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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Nov 29. 2017

소피아의 찬란한 먼 과거: 세르디카(Serdica)

소피아 도심에서 만나는 "흔한" 고대 유적

소피아 교통 얘기를 하던 이전 포스트에서

지하철도 이야기할까 하다가

이번 포스트로 넘겼다.


지하철

소피아라는 도시의 중요 교통수단이면서,

또한

고대 도시 세르디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교통"이라는 주제와

"고대 유적"이라는 주제의

일종의 교집합이다.


소피아에 지하철이 처음 생긴 건

1998년,

20세기가 거의 끝나가던 해였다.


물론 모든 유럽 도시에

지하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지하철 없는 도시가 더 많지만,


그래도

소피아가 한 나라의 수도인 걸 생각하면

지하철이 너무 늦게 생긴거다.


소피아에 지하철을 놓자는 얘기는

1960년대부터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크게 두가지 이유로

당시에 실행되지 못했는데,


우선 소피아는 인구가 많은 도시,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이 아니라,

메트로(Metro)가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2016년 현재 인구가 130만명 정도라고 하니,


크기는 서울의 2배가 되는

이 도시의 인구는

서울인구의 1/7 - 1/8 정도밖에 되지 않고,


2006년 지하철이 개통된

대전의 인구 150만명보다도 적다.


아마 1960년엔 인구가 이보다 더 적었을테니,

천문학적 액수가 들어가는 지하철을

굳이 만들 필요를 못 느꼈을 거다.


소피아에 오랫동안 지하철을 건설하지 않은

두번째 중요한 이유

이번 포스트의 주제와 연관된다.


즉,

고대 트라키아와 로마의 중요한 도시였던

소피아엔

지하에 그 고대유적이 많이 남아있는데,

지하철 공사로

그걸 손상하게 될까봐였다.


결국 지하철을 만들면서

중심부 지하에 있던 고대유적들이

땅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유물은 따로 보관을 한 것 같은데,


그 터는 아직 특별히 관광지화하지 않고

안내푯말만 세워둔 채

대체로 그냥 그렇게 방치하고 있다.


그래서

소피아에서는

지하철 역에도,

지하철 역 근처에서도,

지하철 역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도

수천년전 고대 유적을 만날 수 있다.


그런 모습이 처음엔 무척 신기했는데,


나중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고대 유적이구나'

받아들일 정도로 흔하고,

현대적 건물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그렇게 1998년 고대 유적과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소피아 지하철 1호선 이후

2012년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었고,

지금은 3호선 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By Софийско метро - Own work,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642503


지하철 1호선은 소피아의 동서를,

2호선은 남북을 연결한다.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지하철 역은 세르디카(Сердика, Serdica)인데,


고대 트라키아인과 로마인의 도시였던

소피아,

BC 1C-AD 5C경 유적이니 그 중에서도

고대 로마인의 도시 "세르디카"의 흔적이

지하철 공사를 하면서

집중적으로 드러난 곳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소피아는 지하철이 2호선까지 밖에 없어,

지하철로 가지 못하는 곳이 많은 데다가,

내가 머물던 동네에서

지하철역까지는

30분은 걸어가야 했었기 때문에,

난 소피아에서 지하철은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2017년 현재 지하철 1회 이용 요금은

트램, 버스, 트롤리버스와 마찬가지로

1.6레바(약 1,200원)이고

종이티켓이긴 한데,

지하철 티켓에는 바코드가 찍혀 있어

다른 대중교통의 티켓과 혼용되지는 않는다.


바코드를 개표기가 인식해야

열차 플랫폼에 입장할 수 있으므로

방향을 잘 맞춰서 넣어야 한다.


그 밖의 소피아 지하철에 대한 정보는

다음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지하철 표시

다른 유럽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M자다.


소피아 시내에서 이 커다란 M자 뒤로 보이는

또다른 유명한 M자가

보이길래,

두 M을 한 프레임에 담았다.


(2014년 1-2월, 지하철, Sofia, Bulgaria)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소피아 지하철은 매우 깔끔하다.


(2014년 1-2월, 지하철,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지하철,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지하철, Sofia, Bulgaria)


1. 세르디카 지하철역(Сердика, Serdika)


1호선과 2호선이 교차되는

세르디카(Сердика, Serdika) 역에는

지하철 공사를 하며

드러난 세르디카 유적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아래 지도의 회색은 현재의 소피아 건물들,

주황색은

Ulpia Serdica로 불리던

고대 세르디카의 윤곽으로,

그중 동그랗게 표시된 부분이

이 지하철 역이 있는 부분이다.


