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하고 편안한 소피아의 교통
한국에서 불가리아까지는 직항 노선이 없다.
대체로 한국에서 갈 때는
유럽이나 중동 국가를
경유하게 되고,
나는 터키항공을 타고
이스탐불에서 환승했다.
소피아에 단 하나 있는 국제 공항의 이름은
군더더기 없이 그냥
소피아 공항(Летище София, Sofia Airport)이다.
이건 어쩜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대도시의 경우,
국제공항 이름이
그 도시 이름이 아닌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1930년대에 지어진 매우 오래된 공항이지만,
2001년에 리모델링과 증축을 해서
지금은 최신식 공항이 된
소피아 공항엔
터미널이 2개 있는데,
좀 더 오래전에 지어진
1터미널(Терминал 1)은 저가항공사,
좀 더 최근에 지어진
좀 더 크고 좋은
2터미널(Терминал 2)은 일반국제항공사가 사용한다.
바르샤바 쇼팽국제공항과 마찬가지로
도시가 크게 확장하기 전
오래전 지어진 공항인데다가,
인구가 서울처럼 많지 않아서
면적이 넓게 확장되지 않은 소피아는
비교적 변두리에 위치한
공항이
시내랑 무지 가깝다.
바르샤바도 공항이 시내랑 가까운데,
소피아는 그보다 더 가까웠다.
소피아 중심부에서 택시로 20분이면 갈 수 있고
소피아 동부 쪽에 머물렀던
나는
공항가는데 택시로 10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소피아까지 가는 길을 멀지만,
소피아로 들어가는 길은 멀지 않다.
소피아 공항까지는
지하철도 다니고,
일반시내버스도 다닌다.
공항이 지하철 1호선 마지막역인데
Terminal 1에 연결되며,
Terminal 1과 Terminal 2사이엔
무료셔틀버스가 운행된다고 한다.
나는 소피아 공항을 오가면서
지하철을 이용한 적은 없는데,
내가 사는 곳에서
30분 정도를 걸어가면
공항 가는 일반버스가 있어서
그리스 갈 때 그걸 타고 공항까지 간 적은 있다.
소피아 동쪽에 체류했던 나는
20분-2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건 소피아 공항 영문 홈페이지고,
이건 터키항공으로 소피아 들어갈 때,
(신기하게도 산이 보인다.)
이건 소피아에서 그리스 아테네 갈 때,
(여긴 바다와 섬이 보인다)
이건 소피아 떠나 한국 올 때 찍은 사진이다.
2014년 1월 처음 소피아에 도착했을 때
공항은 한적했고,
입국 수속과 짐찾기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시내의 숙소로 갈려면
우선 택시를 타야할텐데,
불가리아 통화 레바가 한푼도 없었다.
공항 환전소는 어디나
환율이 매우 안 좋기 때문에,
ATM 앞에 섰는데
도대체 얼마를 인출하면 좋을지 모르겠는거다.
그래서 우물쭈물 하다가
내 뒤에 서 있던 사람한테 먼저 하라고 양보하고
나는 뒤에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현금 인출을 마친,
나한테 양보받은 여자분이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어디까지 가냐고
영어로 물었다.
내가 주소를 이야기했더니,
어딘지 잘 모르겠는데,
아마 10-12레바 (8000원-10000원) 정도밖에 안나올거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옆에서 듣던
다른 불가리아 여자분이 끼어들더니
아마 20레바 정도 나올거라고,
자기는 그 정도 내고 갔다고 거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약간 차이는 나지만 그래도
택시비는 대충 얼마 정도 나올지 알겠고,
이제 그 돈만 우선 뽑을지
아니면
이왕 뽑는 거
좀 더 많이 뽑을지 생각하고 있는데,
어떻게 내 마음을 읽었는지,
맨처음 나에게 말시켰던 그 여자분이
이거 뽑을 때마다 커미션 붙으니까
한번 뽑을 때 많이 뽑으라고,
여기서는
최대 400레바(30-32만원)까지
뽑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친절한 여자분의 충고를 받아들여
난 400레바를 인출했다.
여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모르는 사람한테도,
도움을 따로 청하지 않아도
그냥 먼저 다가와서 친절을 베풀고
호의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공항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자마자
택시 데스크로 갔다.
