어가서

서쪽에서 보면 네모진 모양이다.


네모진 탑 쪽에서는 입장도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검색도 안 되고,

지금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입장료가 50디나르(약 5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했던 것 같은데,


진단 탑에서 본 풍경도 좋았고, 

군주 탑 주변이 그냥 확 뚫려있어서 

거기 굳이 안 올라가도 경치가 잘 보이길래,  

군주 탑에는 안 올라갔는데, 

나중에 보니 거기에 전망대뿐 아니라 

천문관측대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저녁 늦게까지 입장이 가능했었다.


주변에 주거지가 없이 숲이 펼쳐져 있어서, 

밤에는 정말 어둡고,

그래서 별이 육안으로도 많이 보였는데, 

아마 천문관측대에서 보면 

별이 정말 잘 보일 거 같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건 군주 문 앞에 

키릴문자가 옛날식으로 적힌 것이 

오래된 유물인 것 같은 돌이었는데,

무슨 뜻인지는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7. 아래 요새(Dolnji grad, Lower Town) 


이제 군주 문 안으로 들어서면 

서쪽으로 사바 강이 한 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위 요새의 드넓은 녹지가 펼쳐진다.


(동영상2)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런 척박한 돌담에 꽃이 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두꺼운 돌담 너머로 아래 요새도 보이는데,

아래 요새 가장 서쪽에 네보이샤 탑(Kula Nebojša, Nebojša Tower)[지도 19번]이 있다.


이 탑은 15세기 중순에 건설되었고, 

16세기 터키인들은 "하얀 탑" 또는 

"티미슈아라(Timișoara)탑"이라 불렀다고 한다.


네보이샤(Nebojša)는 "두려움이 없다"라는 뜻의 

세르비아식 남자 이름이다.


그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이름을 딴

네보이샤 탑은 원래 "위 요새"에 있었는데,

17세기 후반 그 탑이 파괴되면서,

"아래 요새"의 이 탑이 네보이샤 탑이 되었다.


오스만제국 시절 이 탑은 지하감옥으로 사용됐고,

19C 많은 세르비아 독립운동가들이 이 탑에 갇혔다.


두려움이 없다는 뜻의 "네보이샤"라는 탑 이름이 

"독립운동가"와 매우 잘 어울린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며, 

입장료는 일반 200디나르(약 2000원), 

할인 100디나르, 

개관 시간은 11시-저녁 7시(화-일)이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네보이샤 탑 동쪽으로 18세기 후반에 건설된 

군 취사장(Vojna kuhinja, Military Kitchen) [지도 18번]이 보이는데,

원래 무기고였던 것을 터키인들이 

군인들의 취사장으로 전환해서 사용했다. 


그 동쪽에는 18C 초에 건설된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6세 문(Kapija Karla VI,The Gate of Carlo VI) [지도 17번]이 보인다.


아래 사진에 네보이샤 탑, 군 취사장, 카를 6세 문이 나란히 서 있는 게 보인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8. 데프터다르 문(Defterdarova Kapija, Defterdar's Gate)


데프터다르 문[지도 22번]은 

위 요새와 아래 요새를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로 

위 요새로 오르는 높은 계단 끝에 자리잡고 있다.


데프터다르는 

오스만제국에서 재정관리를 하는 관료이자,

터키 군에서 기록을 담당하는 사람이었는데,

매우 존경받는 직업이어서 

이렇게 문 이름이 된 것이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데프터다르 문 안쪽으로 들어오면 북쪽에

메흐메드 파샤 소콜로비치 급수대(Česma Mehmed paše Sokolovića, Mehmed Pasha Sokolovic Fountain) [지도 23번]가 있다.


메흐메드 파샤 소콜로비치는 

이슬람교로 개종 후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수상까지 역임한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인으로,

이 급수대를 그가 설치해서 그의 이름이 붙었다.


이후 18세기에 오스트리아 군 지배시절

폐쇄되었다가

1938년에 발굴되어,

2006년부터 다시 급수대로 사용되고 있다.


난 급수대 모양도 어딘지 모르게 이국적이고,

수도꼭지 모양도 특이하고,

오스만제국 시절 만들어졌다는 게 신기하기도 해서,

괜히 호기심이 생겨 한번 가서 마셔봤는데,

뭐 물이 특별하게 나쁘거나 좋은 건 모르겠다.


