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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Sep 23. 2017

바르샤바 도심 골목: 곧 "역사"가 될 "이야기"

관광객들은 의미없이 스쳐 지나치는 현지인들의 생활 공간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프랑스어 histoire[이스투와르]라는 단어가

"역사"라는 뜻 말고

"이야기"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게 신기했다.


그 이후 여러 다른 유럽 언어들을 배우고 나서,


신기한 건 프랑스어 histoire가 아니라

영어 history임을 깨달았다.


러시아어, 불가리아어 история,

라틴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historia,

체코어, 독일어 historie 등

 

다른 유럽어들에서는 대체로

"역사"를 의미하는 단어가 "이야기"도 의미한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언급하는 것처럼

그 어원이 "그의 이야기(his+story)"가 아니라,


"아는 사람, 현자"라는 의미의

고대그리스어 " ἵστωρ(hístōr)"에서 비롯되었단다.



여러모로 영어 history가 이상했던 거다.


여러 유럽어에서 "역사"를 뜻하는 단어가

"이야기"라고도 해석되는 가장 직접적 이유는


유럽 여러나라가,

수세기동안 공식 문서에서 사용한

라틴어 단어 historia의 형태와 더불어

의미 또한 차용했기 때문이겠지만,


"이야기"가 차례차례 모이면 "역사"가 되고,

결국 어떤 나라의 "역사"라는 것도

"이야기"의 모음이라는

너무 당연한 현실에 기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아직 "역사"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와 이야깃거리를 가진

바르샤바 도심의 골목 구석구석,

지금 그곳들이 가진 "이야기"가

언젠가 먼 훗날 "역사"가 될,

관광객이 아닌 바르샤바인들의 생활공간을

둘러보도록 하겠다.


사실 세계 여느 도시나 마을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영혼이 머무는 곳은 어디든지

새로운 풍경과 활기,

그리고 크고 작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볼거리 많은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의 일상 공간을 둘러보는 것 또한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1. 할라 미롭스카(Hala Mirowska) 시장



시장건물 밖에는 Hala Mirowska라고 쓰여 있는데,

동쪽과 서쪽의 두 개의 시장이 붙어 있어서

복수로

할레 미롭스키에(Hale Mirowskie) 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할라 미롭스카(Hala Mirowska) 시장은

바르샤바 도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래 지도에서 주황색으로 표시한 곳이다.


지도에서 초록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다른 포스트에서 둘러본 곳들인데,


이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도심에 있지만

바르샤바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둘러보는

관광지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다.

 

(출처: 구글지도, 위 글자의 링크를 누르면 구글지도로 연결됨)


10번, 17번, 33번 트램이나 160번 버스를 타고

"Hala Mirowska" 정거장에서 내리면

바로 시장 건물이 보인다.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할라 미롭스카 시장은

바르샤바가 러시아의 지배하에 있던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세워졌고,

그 소유주가 바르샤바시인 일종의 공공건물이고,

지금도 시의 소유라고 한다.


당시 유행했던 "절충주의(Eclecticism)",

즉 여러 양식을 섞어서 만든 건축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멀리서 언뜻 보면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며 근사한데,

가까이 가서 보면

어딘가 모르게 뭔가가 좀 아쉽다.


물론 그게 단순히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라는 용도 때문에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상쇄되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2016년 7-8월, Hala Mirowska 서쪽 건물,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Hala Mirowska 동쪽 건물,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아무튼 이 시장은

바르샤바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로 번성하다

2차세계대전 때, 특히 바르샤바 봉기 이후에

건물 자체가 매우 많이 손상되었을 뿐 아니라,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500여명의 바르샤바인들이

이 안에서 총살된 슬픈 역사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랬는지,

2차세계대전 이후에 곧바로 복원되지 않고,

꽤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동쪽 건물은 1950년대 "복싱장"으로 사용되었고,

1953년에는 유럽복싱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도 할 정도여서,

바르샤바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스포츠 공간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동쪽 건물, 서쪽 건물 모두

예전의 시장 기능을 회복했고,


1990년 공산정권 붕괴 이후 현대화되기 시작해서,

지금은 꽤 자리를 잡았다.


바르샤바인들에게 할라 미롭스카 시장

생산자들과 직거래로

신선한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된다.