소피아 공항 제1터미널 로비의
택시 데스크는 딱 한 곳이었고,
별다른 호객 행위는 없었다.
거기서 어설픈 불가리아어로 떠듬떠듬
'Искам да идвам до (--까지 가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더니,
어딘가 전화를 하더니,
번호를 적어주었다.
공항 바깥에 나가보니
한자리, 두자리 수 번호가 크게 쓰인 판을
앞창 앞에 세워둔
택시들이 대기중이었는데,
내 손에 있던 그 번호의 택시는 좀 큰 차였다.
그 택시 앞에는
어떤 키 큰 아저씨가 무표정하게 서 있었는데,
내가 어떻게든 불가리아어로 해보려고 했더니
'영어해도 된다'고 하셨다.
처음엔 표정없는 얼굴에
좀 차가운 인상이었는데,
조근조근 말씀을 잘하신다.
"원래 소피아는 12월에만 안개가 끼는데
올해는 1월까지 안개가 낀다"며,
날씨 얘기를 시작해서,
"얼마나 있을거냐?",
"좀 더 오래 있으면서
여름에 리조트에서 놀다가면 좋을텐데",
뭐 이런 저런 얘기를 하셨다.
그리고 거의 10분만에 목적지에 도착.
가는 길에
'여기가 옆동네인데, Geo Milev라는 곳이다'
뭐 이런 이야기도 해주셨는대,
아저씨가 일러준 그 지명을
나는 한번 더 소리내어 반복했고,
그 지명을 어렴풋이 기억한 덕분에
나는 그날 저녁
시내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
길을 잃지 않았다.
택시비는 9.8 레바인가가 나왔는데,
내가 10레바를 주면서
혹시 좀 더 드려야하는지 물었더니
그럴 필요 없다며,
필요하면
영수증 주겠다며
영수증도 출력해줬다.
알고보니 무뚝뚝해 보이는
택시 기사 아저씨도 친절한 사람이었던 거다.
그 다음에 내가 소피아에서 택시를 탄 건
소피아 체류 마지막날,
역시나 공항가는 날이었다.
나는 대중교통이 끊긴 이후
밤늦게까지 시내에 머문 적이 없어서,
그리고 어딘가를 급하게 갈 일도 없어서
공항 오갈 때 빼고는
택시를 이용한 적이 없는데,
소피아에 있는 동안,
택시를 탈려면
OK Taxi를 타라는 정보를 전해 들었다.
내가 공항에서 탄 택시도
나중에 알고보니 그 OK Taxi였다.
정식명칭은
OK SuperTrans인데,
이 택시 말고 다른 소피아 택시들은
바가지 요금을 씌운다고 한다.
미터기도 안 올리고 운행하고,
내릴 때 부르는 게 값이란다.
좀 전에 인터넷을 Sofia Taxi를 검색해보니
역시나 가장 처음에 나오는 게
OK SuperTrans다.
아래 홈페이지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면 된다.
난 OK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OK가 들어간 비슷한 이름으로
운행하는 바가지 택시들이 있다고 하니,
길에서 택시를 잡을 때는
택시회사명칭을 정확히 잘 확인하기 바란다.
https://www.oktaxi.net/index_en.php
소피아를 떠나는 마지막 날엔
스마트폰 선불 심카드에 돈이 떨어져서,
Skype로 몇번 OK택시에 전화를 시도해보다
잘 안 되길래
결국 그냥 집 앞 쇼핑몰 앞에 서 있는 택시를 탔다.
줄지어 서 있는 택시 중 젤 앞 택시에 다가가서
"공항 가냐?"고 물었더니,
기사 아저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고,
나는 짐을 싣고 택시에 올랐다.
그런데 아저씨가 공항 가는 내내
계속 나한테 질문을 던진다.
"여기 얼마 정도 있었냐?"
그래서
"7주 있었다" 답했더니,
[불가리아만 따지면 6주 있었지만,
어찌하다보니 중간에 그리스를 가게 되어
소피아에 3주+그리스 1주+소피아 3주 이렇게
총 체류기간은 7주였다.
불가리아어로 7주는
седем седмици[세뎀 세드미치]인데,
두운이 맞아서 대체로 7주라고 말하고 다녔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불가리아어를 배웠냐?"해서,
"원래 전공이 러시아어다." 했더니,
"어쩐지..."