근데 3세기나 터키인들이 사용한 것 치곤, 

명칭 말고는  

터키의 흔적이 너무 적은 칼레메그단에서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터키적인 무언가라는

희소성이 있는 것 같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그 급수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1456년 베오그라드 포위 기념비(Monument to turkish siege in 1456) [지도 25번]가 있다.


기념비에는 세르비아어와 헝가리어로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1456년 7월 22일 이 곳에서 얀코 후냐디의 진두 하에서 베오그라드를 방어하던 사람들이 터키인들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비록 100년 후 16세기에 결국 

오스만 제국의 지배 하에 놓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긴 건 이긴 거니까,


그리고 그래서 터키의 지배 시기를  

1세기나 늦췄으니까 

중요한 사건이긴 한 것 같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9. 승리자 동상(Spomenik Pobednik, The Victor Monument)


승리자 동상 [지도 29번]은 

오스만제국에 대한 승리와

1차세계대전 중 합스부르그제국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928년에 세운 동상으로,

칼레메그단 "위 요새"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높이가 14미터라고 하는데, 

매우 높고 거대한 동상이라 

보자마자 그 규모에 압도된다.


승리자 동상은 

왼손엔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오른손엔 전쟁을 상징하는 칼을 들고,

사바와 다뉴브가 만나는 곳을 보고 서 있는데, 

동상은 높고 거대한데 비해, 

동상과 강변 사이의 간격은 좁아

사진으로 담기 어렵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승리자 동상은 원래 베오그라드 시내 중심부 

테라지예(Terazije)에 설치할 예정이었는데,

이 동상이 나체인 게 당시에 비도덕적으로 여겨져, 

큰 반감과 반대를 불러일으켜서

결국 지금 장소에 

높은 기둥 위에 세워지게 됐다.


그래서 아마 정면이 잘 안 보이게 

강변에 가깝게 설치했나보다.


나중에 자그레브 포스트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비슷한 논쟁이 자그레브 국립극장 앞 

동상 세울 때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과 달리 

당시엔 크로아티아인이나 세르비아인이나 

많이 보수적이었나보다.


(현재 크로아티아엔 누드비치도 있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들어봐도 

특별히 성적으로 보수적인 것 같진 않다.)


당시 세르비아인들은 

이 동상이 "세르비아인"임을 보여주는 

어떤 상징도 지니고 있지 않은 것에도 

불만을 표했다고 하는데, 

지금 보면 그 탈지역성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별로 많이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닌데,

그래도 건축가가 

시대를 앞서간 사람인 건 확실한 거 같다.


승리자 동상 뒤쪽엔

로마 우물(Rimski bunar, The Roman Well)[지도 30번]이 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게 그것이다.


나는 로마 우물이라고 해서 

로마시대 것인줄 알았는데,

18세기 오스트리아인들이 만든거다.


하지만 사람들은 로마 시대에도

이곳에 우물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로마 우물엔 입장이 가능한데,

2018년 현재 

입장료는 일반 120디나르(약 1,200원), 

할인 60디나르이고,

매일 11시-저녁 7시에 개방한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로마 우물 남쪽으로는

구시가로 가는 길이 보이고,


(2018년 7월, Beograd, Serbia)


그 동쪽으론 문화 유산 보전 연구소(Cultural Heritage Preservation Institute)[지도 26번]가 보이고,


(2018년 7월, Beograd, Serbia)


또 그 동쪽으론 17-18세기 오스만 제국의 수상이었던  다마드 알리 파샤 분묘(Дамад Али пашино турбе, Damat Ali-Paša's Turbeh) [지도 24번]가 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10. 시계 문(Sahat kapija, Clock Gate)과 시계탑(Sahat kula, Clock Tower)


현재의 시계 문 [지도 4번]은 17세기에 세워졌는데,

시계 탑이 있어서 그런 이름을 얻게 되었다.


시계탑의 탑은 16세기 오스만제국의 

침입 이전에도 있었는데, 

오스만제국이 베오그라드를 침공할 때 파괴됐다가

18세기에 다시 세워졌고,

지금의 시계는 20세기초에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시계탑엔 입장이 가능한데, 

입장료는 일반 80디나르(약 800원),

할인 40디나르, 

개장 시간은 매일 11시-오후 7시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시계문 남쪽엔 이제는 말라버린 해자가 있고,

그 흔적만 남은 해자 건너편에 군사 박물관(Vojni Muzej, Belgrade Military Museum)[지도 3번]이 있다.


