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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Dec 28. 2018

"포드고리차엔 뭐 하러 왔어요?"

그냥 한번 가 본 "작은 산 아래"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숙소에서 체크인할 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숙소 주인이 물었다.


"포드고리차엔 뭐 하러 왔어요

(Zašto si išla u Podgoricu)?"


난 그 간단한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그냥 웃었다.


한편으론 반드시 거길 가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질구레한 이유가 너무 많아,  

한 문장으로 대답할 수 없었기도 했다.


우선 몬테네그로에 간 건 

언어 덕후로서 몬테네그로어가 궁금해서였다.


크로아티아어로 말해도 소통이 되나 궁금했는데,

예상대로 몬테네그로어도 세르비아어처럼 

크로아티아어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러시아인들이 몬테네그로를 아주 좋아하는데,

뭐가 그렇게 러시아인을 끌어당기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 몬테네그로 중에서도 포드고리차에 갔던 건,


우선 포드고리차가 몬테네그로의 수도여서, 


그리고 이름 "포드고리차(Podgorica)"가 

"작은 산(gorica) 아래(pod)"라는 뜻인데, 

도대체 정말 작은 산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리고 다들 "포드고리차"는 볼 게 없다던데,

여행하면서 워낙 좋은 거 많이 봐서,

이제 "볼거리"엔 크게 감동하거나 실망하지 않는 난, 

도대체 얼마나 볼 게 없는지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삐딱한 마음도 있었다. 




대외적인 국명 "몬테네그로(Montenegro)"는 

이탈리아어에서 온 이름이고,

몬테네그로어론 츠르나 고라(Crna Gora)다.


둘 다 "검은 산"이란 의미로, 

몬테네그로 남서쪽 로브첸(Lovćen)산

한여름 짙은 녹음으로 덮인 모습에서 나왔다.

 

13C 세르비아 왕이 처음 언급했다고 하니, 

세르보크로아티아어식 "츠르나 고라"가 먼저인데, 

외국엔 이탈리아어 "몬테네그로"로 알려진 거다.


슬라브어에서는 "짙은 색"을 

"검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러시아어에선 귀리로 만든 갈색 빵을 

"흑빵(чёрный хлеб)"이라 부르고,


특별히 검은 것이 없는,

우크라이나 남쪽의 짙은 색 바다도  

"검은 바다"란 뜻의 "흑해"가 되었다.


하긴 이건 슬라브어만 그런 건 아니라서,


"흑인"의 피부색이나 

"흑맥주", "흑설탕"의 색깔이 갈색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에서 "흑"이라는 접두사를 붙인 건 

그게 "어두운 색", "짙은 색"이기 때문일 거다. 


피부색의 경우엔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다.


"검은 산" 몬테네그로엔 

9세기경 슬라브인이 살기 시작했는데,


12세기 세르비아 왕국의 땅이 되었다가,


일부는 15세기-19세기 중반까지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고,


또 다른 일부는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지역처럼

베네치아 공화국, 나폴레옹 프랑스, 오스트리아

지배를 받는다.


이후 19세기 중반부터 1918년까지는

몬테네그로 공국과 몬테네그로 왕국이 되고, 


그 후엔 유고슬라비아 왕국과 

공산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부가 된다.


1991-1995년엔 유고 연방에 속한 채로, 

독립을 원한 크로아티아, 보스니아와 전쟁을 했고,


1999년엔 적극적으로 가담하진 않았지만,

코소보전쟁으로 NATO의 공습을 받기도 했다.


2003년엔 해체된 유고연방의 후신인 

세르비아-몬테네그로라는 나라였다가,

2006년엔 독립국가 몬테네그로가 되었다.


(2006년 세르비아-몬테네그로라는 국명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에 출전했었다.)


2017년엔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반대 속에 

NATO에 가입했고, 

현재는 EU 가입을 꿈꾸고 있다.




몬테네그로는 서북쪽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유고연방이던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코소보 그리고

남동쪽에 알바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남서쪽은 아드리아해를 향해 열려있는데, 


그 연안 도시 부드바(Budva)코토르(Kotor)는 

크로아티아 연안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풍광과 온화한 기후 때문에

국내외 여행객이 많이 방문하는 

발칸 유럽의 중요 관광지다.


http://www.kolovrat.org/montenegro-political-map/montenegro-road-maps-montenegro-political-map/


난 몬테네그로의 두 도시, 

즉 볼 것 없다지만 그래도 수도인 

포드고리차(Podgorica)와 

볼 것 많은 걸로 소문난,  

몬테네그로 대표관광지 코토르(Kotor)를 방문했다. 


