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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Dec 23. 2018

낯익음마저 낯선, 흔함마저 특별한 프리슈티나

=남슬라브 + 알바니아 + 발칸 + 유럽 + 코소보 + a


14세기 세르비아 왕국 지배 시기

코소보 지방의 수도, 

우리로 따지면 도청소재지 같은 곳이 되어, 

그 이후 수백 년간 코소보의 중심이었던 

수도 프리슈티나

아래 지도와 같이,

코소보 중심부에서 약간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https://www.mapsofworld.com/where-is/pristina.html



알바니아어로 Prishtina, 

세르비아어로 Priština,

영어로는 세르비아어의 š를 s로 바꾼 Pristina고,


한국어로는 영어식 발음 “프리스티나"가 아니라, 

세르비아어, 알바니아어 원어 발음에 따라

"프리슈티나"로 표기한다.


"프리슈티나"는 슬라브어로 "(상)수원"이라는

의미의 단어에서 파생됐다고 추정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재 이 도시는

물부족이 심각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희한하게도 도시 중심가에 물이 없다.


옛날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바다, 강, 시내, 호수 같은 

물을 중심으로 마을을 형성했고,

한국뿐 아니라 다른 외국 도시에서도

대도시엔 어김 없이 강이 흐른단 걸 생각해보면,


석기시대부터 인간이 거주했던 오래된 도시 치고,

그리고 한 나라의 수도인 대도시 치고,

물이 없다는 건 참 이상한 거다.


내륙국가니 바다가 없는 건 물론이거니와,

가까운 곳에 강도 안 보이고, 호수도 안 보인다.


찾아보니 예전엔 강이 있었는데,

오염이 심해서 폐쇄해버렸다고 한다.


이게 프리슈티나 시내 지도.


초록색은 물이 아니라 공터거나 녹지다.


http://talkerofthetown.com/2016/01/03/from-tirana-with-love-and-a-dash-of-pristina/


인터넷에서 찾은 아래 지도에 표시된 곳이

프리슈티나의 주요 관광지다.


지도 출처:http://febeth.blogspot.com/2017/04/self-guided-tour-of-prishtinakosovo.html#!/2017/04/self-guided-tour-of-prishtinakosovo.html



만약 “볼 것” 만 따진다면,

프리슈티나 주요 관광지는

위 지도 위에 번호로 표시된 곳이고,

몇 개 안 되는 데다가, 서로 가까워서,

몇 시간이면 다 둘러본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먼 우리뿐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유럽인들도  

쉽게 방문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구 유고슬라비아 국가들 여행하고 나서

자그레브에서 만난 크로아티아어 선생 밀비아가 

"코소보는 어떤 곳이더냐"고 물어본 걸 보면,


심지어 구 유고슬라비아 사람들마저도

잘 방문 안 하는, 좀 외딴 동네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리적, 심리적으로 "멀고", 

다양하고 이질적인 것들이 섞여 있는 

매우 흥미롭고 특별한 곳이라,


거기까지 가서

몇 시간만 쓰윽 둘러보고 그냥 나오기엔

좀 아까운 희귀(?) 여행지다.


시내에 들어서면 첫눈에 들어오는,

다른 유럽이나 한국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모스크나 터키식 건물, 풍습 말고,


어느 도시에나, 어느 수도에나 흔히 있을만한 

현대식 건물이나 도심 같은 

그런 “평범한” 것들마저도 

이 동네에서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위 지도에 표시된 것 중에서 

우리가 1번, 2번은 지난 포스트에서 이미 가봤고,



이 포스트에서는 3-7번을 둘러볼텐데,


위 지도의 번호를 따라 가진 않겠지만, 

중요 관광지엔 지도의 번호를 덧붙이겠다.




1.  시작은 "낯익은" 중심가 : 유럽 + 발칸 


프리슈티나의 본격적인 관광은 

중심부인 마더 테레사 대로(Sheshi Nena Tereza)

[지도 5번] 에서 흔히 시작된다.


