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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Jan 13. 2018

벨리코 터르노보가 괜히 "벨리코 터르노보"가 아니다.

벨리코 터르노보 2: 차르의 도시


2박 3일 중 온전하게 하루를

벨리코 터르노보에서 보내는 둘째날.


지난 밤에는 잘 몰랐는데,
호텔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이 근사하고,
날씨도 화창해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호텔은 작았지만,

전망도 나쁘지 않고,

그 밖의 다른 조건도 괜찮았고,


1894년에 세워진 역사적 건물이라고

밖에 쓰여 있는 글을 읽으니,

괜히 달라보이고,

괜히 더 기분이 좋았다.


이 도시가 세워진 게 800년이 넘으니,

어쩜 이 도시 어딘가엔

몇백년된 숙소도 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호텔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9시쯤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전날 저녁 호텔을 단번에 못 찾고 헤매면서

우연이 발견했던 얀트라 강

그 도시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얀트라 강변 구르코 거리를 따라 걸어서

시내로 나왔다.


그렇게 걸어내려가다 보니,

구르코 거리(Улица Гурко) 중간에

일본인 친구 리사가 추천했던

그 유스호스텔이 있었다.


얀트라 강 바로 옆에 있는 구르코 거리에 있는 거라

거기 묵었으면 전망이 엄청 좋았을 것 같다.

그것도 좋은 선택지였겠지 싶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구르코 거리(улица Гурко)에는

비슷한 크기, 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마치 바위에서 자라나기라도 한 듯,

아주 자연스럽게

따닥따닥 서로 붙어 있고,

또 위아래로 층층이 쌓여 있는데,


그래서 마치 여기 바위가 있었던

아주 먼 옛날부터

그 집들도 거기 있었을 것 같이 생겼는데,


18-19C 불가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들이고,

이 거리도 그 때쯤 형성된 거라고 한다.


1877년 터키군과 전투중이던

러시아 장군 구르코(Гурко)가

이 길에 와서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승리하여,

벨리코 터르노보가

오스만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했단다.


그래서 이 멋진 거리에 그의 성이 붙은거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집들 아래로

층층이 쌓인 집들을 다 합친 높이의

높은 바위 절벽이 있어서,

그 집들과 바위 절벽 아래에서 흐르는,

구르코 거리 앞 얀트라 강

수면이 아주 낮고, 멀고 아득하게 느껴지고,

왠지 수심 자체도 깊을 것만 같다.


예전에 적이 쳐들어왔으면

절대 이 강을 못 건너왔겠지 싶다.


그런데 이 날따라 얀트라강이

아침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며

주변으로 그 빛을 반사해서,

유난히 그 주위가 밝으니,

더욱더 가까이할 수 없는 그 무엇처럼 보였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대충 동선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손에 들고 다니는 지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시내의 여행안내센터로 갔는데,

그리고 아주 쉽게 찾았는데,
주말은 휴무다.
 
언뜻보니 안에 사람이 있긴 한데,
휴무라고 써 있으니
밖에서 좀 힐끗거리다가 그냥 왔다.
 
그 앞에 지도가 붙어 있길래,
그냥 그거 휴대폰으로 사진 찍었다.


그보다 좀 더 화질 좋은 지도로 보면,

벨리코 터르노보의 중심가는 이렇게 생겼다.


http://theoldcapital.eu/?load=MapPage


중간에 있는 두꺼운 하얀색 선이

구비구비 흐르는 "얀트라(Янтра)"강이다.


처음엔 이 도시에 강이 몇 개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다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강,

즉, 여러 유럽 국가들을 관통하는

다뉴브/도나우 강에서 뻗어나온 지류인

얀트라 강이었다.


'넓은'이라는 뜻의

라틴어 Iatus에서 온 이름이라는데,


나에게는 오히려

그렇게 오래된 강이 강변을 깎고 또 쌓아서

직선에 가까운 모양으로 넓어지지 않고,


약 천년전 불가리아 제2왕국 시절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구비구비", "꼬불꼬불"흐르는 게,

세월에 모가 깍이지 않고,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아직도 각이 살아 있는 게,

너무 신기하고 또 반가왔다.