(2014년 1-2월, 지하철,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지하철,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지하철,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지하철,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지하철, Sofia, Bulgaria)


지하철 역 바깥에도

고대 Serdica 유적이 있는데,

특별한 설명 없이

그야말로 방치되어 있었다.


지하철 역 바로 옆에는

그래도 위로 지나는 도로 밑에 위치해

뭔가 그래도 "관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유적의 일부분도 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유리문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판으로 처리된 바닥이 있는 곳까지는

접근이 가능한데,


이 유적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그냥 유적이구나'

하고 나오게 되는 점은 좀 아쉬웠다.


몇 년 후에 가면

설명이 잘 된 푯말이랑

고대 유적을 따라 이동하는 관광루트

표시되면 좋겠다.


(2014년 1-2월, 지하철, Sofia, Bulgaria)


2000여년 간

고대 트라키아인들의 도시였던

소피아,

당시 명칭으로 세르돈(Serdon)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필립왕 

그의 아들 알렉산더 대왕의 손에 들어간다.


이후 1세기경 로마에 정복되어


1-2세기 트라야누스(Traianus)황제 치하

울피아 세르디카(Ulpia Serdica),

즉 "울피움족의 세르디카"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데,


Ulpium은 황제 트라야누스

(Marcus Ulpius Traianus: 53 – 117)

가 속한 종족명이다.


트라야누스 황제 시절

울피아 세르디카는 크게 확장하고,

로마의 행정구역이었던

Dacia Mediterranea의 중심이 되면서,

고대 로마인들의 중요 시설,

즉 도시 둘레의 장벽, 주택가, 원형극장, 공중목욕탕, 회의장 등이 건설되었다.


로마제국의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로

그렇게 수세기동안 발전을 거듭하던

울피아 세르디카는

447년 훈족의 침입으로 파괴되고,


비잔틴 황제 유스티아누스에 의해 재건되지만,

슬라브족에 의해 여러번 파괴되었다.


이후 동쪽에서 온 불가르인들이 세운 왕국과

비잔틴제국의 일부이다가

500년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니,


소피아가 불가리아의 수도가 되기 전

가장 찬란했던 시절이 로마시대였고,

소피아 시내에서 발견되는 고대유물도

바로 그 울피아 세르디카의 유물이다.


아래 지도에서

현재 소피아 시내의 회색 실루엣 위에 그려진

주황색 윤곽이 당시 유적이 발견된 곳인데,


현재 소피아 중심부의 길과 건물이

당시 길과 건물의 윤곽을 유지하고 있음을,


즉 현재 소피아는

고대 로마시대 울피아 세르디카의 확장판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지하철 밖,

일반인에게 공개된

다른 울피아 세르디카의 흔적을 따라가 보기로 하겠다.


https://www.pinterest.co.kr/pin/554083560377711185/


2. 중앙 소피아 마켓 홀(Централните софийски хали, Central Sofia Market Hall)


중앙 소피아 마켓 홀(Централните софийски хали, Central Sofia Market Hall)은 줄여서

마켓 홀(Халите, The Market Hall)이라

부르기도 할 정도로

대표적인 소피아의 실내 시장으로,


소피아 중심부를 관통하는

마리아 루이자 대로(бул. "Мария Луиза") 남쪽에 위치한

100여년 된 쇼핑센터이다.


1911년 건설된 이 건물은

신-바로크, 신-비잔틴 양식이 가미된,

신-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비록 100년밖에 되진 않았지만,

소피아에서는

흔치 않은

유럽풍 건물이다.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1988년부터 2000년까지

리모델링했다는

이 건물은 밖에서보면 매우 고급스러운데,

안은 그냥 시장 같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할라 미롭스카(Hala Mirowska) 시장과 분위기가 비슷한데,

좀 더 작고,

식료품에 특화되지 않고

공산품도 많이 판매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그리고 여기에서도

울피아 세르디카의 유적을 만날 수 있다.