이곳엔 지난 포스트에서 봤던

마더 테레사 동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차가 다니지 않는 

폭이 넓고 긴 보행자 도로인데,

도로 양 옆으로 

나뭇잎 무성한 초록 활엽수가 서 있고,

그 밑엔 벤치, 

그 뒤로는 카페, 레스토랑, 상점들, 

그리고 그런 상업적 건물 뒤로 난 작은 골목들이 

프리스티나 곳곳을 이어주는,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쉬고, 놀기 좋은, 

문화적, 지리적 중심이다.


첫눈에 들어오는, 

그냥 어느 도시에나 있는 흔한 상업적 중심가에,

길게 뻗은 돌바닥 보행로는 

유럽에서 흔하게 보는 시가지 모습이다.


이 흔한 길 북쪽 끝엔 현대적 건물인 

정부청사(Qeveria e Kosovës)가 우뚝 솟아 있다.


유리로 된 벽에,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현대식 건물이라,

1998-1999년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이후에 

생긴 건 줄 알았는데, 

1978년에 지어진 건물이란다.


아마 나중에 외벽을 좀 리모델링했나 보다.


원래 여러 언론사들이 사용하던 건물이었다는데,

지금은 여러 정부 기관들이 자리잡고 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초에 월드컵이 한참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님 원래부터 있던 건지,

미니 축구장 같은 게 앞에 있고, 

정부청사치고는 어딘지 모르게 좀 소박하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정부청사 앞엔 어느 도시에서나 보는 

흔한 동상이 서 있는데, 

상투를 튼 것 같은 동상의 주인공은 

스켄데르베그(Skanderbeg)라는 

15세기 알바니아 귀족이다.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 대항한 봉기를 일으켜, 

15세기 터키의 유럽 진입을 지연시켰고,

항상 자신을 라틴어로 

Dominus Albaniae(알바니아의 귀족)으로

일컬은 알바니아 민족 영웅이다. 


혹시 그가 

코소보에서 태어난 알바니아인은 아닌지 찾아보니,

그냥 알바니아에서 태어난 알바니아인이다.


그런데도 코소보 정부청사 앞에, 

이순신, 세종대왕처럼 동상이 서 있는 걸 보면,


코소보 인구의 88%가 알바니아인인게 

실감이 나면서,


엄밀한 의미에서 "다른 나라"의 민족 영웅을

정부 청사 앞에 동상으로 세운 건

그래도 여전히 좀 이상하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무엇을 기리는지 잘 모르겠는 

커다란 기념비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정부 청사 동쪽엔 

국립극장(Teatri Kombëtar)이 있는데,

국립극장이라기 보다는

무슨 그냥 시골 마을회관이나 구민회관 같은

아담한 크기와 소박한 외관의 

1945년 지은 유고슬라비아 시절 건물이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그 초라한 20세기 건물 옆엔,

18-19세기 오스트리아의 문화적 영향권에 있던  

발칸반도에서 자주 만나는

하지만 코소보 프리슈티나에선 유일하게 본, 

신 르네상스, 신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 

역시나 또 아담한 크기로 서 있다.


19세기 건물인 줄 알았는데,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건축가 작품이란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지금은 베네통 건물이지만, 

원래는 호텔이었어서,

공산 유고연방 시절엔 "조합 호텔(Hotel Unioni)"로,

그보다 이른 20세기 초 처음 만들어졌을 땐

스칸데르베그 호텔(Hotel Skënderbeu)로 

불렸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로 스칸데르베그 동상의 

상투 튼(?) 머리가 건물벽에 부조로 붙어 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 길의 남쪽은 

아래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마더 테레사 가톨릭 성당으로 이어진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잘 보면 이 근처에는 

벽에 그려진 예쁜 고양이 그림도 있다.

 

난 그냥 프리슈티나 예술가가 그린 줄 알았는데,

"무슈 샤(Monsieur Chat)", 

즉 "고양이 씨" 혹은 "고양이 님"이란 제목으로, 

스위스 예술가가 세계 여러 도시에 그린, 

국제적인 그래피티의 일환으로, 

새로 태어난 국가 코소보 수도 

프리슈티나에서도 만날 수 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 "낯선" 기념비 : 독립 코소보


이렇게 그냥 흔한 유럽 혹은 발칸반도 시가지 같던 

마더 테레사 대로를

이제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곳곳에 서 있는 

1998-1999년 전쟁 관련 기념비들로

매우 코소보적인 거리가 된다. 