벨리코 터르노보가 주는,

뭔가 정제되지 않은, 야생의 자연의 느낌은

이렇게 오랫동안 강물이 그걸 피해

구불구불 흐를 수 있게 만든,

그 단단한 바위 지층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벨리코 터르노보

뭔가 단단하고 묵직한 도시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가시가 있는, 어려운"이라는 어원의

"터르노보"는 정말 잘 지은 이름인 것 같다.


위 지도에서

두 강줄기 사이에 있는 지역이

구르코 거리가 있는 구시가

그곳에 오래된 작은 골목골목이 아기자기하다.


지도 동쪽 끝 붉은 네모 안 차레베츠(Tsarevets)

그 북쪽의 트라페지차 언덕(Trapezitsa hill)에는

제2불가리아 왕국의 흔적이 남아 있다.


벨리코 터르노보 전체 지역으로 시야를 확대하면

아래와 같은 지도가 되는데,

(검정네모는 위 지도의 범위)

벨리코 터르노보 둘째날 나는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닌데,

그냥 발길 닿는대로 다니다보니,

아래 지도에 다른 색으로 표시된

5지역 모두를 가게 되었다.

 

출처:http://davidsbeenhere.com/2017/02/28/what-to-see-and-do-in-veliko-tarnovo-bulgaria/


우선은 지도에서

Sveta Gora(Света гора)라고 표시한,

얀트라 강 중심부에 있는 거대 동상 쪽부터 갔다.

이것은 이전 포스트에서 둘러본 바 있다.


거기에서 이제 그 거대동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좀 풀렸으니,

하일라이트인  차레베츠(Царевец,Tsarevets)로

넘어가고 싶었다.

 
지도를 보면

아센왕조동상 근처에서 다리를 건너 구시가로 가서,

거기서 다시 다리를 건너면 차레베츠가 나온다.
 
그래서 다리를 찾아 주위를 둘러봤더니,

강 건너편 절벽 밑 터널로
좁은 기찻길 하나와 좀 더 넓은 찻길 하나가

구시가로 연결되는 게 보이긴 하는데,

거기서 그 찻길로 가는 길을 못 찾겠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대신 나무가 우거진 어떤 계단을 발견했다.


무슨 수도원 자리였다고 써 있었는데,
혹시라도 수도원이 아직도 있을까 싶어서
그 계단을 올라갔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여기는 "성스러운 산"이라는 의미의

스베타 고라(Света гора, Sveta Gora)" 언덕인데,

계단 입구에 설명이 쓰여 있다.


인터넷에서도 이만한 설명을 찾기 힘든,

짧지만 핵심만 담은 글인 것 같다.


"스베타 고라"언덕은 중세 수도 벨리코 터르노보의 역사와 관련을 맺고 있다. 언덕에는 중세 불가리아 문화와 예술의 중심이었던 수도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중 하나에 대주교 에프티미의 인문학파가 있었다. 1877-1878 독립전쟁 때는 벨리코 터르노보를 지키기 위한 짧은 전투 중에 "스베타 고라"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산화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첨에는 계단이 100개 정도 되려나 했는데,
나중에 내려올 때 세어보니

300-400개는 되는 것 같다.
 
물론 가파른 계단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단수가 많으니,

정상은 생각보다 멀었다.
 
처음에는 그냥 계단에 집중하며 걸어올라갔는데,
중간 어느 지점에 갑자기 벤치가 등장했다.
그래서 잠깐 멈춰 뒤돌아보니,

거기서 보는 풍경이 여간 장관이 아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아센왕조 동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구르코 거리와 그 위의 예쁜 집들까지 보이는,

한 측면의 평면적 풍경이었다면,


수도원 올라가는 계단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 너머까지,
얀트라 강이 어떻게 굽이굽이 흐르는지,
차레비츠는 어디쯤 있는지

위에서
한눈에 다 보여주는 조망적 풍경이었다.
 
