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oga Oct 07. 2017

움직이고, 보고, 느끼고, "바르샤바에 반하라!"

바르샤바 교통 (1) ZTM, 버스, 트램


우리는 평소 잘 느끼지 못하고 살지만,

서울의 대중교통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서로 잘 연결되어 매우 편리하다.


우리가 "외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미국 대도시들은

배차간격도 길고,

종류도 많지 않고,

이용객도 많지 않는 등,

대중교통수단이 별로 발달하지 않아 보이는데,


유럽의 대도시들은

대체로 대중교통 시스템의 역사가 길고

매우 잘 발달되어 있어

대중교통만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버스, 트램, 지하철, 교외 기차 등

다양한 대중교통수단이 존재하고,

그것들 사이의 연계도 잘 되어 있고,

배차 간격적절하고,

운행 시간도 대체로 정확하여,

시간표에 맞춰 정류장에 가면

예정된 시간에 딱 맞게 대중교통수단을 타고,

예상한 시간에 딱 맞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편이다.


중부유럽 국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도

다양한 교통수단이 존재하고

그런 여러 교통수단 사이의 연계도 잘 되어 있다.


배차 간격이 좀 많이 길어지긴 하지만,

밤과 새벽에도 야간 버스가 다니고,

지하철도 꽤 늦게, 새벽까지 운행한다.


그래서 대중교통 이용이 꽤 편리하다.


이번 포스트와 다음 포스트에서는

바르샤바 곳곳을 연결하는,

여행자 그리고 바르샤바 시민의 발,

대중교통 시스템 이야기를 할까 한다.




1. 바르샤바 ZTM


트램, 버스, 지하철 내부와 외부,

그리고 그 정거장 등

바르샤바 대중교통 시설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ZTM이라는 글자는

Zarząd Transportu Miejskiego

(도시 교통 관리, Warsaw Transport Authority)의 약자로,

바르샤바의 지하철, 버스, 트램, 근교 기차 등을

통합 관리하는 기관이다.



지하철은 지하철 입구 밖에서,

버스나 트램은 정류장의 가판대나

운전석의 운전사에게서 직접 표를 구입할 수 있다.


바르샤바뿐 아니라

러시아나 유럽 도시에선 대부분

버스나 트램 안에서 운전기사에게서

표를 직접 구매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하철 표를 사는 매표소는 이렇게 생겼는데,

현금과 카드 모두 사용 가능하며,


(2016년 7-8월, 지하철, Warszawa, Poland)


2013년에 갔을 때는 트램과 버스 안에

티켓 자동판매기가 있는 것도 봤다.


직접 해본 적이 없어 정확한 사용법은 모르지만,

폴란드 사람들이 사용하는 걸 가끔 본 적이 있는데,

사용이 어렵진 않아 보였다.


(2013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바르샤바 ZTM 이용 요금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고,



표는 이렇게 생겼다.


통합 티켓이라

버스, 트램, 지하철 모두에서 통용된다.


(https://foteliki-pod-lupa.pl/kup-teraz/bilet-miesieczny-15-pln/attachment/billety-ztm-warszawa-3/)


표에 쓰인 Strefa는 구역(zone)인데,

여행객이든 바르샤바 주민이든

보통은 1구역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으므로

strefa 1을 사면 되고,


가판대나 운전석에서 "표 1장 달라"고 하면,

아마 1회권인 

4.40즈워티(약 1,400원) 짜리를 줄 거다.


1회 운임은 거의 한국이랑 비슷한데,

한국처럼 환승이 되는 게 아니라,

여러 운송수단을 번갈아 이용하면

비용이 꽤 될 거다.


2017년 현재

하루용 티켓은 15즈워티(약 4,500원),

3일용 티켓은 36즈워티(약 11,000원)이니,

[3일용은 홈페이지 요금이랑

위 그림의 요금이 조금 다르다]

바르샤바 관광하면서

대중교통을 하루 4회 이상 이용할 것 같으면

이런 특수한 티켓을 구입해도 될 것이다.