정말이지 100년된 꽤 근사한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어딘가 투박하고 촌스러운 시장이 펼쳐지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 공간 안의 농산물은 매우 싸고 신선해서

그 점에서는 만족도가 높았고,


그냥 어떻게 생겼나 구경만 할 계획이었던 나도

여기에서 신선한 체리랑 다른 과일들을

싼 값에 샀었다.


난 오후에 갔었는데,

그 때 동쪽 시장의 상점들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고,

서쪽 시장은 아직 한참이었다.


2층으로 된 서쪽 시장 건물의

1층은 대형 슈퍼마켓이고,

2층에는 여러 다양한 물건을 파는

작은 상점들이 있었는데,

1층엔 천장이 없어서

2층에서 1층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불가리아 소피아 시내에서 본

어떤 시장의 내부구조도 이랬는데,

19세기-20세기 언저리에 지은

유럽 시장이 많이 그런가 보다.


동쪽 건물과 서쪽 건물 밖

야외에도 시장이 있다.


폴란드 사람들은 대체로 좀 시크하고 쿨한 편인데,

여기 시장 사람들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아서,

그냥 좀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2016년 7-8월, Hala Mirowska,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Hala Mirowska,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이건 2층 구석에 있던 아이들이 따는 놀이기구인데,

1즈워티(200-300원)을 넣으면 작동하고,

부모와 동행한 상태에서

꼭 한 명씩만 이용하라고 쓰여 있다.


(2016년 7-8월, Hala Mirowska,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Hala Mirowska,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동쪽 건물의 동쪽에는 작은 공원 안에

코시치우슈코(Tadeusz Kościuszko)의 동상이 서 있다.


코시치우슈코는

1794년 러시아와 프로이센에 대항하는

"코시치우슈코 봉기(Insurekcja kościuszkowska, Kościuszko Uprising)"를 일으켰는데,


결국 실패하여 이듬해인 1795년부터

폴란드는 123년간 세계 지도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코시치우슈코 자신은 나중에 미국으로 이민 가

미국 독립전쟁에 참여하여,

미국 역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 신세계(Nowy Świat) 길 서쪽



아래 지도에서 주황색선으로 표시한 길이

노비 시비아트 혹은 신세계 길이고,

이제 우리가 둘러볼 곳이

아래 지도에서 네모로 표시한 지역이다.


(지도 출처: 구글)


노비시비아트 길 동쪽과 서쪽은

대체로 상업지구인데,


그 중 서쪽지역은

20세기 이전의 고전적 느낌의 건물들,

20세기 사회주의 리얼리즘 건물

그리고

90년대 이후에 건축된 최신식 건물이 뒤섞여 있다.


현대적 건물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고전적인 느낌의 건물로는


1888년 지어진 신르네상스 양식의

국립민속박물관(Państwowe Muzeum Etnograficzne)이나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1905년 네오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된

화려한 장식의

폴란드 기술자 연맹 건물(Gmach Stowarzyszenia Techników Polskich) 등이 있다.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1851년 세워진

폴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초콜릿 회사

E. Wedel 건물도 매우 고전적이다.


1893년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된

이 하얀색 건물 뒤에서,

1865년부터 에밀 베델(Emil Wedel)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초콜릿 가게를 했단다.


즉, 이 건물도 100년이 넘은 건물인데,

초콜릿 회사는 그보다도 오래된 거다.


이 건물이 처음 세워졌을 때부터

1층에서는 초콜릿 상점과 카페가 있어서,

당시 이곳에서는

많은 유명 폴란드 문인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에도 1층엔 초콜릿 상점과 카페가 있는데,

매우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다.


베델(Wedel)이라는 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폴란드 최초의 초콜릿 회사의 창업주는

독일계였는데,

2010년에는 롯데가 이 회사를 인수했다.


"폴란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음은 독일에, 그 끝은 한국에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2013년 폴란드 갔다오면서 사람들에게


"폴란드에서 젤 오래된,

자그마치 1851년에 세워진 초콜릿 회사 초콜릿"이라며


이 회사 초콜릿을 선물했었는데,


나중에 초콜릿 포장지 뒷면에

작은 글씨로 적힌 롯데라는 글씨를 보고

좀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회사를 한국 기업이 인수했다고 해서

초콜릿 맛이 달라진 건 아니라서,

100년 이상된 회사답게

롯데 초콜릿보다 좀 더 깊은 맛의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을 생산한다.