뭐 그런 식으로 시작되었는데,
질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공항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면서
점점 더 사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한국에 불가리아어 하는 사람 많냐?"
"한국에 러시아어 하는 사람은 많냐?"
"학생이냐?"
"몇 살이냐?"
"결혼은 했냐?"
"불가리아 사람이랑 결혼할 생각은 없냐?"
"불가리아랑 한국이랑 어디가 좋냐?"
"한국엔 불가리아 사람 많냐?"
뭐 이런 식의 질문을 계속 던졌다.
그때는 그런 질문이 당황스러웠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한국말 좀 하는 서양인들도
한국에서 비슷한 경험을 할 것 같다.
한국 택시에서는 어쩌면
정치 얘기까지 들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때는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6주 있으면서 긍정적으로만 느꼈던
불가리아인의
타인에 대한 관심과 따뜻한 마음이
어떤 선을 넘어
그런 사적인 질문 폭탄이 되니
과한 오지랖처럼 느껴져 불편해지는데다가,
기사아저씨는 선생이 아니라 일반인이라
발음이 또박또박하지 않고,
나를 보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나마 다행히) 앞을 보며 운전하며 말하는 거라
잘 들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저씨는 계속 질문을 했고,
심지어 공항에 다 와서는
"담배 피냐?"
"술은 마시냐?" 묻더니,
담배를 입에 문다.
밀폐된 택시 안에서 기사 아저씨가
담배를 피는 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으나,
이미 그 입에 물고 있는 그 담배에 대해
뭐라 말해야할 지 몰랐고,
택시는 이미 공항에 도착하고 있었다.
첫날 공항에서 OK taxi 타고 갈 때는
10레바가 조금 안되게 나오는 거리였는데
이번엔
19레바가 나왔다.
소피아 공항에서 처음 만난 두 여자분 말이
다 맞았던거다.
어떤 택시는 10레바,
어떤 택시는 20레바가 나오는거다.
그나마 미터기를 켜고 달리지 않고
미터기에 나온대로 받지 않는 택시를 만났으면
그 이상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으니
뭐 내가 운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마침 난 딱 19레바 정도되는 불가리아 돈을 가지고 있었고,
정말 남은 돈
제대로 탈탈 털었다.
아무튼
낯선 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관심이라는
불가리아 생활의 장점은
이 오지라퍼 아저씨를 통해
이렇게 또 성가심이라는 단점과 만났다.
나는 소피아에서
기차는 타 본 적이 없다.
소피아는 기차역과 시외버스 터미널이
가까이 붙어 있는데,
"테살로니키"라는 그리스 도시에서 소피아로 돌아올 때,
"벨리코 터르노보"라는 불가리아 고도에 갈 때
시외버스 터미널은 이용한 적이 있다.
기차역은
시외버스 티켓 사러 터미널 갔다가
어떻게 생겼나
그냥 구경만 했다.
기차역과 시외버스터미널 모두
지하철 2호선
Централна гара(중앙역)에 내리면 갈 수 있다.
여기가 소피아 중심부이긴 한데,
그 중심 중에서도 또 중심인
Сердика(세르디카)까지는
지하철로 2정거장,
걸어서는 30-5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소피아 중앙역(Централна гара София)은
1888년에 건설된
불가리아에서 가장 큰 역이다.
(소피아 중앙역 영문 홈페이지)
https://rail.cc/en/sofia/sofia-central-railway-station-/l376
소피아 가장 중심부에서
소피아 중앙역까지는
마리아 루이자 대로(Булевард Мария Луиза)가
길게 이어진다.
나는 이것저것 기웃기웃거리며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걸어갔는데,
마리아 루이자 대로
중간까지 가면
사자 다리(Лъвов Мост, Lion's bridge)가 나온다.
사자 다리에서
마리아 루이자 대로 남쪽을 바라보며
찍은 바로 아래 사진에 있는 호텔 이름이
Hotel Lion인게 보인다.
호텔을 이 다리 이름을 따서 지을 정도로
이 다리는 소피아에서 유명한 다리다.