"중앙 소피아 마켓 홀"의 울피아 세르디카 유적 위치


난 그냥 지하는 어떻게 생겼나 하고서

내려갔는데,

지하의 식당가

(식당가라고 하기에도 뭐하게,

식당이나 카페는 몇 개 없긴 했다)

한구석에

이런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2000년전 고대 유적 옆에 앉아 있다.


여기엔

유적이 크게 두 개 있었는데,


아래 지도에서 붉은 색으로 표시된

1번 유적은

푯말 위 설명에 따르면

성채의 벽이었다.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파랑색으로 표시된 2번 유적은

설명을 보니

목욕탕이었단다.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그러고보니

소피아 사람들이 수도꼭지에서 온천수를 받아가는

공공 노천광천이

여기서 멀지 않다.



3. 노천 광천 옆 동북 첩탑 터(Northeastern Turret)


소피아 중앙 마켓 홀에서 길을 건너가면

지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한


노천 공공 온천수 급수대

광천 온천(Минерални извори)이 나오는데,



그 옆에도

아무렇지 않게

울피아 세르디카의 고대 유적이 펼쳐져 있다.


"동북 첨탑" 의 울피아 세르디카 유적 위치


사용된 벽돌로 봐서

3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여기 서 있는 돌 위에 새겨진

불가리아어와 프랑스어 설명에 따르면

나중에 중세시대에 불가르족에 의해

리모델링되어 사용되었다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아마도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의 양식이

고대 로마시대

그대로는 아닌가보다.


그런데 꽤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이 안내석에

왜 이렇게 프랑스어 안내문이

병기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4. 독립 광장(Площад Независимост) 근처 고대로마인들의 거주지(Insula)와 동쪽 문(East Gate)


"광천 온천" 남쪽으로 내려오면 나오는

독립 광장(Площад Независимост)근처도

고대로마 유적이 발견된 곳이다.


"독립 광장"의 울피아 세르디카 유적 위치


흔히 라르고(Largo, Ларгото)라고 불리는

독립 광장에는

1950년대 건설된 거대한 건물들이 즐비하다.


스탈린주의 건축(Stalinist Architecture),

사회주의적 고전주의(Socialist Classicism)양식의


불가리아 국회(Народното събрание),

불가리아 정부(Министерски съвет),

대통령 관저(Президент на Република България)

삼각형을 이루며

우뚝 솟아있다.


공산주의 시대에 세워진

가장 중요한 공공시설인만큼

당시에는 이곳에

레닌 동상도 서 있었고,


당시 불가리아 공산당 관사였던

"불가리아 국회"는 꼭대기에

커다란 붉은 별을 달고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어떤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2014년 1-2월, 독립 광장, Sofia, Bulgaria)


불가리아 공산주의의 상징이었던

소피아 독립광장엔

2014년 1월

다른 붉은 별을 단

크리스마스 트리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2014년 1-2월, 독립 광장,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독립 광장,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독립 광장,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독립 광장,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국회, 독립 광장,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정부청사, 독립 광장,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대통령 직무실, 독립 광장, Sofia, Bulgaria)


건축 양식 이외에

직접적인 공산시대의 흔적은

이제 찾을 수 없는 이 곳에서도

고대 로마시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있어서,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흔해 보이는

평범한 지하도로 내려가면

갑자기 눈 앞에

고대 울피아 세르디카

동문(East Gate)의 흔적이 펼쳐진다.


옛날 자료사진에 보면

그냥 오픈된 공간이었으니,


1950년대

2차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소피아를 재건하며

이곳에 거대한 스탈린식 건축물을 건설할 때

이미 이 울피아 세르디카의 유적이

여기 있음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그 위를 덮어 길을 만들고

건물을 짓고 했다.


다행히 파괴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귀한 유적을

이렇게 덮어버리다니,

불가리아 공산주의식 개발이

참 야속하다.


이 지하도를 지나며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없다.


아마 너무 어두워서

혹은

딱히 찍을만한 각도가 안 나와서

찍으려다 포기했나보다.


그 지하도에서는

아래 사이트의 두번째, 세번째 줄 사진과

같은 광경을 만날 수 있다.



불가리아 정부 청사 서쪽에는

줄여서 흔히 쭘(ЦУМ)이라 부르는

중앙 백화점(Централен универсален магазин)이 있다.


1950년대 건설된 쭘(ЦУМ)

1989년 시장개방 후

홍콩 Regent Pacific Group에 매각되어,

처음 그것이 건설될 때의 이상이었을

일반 대중의 백화점이 더이상 아닌,

오히려 그 반대의

럭셔리 고급 백화점이 되었다.