100여년의 전통을 가진 카페와 직영상점은

바르사뱌 슈필탈나 거리(Ulica Szpitalna)에만 있지만,

초콜릿 자체는

폴란드 어느 상점에서나 구매할 수 있으니,

폴란드에 가게 되면 한 번 맛보길 추천한다.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베델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르샤바 봉기 광장(plac Powstańców Warszawy)이 있는데,

그 광장 한쪽에

나폴레옹 동상(Pomnik Napoleona Bonaparte)이 서 있다.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나는 사실 드골 동상과 레이건 동상만큼

이 동상이 쌩뚱맞게 느껴졌는데,

드골 동상과 레이건 동상처럼

나폴레옹 동상 또한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1807년 나폴레옹은

프로이센의 지배하에 있던 폴란드에 입성하여

바르샤바 공국(Duchy of Warsaw, Księstwo Warszawskie, Duché de Varsovie)을 세웠고,

그렇게 동진하던 나폴레옹이

러시아 정복에 실패하여

1815년 프로이센과 러시아가

다시 폴란드를 지배하기 전까지 지속되었다.


즉, 폴란드인들에게 나폴레옹은

잠시나마 독일과 러시아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했던

구원자 같은 존재인 셈이다.


바르샤바에 있는

드골 동상과 레이건 동상의 사연은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었다.


이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재무부(Ministerstwo Finansów) 건물은

평범한 듯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특별한데,


건물 외벽의 부조를 보면,

20세기 초 모더니즘 양식인 것도 같고,

혹은 좀 더 미학적으로 진보되어

추상화되고 세련되어진

사회주의 리얼리즘 양식 같기도 하다.


아무튼 건물 자체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는데,

섬세하고 역동적인 부조가

특별한 개성과 에너지를 부여한다.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마와홉스키 거리(Ulica Małachowskiego)의

건물도 콘크리트 건물과 외부 장식을 보아하니,

20세기초 모더니즘이거나

사회주의 리얼리즘 양식인 것 같은데,

그 장식이 정교하고 아름답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전혀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예술가의 집(Dom artysty plastyka)"

언뜻 보면 건물자체는 고전적인 것 같은데,

건물 용도가 큼지막한 글씨로

외벽에 써 있는 것이나

그 밖의 디테일은 공산주의의 잔재처럼 느껴진다.


찾아보니 아치는 19세기 신르네상스 양식인데,

건물은 1960년대 건물이라고 한다.


뭔가 내가 멀리서 찍은 사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을 올린다.


사진 출처: http://warszawa.wyborcza.pl/warszawa/56,95080,19723956,dom-artysty-plastyka-zpap-ul-mazowiecka-11a,,4.html


여기는 아무나 자유롭게 들어가서

그림을 둘러볼 수 있는데,

아마도 이렇게 보다가 맘에 들면

그림을 구매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예술가처럼 보이는 분들이 앉아

다른 사람 신경 안쓰고

자기들만의 사적인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미술을 위한 미술을 전시하는

뭔가 박제된 미술관이 아닌,

예술가들의 아지트 내지는

생활속의 미술 감상실 같은 느낌이 드는,

약간 사적인 느낌의 따뜻한 공간이어서

지나다니다가 한번씩 들어가보곤 했었다.


(2013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건물 입구 벽엔

1939-1945년 제2차세계대전 기간 동안

유명을 달리한 폴란드 예술가들을 추모하는 동판이

1968년이라는 연도와 함께

마치 예술 작품의 일부처럼 걸려있다.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그 밖의 대부분의 공간은

공산주의 시대에 지어진 듯한,

하지만 특정한 양식을 드러내기 보단

그냥 흔한 20세기 건축 같은 건물과

1990년대 이후에 지어진 듯한 첨단의 건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śródmieście,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그 건물들 사이엔 어딘지 모르게 쌩뚱맞아 보이는

의자 기념비(Pomnik Krzesłu)도 있다.


구글 지도에 이 작품의 이름은 나오는데,

누가 무슨 의미로 만든 건지는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 없다.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최근 몇년간 수치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경제 상황이 꽤 좋은,

그리고 앞으로도 꽤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는

곳곳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짓고 있는,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는 "젊은 도시"다.