물론 "관광객을 위한 바르샤바"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아서,


만약 바르샤바에서 하루, 이틀 머물 예정이거나,

구시나 근처나 바르샤바 중앙역 근처에

숙소를 마련했다면,

대중교통수단 이용하지 않고 그냥 걸어만 다녀도

중요 관광지는 거의 다 "볼" 수 있다.


아무튼 가판대건, 운전석이건, 자동판매기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했다면

이제 구매한 티켓을

Kasownik(표 검사기, Validator)에 넣어야 한다.


그걸 넣는 순간 날짜와 시간이 찍히고

이제부터 그 표는

그 찍힌 시간부터 일정시간동안 유효한 표가 된다.


Kasownik(표 검사기, Validator)은 이렇게 생겼다.


Kasownik 위의 

"열리는 문" 그림과 함께 있는 동그란 버튼은

하차벨인데 내리기 약간 전에 누르면 된다.

버튼에 불이 들어오면

다음 정거장에서 어김없이 문이 열린다.


(2013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표를 구매했더라도

Kasownik에 찍지 않으면 무임승차가 된다. 


누구에게서 어떤 방법으로 구매했건 간에

특정날짜와 시간이 찍히지 않은 표는

언제든지 다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건 다른 유럽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중교통은 승차비를 "선불로" 지불해야만

탑승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대부분의 유럽 도시에서는

우선 탑승 한후 표값을 지불하는 구조인데,

그나마 최종적 검표는

대부분 개인의 자율에 맡겨진다.


처음엔 그게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고,

번거롭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1회용 티켓을 구매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대중교통요금을 결제하는 승객에게는

이런 자율적 검표 시스템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정직함과 상호 신뢰

바탕이 된 사회 구조 안에서는

개인의 선택이 보다 자율적이고,

행동이 보다 자유로와질 수 있는거다.


이런 자율적 시스템 때문에

원칙적으로 차비 안 내고 탈 수도 있긴 한데,


그러다 불시에 들이닥치는 검표원을 만나면

꽤 많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


바르샤바에서도 그렇고,

다른 유럽 도시에서도 그렇고,

그런 불시 검표를 당한 적이 몇 번 있는데,


그런 검표원들이 가장 먼저 표 검사하는 대상이

동양인이건 다른 유럽인이건,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라

운좋게 그냥 넘어가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이며,


고의건 실수건

그렇게 무임승차하다 걸린 사람들을 몇 번 봤는데

그들이 하는 "관광객이라 잘 몰랐다"는 변명이나

"한번만 봐 달라"는 호소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괜히 푼돈 몇 푼 아끼려고 무임승차했다가는

갑자기 예상치 못한 큰 지출을 할 수 있다.




난 2008년, 2013년, 2016년 여름 모두

한달 이상씩 머물면서 30일 정액권을 끊었는데,


30일에 110즈워티(약 30,000원)이니까,

교통비가 서울보다 훨씬 싸게 먹히는 것 같다.


이 30일 정액권은 카드 형태인데,


바르샤바 시내 곳곳에 있는

Punkt Obsługi Pasażerów ZTM

(Passenger service points, 승객서비스지점)에서

관련 양식에 필요한 내용을 기입한 후

증명사진 1장을 제출하면 만들 수 있다.

 

이름 등 관련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하니,

여권은 보여달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것 말고 다른 건 요구하지 않는다.


홈페이지 보니, 발급 비용도 따로 없단다.

그럼 나도 발급 비용을 따로 내지 않았을텐데

그것까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렇게 쉽게 3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사진과 이름이 박힌 교통카드를 만들 수 있다.


카드는 이렇게 생겼고, 뒷면에 사진과 이름이 있다.


(사진 출처: http://forsal.pl/galerie/730746)


난 2008년에 만든 교통카드를

2013년엔 가지고 가지 않았지만,

2013년에 보니 모양이 안 변하고 그대로길래,

2016년에는 2013년에 쓰던 걸 가지고 갔다.