이건 코소보 전쟁 희생자 기념비(Monument for the victims of the Kosovo War).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건 나토 코소보 방위군 기념비(KFOR memorial).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건 자히르 마야지티(Zahir Pajaziti)동상인데,

코소보 해방군의 지휘관이었던 그는

1997년 유고 연방군의 총알에 맞아 사망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알바니아어를 모르니 정확한 사연은 모르겠지만,

사진 밑의 숫자와 분위기를 보아하니,

거리에 붙어 있는 이런 추모비도 

1998-1999년 코소보 전쟁 중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는 거 같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러한 코소보적 기념비들이 가득한  

프리슈티나에서 가장 유명한 건  

뭐니뭐니해도 New Born 기념비일거다.


New Born 기념비를 보려면, 

서쪽의 축구경기장(Stadiumi Fadil Vokrri) 

쪽으로 가야 한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축구경기장 주변 자체가 계단 위에 앉아 

프리슈티나 주택가를 둘러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긴 한데,


거기서 조금만 앉아 있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뾰쪽뾰족한 지붕의 거대한 건물인 

청년 스포츠 궁전(Pallati i Rinise dhe Sporteve) 앞에

새 코소보의 상징이자, 새 프리슈티나의 상징인

New Born 기념비가 서 있는 게 보인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New Born 기념비 [지도 7번]는

코소보가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한 

2008년 2월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엔 글자가 전부 노랑색이었는데, 

그 이후부턴 매년 코소보 독립기념일에 

여러 다른 무늬와 색상으로 새로 칠해진단다.



그냥 새로 태어난 나라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말고,

그리고 매년 새로운 색으로 칠해지는 것 말고, 

나는 사실 특별한 미학적인 가치를 모르겠는데,


아마도 그런 새로움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여러 국제적 디자인 상을 수상한 작품이란다.


2018년은 독립 선언 10주면 되는 해라, 

내가 프리슈티나를 방문한 7월초엔 

NEWBORN이 아니라,

NEW1ORN이 서 있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New Born 기념비 건너편엔 

여성영웅 기념비(Heroinat, The Heroines Monument)가 서 있다.


1998-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성폭행당한 

약 2만명의 여성들을 기리며,  

더 나아가서는 

조국을 위해 희생한 모든 코소보 여성을 기리며,

2015년 2만개의 메달로 만든 조형물이다.


2만개 메달 각각의 얼굴과 

그것이 만들어낸 커다란 얼굴이 똑같이 생겼는데,


그런 식으로 

코소보 여성 혹은 코소보 국민 한명 한명이 모여

코소보 여성 전체 혹은 국민 전체가 된다는

메시지가 명료하게 형상화된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3. 역시 "낯선" 이슬람 모스크 : 알바니아 / 터키


언뜻 봤을 때 그냥 흔한 유럽도시 같던 

프리슈티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풍경은 

뭐니뭐니해도 

이슬람 사원일 것이다.


프리슈티나 시내 곳곳에서 

이슬람 사원의 높은 첨탑이 보이고,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확성기에서 나오는 기도소리도 

가끔씩 길에 울려 퍼진다.


(동영상)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런 "흔한" 이슬람 모스크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차르 모스크(Carshi Mosque)[지도 6번]다.


구시가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데, 

1389년 세르비아 왕국과 오스만 제국 사이 벌어진 

코소보 전투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며,

오스만제국의 술탄이 건설하기 시작한,

프리슈티나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구시가 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보이는 

야사르 파샤 모스크(Jashar Pasha Mosque)는 

19세기 중반에 건설된 

코소보 특유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모스크란다.  


야사르 파샤는 프리슈티나 출신으로,

현재는 마케도니아지만, 당시엔 코소보였던 

스코피에의 시장을 역임한 19세기 사람이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그 안쪽엔 술탄 메흐멧 모스크(Sultan Mehmet Fatih Mosque)가 보이는데, 

15세기에 건설된 이 모스크는 

당시 오스만제국의 술탄의 이름을 땄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이슬람 모스크라고 한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그 밖에 도시 곳곳에 이슬람 모스크가 보인다.