한국인은 몬테네그로에 비자 없이 입국 가능하다.


통화는 유로를 쓰는데, 

관광지는 좀 더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크로아티아 관광지보다 싼 편이고,

관광지 아닌 포드고리차 물가는 매우 싼 편이다.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테를 "마키아토",

양 많은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는 

"도이치 커피"라고 하는데, 


(커피 이름에도 여러나라의 지배를 받은 

몬테네그로의 역사가 담겨 있다.)


포드고리차에선 그런 커피가 1.3유로고,

밥 한 끼도 5유로 내외로 

물가가 대체로 한국보다 저렴한 것 같다.





나는 2018년 7월 초, 

크로아티아에서 출발해서 시계 방향으로 

"세르비아 - 코소보 - 몬테네그로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거쳐 

다시 크로아티아로 돌아오는 루트로 여행중이라,

일정상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에서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로 버스를 타고 갔다.


지지난 포스트에서 구구절절 이야기한 것처럼 


이상하게도 이웃나라인 코소보 수도에서

몬테네그로 수도까지 가는 교통편이 별로 없어서,

저녁 7시에 출발해서 새벽 3시에 도착하는

매우 불편한 시간의 버스를 예매해야 했다.


프리슈티나 버스터미널에서 

저녁 6시 45분쯤 버스에 올랐는데, 

낡은 버스는 만석이었고, 

서서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버스 차장이 나를 보자마자 

"Podgorica(포드고리차)?"라고 물었는데, 

내가 여행할 땐 한 명도 못 봤지만 

그 버스로 포드고리차 가는 동양인들이

그래도 가끔 있거나, 

그 버스 타고 외지인이 갈만한 데가 

거기밖에 없나 보다.


프리슈티나에서 포드고리차까지 약 300km니까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인 건데, 

이 버스는 여기저기 구석구석 작은 도시들에 

다 정차하는 그런 완행 버스라서

(하긴 버스가 하루에 한두 대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다)

8시간이나 걸렸다.


발칸반도 쪽은 여기뿐 아니라 다른 데도 

지도상으로는 멀지 않은데, 

버스 타고 가면 한참 걸리는 경우가 많다.


2시간이 지나 8시 45분쯤 

Dardanët이라는 코소보 서쪽 도시에 도착했는데, 

사람들 많이 내려서,

이제 서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밤 10시에 코소보 국경에 도착했고, 

승객은 버스에서 내리지 않은 채로,

차장이 여권을 걷어가서,

10시 20분경 다시 여권을 되돌려줬다.


세르비아에서 코소보 들어갈 때는 

아예 국경수비대가 없더니,

코소보에서 몬테네그로로 나갈 때도

검사를 별로 까다롭게 하지 않나보다.


그리고 10시 35분경 

몬테네그로 국경에 도착했는데,

이번에는 좀 늦게 11시 05분경 여권을 돌려줬다. 


난 여권 받기 기다리다 자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여권을 나눠준 차장이

나를 깨우더니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국경수비대 남자분이 내 여권 보면서 

버스 차장에게 심각한 얼굴로

남한인지, 북한인지 물어보길래,


내가 크로아티아에서 배운 그 말로

Ja sam iz Južne Koreje

(저 남한 사람이예요).

라고 말했더니,


국경수비대가 웃는 얼굴로 

Govoriš li crnogorski?

(몬테네그로어 할 줄 알아요?) 

라고 물었다.


그가 하는 말은 할 줄 알지만,

정확히 말해 몬테네그로어를 배운 건 아니라,  

Da. Učila sam vaš jezik u Zagrebu.

(네, 자그레브에서 당신네 말 배웠어요.)

라고 말했더니, 


좀 더 환하게 웃는 얼굴로

"Crveni je pasoš Sjeverne Koreje , a zeleni - Južne Koreje (북한 여권은 빨강, 남한은 초록)"

이라고 한다.


그걸 아는 사람이 도대체 왜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밤 

버스 밖으로 나를 부른 걸까?


아무튼 그래서 결국 아무 문제 없이 

여권을 돌려받았다.