아래 사진 속 건물은

공산주의 시대 때 지어진 것으로

Smyk[스믹]이라는

유명한 폴란드 아동용품점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2016년 여름엔 재건축 공사가 한참이었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대형 상업 광고와

비주류적 감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예술 벽화가

그려진 벽도 자주 만날 수 있다.


바로 아래 벽 그림은

"예전 바르샤바의 맛"

이라는 카피를 담은 광고였는데,

한번도 실제로 보지 못한

갈색톤의 예전 바르샤바 풍경이

괜히 정겹고 그리워서 한참 보고 서 있었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하지만 대체로 상업광고보다는

예술가들의 자발적 벽화가 더 눈에 많이 띠고,

특이하고 비주류적인 그런 그림이

좀 더 정이 많이 가고, 재미있는 편이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3. 신세계길 동쪽 - 폭살



노비 시비아트(Nowy  Świat)  동쪽에선

폭살(Foksal)길파빌리온이 꽤 흥미롭다.


아래 지도에서 주황색 네모로 표시한 부분이다.


(지도 출처: 구글)


폭살 길(Ulica Foksal)

좁은 골목 안에 옛스런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1층엔 카페랑 레스토랑이 많아서

내가 바르샤바에 간 여름엔 항상

가뜩이나 좁은 이 길 위에

손님들이 야외에 앉아있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차양이 눈 높이 위에 처져 있었다.


그래서

이 길 위의 옛스런 건물들을 한 눈에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길이 아늑하고 좋다.


이 길의 카페랑 레스토랑도

다 괜찮아 보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차양이 없을 때 어떤 풍경인지 보여주는

사진이 나온다.


난 한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


(사진 출처: https://mapa.targeo.pl/foksal-ul/warszawa-00-366/ulica)


폭살(Foksal)이라는 이름은

영국 런던 내 지명 Vauxhall에서 나왔는데,


런던의 Vauxhall에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이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정원이 있었고,

18세기에 처음 만들어진 이 동네에도

그런 유흥을 위한 정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땄다고 한다.


이후 19세기에 여기에 길이 놓이면서,

그 길이 폭살(Foksal)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지게 되었다.


1944년 바르샤뱌 봉기 당시엔

여기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어떤 건물은 반군들의 병원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다행히 당시에 많이 파괴되지 않아서

여기에 있는 건 거의

19세기에 세워진 건물 그대로다.


그런 오래된 건물들은 거의 다 리모델링을 했고,

아직 리모델링 되지 않은 건물들도

곧 리모델링할 예정이라고 한다.


2016년 여름에 사람이 살지 않고,

곧 공사가 시작될 것 같아 보이는 건물이

몇 개 눈에 띄길래

'이제 이것도 곧 없어지겠구나' 했는데,

없애진 않고, 옛 것을 살려서 고친단다.


정말 다행이다.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4. 신세계 파빌리온(Pawilony Nowy Świat)



파빌리온(Pawilony)

한국인 지인 o님을 통해 알게 된 장소다.


2013년 여름 어느 날

바르샤바 시내에서 우연히 만난

o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기 베트남 음식점이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그 담날 점심에 갔다가

거기서 o님을 만나고 서로 멋쩍게 웃었었다.


나나 o님이나 그 얘기한 바로 다음날

거기서 만나리라고는 예상 못한거다.


물론 내가 여길 자주 간 건 아니지만,

그 날 그렇게 o님 만난 거 빼고

여기 가서 동양인을 본 적이 없다.


폴란드 사람 아닌 것 같은,

폴란드어를 하지 않는 서양인도 거의 못 봤다.


거의 바르샤바 현지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여기는 길 이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행정적 주소는 노비 시비아트(Nowy Świat)지만,

바르샤바의 가장 중요한 관광지인

노비 시비아트, 즉 신세계 길과는

정반대 분위기의 이 곳이

바르샤바 사람들 사이에선

그냥 파빌리온(Pawilony)이란 별칭으로 불리는데,

영어의 pavilion과 마찬가지로

폴란드에서도 이건 "가설 건물"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말 이제 곧 무너질 것 같은

나즈막한 가건물들(?) 안에

작은 식당과 카페 그리고 상점들이 있다.