알바니아는 안 가봤지만,

아마 알바니아도 

이런 비슷한 풍경이지 않을까 싶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4. "낯익은" 듯 "낯선" 시장과 옛 건물 : 터키 / 알바니아


구시가의 이슬람 모스크 옆에 우뚝 솟은, 

시계 윗부분은 유럽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 그 밑기둥은 흔한 유럽 시계탑과는 다른  

시계탑(Sahat Kulla, Clock Tower)도 

오스만제국 시절 건설된 거다.


야사르 파샤 모스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 시계탑은 


기도 시간과 상점 여닫는 시간을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야사르 파샤(Jashar Pasha)가 세운 거란다.


2001년 프랑스 코소보 방위군(KFOR)이 

시계를 새 걸로 바꿨다고 하고,

다른 부분도 200년 전 그대로는 아니란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건 시계탑 옆 "코소보 정치범 협회"였는데,

건물이 전통 가옥이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 쪽 동네엔 이것 말고, 

그냥 일반 건물 중에도 전통 가옥이 많이 보인다.


그 중엔 이렇게 심하게 낡은 것도 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그런 전통 가옥의 정점은 

프리슈티나 민속 박물관(Pristina Ethnographic museum)이다.


박물관에 “Emin Gjiku”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데, 

가장 유명한 코소보 가문의 집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가 박물관 입구고,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여기가 박물관 정문 안쪽이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건 마구간이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거기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전통가옥이 나오는데,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그 안에 들어가서 전통 가옥의 구조도 보고, 

"탄생의 방(the room of birth)"과 "죽음의 방(the room of death)"에 전시된,

예전 코소보 사람들이 쓰던 물건들도 볼 수 있다.


가이드가 원래 뭔가 다른 것도 볼 수 있는데,

그날은 그게 안 된다고 안타까워 했는데,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았다.


아마도 알고 보면,

매우 터키적이거나, 

알바니아적이거나,

또는 발칸적인 가옥이겠지만,


그런 걸 구별할 필요 없는 보통의 관광객들에겐

매우 이국적이고 독특한 코소보적 문화를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민속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재래 시장도 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건 재래 시장 근처 옷가게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사진으로는 찍지 않았는데,

이 시장 근처에는 보석상들도 많다.


코소보가 은세공품으로 유명한데, 

물가랑 인건비가 싸니, 

그 은세공품 가격이 저렴해서 

중요한 관광 상품이라고 한다.




5. "낯익은" 대학가: 유럽 + 어딘가 모르게 코소보 


프리슈티나 대학(Universiteti i Prishtinës)은 

시내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포스트에서 둘러본 

마더 테레사 가톨릭 성당 길 건너편이다. 


한국처럼 이렇게 하나의 캠퍼스 안에 

여러 학부가 모여있고,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대학 바로 길 건너편에는 

역시나 고등 교육기관이자 국립 학술기관인 

코소보 학술원도 있다.


서유럽에도 다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러시아를 비롯한 구 유럽 공산권 국가엔 

국가기관인 "학술원"이 다 있는데, 

코소보에도 유고연방 시절인 1975년에 세워진 

학술원이 있는 걸 보니,

모스크 때문에 터키나 아랍국가 같았던 

프리슈티나가 매우 "동유럽"스럽게 느껴진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 프리슈티나 대학 캠퍼스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바로 코소보 국립 도서관(Biblioteka Kombëtare e Kosovës)이다.[지도 3번]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1982년 유고슬라비아 시절, 

크로아티아 건축가가 지은 이 도서관은,

코소보의 역사에 근거하여, 

비잔틴 양식이슬람 양식을 

건축적으로 혼합한 것이라는데,


그 결과물이 썩 성공적이지만은 않아서,


2009년 VirtualTourist.com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흉물스런 건물 탑 10

(World's Top 10 Ugly Buildings) 중

9번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기준은 상대적인 거라,


이 건물이 "정말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나와 달리,


내 사진을 본 나의 페친 몇몇은 

이 도서관이 꽤 멋진 건축인 것 같단 반응을 보였다.


그런 시각 차이가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게 다행스럽기도 하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6. "낯선" 세르비아 정교 성당 : 남슬라브


"세상에서 9번째로 흉물스런 건축" 바로 옆, 

프리슈티나 대학 캠퍼스 안에는 

그보다 훨씬 더 흉측한 외관과 사연을 가진

세르비아 정교 성당이 있다.