그렇게 국경을 건너고 나서, 

두어 번 정차를 더 했고, 

1-2시간 정도 지연되면 좀 더 잘 수 있었을 텐데, 

애석하게도 예정된 시간인 3시 정각에 딱 맞춰서

버스는 포드고리차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승객들이 깜깜한 새벽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버스는 어디론가 또 떠났다.


코소보 프리슈티나에서 버스표 예매할 때, 

새벽 3시에 도착하는 별 그지 같은 시간표에 

심하게 짜증이 났는데,

알고 보니 포드고리차가 종점이 아니었던 거다.


두 나라를 오가는 버스가 

당연히 수도에서 수도까지 갈 거란 생각은 

너무나 한국적 세계관이었다는 걸 순간 깨달았다.


우선 사방이 다른 나라로 연결되는 유럽에선 

수도가 최종 종착역이 아닌 경우가 많고,


또 한국처럼 수도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지 않은 나라도 많아서, 
모든 교통이 꼭 수도를 향하진 않는데 말이다.

그렇게 너무 일찍 포드고리차에 도착한 

다른 외국인 여행자 7-8명과 함께 

버스터미널 안에서 해뜨기를 기다렸다. 


옆 사람이랑 이야기도 하다가,

터미널 벤치에 앉아 자다가 

신문도 좀 읽다가, 

새벽 5시 좀 넘어 좀 밝아지는 것 같길래 

밖으로 나가봤다. 


해가 뜰락말락 하는 하늘이 너무 근사하다.


"볼 것 없다"는 이 도시가 괜히 좋아진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아직 체크인 시간 멀었지만, 

숙소에 한번 가봤는데, 

번지수가 너무 이상해서 

거의 한 시간 넘게 헤맸다. 


내가 운이 나쁜 건지, 

이 동네가 원래 그런 건지, 

발칸반도에서는 유독 그렇게 길을 헤맸다.




1.


한때 유고슬라비아 지도자의 이름을 따 

티토그라드(Titograd)

즉 "티토의 도시"라 불리기도 했던 

포드고리차(Podgorica)에서는 

"작은 산 아래"라는 뜻에 걸맞게, 

그리고 "검은 산"이라는 뜻의 국명에 걸맞게, 

사방에 짙은 초록빛 낮은 산이 보인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이건 여행안내소에서 받은 포드고리차 지도인데,

이름을 보고 예상했던 "산"이 있을 뿐 아니라,

도시 중심을 크고 작은 "강"이 흐른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https://medium.com/fleka-blog/map-of-podgorica-9f17daa65547)


그 전 여행지인 코소보 프리슈티나에 물이 없어,

간만에 만나는 그 강이 무척 반가웠다.


포드고리차를 남북으로 크게 관통하는 

좀 더 큰 강은 모라차(Morača),

동쪽에서 흘러와 모라차에 합류하는 

작은 강은 리브니차(Ribnica)다.


이 중에서 리브니차 강은 일조량이 많은 여름엔 

강물이 증발해 거의 물이 없고,


좀 더 큰 모라차 강도 별로 깊지는 않다고 하는데,

 

그래도 강변의 나무와 맑은 하늘이 반사되어, 

초록빛과 푸른빛을 띠며 흘러가는 

모라차 강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이나 차가 없어 한적하고, 

강물 흘러가는 소리만 크게 들리니,  

또 청각적 휴식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난 사실 산과 강의 풍경만으로도 

'포드고리차 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모라차 강 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은  

2005년 완공된 

밀레니엄 다리(Milenijumski most, The Millennium Bridge)다.


다리의 하중을 케이블로 지탱하는 

사장교(cable-stayed bridge)로, 

포드고리차 주민들은

이 거대한 다리의 신기술에 대한 자긍심이 크고,

그 외관도 매우 근사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아래처럼 지도에도 로고처럼 등장하고,

포드고리차 중요 관광지 목록에도 항상 껴있다.


https://medium.com/fleka-blog/map-of-podgorica-9f17daa65547


가까이 가서 보면 거대한 다리의 크기에 압도되고, 

다리 양쪽의 케이블들이 비대칭인 것도 신기한데,

난 사실 이 다리가 근사한 건 잘 모르겠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밀레니엄 다리 남쪽엔 보행자용 다리인 

모스크바 다리(The Moscow Bridge, Moskovski most)가 있다.