그리고 점점 더 올라갈수록 더 많은 게 보였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마침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에 올랐는데,

수도원은 없었고,
어떤 블로그에서 봤던 폐가가 있었다.
 
힘들게 올라갔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그걸로라도 보상받고 싶었는지,

별다른 설명 없이 폐가사진이 잔뜩 있던 블로그였다.

 
건물의 원래 용도는 까페나 식당으로 추정되는데,
거의 다 무너져 있었고,
지붕 위에 올라가서
시내를 바라볼 수 있었지만,

천장은 무너져내려 구멍이 뚫려있고,
올라가는 길에 안전장치가 없는데다가
그 때는 눈이 좀 쌓여있어서 좀 위험했다.


2015년 9월에 이 근처에

불가리아에서 가장 큰 공원이 개장했다고 하니,

아마 이 폐가는 이제 없어졌을거다.


안전상으로는 잘된 일이지만,

좋은 전망이 없어진 건 좀 안타깝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그 언덕 한쪽 끝에는

1877-1878년 러터전쟁 중

벨리코 터르노보에서 사망한

러시아 병사들을 위한 추모비가 서 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그 언덕에서 한참동안 풍경 바라보고 ,

사진찍고,
차레베츠 위치도 확인하고,
이제 막 내려가려는데,

 
플라스틱 썰매를 든 아이들이
엄마, 아빠들과 함께 나타나 눈썰매를 탄다.
 
내가 걸어올라온 계단길 반대편에
차가 올라올 수 있는 길도 있었는데,
아마 거기 통해서 차로 올라왔나보다.
 
내가 전날 벨리코 터르노보에 도착했을 때
눈이 덮여있어서
나에게 벨리코 터르노보는 "눈의 도시"였는데,


그렇게 좋아라 눈썰매를 타고
눈싸움도 하고 그러는 거 보면
그런 눈 여기서 그렇게 흔한 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박 3일간 눈 온 풍경도 구경했으니,
난 운이 좋은 셈이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여긴 워낙 가족이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지,

몇몇 나무에 동시처럼 보이는,

시도 적혀 있고,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도 있고,

그 한켠엔

슬라브어를 위한 문자를 발명한

키릴, 메토디우스와 그의 5제자의 모습을 새긴

교육적인 나무 판넬도 있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나무가 많아 여름에 오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며,

왔던 길을 돌아가
다시 300-400계단을 걸어내려왔다.


그 다음날 알고보니,

여기서 가던 길로 계속 가면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또다른 명소가 나오고,

결국엔 차레베츠로도 이어지는데,

그 때는 그 길을 몰라서 그냥 내려왔다.


멋진 조망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끼며

아쉽게 천천히 수백 계단을 다 내려와
수도원 계단 입구 좌측에서
얀트라 강을 건너는 다리로 가는 길을 발견했다.


아센왕조 동상 근처에
사람들의 발자국이 있는 샛길로 내려가면 터널이,
그 터널을 건너면 다리가 나오고,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너면

얀트라강 건너편으로 갈 수 있다.
 
차 다니는 길 옆에 인도가 있는 것이
분명히 사람이 다니는 길 맞는데,
차는 몇십대가 지나가는 사이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길은 길이지만
사람들은 많이 지나는 길이 아닌 거다.
 
뭐지?
이건 또 다른 인생의 메타포인가?
 
그렇게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서,

터널 두 개를 지나
얀트라 강을 건넜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터널 하나를 건너니,

익숙하지만

이번엔 새로운 각도인 풍경이 펼쳐진다.


오른쪽에 터널이 하나 더 있는게 보이는데,

그 위에 바위절벽이 있고,

또 겹겹이 쌓인 작고 예쁜 집들이 보인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다리 양 옆의 풍경도 근사하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그렇게 다리를 건넜더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내가 걸어온 그 길 오른쪽으로 기찻길이 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구시가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역시나 사람이 많이 안다니는 길인지

눈이 많이 쌓여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걸어갔는데,

다행히 올라갈수록 쌓인 눈이 줄어들었다.


