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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Jan 11. 2018

중세 불가리아 난공불락 수도, 벨리코 터르노보

벨리코 터르노보 1: 아센왕조의 도시


2014년 1-2월 7주동안

불가리아 소피아에 있으면서,

3주간 불가리아어 수업받고,

1주 쉬고,

다시 3주간 수업을 받았다.


주중에는 불가리아어 수업이 있으니,

주말에만 소피아 바깥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 그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첫주둘째주는 소피아 적응기라
여행은 아예 꿈도 못꿨고,


셋째주 주말엔 지인이 있는 그리스로 출발했고,


넷째주엔 목욜에 그리스에서 돌아와서
다시 금욜에 어딘가로 떠나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고
일욜저녁 불가리아를 떠나는 일곱번째주에

어디 멀리 가긴 좀 그러니,
(결국 그 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소피아에서 가까운 릴라수도원에 갔다.)



소피아 밖, 불가리아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주는
다섯번째 주여섯번째 주였고,
 
그래서
다섯째 주말에는 "플로브디프"를 가고,
여섯째 주말에는 "벨리코 터르노보"를 갈려고 했다.


벨리코 터르노보가 너무 좋다고들 하길래,
덜 좋은 데를 먼저 가고,
더 좋은 데를 나중에 갈 심산이었던거다.
 
근데 원래 수욜이던 학교 소풍이

여섯째 주 토욜로 옮겨지는 바람에,


그 좋다는 벨리코 터르노보

불가리아 체류 다섯째주 주말에,

금욜 수업이 끝나자마자 출발해서

2박 3일 일정으로 가기로 했다.




벨리코 터르노보(Велико Търново, Veliko Tarnovo)

불가리아 중북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소피아에서 벨리코 터르노보까지는

버스로 3시간,
기차로 가면 4시간 정도 걸린단다.


출처:http://guesthousevelikoturnovo.com/guesthouse2/location


소피아-벨리코 터르노보 간 시외버스 요금은

2017년 1월 현재

편도 20레바(약 15,000원) 내외다.

이건 따로 메모해두지 않았는데,

2014년 겨울에도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출발시간은 버스 회사에 따라 다른데,


우리처럼 매표소에서 알아서

적절한 시간에 출발하는

버스회사를 결정해주는 게 아니고,

승객이 버스회사를 먼저 정해

그 회사의 부스에 가서

버스표를 사는 시스템이었다.


왕복티켓을 끊어야하니,

가는 시간과 오는 시간을 다 고려해야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거의 1시간마다 버스가 있었는데,

내가 움직일 시간대를 대충 보면,

 
Union이라는 회사의 버스는
2시 반, 3시 반 소피아에서 출발하고,
4시, 6시 10분쯤 벨리코 터르노보 출발이다.
 
Biomet이라는 회사의 버스는
2시, 3시, 4시에 소피아 출발,

4시반,7시반 경에 벨리코 터르노보에서 출발한다.

딱 이렇게 두 회사가 있었다.

지금도 버스회사는 그 두 회사 그대로인데,

시간표는 약간 바뀌었다.



아무튼 당시 가장 좋은 건
Union회사의 금욜 2시 30분 버스를 타고 가서
일욜 저녁 6시 10분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거였다.
 
하지만

금욜 불가리아어 수업이 1시 반에 끝나니,
2시 반 출발 시외버스를 타는 건 빡빡하다.
 
만약 그걸 놓쳐 Biomet회사의 왕복표를 끊게 되면,

갈 때는 큰 차이가 없는데,
올 때는 좀 일찍 4시 반경에 오는 걸 타야될 거다.
 
일욜 7시 반에 벨리코 터르노보를 출발하면,
소피아 터미널에 밤 10시 반에 도착하고,
집에 가면 11시 반이니 너무 늦다.

그리고 겨울이라

어차피 5시-5시 반이면 해가 지기 때문에,

벨리코 터르노보에
7시 반까지 있으면서 딱히 할 것도 없을 거다.
 
암튼 버스는 그날 돌아가는 상황에 맡기기로 하고,
출발 이틀 전에 우선 호텔만 예약했다.
 
우리반 일본인 친구 리사가 좋다고 추천한

유스호스텔이 있었는데,
6인 혼숙 도미토리는 별로 안 내키고,
싱글이 없어,
트윈이나 더블룸에 2인 요금을 지불하고

혼자 써야할 것 같았다.
 
그러느니 그냥 호텔이 나을 것 같아 찾아보니,
아침 나오고,
관광지랑 가깝고,
전망좋고,
와이파이 된다고 나오는 데가 있다.

가격도 엄청 저렴하다.