2018년 현재 

입장료는 일반 200디나르(약 2,000원), 

할인 100디나르,

개관시간은 화-일 10시-오후 5시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11. 이스탐불 내문(Unutrašnja Stambol kapija, Inner Stambol Gate)


시계문 남쪽에 이스탐불 내문[지도 2번]이 있다.


18세기초 오스트리아 지배기에 만든 문인데,

합스부르그 제국와 오스만제국 사이의 협약에 따라

18세기 중반 오스트리아군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이후 터키군이 다시 베오그라드를 차지했을 때

재건되어,

오스만 지배 하에서 가장 중요한 문이 되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 문의 남쪽에는 중세 기사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마침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옷차림도 그렇고, 태도도 그렇고,

보통의 현대 근위병처럼 근엄하지 않고,

많이 웃고, 사진도 흥쾌히 같이 찍어주는,

자기 일을 재밌어 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래서 순간 자원봉사자들인가 싶기도 했는데,

그것까지 확인하진 못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12. 일몰과 야경


인터넷에서 읽은 베오그라드에 관련된 글에서

칼레메그단의 "일몰"을 놓치지 말라고 그랬다.


서쪽에 바다가 있는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지역의

여러 해안 도시들에 가면서,

이미 일몰은 여러번 봤고,

 

심지어 영화감독 히치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라 표현한 

자다르 일몰과,  


시베니크 현지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라 자평한

시베니크 일몰을 보느라, 


시행착오와 부분적 성공을 경험한 나는, 

이제 사실 일몰 별로 안 궁금했다.


그런데 베오그라드 첫날 낮에 

칼레메그단을 둘러보면서, 

사바 강과 두나브 강이 만나는 넓은 강,

그 주변의 녹지,

그리고 (높은 건물이 없어) 

그 위로 넓게 보이는 하늘을 본 나는 

칼레메그단에서 보는 일몰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일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난 베오그라드에서 이틀 밤을 잤고,

그래서 두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래서 두번 시도했는데,


자다르 때처럼 이번에도 제대로 된 

일몰을 보지 못했다.


첫날은 베오그라드 시내를 걸어다니다 보니,  

해가 진 한참 후 어둑어둑할 때 

칼레메그단으로 돌아갔고,


두번째 날은 "노비 사드" 갔다가 오느라  

해가 막 진 다음에 8시 30분 다되어 

칼레메그단에 도착해서

아깝게도 일몰의 클라이막스를 놓쳤다.


이게 첫날 일몰 후 모습.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게 두번째날 클라이막스가 지난 

일몰 풍경이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이건 둘째날 노비 사드 갔다오는 버스 안에서 

찍은 영상인데,

내가 조금 더 일찍 도착했다면,

아마 사바 강과 두나브 강을 배경으로 한

이런 풍경을 보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동영상3)

(2018년 7월, Beograd, Serbia)


하지만 아쉬운대로 두 날 모두 

해가 모두 진 어두컴컴한 

사바, 두나브 강을 바라보며,

한참을 칼레메그단 요새 서쪽 담 위에 앉아 있었다.


(2018년 7월, Beograd, Serbia)
(2018년 7월, Beograd, Serbia)


일몰 보는 게 원래 어려운 건지

아님

내가 유독 일몰과 인연이 없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몰 후 어둡고 고요한 하늘을 바라보며,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수천년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한여름 태양의 열기가 따뜻하게 덥혀놓은 

그 돌벽의 온기를 느끼며 앉아 있는 게,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과 

하늘 후 별을 보는 게, 

급한 일도 없고, 

해결할 과제도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게,

또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닌지,

그 길고 높은 성벽 담 위에, 

벤치 위에,

그리고 잔디 위에,

여기저기 가족들이, 연인들이, 친구들이 

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있어서,

조명은 어둡지만 위험하지도 않다.


두 날 모두 일몰 전에 저녁식사를 못한 탓에

밤늦게까지 앉아 있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저녁을 먹으러 구시가로 내려와야 했는데,

아마 그게 아니었으면,

오래 오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겹겹이 쌓인 두툼한 요새의 시간을 등지고, 

여러 겹의 가깝고 먼 대화를 양옆에 끼고,

강과 하늘과 별과 마주하고 앉아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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