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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Dec 30. 2018

코토르 여행의 클라이막스, 성벽 등반

목적 달성보다는 오르는 과정이 핵심인 수직 성벽 투어



코토르(Kotor)는 

몬테네그로 서남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이자,

몬테네그로의 가장 중요한 관광지다.


https://internationalhotdish.com/kickin-it-in-kotor-montenegro/


바다와 산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름다운 코토르엔

일찍이 발칸반도에서 세를 떨쳤던 일리리야인 등이 

기원전부터 거주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처음 역사에 등장하는 건 1세기 로마제국 통치기  

아크루비움(Acruvium)이란 이름이었을 때다. 

       

이후 5세기부터 12세기까지 비잔틴 제국 시절 

그리스어로 데카테라(Dekatera)

즉 "10개의 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미 그 때 10개의 문이 달린 

요새가 형성되어 있었나보다.


12세기말부터 14세기까지는 

세르비아 네만야(Nemanja) 왕조의 지배를 받는데,

당시 네만야 왕조의 강력한 지원으로 

코토르는 크게 성장한다.


이후 15세기부터 18세기 말까지 코토르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는다.


베네치아 공화국 시절 코토르는 

Cattaro[카타로]라 불렸는데,


그리스어식 이름 데카테라(Dekatera)를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 사람들이

이탈리아어식 카타로(Cattaro)로 불렀고, 

그걸 나중에 슬라브인들이 슬라브어식으로 

코토르(Kotor)로 부르게 됐다는 설이 있다.


라틴어 de나 이탈리아어 di는 독립어휘가 아니니,

deka의 de를 전치사로 재해석했다면,

언어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다.


반대로 세르비아 네만야 왕조 시절 

이미 코토르(Kotor)라 불렸고, 

나중에 그걸 이탈리아어식으로

카타로(Cattaro)로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내륙국가여서 

적절한 군사적, 경제적 해상 루트가 없던 

세르비아 왕국이 13-14세기 코토르를

"왕의 도시, 코토르(Котор, град краљев)"

라 칭하며,

세르비아의 전략적 항구로 키우려고 했다고 한다.


역사적 기록이 있으니, 

이 또한 근거있는 주장이다.


아무튼 그래서 "코토르"가 먼저인지, 

"카타로"가 먼저인지, 

그리고

그 어원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코토르가 15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의 일부가 된 건, 

오스만제국에 두려움을 느낀 코토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베네치아 공화국에 

통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코토르는 그래서 

베네치아 공화국 시절 건축들로 가득한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지역과 비슷한 

구시가와 요새를 가지게 되었고,


그 아름다운 베네치아식 건축 덕분에

UNESCO 문화유산이 되었고, 

또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기도 하다.


베네치아 공화국이 무너지고 난 후, 

코토르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초까지 

합스부르그, 러시아, 프랑스의 지배하에 있었고,


몬테네그로 왕 페타르 페트로비치 1세의 도움으로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난 코토르는 

잠시 몬테네그로 왕국의 일부가 되었다가,

19세기 초부터 2차세계대전이 끝나는 1918년까지

다시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후에 유고슬라비아 왕국과 

사회주의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거쳐

현재는 몬테네그로 땅이 되었다.




나는 처음에 몬테네그로 코토르(Kotor)를 

여행루트에 넣을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코토르가 아름답기로 소문 자자한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지방과 비슷한 건,

관광지로서 큰 장점이지만,


약 5개월동안 크로아티아에 머물면서 

이미 달마티아 지방의 여러도시를 방문했던 

나에겐 큰 매력이 아니었다.


그리고 7월초에 여행을 가게 된 난 

성수기에 인기관광지로 여행을 갔을 때 예측되는 

바가지 요금이나  

줄을 서며 버려야 하는 값진 시간, 

선택 하나하나에 동반되는 불필요한 경쟁,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낯선 군중에 대한 피로감 

등도 좀 꺼려졌다.


그런데다가 몬테네그로 부동산의 80%는 

러시아인이 샀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러시아인들이 좋아하는 몬테네그로에서도

가장 핫한 관광지인 코토르에 가면 

분명 러시아인들이 많을텐데, 


거기까지 가서 남의 나라에서 주인행세 하는 

러시아인들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나는 러시아어 전공자이고, 

그래서 비전공자보다는 러시아를 좀 더 잘 알고,

러시아에 대해 남다른 애정도 있지만,


러시아의 국내외 정치 뉴스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한 사건이 몬테네그로 쿠데타다.