노비 시비아트 길에서 들어가면 되는데

그 입구도 이렇게 생겼다.


그냥 지나가다

"구경이나 한번 할까" 하고 들어가기엔

좀 험악하고(?) 추레하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야 찾아갈 수 있는

현지인의 공간이다.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어두침침하고 투박한 통로를 지나고

만나는 안쪽의 공간은 그래도 꽤나 정감있다.


여기에 있는 가게들이 다 가격이 저렴해서

주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편인데,

친구들끼리 만나 클럽 가기 전에

잠깐 술 마시거나 저녁 먹으며

이야기하러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가 워낙 편하고

경제적 부담이 없으니,

다른 데로 옮기지 않고,

그렇게 그냥 여기서 모임을 끝나는 경우도 많단다.


겉모습도 망원동이나 연남동 깊은 구석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그런 작지만 특이한 것을 팔거나,

별로 신경쓴 것 같지 않지만 그게 또 멋있는,

펑키한 인테리어의

편안한 가게나 카페, 술집 같은 그런 느낌이다.


여기는 주머니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볍게 갈 수 있다.


아래 사진의 벽화는 2013년에 처음 갔을 때도

2016년에 갔을 때도 있었고,

파빌리온 사진 검색하면 자주 등장하는 것보니,

꽤 오래된 그림인 것 같다.


(2013년 7-8월, Warszawa, Poland)


그 옆벽의 인어공주 그림은

2013년엔 없었는데,

2016년에 갔을 땐 새로 생겼다.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다른 벽에는 상업 광고가 그려져 있을 때도 있고,

그냥 순수하게 장식 목적으로 그린 듯한

특이하고 신선한 느낌의 그림이

그려져 있을 때도 있다.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가게들의 외관도 전반적으로 펑키하다.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나는 여기서 주로

o님이 알려준 베트남 음식점 Co tu에 갔었는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새우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다양한 밥과 면요리를 선택할 수 있고,

음식이 대체로 입맛에 맞았다.


베트남 출신인듯한 주인은 친절하고,

선택을 잘 못하고 있으면 추천도 잘 해준다.


음식은 주문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금방 나온다.


가게는 작고 허름한데,

맛은 나름 인정을 받는 곳인지,

한 구석에는 바르샤바 시로부터 받은

"황금 국자"상도 걸려 있었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여기는 대체로 다 맛있었는데,

난 주로 매운 거 먹고 싶을 때

여기 가서 매운 요리를 주문하곤 했다.


처음에 그렇게 했더니,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매운 요리가 땡길 때

주로 파빌리온(Pawiliony)을 가게 되서 그랬다.


그런데 o님도 그랬고,

폴란드 블로그나 신문기사에서도 그러고

이 베트남 음식점 말고도

파빌리온의 가게들이 대체로 다 괜찮단다.


그리고 사실 바르샤바의 다른 곳에도

여기보다는 좀 비싸다고 해도

충분히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재료로 만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은 많다.


(2013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5. 바르샤바 서점과 북까페

 

아는 사람이 바르샤바에 오면 데리고 가는,

내가 좋아하는 까페와 음식점이 몇 개

더 있긴 한데,

"혹시 모르니"

그건 나만의 장소로 남겨두고,

바르샤바의 서점과 북까페를 좀 둘러볼까 한다.


폴란드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대중 교통 안에서도 다들 책을 읽고 있고,

길거리에 서점도 많고,

헌책방도 많다.


길거리에 가판을 벌려 놓고

헌책을 파는 경우도 많은데,

거기엔 항상 서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이 있고,


예전에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책이 있는지 물어보니,


"지금 여긴 없는데,

원하면 가져다 주겠다.

우린 가판은 월-금 몇시부터 몇시까지 하니까

이리로 다시 와라."


뭐 이런 식으로 말했었다.


즉, 그런 가판대 서점도

한번 그렇게 서고 접는 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서는 상점인거다.


아마도 그만큼 수요가 있으니까

그게 가능할거다.


그리고 신기한 건, 헌책방에 있는 책이 항상

새 책보다 더 싸지는 않다는 거다.


절판되서 안 나오는 책 중에 어떤 것들은

일반 헌책방이 아니라

Antykwariat(고서 및 골동품 파는 상점)에서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한다.