사자가 불가리아의 상징이 된 건
13세기경부터라고 하는데,
불가리아 있을 때
어떤 전설이나 역사적 사건을 들은 바가 없고,
지금 인터넷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아마도 당시 발칸반도에서 위세를 떨치던
불가리아 왕국의 왕이
자신의 강한 힘을 과시하기 위해
사자의 형상을 여기저기 내세우고
국가의 문장에 사자를 새기기까지 하면서,
불가리아의 상징이 된 것 같다.
현재 불가리아 통화인 "레바"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에서 상징으로 사용되는 사자를
불가리아에서는 매우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소피아 중심부에선 이렇게
사자 다리까지 만날 수 있다.
1889-1891년 경에 체코 건축가가 건설했다는
이 사자다리 자리엔
원래 Шарен мост(알록달록 다리)라는 이름의
다른 다리가 있었는데,
불가리아가 오스만제국의 지배하에 있을 때
범죄자들이 처형되는 장소였다고 한다.
그 범죄자 중에는 독립운동, 민족운동을 하던 불가리아인들도 포함되었다.
터키로부터 독립을 하고 난후
이곳에 다리를 새로 세우면서
독립운동을 하다 희생된 불가리아인 4명을 기리며
사자상 4개를 이 다리에 세우게 되었고,
다리 이름도
"사자 다리"로 바뀐거다.
그런 사연을 가진 사자여서 그런지
표정과 자세가 사뭇 엄숙하고,
괜히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제 이 사자다리를 건너
작은 블록 3개 정도를 더 걸어가면
기차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이 나오는데,
둘 다 규모가 매우 크다.
특히 기차역은
옆으로 길고 높이도 매우 높아서
그 자체의 규모도 큰 데다가,
적어도 내가 구경하러 간 날은
이용객이 별로 많지 않아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들 때문에,
더 커보였다.
건물 외관도 그렇고,
건물 내부 장식도 그렇고,
어딘지 모르게
공산시대 건물의 느낌이다.
찾아보니 19세기 말에 처음 건설된 이후
매우 여러번 리모델링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단지 사회주의 리얼리즘 양식의
건물만은 아닐텐데,
아무리봐도 겉모습은
러시아, 특히 모스크바에서 많이 본,
디자인은 단조롭고, 규모는 지나치게 거대한,
그런 위압적이고 차가운 느낌의 건물이다.
하지만,
한쪽 벽의 커다란 유리로
빛이 많이 쏟아져 들어오고해서 그런지
내부는
칙칙하지 않고,
벽면의 개성있는 장식도 웅장하고,
사회주의 리얼리즘 양식의 건물치고는
꽤나 멋있다.
내가 갔을 때는 관광시즌 아닌 겨울이었고,
사람도 없어서 그런 느낌은 못 받았는데,
이 곳에 손버릇 나쁜 사람들이 좀 있나보다.
이곳에서 소지품 조심하라는 경고를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여기도 벽 한가운데
불가리아를 상징하는
포효하는 커다란 사자의 옆모습이 보인다.
역 바깥에는
커다란 원형 홀(Ротунда, Rotunda) 안에
거대한 동상이 서 있는데,
그 크기나 모양이나 양식이나
전반적인 느낌은
역시나 공산주의의 산물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성모상이다.
찾아보니,
1970년대 미네코프(Величко Минеков)
라는 건축가가 만든 이 작품은
"모자상"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소피야"상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종교를 부정하던 공산 치하에서
성모와 성자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이렇게 크게 조각했다는 게
좀 희안하다.
밑에는 분수가 있는데,
내가 갔을 땐 겨울이라서 작동하지 않았다.
소피아 중앙역 서쪽에 자리잡은
소피아 중앙 시외버스터미널 (Централна автогара София, Central Bus Station Sofia) 건물은
2004년에 지어졌다.
그래서 매우 편리하고 깔끔하긴 한데,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도 많이 보던 거라
별로 특이하거나 재미있거나 한 공간은 아니다.
익숙해서 편안하다는 장점은 있다.
난 직접 가서 티켓을 구매했던 것 같은데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피아 시내 대중교통으론
버스, 트램, 트롤리버스가 있는데,
겨울이어서 그런지
배차간격은 좀 길게 느껴졌지만,
운행시간도 대체로 정확한 편이고,
꽤 늦게까지 운행했었고,
정류소도 도시 곳곳에 촘촘히 있어서
사용하기 편리했다.