그리고 쇼팽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의 Punkt Obsługi Pasażerów ZTM

(Passenger service points, 승객서비스지점)

에서 그 카드를 보여주며 쓸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한달치 충전해서 쓰기 시작했다.


마치 몇년 혹은 몇달 고향을 떠났다

돌아온 바르샤바 토박이 같은 느낌으로

옛날 교통카드에 충전을 하면서

바르샤바 교통카드의 편리함에 새삼 감탄했다.


내가 한달 이상 머물면서,

한달 교통 이용권을 구매하거나

구매하려고 시도했던

다른 유럽과 러시아의 도시에 비해

바르샤바의 교통카드는 매우 편리하고,

기술적으로도 진보되어 있다.


어떤 곳은 외국인이나,

내국인이라도 현지 학생이나 연금생활자 등

특별한 조건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쉽게 정기권을 만들어주지 않아

매번 탈 때마다 표를 사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손으로 직접 적고 코팅한 카드라

매달 카드가 만료되는 날에 맞춰

특정한 장소에 가서 줄서서 기다렸다

새로 사진을 내고 카드를 만들어야했는데,


바르샤바는

그런 자격 제한이나 공간적, 시간적 제한 없이

쉽게 정기 교통카드를 만들고

또 쉽게 갱신할 수 있다.


이 바르샤바의 정액 카드는 사용 개시한 지

30일이 지나면

이제 그냥 아무 승차권 자동판매기에서나 충전해서

다시 30일동안 유효한 카드로 갱신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사용방법도 간편해서,


대중 교통 수단에 처음 승차할 때만 활성화하고

그 다음 승차부터

다시 활성화해야 하는 30일 전까지는

따로 Kasownik에 찍을 필요가 없다.


유효한 교통카드가 있다면

타자마자 그냥 빈 자리에 앉으면 된다.


그래서 바르샤바 버스나 트램 안에서

폴란드 사람들은 검표기를 거의 사용 안 한다.


언뜻 무임승차처럼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 정액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2. 버스와 트램


바르샤바의 가장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

트램과 버스다.


트램이랑 버스를 타면

바르샤바 시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도시 곳곳의

Punkt Obsługi Pasażerów ZTM

(Passenger service points, 승객서비스지점)

에서 지도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지도만 있으면,

어떤 걸 어떻게 타고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아래 지도가 그것인데,

지도의 작은 점은 정거장이다.

 

(지도 출처: http://www.ztm.waw.pl/mapy.php?c=117&l=1)


1995년까지는 트롤리 버스,

즉 아래는 버스 바퀴고,

위에는 트램처럼 전선이 연결된,

트램과 버스가 혼합된 형태의

교통수단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없다.


트롤리 버스는 모스크바나 페테르부르그 같은

러시아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르샤바에서도 2차세계대전 이후 소련으로부터

트롤리 버스를 들여왔다고 한다.


왜 공산체제 붕괴 이후

트롤리버스를 없앴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버스는 일반 도로,

트램은 레일이 깔린 도로 위를 달리기 때문에

버스 정거장과 트램 정거장은 

대체로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환승이 가능하도록

서로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 정거장이 트램,

오른쪽 정거장이 버스 정거장인 것 같다.


(2008년 7월, Plac Bankowy, Warszawa, Poland)


아래 사진 왼쪽 정거장은 버스 정거장

오른쪽 정거장은 트램 정거장이다.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버스 정거장 표지에는

그냥 흔한 버스가 그려져 있고,


트램 정거장엔 위에 마름모 전선이 달린

레일 없는 트램이 그려져 있다.




아래 사진의 바르샤바 구시가 밑의

동서로 뻗은 차로에서도

가운데 2차선은 트램이 다니고

양끝 2차선엔 자동차나 버스가 다닌다.