몬테네그로가 EU와 NATO에 가입하려하자,

2016년 쿠데타가 일어났는데 실패했고,

결국 2017년 몬테네그로는 NATO에 가입했는데,

그 쿠데타 배후에 러시아가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나랑 이 얘기를 하던 러시아인은 

그걸 그렇게 허술하게 해서 실패하고, 

들통난 게 부끄럽다고 농담했는데,


나는 사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그렇게 러시아가 함부로 

남의 나라 정치에 개입하려 한 것 자체가 

매우 무례하다고 느꼈고,


단지 풍경이 예쁘고 기후가 좋아, 

그냥 거기서 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던

러시아인의 몬테네그로 부동산 대량 매입이

변형된 제국주의적 행보 같아 불순하게 느껴졌다.


포드고리차에서 러시아 관련 기념비들을 봤을 때는,

몬테네그로인들이 러시아를 좋아하나보다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것도 몬테네그로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선물한 것이고,

 


몬테네그로인과 러시아에 대한 얘기를 안해봐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언뜻 보기에 몬테네그로인이 

러시아인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진 않다.


사실 몬테테그로인은 

같은 슬라브어인 러시아어를 금방 배울텐데도,

코토르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주된 "고객"인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로 응대하는 걸 많이 봤다.


그리고 러시아인이랑 말할 때 표정도 별로 안 좋다.


아무튼 여러 이유로 나는 

몬테네그로 유명 관광지인 코토르를 

갈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 


망설이다 선택을 안하면 

항상 나중에 후회를 할 게 뻔하기도 하고,


특별히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딱히 없는데다가 

코토르를 가는 게 루트가 더 자연스러우니,

그냥 코토르도 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별로 오래 있고 싶진 않아서 

그냥 아침 일찍 갔다가, 

밤버스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 떠나는 

꽉 찬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 후 몇 달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베네치아 공화국 시대 건축 같은 인공물뿐 아니라,

아름다운 바다와 산 같은 자연도 있는 

코토르(Kotor)에 가보길 잘 한 것 같다.


단, 하루 일정은 너무 짧아서,

관광 성수기 말고 비수기에 가서, 

3-4일 정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유럽인들이 아드리아해의 핫한 관광지 

코토르를 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Podgorica)나 

크로아티아 대표 관광지 두브로브니크(Dubrovnik)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거다.


같은 나라인 포드고리차에서 코토르는 90Km,

두브로브니크에서 코토르까지는 73Km로 

두브로브니크가 더 가깝고,

어차피 두브로브니크도 핫한 관광지니,

두브로브니크에서 버스나 택시(80-100유로)

코토르까지 가는 방법이 가장 선호되는 것 같다.

 

구 유고슬라비아 지역을 여행 중이던 난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코토르에 갔는데,

버스표는 전날 미리 사 두었다.


포드고리차에서 코토르까지는 

버스로 약 2시간 걸리고,

버스는 거의 한시간에 한 대꼴로 다니고, 

편도 버스표는 7유로다. 


그 전날 내가 7유로를 내고 

막 버스표를 받고 있을 때, 

내 뒤에 서 있던 20대 중후반 남자가 

매표소 직원에게 다짜고짜 

"English or Russian?"이라고 물었다.


매표소 직원이 "English."라고 대답하니,


"How much is bus to Kotor now?"라고 

그가 러시아식 영어로 물었고,

직원이 그에게는 7.5 유로라고 대답했다.


아직 내가 표를 받지도 않았는데 

급하게 끼어든 것 하며, 

영어를 못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용건만 너무 간단한 성의 없는 질문 하며, 

그 러시아인의 태도가 정중하진 않았지만, 


그래서 매표소 직원이 기분 나빠서 

그에게 돈을 더 받은 건 아닌 것 같고, 

아마도 일찍 예매하면 약간의 할인이 있는 것 같다.


크로아티아에서도 그렇고, 

세르비아애서도 그랬었다. 




코토르행 버스는 미니버스였는데, 

빈 자리 하나 없이 만원이었고, 

승객 중에 역시나 러시아인이 많았다.


아침 7시 5분에 출발한 버스는

중간에 유명 관광지 부드바(Budva)를 비롯한 

여러 몬테네그로 도시를 지나

9시 15분에 코토르에 입성했다. 


(동영상1: 몬테네그로 부드바 전경)

(2018년 7월, Kotor 가는 길에 버스 정차한 Budva, Montenegro)


휴가철이라 차가 무지 막혀서 

버스가 코토르에 진입한 후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데 한참 걸렸다.