정류소에는
트램, 트롤리버스, 버스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것들이 어느어느 정류소를 지나는지
그리고
그 정류소에는 언제 도착하는지 시간도 적혀 있다.
소피아 있을 땐 잘 몰랐는데,
그때 내가 필요해서 찍어놓은 정류소 사진을 보니
트램, 버스, 트롤리버스의 색깔이 다 다르다.
트램은 주황색,
버스는 빨강색,
트롤리버스는 파란색이다.
한국처럼 다음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려주는 장치도 있다.
트램, 버스, 트롤리버스 모두
같은 티켓을 사용하면 되는데,
2014년 1-2월엔 1레바 (약 750원)이던
그 티켓이
2016년 4월에 1.60레바 (약 1,100원)으로
기습인상되었다.
이렇게 생긴 티켓을 사서
검표기에 이렇게 찍으면 된다.
무임승차하다
불시 검문하는 검표원에 걸리면
40레바(약 30,000원)를 벌금으로 물어야한다.
그 밖에 소피아 대중교통 가격과 관련된 정보는
다음 링크를,
운행시간표는 다음 링크를 참고하면 된다.
체코 프라하랑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1달짜리 교통카드를 사 가지고 다녔는데,
여기서는
시간이 급하지 않고
목적지가 멀지 않을 경우엔
그냥 천천히 구경하면서
걸어다닌 적이 많아서
1달 정기권에 대한 필요성을 별로 못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다른 도시에서처럼
한 달짜리 교통카드를 사는 게,
더 편리하고
경제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니
소피아에선
한달짜리 교통카드가 별로 경제적이지 않다.
가장 싼 건
"한달동안 한 노선의 버스나 트램, 트롤리 버스만
타고 다닐 수 있는 카드"인데,
어떻게 한 달 동안 한 노선만 타고 다니겠는가?
그 다음 가격대는
"한달동안 지하철만 타고 다닐 수 있는 카드"인데
여긴 지하철이 2호선 밖에 없어서
도시 곳곳에 다니지 않는데다가
나는 지하철과 상관없는 동네에 살고 있었다.
그 다음 가격대는
"한달동안 모든 대중교통을 타고 다닐 수있는 카드"인데,
그건 사진 들어간 게 50레바,
사진 안 들어간 게 60레바다.
(그리고 이건 지금도 그렇다.)
하루에 두번씩 왕복으로 타고 다닌다고 할 때
2레바 * 30일= 60레바니까,
그냥 탈 때마다 1레바씩 내는 거랑
가격이 거의 비슷하다.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 날이 많으면,
오히려 1회용 티켓이 더 싸기까지 하다.
아, 이래서 소피아 사람들이
한 장씩 표를 끊어서 타고 다녔나보다.
그럼 한 달짜리 정기권 사지 말아야겠다 했는데,
한 항목이 눈에 들어온다.
10번 타고 다닐 수 있는 8레바짜리 전자카드.
전자카드라면 충전이 가능할테니
편리할 것 같다.
비록 약간이지만 가격도 좀 더 저렴하고.
그래서 버스표 파는데 가서
10회용 전자카드를 달라고 했더니
전자 카드가 없단다.
거기 분명히 전자 카드라고 써 있었는데,
원래 없는 거냐,
오늘만 없는 거냐 했더니
원래 없단다.
대신 10개 짜리 묶음 8레바에 파는 게 있단다.
그래서 그냥 간김에 그거라도 사기로 했다.
그런데 이거 정말 희안하다.
10장씩 묶여있는 티켓 뭉치로
탈 때마다 한 장씩
펀치로 찍는 시스템인데,
10장의 일련번호는 동일하며
다른 것들은 이 마지막 장이 있어야만 유효하단다.
아래 사진 왼쪽이 10개 티켓 중 마지막장,
오른쪽이 첫번째 장이다.
10장 모두 26672라는 일련번호는 똑같은데,
중간에 보라색 네모 안에 있는
ТАЛОН № 뒤의 숫자만 1에서 10까지 달라진다.
아니, 도대체 왜 이런 걸 만든걸까?
이건 어떤 논리라고 이해해야 하지?
내가 뭔가 이해 못한 심오한 뜻이 있는건가?