계단을 다 올라 차레베츠로 향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 멀리 보이는 게 차레베츠,

왼쪽에 보이는 성이 트라페지차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차레베츠(Царевец, Tsarevets)

인류가 남긴 흔적은

BC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5C경 비잔틴제국때도 거주지로 사용되었다 한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갖춘 건

12세기 제2불가리아 왕국이

벨리코 터르노보를 수도로 삼으면서

이곳을 왕의 거처이자 요새로 만들고나서부터이다.


구비구비 흐르는 얀트라 강을 끼고

높고 단단한 절벽 위에 건설된 천혜의 요새이며,

높이도 근방에서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라,
왜 당시 왕들이 여기에 요새를 지었는지

이해가 간다.


그리고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웬만한 유럽의 구시가만한 크기의

아주 작은 도시다.


"위대한", "큰"이라는 의미의

"벨리코(Велико)"가 괜히

이 도시 이름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싶었다.


차르가 있어서 뿐 아니라,

그 크기며, 높이며, 특별함이며,

그냥 그 구조물 자체가 이미 차르 같다.


불가리아의 지배자를 차르로 부른 게

제2불가리아 왕국 때부터는 아닌데,

즉, 불가리아 차르가

벨리코 터르노보에만 살았던 건 아닌데도,


불가리아인들은 벨리코 터르노보를

다른 말로 "차레브그라드(Царевград)",

즉 "차르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아마도 그들이 이 도시를

차르의 도시로 인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차르라는 권력이 건축으로 재현된 것 같은

"차레베츠" 때문일 것 같다.


하지만 14세기 오스만제국이 이곳을 함락하면서

이 곳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19세기 오스만터키로부터 독립한 이후

1930년부터 복원에 들어갔는데,

불가리아 건국 1300주년이 되는

1981년에야 완성되었다.

 
입장권은 일반 6레바(4500원 정도),

할인 2레바.


입장시간은

4월-10월은 8:00 - 19:00,

11월-3월은 9:00 -17:00이다.


밤에는 "소리와 빛(Звук и светлина)"이라는

레이져쇼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가보지 않았다.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면,

길고 긴 돌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이 끝나는 지점에
큰 글씨로 벽에

1981년에 복원했다고 쓰여있고,

이제 거기서부터 진짜 차레베츠가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구경했는지 모르겠는데,
난 그냥 사진 찍고
돌아다니기만 하는데도

거의 2시간이 걸렸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여기에서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우선은 그 거대함에 압도당하며,
도대체 어디부터 먼저봐야 하나 싶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여기엔 문이 세 개가 있는데,

현재 관광객들이 출입할 수 있는데는

남서쪽의 정문 하나다.


성의 경계에 높은 탑이 구석구석 4개가 있고,

(아마도 동서남북에 하나씩 세운 것 같다)

가운데 왕궁이 있고,

정교회 성당도 5개가 있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009812


나는 우선 정상의 성당에 올라갔다가
동쪽 부분을 보고
서쪽 부분을 구경했다.
 
차레베츠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커다란 성당은
대주교 대성당(Патриаршеската църква, The patriarchal Cathedral of the Holy Ascension of God)이며,
대주교 성당이라,
올라가는 길에 역대 대주교들 명단도 쓰여 있다.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는데,

그리스도교 성당의 느낌이 없고,

벽과 천장에

그냥 현대적이고, 어둡고, 뭔가 공격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1985년에 그린 거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런 성당에서

그런 현대적 벽화를 보는 것도 썩 달갑지 않았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대주교 성당 앞엔 거대한 종이 있었는데,

여기 말고 다른 곳에도

종이 두개 정도 더 있었고

다들 이렇게 컸다.