구세주 성당(Church of Christ the Saviour, Saborni hram Hrista Spasa) [지도 4번]

이란 이름의 성당인데, 


불가리아나 세르비아에선 흔하지만, 

이 동네에서 흔히 보기 힘든 건축이라,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봤더니, 

안이 텅 빈 폐허다.


나는 원래 있던 성당이 1998-1999년

코소보와 세르비아 간의 전쟁 이후 

파괴된 건 줄 알고 씁쓸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과 다른, 

하지만 여전히 씁쓸한 사연을 가진 곳이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인종 청소로 국제적 전범이 된 밀로셰비치가 

유고연방의 대통령이던 1995년,

알바니아인이 다수던 코소보를 세르비아화하려고,

프리슈티나 대학 안에 

세르비아 정교 성당을 짓기 시작한 거란다.


원래 1999년에 완성 예정이었지만,

1998-1999년에 코소보 전쟁이 나면서

완성되지 못하고,

그나마 전쟁 이후엔 반달리즘으로 파괴되어,

지금은 폐허가 되었다. 


이 성당을 완성하고 싶어하는 세르비아 정교회와 

그걸 마땅치 않게 여기는 프리슈티나 대학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수십 년간 이렇게 흉물스럽게 서 있게 된 거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여기 말고 프리슈티나 동쪽에 가면,  

제대로 된 세르비아 정교성당을 만날 수 있다.


나는 프리슈티나 체류 둘째 날, 

시내 거의 다 둘러보고,

아직 안 간 중요 관광지가 어딘지 확인해 보니, 

프리슈티나 외곽의 공원(Gërmia Park),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세르비아 정교회 수도원(Serbian Orthodox Monastery Gračanica),  

그리고

세르비아 정교회 성당이었다. 


공원이랑 수도원은 너무 멀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세르비아 정교회 성당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정교 성당은 슈코드라(Shkodra) 길에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그 길을 물어보니 모른다. 


40-50대 남자분 두 분이었는데, 

프리슈티나의 길 이름이 최근에 많이 바뀌어서 

그게 어디 있는 길인지 모르겠단다. 


그 전날도 내가 이것 땜에 삽질을 많이 해서,

사실 뭐 그런 반응이 놀랍지는 않았다.


그래서 세르비아 정교 성당 찾는다고 덧붙이니, 

단번에 어딘지 안다.


코소보 총인구의 7%가 세르비아인이라는데,

아마도 프리슈티나에 정교성당이 

그거 하나인가 보다.


프리슈티나의 세르비아 정교 성당은 

위 지도 6번 Clock Tower에서 

동쪽으로 10-15분 정도 더 걸어가야 나오는데,

덕분에 관광지를 벗어나, 

프리슈티나의 "평범한" 주택가를 구경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불가리아에서도 그렇고, 

그리스에서도 그렇고, 

크로아티아랑 세르비아에서도 그랬고,

이 다음에 간 몬테네그로에서도 그랬는데,


코소보에서도 

평범한 일반인의 사망을 알리며 추모하는 글을 

이렇게 길거리에 곳곳에 붙여둔다.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프리슈티나 시내 여기저기 붙어있는 것 보면, 


그리고 동방정교도가 다수인

러시아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동방정교의 전통은 아닌 것 같고,


그리스랑 불가리아에서도 본 걸 보면,

유고슬라비아만의 전통도 아닌 것 같고, 


아마 발칸반도의 전통인가보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그렇게 프리슈티나 동쪽의 주택가를 걷다가, 

슈코드라(Shkodra) 길에 들어서면, 

코소보 관공서를 지나, 

세르비아 전통 문화원 같은 곳을 지나,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성 니콜라이 세르비아 정교 성당(Serbian Orthodox Church of Saint Nicholas)이 눈 앞에 나타난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이 정교 성당은 1833년에 건설되었는데, 

1998-1999년 코소보 전쟁 후, 

2004년 폭도들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2010년 복원되었다고 한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그런 전력 때문인지 성당 주위를 

높고 긴 담이 둘러싸고 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알바니아어라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틀림 없이 좋은 뜻은 아닐 말들이 

담벽에 지저분하게 적혀 있고,

일부러 버린 건지 쓰레기 봉투도 쌓여 있다.