싱글룸이(막상 가보니 트윈이었는데)

유스호스텔 트윈이나 더블 2인 비용보다 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건물이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까지 하단다.

물론 이 부분에서 마음이 확 끌렸다.


그래서 거기로 예약했다.


고객평가는 최상이라는 평부터

최악이라는 평까지 다양하니,

생각보다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봤자 이틀밤이고,

어차피 난 숙소에 있기보단 돌아다닐테니까.




마침내 금요일이 되었다.

그날 따라 수업이 10분 일찍 끝났다.


그리고 내가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마침 시외버스터미널 가는 버스가 왔다.


그 버스가 2시 20분 정도에 터미널에 도착했고,
2시 25분 경

가장 좋은 선택지인

Union 회사의 2시 30분발

벨리코 터르노보 행 티켓 사서 버스에 올라탔다.


일요일에 돌아오는 티켓은 6시 10분 차다.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행운의 연속이다.


버스는 여러 마을에 들러 승객을 태우면서

멀리 보이는 완만한 산과 들옆을 지나쳐갔다.


2월 초중순이던 당시

소피아는 이미 봄날씨 같았는데,

들판은 아직 겨울이다.


(2014년 2월, 벨리코 터르노보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벨리코 터르노보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벨리코 터르노보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벨리코 터르노보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벨리코 터르노보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벨리코 터르노보 가는 길, Bulgaria)
(2014년 2월, 벨리코 터르노보 가는 길, Bulgaria)


나의 행운은 소피아에서 끝나지 않아,

3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걸로 되어있던 버스는
2시간 50분 만에

"20분 일찍"

벨리코 터르노보에 도착했다.


시작이 좋다.




벨리코 터르노보(Велико Търново, Veliko Tarnovo)

불가리아가 발칸반도의 최강자로 부상하며,

최고지도자는 차르(цар)로 불리었던

12-14C 제2불가리아 왕국의 수도였다.


당시 명칭은

터르노브그라드(Търновград, Tarnovgrad)였고,


그라드(град, grad)

남슬라브어로 "도시", "요새",


트러노프(тръновъ, tranov)는 고대불가리아어로

"가시가 있는, 어려운"의 의미였다고 한다.


벨리코 터르노보에 직접 가보면,

왜 여기가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1965년에 "위대한"이라는 의미의

벨리코(Велико, veliko)라는 형용사가 붙어서,

지금과 같은 기다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형용사가 어울리는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름이 너무 길어서,

"벨리코"는 떼면 어떨까 싶은데,


불가리아에 '작은 터르노보'라는 의미의

말코 터르노보(Малко Търново)라는 지역이 있어,

그것과 구별하기 위해 붙여야 한다.




벨리코 터르노보 터미널에 내려 둘러보니,

특별하게 눈에 띄는 건 없다.

그냥 평범한 소도시같은 느낌이다.


불가리아에서 항상 그렇듯이

버스가 왔던 방향으로 멀리 산이 보이고,

시외버스터미널 벽에 그려진

올록볼록 약한 입체적인 컬러그림이 예쁘다.


특별한 느낌은 없지만,

뭐 나쁘진 않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소피아에서 구글지도 검색해봤을 때
"벨리코 터르노보" 버스터미널에서 호텔까지
걸어서 약 20분 걸리고,
초승달처럼 생긴 커브길을 따라 걸어가면 됐다.


지도를 보니 쉬운 길 같아서,
자세한 길 이름이나 뭐 그밖의 다른 것들은

적어오거나
특별히 기억해오지 않았다.
 

"벨리코 터르노보" 터미널에서

여행안내센터를 찾았는데 없고,
무료 안내책자나 지도 주는 곳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걸었다.
 
별로 먼 것 같지도 않고
뭐 못 찾으면 물어보면 되니까.


아래 지도 New Town의 위쪽터미널에서 내렸고,

호텔은 Old Town에 있어서

거기까지 가면 되는 거였다.

 

출처:http://davidsbeenhere.com/2017/02/28/what-to-see-and-do-in-veliko-tarnovo-bulgaria/

 
그런데 그렇게 걷다가

갑자기 눈앞에 등장한 풍경이 정말 예술이다.


강 위 언덕 위에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건너편에 커다란 건물이 있어

뭔가 했더니 벨리코 터르노보 대학건물이다.

그리고 그 밑에 한자가 쓰여있어

깜짝 놀라 보니,

"공자학원"이다.