모스크바에서 몬테네그로 국민에게 주는 선물로 

2008년 건설한 다리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모스크바 다리 서쪽 강변에는 

2004년에 역시나 모스크바시에서 선물한,

러시아인 블라디미르 비소츠키(Владимир Семёнович Высоцкий)의 동상이 서 있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비소츠키는 소련 출신 유명 가수이자 배우로,

한국 드라마 "미생"에 삽입된 노래 

"야생마(Кони привередливые)"의 

작사작곡자이자, 그 걸죽한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출처: 유투브)


물론 비소츠키가 당시 소련뿐 아니라, 

다른 공산 유럽 국가에서도 인기가 있긴 했지만, 

몬테네그로와는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어 

이렇게 동상까지 세웠나 궁금해서 찾아봤다.

 

비소츠키는 1970년대 

소련-유고슬라비아 합작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고,

유고슬라비아영화제에 방문하기도 했을 뿐 아니라,

몬테네그로에 대한 시를 쓰기도 했다.


동상 양 옆엔 몬테네그로어와 러시아어로 

그 시의 일부분이 이렇게 적혀 있다. 


Мне одного рожденья мало,
Расти бы мне из двух корней...
Жаль, Черногория не стала
второю Родиной моей.
단 한번 태어나는 거, 그건 내게 부족하다.
두 개의 뿌리에서 자랐으면 좋았을 걸.
몬테네그로가 그렇게 두 번째 내 조국이
되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건 이 시를 낭송하는 비소츠키 모습인데,

아마 몬테네그로의 어느 해안가에서 찍은 것 같다.

(출처: 유튜브)




2. 시가지


모라차 강 양 옆으로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강변 서쪽과 동쪽 둘 다 비슷하게 번화하고,


강변 동쪽이 좀 더 예전에 생성되었다면,

강변 서쪽은 좀 더 나중에 시가지가 생성되었다.


모라차 강변 서쪽에 

초록 자연 속에 서 있는 이 아담한 건물은 

가까이 가보니 미국대사관이었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이건 1821년 오스만제국에 저항한 그리스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몬테네그로인 

바소 바라예비치(Vaso Brajević) 장군 동상.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이건 독수리를 형상화한 민속춤인 

몬테네그로 오로 춤(Crnogorsko Oro) 동상으로,

독립 몬테네그로 10주년이 되는 

2016년 세운 작품이다.


난 이 동상이 표현하는 이 서커스 같은 춤이 

너무 마음에 들고 또 너무 궁금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춤을 꼭 보고 싶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이건 모라차 강 동쪽에 있는 몬테네그로 국립극장(Montenegrin National Theatre, Crnogorsko Narodno Pozorište).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이건 국립극장 건너편에 있는 페타르 니예고쉬 2세 주교후(Petar II Petrović Njegoš) 동상이다.


페타르 니예고쉬 2세는 

19세기 초 대공이자 주교로, 

몬테네그로의 정치적, 종교적 지도자였으며, 

또한 작가이자 철학자였는데, 

그냥 글을 좀 잘 쓰는 왕자가 아니라, 

세르비아 및 몬테네그로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걸작을 남겼다고 한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몬테네그로 국립극장 뒤쪽으로 걸어가면 

공화국 광장(Republic Square, Trg Republike)이 나오는데,


널따란 광장 한가운데엔 분수가, 

서쪽에는 시립도서관과 미술관이 있고,

주변에 중요한 행정적, 상업적 시설들도 많이 있는

포드고리차의 문화적, 사회적 중심이 되는 장소다.


이 광장 근처에 여행안내센터도 두 군데 있어서,

거기에서 여행 정보와 지도도 얻을 수 있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포드고리차의 중심인 

이 공화국 광장 주변에서 가장 번화한 길은 바로 

헤르체고비나 길(Hercegovačka ulica)이다.


카페, 레스토랑, 상점이 모여있는 보행자 도로로,

오래된 건물들이 아기자기 예쁘고,

현대적이면서,

19세기 유럽 느낌도 나는,

포드고리차에서 가장 예쁜 길이었던 것 같다.


이 길과 교차되는 찻길에도 

양쪽으로 먹고 마실 곳이 가득해서,

거기 앉아서 잠깐 쉬는 것도, 

길 옆 가로수의 머리가 서로 맞닿는 

그 길을 걷는 것도 좋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공화국 광장 남쪽 

니예고쉬 길(Njegoševa street) 끝엔

러시아 민족시인 푸쉬킨(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과 그의 아내 나탈리야의 동상도 서 있다.


이 또한 2002년 모스크바 시의 선물이란다.