난 구 유고슬라비아 11박 12일 여행 떠나면서 

내가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의 무게로, 

필요하면 앞뒤로 맬 수 있도록, 

작은 배낭 두 개에 짐을 나눠 쌌기 때문에, 

사실 가방을 계속 들고 다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코토르에서 할 일 중 하나가

성벽 투어인데, 

그 성벽을 올라가는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다고,

옷도 편안하게 입고,

미끄러우니 안전한 신발 신으라 권하는 글을 읽고,


배낭 하나만 들고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두 가방 중 하나를 특별히 무겁게 싼 후 

버스터미널 물품보관소에 맡기기로 했다.

코토르 버스터미널엔 물품보관소가 따로 없고, 

버스터미널 앞에 서 있는 직원분에게 

짐을 맡기고 싶다고 말하면, 

매표소 뒤에 있는 방에 짐을 놓고 가게 해준다.


인터넷엔 2유로를 내야 한다고 써 있었는데,

나한테는 1유로 내라고 하고는 

나중에 짐 찾을 때 필요한 종이 쪽지를 줬다.


그 인터넷 정보가 잘못 되었거나 

짐 크기에 따라 보관료가 다른지도 모르겠다.


아, 그리고 코토르 버스터미널에서 

다른 도시 가는 버스 탈 때

버스요금 말고 

등록비로 따로 2유로를 지불해야 하니, 

잔돈을 좀 남겨두는 것이 좋다.




같은 나라인데도 관광지라고 

코토르는 물가가 포드고리차보다 비싼 편이다. 


특히 구시가가 좀 더 많이 비싼데,

살인적인 물가인 두브로브니크 정도까진 아니고,

보통의 크로아티아 도시 물가 정도인 것 같다. 


커피는 포드고리차보다 약간 비싸서,

에스프레소 커피는 1.3유로, 

우유 넣은 마키아토 커피는 1.8유로고, 


메뉴에 써 있는 걸 보니, 

밥 한끼는 12-20 유로정도로,

포드고리차보다 몇 배는 비싸다. 


그래서 구시가를 나와서 

바다 쪽으로 좀 걷다가, 

현지인들 많아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거기에선 푸짐하고 맛있는 스파게티, 피자가 

6-8유로밖에 안한다. 


코토르가 전반적으로 

크로아티아를 제외한 주변국가나

다른 몬테네그로 도시보다 물가가 비싸지만,

구시가 밖은 많이 비싸지 않은 것 같다. 




코토르는 이렇게 생겼다.


지도의 왼쪽이 북쪽, 오른쪽이 남쪽,

위쪽이 동쪽, 아래쪽이 서쪽인데, 


왜인지 모르지만,

코토르 지도는 대체로 이렇게 생겼다.


지도에서 11번으로 표시된 버스터미널에서 

북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항구가 나오는데, 

그 항구 북쪽에 자리잡은 

삼각형 구시가 위쪽에 요새(Fortress)가 있고,

거기까지 성벽을 따라 올라간다.


https://www.pinterest.co.kr/pin/340232946821001821/


7월초라 날씨가 더운데다가, 

오후엔 관광객이 많이 몰리니, 

오전에 가는 게 좋다는 팁을 인터넷에서 보고,

구시가를 둘러보기 전에 우선 성벽부터 올라갔다.


코토르 성벽 위 요새는 성 요한 요새(Tvrđava Sveti Ivan, San Giovanni, St John Fortress)라 불린다.


코토르 성벽은 9세기부터 19세기까지 

천여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비잔틴 제국 시기에 처음 만들어진 것이 

베네치아 공화국과 오스트리아 지배기에

조금씩 변형되어 지금 모습을 갖춘 것이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도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기다란 성벽이 있지만,

그건 수평으로 연결된 성벽인 반면,

몬테네그로 코토르의 성벽은

수직으로 이루어진 성벽이고, 

계단이 자그마치 1350개란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Montenegro)


코토르 성벽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아래 지도 꼬리달린 화살표가 표시하는 것처럼 

구시가 동쪽에 2개가 있는데,

[이 지도도 왼쪽이 북쪽이다]

성벽으로 오르는 길을 알리는 안내문이 

구시가 구석구석에 있어서 

성벽 가는 길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https://viagallica.com/montenegro/lang_en/ville_kotor_-_ville_close.htm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코토르 성벽은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개방되고,

2018년 현재 성수기, 준성수기 입장료는 8유로다.

비수기인 11월부터 4월까지는 무료입장이란다.