소련붕괴 후 모스크바의

쭘(ЦУМ:Центральный Универсальный  Магазин)

명품만 파는 최고급 백화점이 되었는데,

쭘(ЦУМ)의 운명이

그렇게 우연히도 겹친다.


참고로 이 건물에는 citibank 도 있는데,

은행본사만 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ATM은 없었다.


(2014년 1-2월, ЦУМ,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ЦУМ,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ЦУМ,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ЦУМ,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ЦУМ,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ЦУМ,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ЦУМ,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ЦУМ,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ЦУМ,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ЦУМ, Sofia, Bulgaria)


쭘(ЦУМ) 지하에도

울피아 세르디카의 유적이 있는데,

이 곳은 고대 로마인들의 주거지였다고 한다.


쭘(ЦУМ)지하에 있다는 유적은 보지 못했고,

쭘(ЦУМ) 서쪽,

세르디카(Serdica) 지하철역 입구에서

이런 광경은 만날 수 있었다.


(2014년 1-2월, 고대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5. 서문 (West Gate)


독립 광장세르디카 지하철역에서

서쪽으로 가면,

가톨릭 성당 옆에

울피아 세르디카 서문의 유적이

꽤나 넓게 펼쳐져 있다.


"서문"의 울피아 세르디카 유적 위치


2014년 1-2월엔

복원 공사중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크게 붙어 있는 상태로,

겨울이어서 그런지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그냥 그렇게 휑하게 펼쳐져 있었는데,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2017년 5월 공사가 완료되어

이렇게 변했다.


출처: http://citybuild.bg/news/zavyrshi-konservatziiata-restavratziiata/34475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고대 유적을

방치하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보다.


그 과정에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소피아 시에서도 나름 관리를 하고 있는거다.



6. 성 소피아 성당(Църква Света София“, St. Sofia Church)


소피아 시내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성 소피아 성당(Църква „Света София“, St. Sofia Church)

소피아(София)라는 도시가

그 이름을 갖게 한

이름의 기원이 되는 오래된 성당이다.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4세기경 처음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성당은

건물 자체가 로마 시대

즉, 울피아 세르디카의 유적인데,


이 성당 구경 갔다가

그 바로 앞에

오래된 유물이

지하철 역 같이 생긴 유리 지붕 밑에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


유리 지붕을 씌운 것을 보니,

비공개할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 공사가 안 끝난 분위기로

무언가를 작업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안내문은 전혀 쓰여 있지 않았다.

 

"성 소피아 성당"의 울피아 세르디카 유적 위치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7. 원형 극장(Amphitheater)


원형극장의 흔적은

비교적 최근

2004년

울피아 세르디카의 경계를 표시하는

벽 바깥에서 발견되었다.


호텔 공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원형극장은

3-4세기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밑에 2-3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일반극장이 또 발견되어,

원형극장과 그냥 극장이

연결된 유일한 고대유적이라고 한다.


당시 원형극장엔 극장의 흔적뿐 아니라

3-4세기의 동전과 도자기 등도 함께

발견되었다고 한다.


"원형극장"의 울피아 세르디카 유적 위치


현재는

호텔 Arena di Serdica 지하에

남아 있는 그 일부가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입장은 무료인데,


내 기억에

이 호텔 1층에는

카페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리고 Spa도 있었던 것 같다.


찾아보니

그게 맞고,

별5개짜리 고급호텔이다.


(Arena di Serdica 홈페이지)

https://www.arenadiserdica.com/en/arena-di-serdica-residence-hotel-sof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8. 성 게오르기 성당(Ротонда „Свети Георги“, St. George Rotunda)


울피아 세르디카의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고,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일반인에게 공개된 곳은

뭐니뭐니해도

독립 광장 남쪽

성 게오르기 성당 근처일 것이다.