시간이 되면 울리는 것도 있었는데,

소리가 매우 크고 장엄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대성당 남쪽에는 벤치도 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대성당이 높은 곳에 있어

거기에서 보는

차레베츠나

벨리코 터르노보 시내의 풍경도 근사했다.


바로 아래 사진에 보이는 깃발 꽂힌 곳이

왕궁터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여긴 동남쪽에 있는 볼드윈 탑(Baldwin's Tower, Балдуиновата кула) 쪽이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탑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눈이 와서 탑으로 올라가는 길이 아슬아슬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여기서 정문을 바라보니 아득하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건 서쪽의 작은 문 (Малка порта, Little Gate).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여긴 서쪽에 있는 탑이었던 것 같고,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건 그 옆에 있던 궁전터였던 것 같다.

왕궁은 차레베츠 중심부에 있으니

왕이 쓰던 궁전은 아니었던 것 같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건 그 옆에 있던 종인데,

내가 이 옆을 지나갈 때 마침 종이 울려서 신기했다.


소리가 맑고 컸는데,

바로 옆에서 들으니,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이 없으니,

지상의 소리가 아닌 것 같은

성스러움 같은 게 느껴졌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공허 속에 울리는 그 소리가 좀 구슬프기도 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건 차레베츠 서쪽에서 본 바깥 풍경.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건 가장 무시무시한 곳이었는데,

북쪽에 있던 

처형대(Лобна скала, Rock of execution)였다.


여기서 그대로 사람을 밀어서 처형했다는데,

그 밑에는 절벽과 얀트라 강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눈 온 다음이라 바닥도 미끌거려서

정말 다리가 후덜덜거렸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사실 다른 곳도 잘못하면 관광객들도
추락사할 수 있을 만큼,
안전장치가 거의 없었다.
 
나 원래 높은 데 못올라가고 그런 사람 아닌데,
동남쪽의 볼드윈 탑은
정말 올라가면서 다리가 후덜거렸다.


더군다나 계단엔 눈이 쌓여 있었는데,
만약 거기서 발을 헛딛으면
제대로 추락사인거다.
 
안전장치 대신 여기 저기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이것보다는

좀 더 물리적인 안전장치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차레베츠엔  그 대주교 성당 뿐 아니라
다른 작은 교회터들도 많고,
뭔가 다른 수공예를 했던 공간들도 있고,
왕궁말고 다른 궁전도 있었던 걸 보면,
차레베츠라고 해서
차르만 살았던 건 아닌 것 같다.
 
한쪽에서는 복원공사가 한참이었는데,
몇 년 후에 가면
그거 다 복원해서
뭔가 다른 풍경이 나타날 지도 모르겠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암튼 그렇게 그곳을 한번 다 돌고 나와서
이제 얀트라 강 건너편에 가보기로 했다.
 
차레베츠에서 보니,

커다란 성같은 건물이 있는데,

그게 뭔지 궁금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밖으로 나가 서쪽에서 본 차레베츠는 이렇다.


너무 길어서 한 프레임이 잘 안 잡히길래

파노라마로 찍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차레베츠 서쪽의 얀트라 강 풍경은 이렇다.

같은 강인데 전혀 다른 얼굴이다.

수면이 지면에 좀 더 가까와서 그런지,

훨씬 덜 위협적이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얀트라 강 위 석조다리를 건너 찾아간 곳은

트라페지차(Трапезица, Trapezitsa)인데,

중세 불가리아 왕국의 두번째 성채로,

귀족들과 성직자들이 살던 곳이다.


당시에는 그런 것도 잘 모르고,  
멀리서 봤을 때 멋져보여서
너무 늦기 전에 구경하려고 갔는데,
그 성이 있는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길이 안 보인다.
 
그래서 마침 지나가시는 할아버지께
"위에 올라가려면 어떻게 가야하죠?"

했더니,


"어떻게도 못 올라가(Някак)"

라고 대답하신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니,
올라가는 길이 있긴 한데,
주말에는 닫히고 평일에 열린단다.
 