그래서 양쪽 보도에는 정거장이 두 개씩 있다.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이 정거장에서 트램이나 버스를 내려

구시가(Stare Miasto, Old Town)까지 갈려면,

혹은 바르샤바 서남쪽이나 서북쪽으로 가는

다른 버스로 갈아타려면,


아래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돌계단을 한참,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의 두배 만큼을

올라야 한다.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그래서 저 돌계단 건너편, 즉, 사진 좌측 하단쪽에는

위아래로 통행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처음엔 지하철도 아니고, 백화점도 아닌 곳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게 이상했는데,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시간에 쫒기는 급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시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세기에 만들었는지

사회주의 리얼리즘 양식의 디테일이 많이 보이는데,

중간 통로에 진열장이 설치되어 있어

거기에서 "작은 전시회"를 하기도 했다.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던 사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2016년 7-8월, 에스컬레이터,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에스컬레이터,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에스컬레이터,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에스컬레이터, Warszawa, Poland)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다 올라오면,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데,


이제 여기서 구시가로 가거나

바르샤바 서북부, 서남부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2016년 7-8월, 에스컬레이터,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에스컬레이터, Warszawa, Poland)




폴란드어로 trambaj[트람바이]라고 하는

트램은 1866년 처음으로

바르샤바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벌써 1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바르샤바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 중 하나다.


서울에도 예전에 전차가 있었는데,

산업화가 되고

교통이 복잡해지면서 없앴다고 하던데,


유럽 여러 도시에서도 아마도 같은 이유로

20세기에 점차적으로 트램을 없애다가,

20세기 후반 "친환경"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요즘은 트램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바르샤바도 예외가 아니어서

트램을 증축하는 쪽으로 교통정책을 펴고 있고,

몇 년 후에 몇 개의 라인이 더 생길 거라 한다.


나도 이 "친환경"적인 측면,

안정적인 승차감,

그리고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국적 교통수단이라

트램을 매우 좋아하고,

유럽에 가면

트램을 즐겨타는 편이다.


그래서 트램 안팎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2008년엔 두 단의 계단이 있는

바닥이 높은 트램이 많았는데,

2016년엔 저상 트램이 훨씬 더 많아졌다.


트램정거장마다

해당 번호의 트램이 도착하는 시간이 적혀 있고,

그 트램이 저상 트램인지 아닌지도 표시되어 있다.


큰 짐이나 유모차, 자전거를 가지고 타는 사람이나

장애인을 위한 배려인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아마 몇 년 후면 모두 사라질 것 같긴 하지만,


난 사실 힘겹게 두 단의 계단을 올라야하는

좀 불편한 옛날식 트램도 좋다.


바닥이 높아 상대적으로 낮아진 천장 때문에

아늑한 느낌이 나고,

바닥이 높아도 레일 위를 달리는 관계로

승차감은 안정적인 옛날식 트램은 이렇게 생겼다.


(2008년 7월, 트램,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트램,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트램,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비가 오는 날 트램을 타는 것도 괜히 운치 있고,


(2008년 7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동영상1: 비오는 트램 정거장)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선명하고 밝은 불빛을 내뿜으며

어둠에 쌓인,

혹은

어둠이 이제 막 내리기 시작하는

어스름한 길 위를 달리는 트램을 보거나,

그런 트램 안에서

고요한 바르샤바의 밤거리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Centrum,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동영상2: 트램 안에서 본 해지는 하늘)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동영상3: 밤 트램 안에서)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물론 밝은 낮에

트램을 타거나 보는 것도 근사한 경험이다.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버스,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트램 종착역,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동영상4: 낮 트램 안에서)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바르샤바의 트램과 버스 번호에는 규칙이 있다.


바르샤바의 트램 번호는 좀 더 작은 수,

버스 번호는 좀 더 큰 수다.


바르샤바에 버스가 처음 등장한 건

1920년대라고 하니,


대중교통수단의 역할을

한참 먼저 시작한 트램의 번호가,

버스 번호보다 앞설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트램은 번호가 1번부터 시작되고,

2017년 현재 1번부터 41번까지 있다.


중간중간 빈 번호가 있어서

트램 라인은 40개가 좀 못 된다.