난 인터넷에서 

입장료 3유로라는 정보를 보고 갔는데,

입구에 8유로라고 써 있어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2017년에 쓴 글에도 입장료가 3유로라 하고,

그 이전글에도 대부분 3유로로 적혀 있었는데, 

2018년에 입장료를 급 인상했거나, 

성수기 입장료가 좀 더 비싼가 보다. 


나뿐 아니라 다른 관광객들도 

입구에서 그 가격에 좀 놀라했었고,

내 바로 앞에 가던 20대 일본인 남녀는

결국 성벽으로 올라가지 않고 되돌아갔다.


그래도 두브로브니크 성벽보다 싸고,

거기까지 가서 안 올라가면 후회할 것 같아, 

나는 그냥 올라가기로 했는데,


그래도 3유로에서 너무 많이 가격이 오른 것 같아,

8유로 맞는지 

몬테네그로어로 다시 물었는데,

입구에서 표 검사하는 청년이 대답을 안 한다.


그래서 난 좀 기분이 상한 채로,

그냥 8유로 내고 들어갔는데,


나보다 먼저 왔지만, 

입구에 계속 서 있던 중년의 중국인 남녀가 

6유로밖에 없다고 영어로 말하니까,

그냥 6유로 받고 들여보내줬다. 


거기까지 여행 올 수 있는 중국인이 

6유로밖에 없을 리가 없을텐데, 

그렇게 거짓말하는 것도 짜증나고,

그렇다고 그렇게 들여보내주는 것도 짜증이 났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중국인들이 그렇게 계속 버티고 서 있어서,

지쳐서 내 질문에도 대답 안하고,

마지못해 그들을 들여보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그래서 지금은 이해는 하지만,

그 공정하지 않은 상황 자체에는 아직도 화가 난다. 


이건 내려갈 때 찍은 건데, 

여기가 입구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그렇게 좀 기분 나쁘게 성벽 투어를 시작했는데, 


나름 일찍 간다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아서 줄서서 올라가야 하고, 

사진 찍을 때 다른 사람 안 나오게 찍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난 물과 과일을 배낭 안에 따로 챙겨갔지만, 

그 성벽 안에서 파는 물도 

2.5유로, 1.5유로씩이나 한다. 


올라가면서 계속 

성수기엔 올 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관광객이든, 직원이든, 상인이든 

사람들 때문에 났던 그런 짜증은,


처음엔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에,

나중엔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성취감에 

어느새 희석되어 사라졌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보통은 담쪽의 계단으로 올라가고 내려와야 하지만, 

계단이 "1인용"이라 

올라가고 내려가는 사람이 서로 만나면,

잠깐 기다렸다 길을 비켜주거나,

옆에 "비포장" 길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비포장" 길이 미끄러워서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나도 걸어내려 올 때 한번 미끄러 넘어졌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중간에 성벽의 담장을 보수하는 사람들도 있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빨강 지붕의 구시가도 물론 아름답지만, 

산과 산 사이 좁은 계곡과 

그 사이를 흐르는 바다가 장관이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노르웨이에서 본 피오르드랑 

비슷한 거 같다 했더니,

코토르의 해안이 유럽 최남단 피오르드라 불린단다.


하지만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피오르드와 달리,

코토르의 바다 계곡은 강이 범람해서 생긴

리아스(ria)식 해안이란다.


어쨌든 코토르 해안은 피오르드만큼 아름답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한 20분쯤 올라가면 작은 예배당이 보이고,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잠시 후 건강성모성당(Сrkva Gospe od Zdravlja, Church of Our Lady of Health)이 눈 앞에 나타난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코토르의 건강성모성당은 1518년에 세워졌는데,

비잔틴이나 세르비아 지배 시절 건축이면

동방정교 성당이겠으나,

당시는 베네치아 공화국 시절이었으므로, 

가톨릭 성당으로 지어졌다.


고고학적 자료에 따르면, 

이미 6세기부터 이 자리엔 성당이 있었다고 한다.


이 성당이 약 15-20분 정도 지점이고,

이제 1/3 정도를 온 셈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잠깐 쉬면서 

성당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멀리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2018년 7월, 건강성모성당,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건강성모성당,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건강성모성당, Kotor 성벽, Montenegro)

(동영상2: 코토르 성벽 전망)

(2018년 7월, 건강성모성당, Kotor 성벽, Montenegro)


그리고 이제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이 다음에 비슷한 길이 계속되고, 

멋진 풍경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한동안 특별한 쉼터가 안 나타나서, 

성벽 등반에서 가장 지루하고 몸도 힘든 구간이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그래도 높이 올라갈수록 시야가 점점 넓어진다.