증오로 파괴된 정교성당이 재건되었다고 해서,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 사이의 신뢰까지

다시 재건된 건 아닌 것 같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그래서 성당 안에 못 들어가겠거니 했는데, 

예배당 건물은 잠겨 있어도, 

성당 안뜰에 들어갈 순 있었다.


예배당 뒤엔 무덤처럼 보이는 곳도 있고,

담 너머 동네 풍경도 보이고,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성당 뜰 안 예배당 건물도 둘러볼 수 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정교 성당이 워낙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 위쪽으로 또 주택가가 보이길래, 

그리고 거기서 도시 전경이 보이길래, 

좀 더 올라가봤다. 


집들이 깔끔하고, 

좀 좋은 동네 같았다.


거기서 내려다보는 프리슈티나 풍경도 

색다르고 또 정겹다.


거기서 보니 멀리 녹지가 있던데, 

시간이 되면 거기까지 가도 좋았을 것 같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7. "낯익은" 주택가: 흔한 현대 유럽 + 그래도 어쩐지 코소보 


지난 포스트에서 봤던 빌 클린턴 대통령 동상 

남쪽 주택가는 [위 지도의 1번 남쪽] 

다르다니아(Dardania) 지역으로,

이곳은 아파트도 많고,

상가도 있고,

저렴한 가격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도 많다.


지하상가 입구에 "왕좌의 여신" 그림도 

너무 특이하고, 

초록빛 아파트 색도 너무 선명해서,

호기심에 그냥 걸어가 봤는데, 

그냥 어느 도시에나 있을 그런 흔한 주택가도

프리슈티나에선 이상하게 특이하게 느껴진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여긴 1층 실내의 상가.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층 실외에도 카페, 상점, 레스토랑 같은 

점포들이 있다.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여긴 그냥 아파트.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2018년 7월, Pristina, Kosovo)




세르비아에서 코소보로 갈 땐,

그래도 수십 년간 유고슬라비아였던 곳이니,

세르비아랑 비슷할 줄 알았다.


근데 세르비아어도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지 않고,

세르비아 혹은 남슬라브적인 건물도 많지 않다.


사람들은 알바니아어로 말하고,

길거리엔 알바니아어가 쓰여 있고,

이슬람 모스크가 여기저기 우뚝 솟아있다.


정치적, 역사적 이유로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인정할 수 없는 

세르비아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직접 가보니,

독립을 오랫동안 꿈꿨던 코소보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코소보는 세르비아랑 완전히 다른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코소보 프리슈티나에 

세르비아적인 것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 포스트에서 본 것처럼 

오래된 세르비아 정교성당도 있고, 


중요한 건물, 기념비, 그리고 길에 쓰인 

알바니아어 옆에 

가끔은 "크로아티아어"라는 이름으로 

세르비아어가 병기되어 있다.

(크로아티아어랑 세르비아어는 방언만큼 비슷하다)


내가 갔던 7월 초엔 마침 월드컵 시즌이었는데,

크로아티아가 8강인지 4강인지에 올랐고,

길에서 그 경기를 대형 화면으로 중계해줬는데,

그 때 다들 크로아티아를 응원하고, 

또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크로아티아어 혹은 세르비아어가 들려왔다.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힘들게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하긴 했어도,

그래도 유고슬라비아의 정서가 있는 거다.


음식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에서도 봤던,

발칸반도 공통의 

체밥치치(Ćevapčići)나 부렉(Burek)을 팔고,

음료는 역시나 다른 발칸반도처럼 

진한 커피에 물컵 한잔을 같이 준다.


그리고 다른 유럽 도시처럼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가톨릭 성당이 

중심부에 있고,

유럽어인 알바니아어는 따로 배우지 않아도 

쓰여있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시가지 형태나 사람들 얼굴을 보면 또 유럽이다.


그래서 또 익숙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다른 데서도 본 익숙한 것들도 

프리슈티나에선 어딘지 모르게 항상 좀 달랐다.


그 다른 무언가,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나는 코소보적인 것으로 여겼는데,


그런 나에게 

프리슈티나는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그래도 또 매우 낯선, 

매우 코소보적인 그런 특별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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