우리 같으면 그런 책은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제본해서 볼텐데 말이다.


이렇게 책을 중시하고,

책을 많이 읽는 폴란드인들은

상식도 풍부하고 평균적으로 지적인 편이다.


그리고 이건 많은 유럽 국가에서 그런 것 같지만,

폴란드에서는

작가나 지식인들이 유명 인사인 것 같다.


또한 문학 작품의 독자층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어,

유럽 변방의 나라 치고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도 많은 편이다.


헨릭 시엔키에비치(Henryk Sienkiewicz),

블라디스와프 레이몬트(Wladyslaw Reymont),

이삭 싱어(Isaac Bashevis Singer),

체스와프 미워쉬(Czeslaw Milosz),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


이렇게 5명이다.


읽는 사람이 많으니,

쓰는 사람도 많고,

그 중에 잘 쓰는 사람도 많아지는,

그래서

좋은 작품이 많으니 또 많이 읽게 되는

건강한 선순환 구조가 되는 것 같다.


그런 비교적 지적인 환경이라

바르샤바 곳곳에 서점도 많이 있는데,

우선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건 엠픽(empik)이다.


바르샤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서점 체인인데,

내가 사진으로 남긴 데는

노비 시비아트점밖에 없어

다른 포스트에서 올렸던 사진을 다시 올린다.


(2013년 8월,Nowy Świat, Warszawa )
(2016년 8월,Nowy Świat, Warszawa )


엠픽(Empik)에선 다양한 분야의 서적뿐 아니라

음반이나 디비디

그리고 팬시용품이나 문방구도 구입할 수 있고

공연 티켓도 구매할 수 있다.


좀 큰 지점엔 커피숍도 붙어 있다.


그 안에 들어가면 그런 걸 다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책장 옆에는

아직 값을 계산하지 않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탁자와 편안한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이런 편리성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2008년 여름에 바르샤바에 갔을 땐

거의 매일 엠픽(Empik)에 갔었다.


서울의 스타벅스만큼 자주 만날 수 있는 게

바르샤바의 엠픽(Empik) 서점이어서,

난 폴란드 어디 가나 있는 줄 알았더니,

이건 바르샤바 밖에서는 자주 만날 수 없다.


다른 도시에는 다른 서점과 다른 서점 체인이 있다.


예를 들어 크라쿠프에는

마트라스(Matras) 서점이 많다.



마르샤우콥스카(Marszałkowska) 거리에 있는

엠픽 지점에서 발견한 푯말을 읽은 이후에는,

그냥 책도 많고 읽기도 편해서 좋아하던

엠픽(Empik)이,

그것이 가진 역사적 의미 때문에 더 좋아졌다.


푯말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EMPiK은 그 역사가 194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국제 출판 서적 클럽(Kluby Międzynarodowej Prasy i Książki)"를 기반으로 1991년에 형성되었습니다. 수십년간 EMPiK 클럽은 많은 폴란드인에게 외국 신문, 잡지, 서적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세계로 난 유일한 창이었습니다. 폴란드 문화적 지평의 중요한 지점이 된 이 곳을 문화와 학문 분야의 많은 인사들이 찾았었고, 수많은 만남, 전시, 낭독회, 콘서트, 작가의 밤들이 개최되었습니다.

오늘날 EMPiK은 그러한 훌륭한 전통의 맥을 이어가며, 고객에게 폴란드 시장에서 가장 폭넓은 문화적 복지를 제공하며, 작가, 음악가, 배우 등 예술가와의 수많은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그들의 작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폭넓은 언론출판물과 서적 아이템, 사진 인쇄물, 영화, 멀티미디어, 문방구 및 사진 관련물품의 선택 가능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EMPiK 지점을 여러분이 사용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크라코프스키에 프셰드미에스치에(Krakowskie Przedmieście) 길,

바르샤바 대학 근처에도 서점이 많은데,

그 중에서 또 내가 좋아하는 곳이

프루스 학술 서점(Główna Księgarnia Naukowa im. B. Prusa)이다.