"성 게오르기 성당"의 울피아 세르디카 유적 위치


성 게오르기 성당(Ротонда Свети Георги“, The Church of St George)

4세기 초 로마인들에 의해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로,

이 붉은 벽돌 로툰다(rotunda)

소피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이 성당 자체도 오래된 유적인데,

성당 동쪽에도

꽤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로마시대 건물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이 곳엔 팔각형 방을 가진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로마식 온돌(hypocaust) 장치를 가진

이 건물은

5세기 이후엔 교회로 사용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어떤 세속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그 밖에 성 게오르기 성당

서북쪽에는 불레우테리온(buleuterion)

이라는 로마시대의 대형 회의장이 있었다는데,


1950년대 소피아를 재건할 때도

불레우테리온은

이미 유적이 얼마 남지 않았었지만,

그나마 그 남아 있는 일부 위에도

5성 호텔

셰라톤(Sheraton Sofia Hotel Balkan)이 세워졌다.



소피아 셰라톤 호텔 밑에는

성 게오르기 성당이 세워지기 전

상가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 게오르기 성당보다 더 오래된

건물의 흔적도 있는데,

아직 다 발굴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성 게오르기 성당

북쪽에는 대통령 관저가 있는데

그곳에도 건물 아래

울피아 세르디카의 유적이 있고,


성 소피아 성당 남쪽

서보르나 길(Улица Съборна: 성당 길)에는

현재 그냥 평범한 상가가 있는데,

이곳 지하에도

2-3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울피아 세르디카 유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1950년대 소피아를 개발하면서

당시 유적들을 그냥 지하에 묻고,

그 위에 건물을 세웠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건 성 게오르기 성당 서북쪽,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이건 성게오르기 성당 남쪽의 모습이다.

성당 뒤쪽에 보이는 건물이 대통령 관저다.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이건 위 사진의 성당 앞에서 

본 소피아 거리 풍경이다.


이 왼쪽과 오른쪽 건물의 지하에

울피아 세르디카의 유적이 묻혀있는 거다.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지금까지 둘러본 Ulpia Serdica의

옛모습은 아래 그림과 같을 것이라고 한다.


저 멀리 보이는 원형 극장이

Ulpia Serdica 바깥 동쪽에 있었으니,

그림 왼쪽이 북쪽, 오른쪽이 남쪽,

아랫쪽이 서쪽인 거 같다.


그림 왼쪽 아래가 중앙 소피아 쇼핑 홀,

그 위쪽 벽의 모서리가 노천 광천수,

거기서 가로로 펼쳐진 벽의 가운데가

현재 독립 광장이 있는 곳이다.

 

출처: http://en.sofiamuseum.bg/ulpia-serdica/


이렇게 번성했던,

찬란한 과거를 가진 도시가

지금은 그렇게 흔적만 남았다는 것이

좀 허무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년이 지난 후에도

그 흔적이 남는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소피아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만나게 되는

이런 "귀한 유적"이

소중하게 보전되거나 다루어지지 않고,

그냥 방치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웠는데,


고대 유적이

잘 보전되었을 뿐 아니라,

관광지로 개발해

입장료를 받아 그 관리를 계속하고 있는

그리스 아테네와

테살로니키를 갔다오고 나서,

그 아쉬움은 좀 더 커졌다.


물론 소피아의 고대 유적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도 하고

온전한 형태를 띠는 건물이 많지 않고,

여전히 대부분 지하에 있기도 해서

입장료를 받기에는 뭐하지만 말이다.



예전에는 옛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오히려 새롭고 멋진 걸 더 좋아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만들어 낸 것"

"오랜 시간 자기만의 이야기를 쌓아온 것",

그래서

"쉽사리 새롭게 만들 수 없는 것들"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제

오랜 시간을 그렇게 견뎌낸다는 게,

그동안 변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게 되었고,


그런 오래된 것이 입고 있는

남달리 두터운 시간의 층이

개성이 되어,

그냥 흔한 공간을

좀 더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걸

느끼게 되었고,


오랜 시간의 무게를 견뎌온,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는 것들이

품어내는

형체없는 아우라를,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소피아의 고대 유적을

지나칠 때마다

무언가 보물을 발견한 것 같아

괜히 반갑고,

또 그 오랜 세월을 버텨낸 게

장해서,

괜히 마음이 애틋해졌던 것 같다.


나는 계획만 세우고

시간이 여의치 않아

결국 가보지 못했는데,


소피아 남쪽에는

플로브디프(Пловдив)라는 소피아보다

더 오래된 도시가 있고,

더 많은 고대 유적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마침 플로브디프는

2019년 유럽문화수도

(European Capital of Culture in 2019)

선정되었다고 하니,


고대 유적에 관심이 있다면,

그 때 맞춰 한번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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