하지만 풍경 자체는 아래에서 보든, 

위에서 보든 모두 근사하다.


처음엔 힘들기만 하고 풍경이 잘 안 보이다가  

나중에 짠하고 멋진풍경이 눈 앞에 나타났으면, 

영화의 클라이막스나 반전에서처럼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멋진 풍경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계속 멋진 풍경을 보여 주니,

오랫동안 좋은 걸 누릴 수 있어서 좋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건강성모성당에서 

20-30분 정도 더 걸으면, 

돌로 만든 작은 성이 등장한다.


궁금해서 올라가보지만, 

그냥 전망 좋은 폐허일 뿐이다. 


그리고 더 높은 곳에 있는 다른 성이 보인다.

좀 더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동쪽으로 지그재그 길이 보이는데, 

코토르 사다리(Ladder of Kotor, Merdevine Kotora)라고 불리는, 

예전에 말들이 지나다니던 길이란다.


커브가 70개라는데, 

그 커브가 만들어내는 모양이 너무 특이해서,

걸으면 어떤 느낌인지 직접 가보고 싶었다.


내가 코토르에 이틀 이상 머물렀으면, 

다음날엔 이 길을 한번 올랐을 것 같다.


(2018년 7월, 코토르 사다리, Kotor 성벽, Montenegro)

(동영상 3: 코토르 사다리)

(2018년 7월, 코토르 사다리, Kotor 성벽, Montenegro)


이제 정상이 멀지 않았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이제 몬테네그로 국기가 꽂힌 

요새의 정상이 눈 앞에 보인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요새의 동쪽엔 작은 성당과 

문명의 흔적이 보이고,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남쪽엔 산을 배경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가가 보이고,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서쪽과 북쪽으론 

리아스 해안과 구시가가 한 눈에 들어온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사람들은 다들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으로 멋진 풍경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베네치아 공화국의 상징인 

날개 달린 성 마르코의 사자(Lav svetog marka, Lion of Saint Mark)가 성경을 들고 통로 위에 있다. 

아마도 15-18세기 베네치아 공화국 통치기 때 만들어졌나보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정상에 올랐으니,

이제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야한다.


그렇게 이 특별한 성벽길을 걸을 기회가 

매순간 상실되는 것은 아쉽지만, 


올라올 때 일부러 고개를 돌려 봐야했던  

아름다운 전경이  

내려갈 때는 특별한 노력 없어도 자연스럽게 

더 자주 더 많이 시야에 들어온다.


단, 내려오는 길이 좀 더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2018년 7월, Kotor 성벽, Montenegro)


코토르 성벽에 오르는데 보통 1시간이 걸린다는데, 

난 천천히 구경하고 사진 많이 찍으면서 

올라가서 그런지,

 

올라가는데 1시간 반, 

내려오는데 1시간 걸린 것 같다. 




소문대로 코토르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구시가도 예쁘고, 

에메랄드 빛 바다도 아름답지만, 

내 코토르 여행에서 만족감의 클라이막스는 

뭐니뭐니해도 성벽 등반이었다. 


차근차근 한발 한발 발을 딛어 

멀어만 보이던 정상에 드디어 도달했을 때,

땀흘린 노력 후에 받는 보상의 짜릿함이 있었다. 


그리고 정상에서 느끼는 그런 성취감뿐 아니라,

그곳을 올라가고 또 내려가는 과정, 과정이,

그리고 잠깐 쉬면서 보는 그 풍경 하나하나가

매순간 설레고, 

매순간 만족스러웠다.


케이블카 없이 직접 올라가야 해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단 경험담도 읽은 적 있는데, 


물론 몸이 약하거나 불편한 사람들이 

그 전망을 즐길 수 없는 건 좀 안타깝지만,


나는 그렇게 직접 두발로 올라가는 방법밖에 없어,

어떤 다른 지름길도 없이,

어떤 다른 편법도 없이, 

그냥 모두다 똑같은 노력을 하면, 

똑같은 걸 성취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그리고 여긴 정상에 좋은 전망이 몰려 있지 않고, 

위아래로 골고루 배분되어 있어서,

좀 아래에서 봐도 

전망이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에,


그렇게 특별한 한 점을 목표로 오르는

케이블카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케이블카를 탔으면 5분밖에 못 봤을 

그 근사한 풍경을,

2시간동안 즐길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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