몬테네그로의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포드고리차에서도 이렇게 

러시아적인 걸 자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걸 다 

러시아에서 선물한 것일 줄은 더더욱 몰랐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이건 그 길 건너편에 있는, 

19세기말 20세기초  몬테네그로 왕국의 마지막 왕

니콜라 1세 동상(Monument to King Nikola)이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니콜라 왕 동상 동쪽엔 

왕의 공원(King's Park, Kraljev park)이 있는데,


이 몬테네그로 왕의 공원 입구에는 

마땅히 있을 법한 몬테네그로 문장과 함께 

예상치 못한 아제르바이잔의 문장이 있고, 


입구의 아치와 공원 곳곳엔 

아제르바이잔 특유의 8각별이 새겨져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경제적 지원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2013년 재개장했기 때문이다.


아담한 공원인데, 

이 안엔 8각별 분수나  

다른 아제르바이잔적인 기념비도 있고,

몬테네그로 안의 아제르바이잔 같은 장소였는데,

그래서 특이하긴 했지만,

그래서 좀 덜 매력적이었다.


몬테네그로 수도 안에서

난 아제르바이잔이나 러시아보단 

몬테네그로를 더 많이 보고 싶었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포드고리차를 방문했던 관광객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장소 중 하나가

예수 성심 가톨릭 성당(Crkva Presvetog Srca Isusovog, Church of the Holy Heart of Jesus)이다.

 

철제와 콘크리트를 재료로 한 

브루탈리즘(Brutalism) 양식으로 

1969년 크로아티아 건축가가 만든 건물이며,

포드고리차 동쪽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외관뿐 아니라 내부도 근사하다는데, 


이 성당에 대한 좋은 평가에 너무 기대를 했던지,

아님 내부를 못 봐서 그랬는지, 

아님 전반적으로 평가가 과장되었던 건지, 

나는 사실 특별히 근사한 걸 모르겠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성당 담장 너머로 나즈막한 돌산이 보인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거기서 다시 기찻길을 건너야 

시내로 돌아온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그 가톨릭 성당 가는 길에 있는 

기다란 담벼락 그래피티는

Ti si naša prva ljubav. Crna Goro Volim te.
너는 우리의 첫 사랑. 몬테네그로여 너를 사랑한다.

란 의미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이 글을 google에 검색하니, 

운동장 그림과 영상이 많이 나온다. 

몬테네그로 국가는 아니고,

아마도 몬테네그로 응원곡 가사인가 보다. 


여기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몬테네그로 국기랑 국명이 보인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내가 포드고리차에 갔던 날 다음 주 7월 13일이 

1878년 독립을 인정 받은 날인 

Dan državnosti 이라는 국경일인데, 

그래서 그런지, 

아님 원래 그런지, 

길에 국기가 많이 달려 있었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발칸반도 다른 나라에도 본, 

일반인 사망자들을 기리는 글도 

여기저기 붙어 있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이건 버스터미널 건너편 건물이었는데, 

1987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아래 그래피티에 쓰여진 글자는

"여기는 내 집이다"라는 뜻이다.


그래피티 안에서 소리지르는 사람은 

농구선수 니콜라 이바노비치(Nikola Ivanović)이고, 

그가 아마도 무슨 시상식이나 그런데서 

"이 곳이 내 조국이다/고향이다"라는 의미로

이런 말을 했나 보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이건 포드고리차 FK Budućnost 축구팀 로고다.


로고 가운데 키릴문자로 쓴 

Budućnost[부두치노스트]는 

"미래"라는 의미로, 

난 처음엔 그냥 매우 긍정적 메시지를 담은, 

착한 그래피티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포드고리차 축구팀 이름이기도 하다.


(2018년 7월, Podgorica, Montenegro)


특별한 중요한 이유 없이 

"그냥 궁금해서" 포드고리차에 가 본 난,

어느 도시에나 있는 평범한 것들 속에서도 

작은 긍정적 차이를 발견하며 감탄했고,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냥 파란 하늘, 초록산, 그리고 맑은 물을 보며 

모라차 강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언제 다시 갈 지 모를 먼 나라에 있는, 

쉽게 가지 못할 도시에 첫 방문해서 

그냥 강이랑 거리만 보는 "사치"는 할 수 없었고,


나답게 관광명소와 현지인의 생활공간, 

그 구석구석을 "알뜰하게" 둘러봤다.

 

그렇게 알게 된 좀 더 특별한 포드고리차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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