아, 난 일요일에 떠나는데!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아쉽게 돌아 나왔는데,
 
나중에 인터넷 검색해 보니,
거기 올라가도 어차피
그 성채와 성당은 일반인에게 공개 안한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트라페지차 방문에 실패한 나는
이제 벨리코 터르노보 어플리케이션에 있는
그 주변 성당을 하나씩 찾아가보기로 했다.

벨리코 터르노보는 중세시대의 수도

당연히 성당들이 많고,

차르와 귀족들이 살던 곳 사이에 있는

이곳엔 예전부터 마을이 발달되어 있었던지

이 곳에 유독 성당들이 많았다.


그래서

다행히 그 성당들은 몰려 있었는데,
불행히도 관광시즌이 아니라 닫혀 있었다.


3월 달에 연다고 쓰여 있는 곳도 있었고,

아예 아무 설명도 없이 닫혀 있는 곳도 있었다.


여긴 성 게오르기 성당(Църква „Свети Георги“).

중세 성당이 있던 자리 위에

17세기 초반 새로 세워졌고,

성당벽에 그려진 성화로 유명하다.

크기가 매우 작고,

주택가에 있어서 잘 눈에 띄지 않는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여긴 드미트리우스 성당(църквата Св. Димитър“, Church of St Demetrius of Thessaloniki ).

이 성당은 1185년 아센왕조 3형제

비잔틴의 지배에 저항하여 봉기를 일으킨 장소

지어졌다고 알려졌고,

그래서 사람들은 왕족의 성당으로 여겼다고 한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여긴 베드로 바울 성당(храм „Св. св. Петър и Павел“, Church of Saints Peter and Paul ).

13C 아센2세의 아내인 황후 안나의 명에 따라

건설되었고,

성당 내부의 거대한 이코노스타시스,

즉 성화가 그려진 벽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다른 성당들은 뭐 그렇다 치고

40인 순교자 교회(църквата Св. 40 мъченици“, Holy Forty Martyrs Church)는  
워낙 불가리아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길래,
꼭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매표소엔

전화하면 30분 안에 나오겠다고 써있는 상태로
아무도 없었고,
 
난 마침 전화 배터리가 다 나갔다.
 
그래서 그 근처를 좀 서성거렸는데,
나같이 거길 들어가보고자 하는 사람도 안 보여서

그냥 왔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40인 순교자 성당"에 갔는데,

 
여전히 그 주위를 얼쩡거리는 사람은 나 하나고,
거기 매표소에는 여전히
"전화주면 30분 안에 오겠다"는 메세지만 써 있다.

이제 내 스마트폰에는 배터리가 가득하지만,
 
내가 여기서 산 선불 유심칩은

내 전화가 껐다 켜질 때마다
비밀번호를 넣으라고 하는데,
나의 유심칩 비밀번호는 소피아에 두고 왔다.
 
원래 이렇게까지 원하지 않았는데,
못 들어가게 되니 그렇게 들어가고 싶을 수가 없다.


하지만 결국 못 들어 갔다.


이 성당은 무엇보다도

여러 둥글고 커다란 기둥에

불가리아 왕들의 역사적 기록이

그리스어로 적혀 있는 걸로 유명하다.


13C에 세워졌고,

주요한 종교적 행사를 많이 했던 곳인데,

오스만통치 시기에는 모스크로 사용되면서

성상화가 손상되는 수난도 겪었다고 한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건 성모 승천 성당(Църква "Успение Богородично", Church "Assumption")이다.

원래 이곳은 중세시대 성모승천 수도원(манастир „Успение Богородично“) 자리인데,

20세기 초에 그 위에 성당을 세웠다고 한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그리고 뼈대만 있는 교회도 있었는데,

아마 곧 이곳에 교회를 세울려고

틀을 만들어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그곳에서 남쪽으로 와서

구시가쪽으로 가면

거기에도 커다란 성당이 하나 있다.