한편 버스 번호는 세자리 수다.


102번부터 시작해서 800번까지 있는데,

역시나 중간중간에 빈 번호가 있고,

서울의 버스번호와 마찬가지로 앞자릿 수는

그 버스가 어떤 지역을 운행하는지를 나타낸다.




바르샤바 버스도 노선이 많고

사용하기 편리하다.


트램과 마찬가지로, 버스는 대체로 저상버스고,

두 대가 연결된 형태가 많지만,

러시아워가 아닐 때는 한 대짜리도 많이 다닌다.


주어진 운행 시간표에 맞춰

별로 급하지 않게

안정감 있게 운행하기 때문에

승차감이 편안하다.


별로 흔들리지 않아

버스 안에서도 바깥 풍경 사진 많이 찍었었다.


(2016년 7-8월, 버스,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버스, Warszawa, Poland)
(2013년 7-8월, 버스, Warszawa, Poland)


아래 사진도 버스 안에서 찍은 거다.

사진 오른쪽에 버스 창틀이 보인다.


(2016년 7-8월, 버스, Warszawa, Poland)


주어진 레일 위로만 달리는 트램과 달리

일반 자동차, 버스 등과 같은 길을 달리는,

따로 전용차로가 없는 버스는

[사실 트램 길이 따로 있는 상황에서

그 옆에 또 버스전용차로를 만드는 건 어려울 것 같다.]


러시아워 때는

정거장에 적힌 시간보다 늦기 일쑤다.


하지만 그 밖의 다른 시간 대에는

대체로 버스정거장에 있는 시간표에

딱 맞춰 도착하는 편이다.




버스정거장엔

N이라는 글자로 시작되는 버스 번호들도 보이는데,


그건 야간 노선(linia nocna)으로

폴란드어로 '밤'이 noc[노츠]이기 때문에 N이 된다.


나는 야간노선은 한번도 이용해 본 적 없는데,


찾아보니 밤 11시부터 새벽 4시경까지,

최소 한시간에 한대, 최대 4-5대씩 운행된다.


대체로 일반버스가 밤 10시-11시까지 운행하고,

새벽 5시-6시부터 다시 운행을 시작하니,


일반버스의 운행이 중단되는 시기에는

야간 노선을 이용할 수 있고,


바르샤바에서는 원칙적으로 24시간 내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각의 버스정류소에

일반버스와 야간 노선의

운행 시간표가 명시되어 있고,

ZTM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2013년 7-8월, 버스정거장, Warszawa, Poland)


위 사진의 N버스 아래 써진 글자

Na żądanie[나 종다니에]

"(승객) 요구에 따라서"라는 의미로

버스 안의 승객이 내리겠다고 눌러야만 서는 정거장이다.


만약 버스 안의 승객이

내리겠다고 하차벨을 누르지 않으면

바깥에 사람이 서 있어도

그 정거장은 그냥 지나쳐간다.


이건 N버스뿐 아니라

일반버스에도 적용되는 룰이다.


나도 2013년에 일반버스를 타려고

정거장에서 기다리는데,

버스가 서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간 일이 있다.


분명히 운전기사 아저씨가 내가 서 있는 걸 봤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황당해서 알아보니,

내가 서 있던 역이

그 버스의 Na żądanie[나 종다니에]정거장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버스 안 누군가 하차벨을 누르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어,

한 정거장 더 걸어가서

Na żądanie[나 종다니에]정거장 아닌

일반 정거장에서 그 다음 버스를 탄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Na żądanie[나 종다니에]정거장은

이용객이 많지 않은 외딴 곳이거나

아주 많이 붐비는 큰 정거장 옆의

작은 정거장인 경우가 많다.


바르샤바에서 버스 기다릴 때는

Na żądanie[나 종다니에]라고

쓰여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바란다.


바르샤바 버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두 대가 연결된 버스는

앞버스와 뒷버스의 연결 부위가

아코디온 같이 생겼는데,

커브를 돌 때면

아코디온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고

동그란 바닥은 빙글빙글 돈다.