아마도 대학건물의 일부를 빌려

"공자학원"으로 쓰나보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근데 이제 곧 해가 질려는지,

하늘에 심상치 않은 붉은 선이 한줄 그어졌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그렇게 숙소를 찾아 걸어가는데

저 멀리 우뚝 솟은 거대한 조형물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밑에 강이 흐르고,

그 위에 놓인 기다란 다리 건너에

커다랗고 묵직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게 뭔지 궁금한데,

곧 해가 질 것 같아서

다리는 안 건너고  

그냥 사진 몇 컷만 찍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다음날 아침 일찍 호텔에서 나와서

벨리코 터르노보 시내를 구경했는데,


그 전날 밤 얀트라 강변의
구르코 거리를 거닐 때
계속 고개를 강쪽을 돌리면 보이던

그 거대 동상이 뭔지 너무 궁금해서

거기부터 갔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멀리서 보이는 윤곽이나 그 크기로 보았을 때,
공산시대의 유물인 것 같았는데,
다행히
공산당 서기장은 아니었다.


불가리아의 전성기를 이끈

아센 왕조 기념비(Паметникът на Асеневци, Monument to the Asen dynasty)다.


아센 왕조는 12세기에

페터르 4세(Петър IV, Teodor I Peter IV),

아센1세(Иван Асен I, Ivan Asen I),

칼로얀 (Калоян, Kaloyan)형제가

비잔틴제국의 지배에 저항하여 봉기하면서

비잔틴제국에서 독립하고,

새 불가리아 왕국을 세우며 시작되어,

13세기까지 지속되었다.


이들이 세운 제2불가리아 왕국

비잔틴 제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났을 뿐 아니라

오히려 비잔틴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

발칸반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위세를 떨쳤다.


이중 제2불가리아 왕국의 최전성기의 통치자인

아센 2세 황제(Иван Асен II)

그의 이름이 붙은 도시에 대해선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 있다.


벨리코 터르노보에 있는

아센 왕조 기념비는

아센형제들이 일으킨 봉기 800주기 기념으로

1985년에 세운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공산시대 조각의 느낌이 물씬나며,

지나치게 진지한 분위기에,

지나치게 사실적인 디테일에,

크기도 지나치게 큰가보다.


불가리아의 위대한 인물들을 기리려는
이 동상의 취지는 물론 좋은데,

 
솔직히

이 거무튀튀한 동상 자체는

그 밑에 흐르는 얀트라 강이며,

얀트라 강변의

높은 절벽과 알록달록 예쁜 집들과
별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튀는 거 같다.
 
그것만 없으면 몇 배는 그 도시가
비주얼적으로 근사해질 수 있을 것 같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구르코 거리 쪽에서 보면
거대 동상 있는 쪽이
마치 섬같이 느껴지지만,
가서보니 사실 그렇지 않았다.


그 뒤는 다른 지역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곳을 포함한,

아센 왕조 기념비로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데,

가장 편한 건,

위 지도에서 New Town이라고 표시된 곳에서

Sveta Gora라고 표시된 곳으로 가는,

스탐볼로프 다리(Стамболов мост)라는 이름의

기다란 철교를 건너는 것이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 다리는 19세기 말에 건설된

불가리아 최초의 현대적 다리라 하는데,

다리 자체는 특별히 멋지거나 하지 않아도,

거기서 아센왕조 기념비 쪽으로

바라본 풍경이 근사하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아센 왕조 기념비에는 거대한 칼을 중심으로

그 밑에

네명의 왕이 말을 타고 있는데

이들은

제2불가리아 왕국의 건국자

아센1세, 페터르, 칼로얀 형제

아센1세의 아들로

불가리아를 최전성기로 이끈 아센2세다.


전체 높이가 15미터라고 하니, 웬만한 건물 높이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왕관을 쓰고 창을 든 게 아센 2세고,

칼을 빼든 게 아센 1세,

은총을 내리는 듯한 포즈가 페터르,

고상하게 투지를 드러내는 포즈가 칼로얀이라고 하는데,


아마 아래 사진이 아센 2세와 칼로얀,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아래 사진이 아센 1세와 페터르인 것 같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기념비 입구에는

아마도 사자를 형상화한듯한 동물의 석조상과

기념비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 동상 자체는 사실 별로 맘에 들지 않지만,
거기에서

Old Town의
구르코 거리 쪽을 바라본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예쁜 색의 작은집들이
옹기종기 절벽 위에 붙어 있고,
그 밑에 강이 구비구비 흐르니 말이다.
 
그리고 그 강물에는
그 아담한 집들이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여럿이 어울어져야 더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이라,

길게 찍는게 좋을 것 같아,

카메라의 파노라마 기능도 사용해봤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아센왕조 기념비 바로 옆에는

뭔가 19세기에 지어졌거나
그 때식 건축양식을 따라한 듯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거기는 미술관이다.