성모탄생 대성당(катедрала Рождество Богородично“)이다.


너무 우뚝 솟아 있어

얀트라강 어디 가도 보이는 이 성당은

그래서 매우 존재감이 큰데,

역사는 길지 않다.


1842-1844년

아직 불가리아가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을 때

처음 세웠는데,

지진으로 무너져

20세기 초반에 다시 세운 게 지금의 성당이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제 그렇게 여기저기 구경하고 구시가로 오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제
벨리코 터르노보 어플리케이션에서 추천하고
지나가다 보면서 괜찮아 보인다 생각했던
까페-레스토랑

하지 니콜리 여관(Хан Хаджи Николи, Hadji Nikoli Inn) 에 갔다.



하지 니콜리 여관

건축적으로는 1858년에 세워진,

후기 불가리아 르네상스 양식을 간직하고 있으며,


종교적으로 이 여관의 창립자 하지 니콜리는

불가리아 정교회 독립을 위해 힘쓴 인물이고,


역사적으로는 70개나 되었던

"한[хан]"이라는 명칭의 여관 중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그 전날에는 사람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이날 저녁엔 사람이 없었다.


어쩜 내가 너무 이른 시간에 갔는지도 모르겠다.


종업원들도 다들 정장을 입고, 고급스런 느낌인데,
내가 주문하려고 하자
20대 중후반인 듯 보이는 웨이트리스가
다른 좀 더 나이 있어보이는,
30-40대 정도의 지배인인 듯한 사람을 불렀다.


아마도 그 사람이 더 영어 잘하는 사람인가 보다.


예상치못한 특별대우에

뭔가 판이 커진 걸 느낀 내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좋은 걸 먹어야겠다싶어

요리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뭔가 그 집에서 가장 잘하는 걸 추천을 해줬다.
 
마침 사람도 없고,
자리는 편하고,

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장소에 있으니 좋다.
 
지금은 고급스럽고 깔끔한 카페-식당이 되었지만,

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미국에 있던 하지 니콜라의 후손이

2006년 대대적인 수리를 해서

다시 개관한지 오래 되지 않았고,

2010년에는 "올해의 건축" 상도 수상했단다.


난 저녁이라 가보지 못했는데,

여긴 카페-식당 말고 갤러리도 있다.
 
그러고 보니 그 공간이 더 좋아진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화장실 가다보니,

건물 안에 숨겨진 안뜰이 있었다.

거기도 근사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그런데다가 그 지배인으로 추정되는 분은
수시로 와서 뭐 필요한 거 없는지 물어보고,
추천해주고 그런다.
 
내가 불가리아어로 말하면 불가리아어로 대답하고,
영어로 말하면 영어로 대답하면서.


매우 친절한데, 과하지 않아 편안하다.


그리고 그 추천요리는 정말 맛있었고,
거기서 직접 구웠다는
그분이 추천해준 빵도 정말 맛있었고,
마지막으로 추천해준

디저트도 정말 맛있었다.


난 원래 맛에 둔감해서

맛있는 음식, 특별한 음식에 특별히 열광하지 않고

많이 먹지도 않는데,

평소의 나답지 않게

흔치 않아 보이는 비싼 것 시켜먹고,

디저트까지 챙겨 먹었다.


낮에 차레베츠를 관광하고 났더니,
차르가 되보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그 공간 자체가

그리고 그곳의 편안하고 친절한 서비스가

그런 특별하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켜주었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밤거리를 걸어 100년 넘은 숙소로 돌아가는데,

길에 붙은 부동산 벽보가 보인다.


보통 같으면 그냥 지나칠 정보인데,

괜히 가서 한번 봐본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내 계산이 잘못된 건지,

아님 매물로 나온 게 위치가 안 좋은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집값이 비싸지 않다.


순간

나중에 여기 집사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풍경도 근사하고,

물가도 싸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난 불가리아어도 하니까.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참동안

나중에 불가리아 가서 살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여전히 난

그 허황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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