아무튼 그렇게
버스 탈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찍었는데,
마지막 장은 쉽게 떨어져 나갔다.
만약에 그걸 잃어버렸는데
검표원에게 걸리면 무임승차가 되는거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이제는 아마 이게
정말 전자카드로 바뀐 것 같다.
무슨 논리인지 이해하지 못하긴 해도,
다른 데서 보지 못한 뭔가 특이한 제도(?)였는데,
그나마 이것도 이제는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괜히 좀 아쉽다.
그런 표를 찍고 다녔던
소피아의
버스, 트램, 트롤리버스는 이렇게 생겼다.
소피아 거리에서 본
특이한 광경 중에 하나는
마차와 말이 그려진 교통 표지판이었다.
자그마치
21세기의 유럽의 대도시에서
이런 표지판을 만나리라고 누가 상상하겠는가?
그리고 마차와 말이 소피아 시내에 다니는 것도
실제로 몇번 봤다.
사실 난 이 교통표지판을 보기 전부터
말과 마차를 봤는데,
어느 일요일 아침에
심상치 않은 말발굽 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니,
말과 마차가 있었다.
처음엔 그냥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말과 마차를 언뜻 봐서
'저건 뭐지?' 하면서,
'여긴 정말 친환경적인 도시구나'
감탄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남루한 복장의 사람들이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와서
쓰레기통을 뒤진다.
극빈층 사람들인 것 같아,
그 다음부터는
일요일 아침에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좀 짠했는데,
알고보니
그냥 극빈층이 아니라
집시들이다.
즉, 특별한 계층의 특별한 민족인거다.
유럽의 동남쪽 끝에 있는 불가리아엔
일찍이 동쪽에서 유럽으로 이동한 집시들이 정착해서
꽤 많은 집시들이 거주하면서,
하나의 중요한 소수민족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사연이나 전통이나
그밖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소피아에서
그들은 많은 경우
말과 마차를 이용한다.
얼마전 소피아 시내에서
말과 마차 운행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데,
이것을 전하는 다음 영문기사가
인종차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건,
그것이 결국
집시들이 소피아 시내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궁극적으로 그들이 소피아를 떠나게 할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소피아 시에서 정말 이걸 법으로 규제하면,
시내에서 더이상
말과 마차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딘지 모르게 짠한 풍경이었지만,
그래도 특별한 광경이었는데 말이다.
소피아는 어디 가나
사람들이 북적되는 법이 없고 한가하다.
맛집이라고 여행안내책자에 나온 데를 가도
줄을 서는 법이 없고,
대중교통수단 안이나
뭐 다른 데서도
크게 붐비거나
오랫동안 줄을 서거나 했던 기억이 없다.
불가리아어 수업 같이 듣던 사람 중에
거의 1년 정도 소피아에 살았던
일본 친구 리사가 있었는데,
내가 한국에 돌아올 때쯤
점심을 함께 하면서
나더러
"여름에 한번 오면 좋을텐데..."라고 했다.
그 말에 갑자기 궁금해진 내가
"여름은 어떻냐?"고 했더니,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여름엔 사람들이 없다"고 대답했다.
내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지금도 없는데, 이것보다 더 없냐?"고 했더니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다들 휴가 떠나서 지금보다 더 사람들이 없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소피아에서 특별히 휴양지에 가거나
온천을 하거나,
뭐 그밖에 별다른 휴식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처럼 계속 도서관 다니고,
불가리아어 수업 듣고
책이랑 논문 읽고 뭐 그렇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잘 쉬었다는 느낌을 받았던 건
어쩌면
사람들에 부대끼거나 치이지 않아서,
식당 입구에서 줄서면서
버스 타려고 기다리면서
자리에 앉으려고 경쟁하지 않아서,
서울처럼 대중교통수단
이것저것 갈아타고 오래 이동하면서
녹초가 되지 않아서
몸과 맘이 편안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정말
나중에는 여름에 한번 더 가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더 한적한" 여름의 소피아도 경험하고,
좀 더 붐빌 흑해 연안의 휴양지에도 놀러가서
그들의 "북적거림"이
과연 어떤 건지도 경험해봐야겠다.
근데 왠지
우리의 평소의 "덜 북적거림"보다
그들의 특별한 "북적거림"이
더 안 북적거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