마치 버스가 아코디온을 연주하고

승객은 그 동그랗고 작은 무대 위에서

그 아코디온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은 기분이다.


(2008년 7월, 버스,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버스,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버스, Warszawa, Poland)
(2008년 7월, 버스, Warszawa, Poland)


내가 바르샤바의 버스를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 하나는

위 사진에 나온

Solaris라는 버스 회사 이름 때문이다.


Solaris[솔라리스]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Stanisław Lem)

1960년대 쓴 공상과학소설로

1972년엔

러시아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 의해서,

2003년엔 헐리웃 거장 스티븐 소더버그에 의해서

영화화된 유명한 작품이다.


난 소설은 읽지 않고,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만 봤었는데,


SF 영화가 철학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명받았고,


가장 드넓은 공간인 우주에서

작은 인간의 더 작은 머리 속의 기억과

그 기억 속 존재와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에,

지구를 벗어나 드넓은 우주에 가더라도,

인간은 자기 자신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새삼 감탄했었다.



내용도 흥미로와서,


"솔라리스"는 타르코프스키 영화 중에

"잠입자"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그런데 2008년 바르샤바에서

버스 내부에 쓰인 Solaris라는 글씨를 보고


폴란드인의 높은 문화 수준에 감동함과 동시에


갑자기 내가 있는 그 버스라는 협소한 공간이

마치 드넓은 우주공간이 된 것 같은

특별한 기분을 경험했다.


이 버스에 쓰여진 Solaris는

폴란드 서부 도시 포즈난 근교에 있는

버스 제조사의 이름으로,


폴란드뿐 아니라 인근 유럽 국가에

버스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

한참 성장하고 있는 폴란드 회사다.


https://www.solarisbus.com/




2013년 여름 6주 예정으로 바르샤바에 갔을 때

버스와 트램에 바르샤바의 상징인

인어공주 시렌카(Syrenka)의 실루엣과 더불어

"Zakochaj się w Warszawie",

"바르샤바와 사랑에 빠지라"                    

고 쓰인 걸 발견했다.


(2013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16년 7-8월, 트램, Warszawa, Poland)


2004년에 공모를 통해 선정된 문구라고 하는데,

내가 보고도 그냥 무심히 지나쳤는지,

이런 로고를 만들어 버스와 트램에 붙인 건

한참 후였는지

2008년에는 이 문구를 못 봤다.


아무튼 이 로고와 문구를 보지 못했어도

이미 난 2008년에 5주 머물면서

바르샤바에 반한 상태였다.


그래서 2013년에 다시 폴란드에 가게 되었을 때

다른 선택지 없이 그냥 자동적으로

바르샤바를 선택했기 때문에,


"바르샤바와 사랑에 빠지라"는 구문은

나에게는 의미없는 명령문이었지만,


이 귀여운 문구와 예쁜 로고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이미 바르샤바에 반한 상태에서

이걸 볼 때마다 새삼

또 바르샤바를 좋아하는 마음이 솟아나곤 했다.


"사랑에 빠지"는 사건은

누군가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사실 명령문에 적합하지 않다.


아마도 이건

Have a nice day,

Have fun이나

"시험 잘 봐",

"감기 걸리지마"처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요구하는

명령문이 아니라,

좋은 일이 일어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명령문 형태의 기원문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 지 모른다.


즉,

바르샤바에 거주하거나,

바르샤바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바르샤바를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을 담은 표현인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바람대로,

그 마법의 문구대로

바르샤바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그 곳을 좋아하게 된다.


그게 시각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편안하고, 자유롭고, 자연스럽고, 깨끗하고, 역동적인, 또다른 한편으로 점잖고, 지적인 분위기와

바르샤바가 겪었던 역사적 아픔에 대한

이해 같은 것 때문이라,


그게 그냥 눈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 생각의 차원에서 느끼는 호감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르샤바 도심 골목: 곧 "역사"가 될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