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지근거리 그리스 아테네 2박 3일 중 둘째 날
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주는 아침식사를 했는데,
가만히 보니 식당의 의자가 그리스스럽다.
아주 단순한 디자인인데,
위를 삼각형으로 하니,
그냥 그리스 신전이 되어버렸다.
아침 일찍부터 그렇게 그리스를 느끼며
9시가 채 되기전에 호텔을 나섰다.
여기는 관광지가 다 문을 일찍 열고 일찍 닫으니까
일찍 움직여야 한다.
내가 아테네에서 꼭 가보자 했던 데가
"아크로폴리스"와 "고고학박물관"이었는데,
전날 아크로폴리스를 다녀왔기 때문에,
이 날은 고고학박물관이 첫 목적지였다.
다른 데는 8시에 열던데,
고고학 박물관은 9시부터 열어서
9시에 맞춰 나왔다.
내가 머물던 호텔에서 걸어서
한 10분 정도 걸리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아테네 고고학박물관(Εθνικό Αρχαιολογικό Μουσείο,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of Athens)은
아테네 북쪽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1호선 Victoria 역과 Omonia 역 사이다.
11월부터 3월까지 겨울시즌
입장시간은 09:00-16:00 (월욜 13:00-20:00)
입장료는 5유로다.
홈페이지엔 여름 시즌에 대한 정보는 안 나오고,
다른 곳에 적힌 정보를 보면 사이트에 따라 다른데,
아마 좀 더 늦게 문을 닫고,
입장료는 10유로인 것 같다.
그 밖의 다른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할 수 있다.
아테네 고고학박물관은 이렇게 생겼다.
아테네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그리스 고대유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박물관이란 사실은 놀랍지 않은데,
자그마치 약 200년전인
1829년에 역사가 시작되었단다.
건물 자체는 그 수십년후 19세기 후반에 건설된,
네오 클래식 양식건물이다.
네가 알기로 네오-클래식 양식은
19세기 건축에 고대그리스 양식을 도입한 건데,
그리스에 지어놓으니 정말 자연스럽다.
아무튼 이 박물관의 컨텐츠뿐 아니라
이 박물관 건물 자체가 벌써 유물이다.
이거 보고
시내 가톨릭성당 11시 미사에 갈 생각으로,
지인 ㅎ에게 보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더니,
1시간 반 정도 걸렸다고 했다.
그래서 여유있게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여유를 가지고,
거기 있는 설명도 다 읽으면서 봐서 그런지
영 진도가 안나간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사람도 별로 없고,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은 계속 나를 앞질러 가는데,
나는 계속 천천히 그 엄청나게 길고
학술용어가 가득한 영어설명을 읽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이걸 보겠냐 싶어 집중한건데,
생각보다 내용도 재밌고 알찼다.
Kurius라는 소년 조각은
거의 다 옷을 벗고 있는데,
Kurae라는 소녀 조각은
다 옷을 걸치고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워낙 웃음기를 머금었던 조각상들이
로마시대 정치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엄숙한 표정을 짓게 된 것도 알게 되었고,
무덤에 놓는 죽은 사람을 위한 부조에서
죽은 사람과 관련된 다른 사람들이
손을 잡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산자와 죽은 자가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나보다.
그렇게 보다가 너무 시간이 늦어질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할 무렵
다행히 전시물에 설명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별로 내가 관심 없어하는 그릇이랑 장신구
뭐 그런 것들 전시가 마침 시작되어
그냥 쓰-윽 훑어보고 나올 수 있었다.
여기가 맘에 들어 뭔가 기념으로 사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기념품 가게는 구경할 엄두도 못냈다.
고고학 박물관에서
10시 45분-50분쯤 나왔다.
가던 길에 보니,
고고학 박물관 바로 옆에
아테네 국립 공과대학 - 건축학교(Εθνικό Μετσόβιο Πολυτεχνείο - Σχολή Αρχιτεκτόνων Μηχανικών)가 있다.
여기 건물도 신고전주의 양식인 것 같다.
그렇게 걸어내려가 가톨릭 성당에 도착했을 때,
이미 미사는 시작된 상태였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자리에 앉아서 미사에 임했다.
거기는 성 디오니소스 성당 혹은 성 데니스 성당(Καθολικός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Αγίου Διονυσίου του Αρεοπαγίτη)이 불리는 곳인데,
겉에서 보면
그냥 장식없는 그리스신전 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하얀 직사각형 건물에
고대 그리스 건물에서 본 것 같은 아치와 기둥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그런 모양인데,
안은 화려했다.
도시는 미적 감각을 가진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가 있는데
그리스 아테네는 확실히 미적 감각을 가진 도시다.
도시가 드러내는 미적 감각은
특정한 소수의 도시설계자의 안목이 아니라,
개개인의 미적 감각의 합인 것 같다.