1952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는 이 서점은

작가 볼레스와프 프루스(Bolesław Prus)

자신의 작품 "인형(Lalki)"에서

주인공 가게의 주소로 설정했던,

바로 그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이 서점의 이름은

"책의 집(Dom Książki)"이었는데,

프루스 사망 50주기에

프루스 학술 서점(Główna Księgarnia Naukowa im. B. Prusa) 이라는 좀 더 멋진 이름을 얻게 되어,

지금에 이어진다.


이 서점은 1층과 지하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름처럼 학술서적이 많지만,

일반서적도 꽤 많다.


1층에는 작은 카페도 있고,

문 옆에는 "환전소(kantor)"도 있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왼쪽에 멀리 보이는

주황색 부스가 그 환전소다.

여기 환율이 나쁘지 않아서

한번 여기서 환전한 적도 있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그 밖에 내가 사진은 안 찍었지만,

자주 들르던 서점이 몇 군데 더 있는데,


2016년 여름에 갔을 때 안타까왔던 것 중 하나가

2013년에 내가 자주 가던 서점이랑 북까페들이

많이 없어졌던 거였다.


2013년에는 바르샤바 여기저기에

북까페가 많이 보였는데,

그 북까페 붐을 일으킨 곳이 바로                                                                                            

Czuły Barbarzyńca[추위 바르바진차]였다고 한다.


이 북까페 이름은

"젠틀한 야만인"이라는 뜻의

체코 작가 보후밀 흐라발(Bohumil Hrabal)의 작품 제목에서 온 것이고,


이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북까페는


외관은 아주 낡아 보여도,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편안한 분위기의 작은 까페를 갖추고

헌책과 새 책을 모두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는 커피맛도 나쁘지 않았고,

다른 데서 못본 책들도 많았고,

책 읽기도 편한 분위기여서

한번 가서 오래 앉아서 책도 읽고

또 나올 때 책도 몇 권 사가지고 나오곤 했던,

내가 좋아하는 북까페였고,


바르샤바 사람이라면 다 아는

바르샤바에서 가장 유명한 북까페였다.


2013년 여름엔

바르샤바 대학 도서관에서 멀지 않은

도브라 길(ul. Dobra)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2016년에 찾아갔더니 없어졌다.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깜짝 놀라서 찾아보니

재개발 때문인지

바르샤바 구시가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새로운 "젠틀한 야만인"에 직접 찾아가보니,

이제 더 이상 북까페가 아니라

그냥 작은 서점이었다.


그리고 코페르니쿠스 동상 근처에도

지나가다 한 번 들어가봤던

정말 작은 북까페가 하나 있었는데

2016년 여름엔 그것도 없어졌었다.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또 시내에서 내가 좋아했던 서점 Traffic Club

아르누보 장식처럼 보이는 그림들이 그려진

커다란 유리창과 유리 지붕을 가진,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소파도 아주 편안하고,

다양한 행사도 많았던 곳이었다.


그리고 책도 다양해서 다른 데서 찾다 찾다 못찾은

폴란드 Lonely Planet 영문판도

결국 여기에서 발견하기도 했었고,

그 밖에 다른 책도 몇 권 샀었다.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그런데 2016년 여름엔 여기가 텅텅 비어 있고,

그 옆에 "책 읽기 유행"이라는 의미의

Moda na Czytanie[모다 나 치타니에]라는

반어적으로 느껴지는 이름의,

예전 크기의 거의 1/10정도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서점만 남아 있었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물론 Moda na Czytanie도 꽤 지적인 느낌의

좋은 서점이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너무 작아진 걸 보니

마음이 씁쓸했다.


2016년 여름에 쓸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텅빈 서점 공간을 둘러보고 있는데,

건물 관리하는 분이 나와서 엄중한 표정으로

들어가면 안된다고 제지하는 바람에

흘끗거리다 그냥 나왔다.


검색해보니 지금 여기는

Dom towarowy Bracia Jabłkowscy라는

연회장소가 되었다.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폴란드 사람들도 요새는

인터넷 서점을 많이 이용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아마도 오프라인 서점이 예전같지 않나보다.


시대가 바뀌니 뭐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폴란드까지 이렇게 되면 이제 어떡하나 싶어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폴란드인들이 갑자기 책을 안 읽게 되거나,

책을 사서 서점에 딸린 작은 카페로 가서

커피와 케잌 한 조각을 즐기는 공간 자체가

달라지거나 사라질 것 같진 않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안 변한다.


그리고 도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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