보리스 데네프 국립미술관(Държавна художествена галерия "Борис Денев",State Art Gallery "Boris Denev")이었는데,

불가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으로

1934년에 개관했다고 한다.


거기도 가보고 싶긴 했지만,
다른 주요 관광지를 구경하느라

결국은 못 갔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미술관 주변을 좀 둘러보니,

그 뒤로 작은 공원이 있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그 공원에

무슨 급수대 같이 생긴 곳이 있는데,

옛날 글씨체라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무슨 성수 같은 건줄 알았더니,

"창조자들"이 복수인 걸 보니,

아센왕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멈춰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하라.
불가리아의 창조자들,
그 훌륭한 인물들의 이름과 업적을.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그 맞은 편에는

아마도 아센왕조 3형제를 형상화한 듯한

좀 더 추상적인 동상도 서 있었다.



소피아에선 이들과 관련된 설치물 거의 못봤는데,

이 도시에선 특히 중요한 사람들인가보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다시

"벨리코 터르노보" 도착한 첫날 저녁으로 돌아와서,


계속해서 강건너 빛나는

아센 왕조 기념비에서 벗어나지 못한채로

얀트라 강변의 구르코 거리를

따라 걸어갔는데,

 

곧 해가 지고

날이 금새 어두워져,

괜히 마음이 급해지길래,
지나가는 여자분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목적지가 멀지 않았다.

 
그래서 찾고보니,
초승달 모양 바깥쪽으로 갔으면

좀 더 찾기 쉬웠을 만한 위치에 호텔이 있었는데,


난 경치좋은 강변의 구르코 거리 쪽,

즉 초승달 모양 안쪽으로 가고 있었던 거다.
 
호텔 와이파이도 잘 되고,
전망도 괜찮고,
오래된 건물이어서 그런지

난방이 빵빵하지 않아 좀 추운 것만 빼면

다 좋았다.

 

체크인하고 호텔에 짐을 풀고 나와

시내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저녁 산책을 했다.


좀 어두운 편이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밤에도 별로 위험한 분위기가 아니다.
 
술취한 사람도 없고,
눈 풀린 사람도 없고,
노숙자도 없고,
집시도 없고,
 
밤이라서 윤곽이 뚜렷하진 않았지만
경치도 좋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이번엔 초승달 모양 바깥쪽을 걸었는데,
그길을 20분 정도 걸으니,
아까 내가 호텔을 찾기위해

초승달 안쪽 길로 출발했던 그 지점이 나왔다.

 
아 이렇게 오면 되는 거구나.


이제 여기 지리도 대충 알았다.
별로 어렵지 않다.


근데 거기 어떤 큼직한 기념비가 서 있다.

뭔가 궁금하긴 한데,

아직 초저녁인데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사진만 찍고 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어머니 불가리아 기념비(Паметник Майка България, Monument of Mother Bulgaria)였다.


4개의 전쟁, 즉

러터전쟁(Руско-турската 1877-1878),

세르비아-불가리아 전쟁(Сръбско-българската 1885),

제1차발칸전쟁(Първата балканска, 1912-1913)

제1차세계대전(Първата световна война, 1912-1918)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기념비로,


4면에 그 전쟁의 연도가 적혀 있고,

아래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위에는 손에 깃발을 든

어머니-불가리아(Майка България)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왜 1차세계대전만 있고,

2차세계대전은 없나했더니

1935년에 세워진거란다.


흥미로운 건,

"어머니-불가리아"가 쓰고 있던 왕관이

1944년에 사라졌었는데,

1989년 공산정권이 무너진 이후 다시 발견되어

그때부터 다시 쓰게 되었단다.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2014년 2월, Veliko Tarnovo, Bulgaria)


밤산책을 마치고 집에 와서

불가리아 여행 어플리케이션을 보며,
다음날 어디를 갈 지 결정했다.

우선 가장 먼저 갈 곳은

차레베츠(Царевец)이고,

나머지는 그냥 슬슬 구경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작정하고 간 차레베츠도 물론 훌륭했지만,

그 외의 다른 오래된 유적들도 좋았고,

그냥 골목골목이,

도시 전체가 다 기품이 있으면서 아기자기해서,

자연과 인공물이,

현재와 과거가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시각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너무 좋고,

심지어 난 운도 좋았다.


아니 어쩜 그 도시의 마력에 빠져,

무슨 일을 겪든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맑으면 맑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비가오면 비가 오는대로

좋은 날씨라고 여겼다.


아무튼 모든 게 다 기대이상이었다.


여러모로 관광지로 장점을 많이 가진

"벨리코 터르노보"가

도대체 왜

아직까지

유명 관광지가 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두 포스트에 걸쳐

이 난공불락 요새 도시 깊숙이 들어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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