누군가가 어떤 건물을 새로 건축할 때
그 주변환경에 어울리게
하지만 뭔가 다르게 덧붙이려면,
개인의 감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테네의 건축은
네오 클래식, 즉 신고전주의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현대 건축도 대칭을 이루고,
두께나 높이에 정확한 질서가 잡히고,
디테일이 절제된 경우가 많아,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조상들의 그런 건축양식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감각이 체득될 것 같기도 하다.
이 성당의 내부장식도 화려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 때 미사는 라틴어로 진행되었다.
이 날은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 미사가 있었는데,
그리스어 미사를 듣고 싶었지만
시간이 좀 애매했고
영어 미사보다는
그래도 라틴어 미사를 듣고 싶어서 간건데,
정말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미사가 형식적으로 매우 아름다웠다.
노래도 아름답고.
그렇게 미사가 끝나고
결혼식이 있는 성당은
무언가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전날 저녁에 "야경으로" 봤던
학술원, 아테네 대학, 도서관의
네오클래식 3부작을 다시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건 아테네 학술원(Ακαδημία Αθηνών, Academy of Athens).
1859년에 건설된 네오클래식 건물이다.
이건, 아테네 국립 대학(The National and Kapodistrian University of Athens, Εθνικόν και Καποδιστριακόν Πανεπιστήμιον Αθηνών ).
1837년에 지어진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란다.
"그리스 최초의" 대학이
19세기가 되서야 세워졌다는 게 어색하다.
왠지 여기선 그 시작이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할 것만 같다.
이건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Greece, Εθνική Βιβλιοθήκη)이다.
1832년에 건립된 네오클래식 양식의 건물이다.
그 밖에 그 길의 다른 것들도 둘러보며,
신타그마 광장까지 걸어갔다.
전날밤에 비가 좀 많이 내리는듯 했고,
아침에도 추적추적 흩뿌렸는데,
이제는 비가 그쳤을 뿐 아니라 해가 쨍쨍났다.
하드리아니우스의 개선문(Πύλη Αδριανού, Arch of Hadrian)은
신타그마 광장과 국립공원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아래 지도 하단에 H.A.라고 표시한 곳이다.
하드리아누스는 2C 초반 집권했던 로마황제인데,
그가 그리스를 세번째 방문했던 131-132년에
이 아치가 건설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로마의 개선문을 닮았는데,
윗부분의 기둥은 또 매우 그리스적이다.
사진에서 아치 사이로
멀리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하드리아누스의 개선문 바로 옆에
제우스 신전(Ναός του Ολυμπίου Διός, Temple of Olympian Zeus)이 있다.
전날 산 "아크로폴리스 패키지 티켓"을 가지고
7개 장소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제우스 신전이었다.
제우스 신전의 건설을 시작한 건 BC 6세기인데,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그리스에 온 AD 2세기까지
공사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가,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명에 의해
비로소 건축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개선문을
바로 이 근처에 세웠나보다.
하지만 곧 3C에 외적의 침입으로 파괴되고,
곧이어 시작된 중세에는 이곳 건축의 일부가
다른 건물을 짓는 재료로 사용되고,
오스만 침입기엔 이슬람 사원의
회반죽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게 남아있진 않은데,
그리스신 중에서 제우스가 차지하는 위상 때문인지,
남아있는 기둥은 무척 높고 크다.
제우스 신전 남쪽으로 녹지가 보이길래
그곳에 갔더니,
공원이 있고,
그 안에 정교회 성당(Church Agia Fotini Ilissos, Ιερός Ναός Αγίας Φωτεινής Ιλισσού) 이 있었다.
이 곳뿐 아니라 제우스 신전 북쪽에도
커다란 공원이 있었는데,
"아크로폴리스 패키지 티켓"으로 입장할 수 있는
다른 고대 유적을 보러 가느라
거긴 못 들어가봤다.
제우스 신전에서 출발한게 2시가 좀 넘었고,
시간 계산하지 않고,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갔더니,
3시가 다 되어서
그 오래된 유적이 모여있는
아크로폴리스 밑 동네에 도달했다.
"아크로폴리스 패키지 티켓"로 입장할 수 있는
유적 중 이제 남은 데는
"고대 아고라", "로마 아고라",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케라메이코스"
이렇게 네 군데다.
그 중에서 젤 먼저
고대 아고라(Ancient Agora)에 갔는데,
이런!
문이 닫혔다.
8시부터 3시까지 문을 연다고 써있다.
이 날까진 아직 몰랐는데,
대부분의 아테네 고대 유적이 3시면 문을 닫는다.
왜인지는 알수 없지만,
여긴 일찍 문을 열고 일찍 닫는 시스템이다.
시계를 보니 딱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근데 그 시간에도 그 안에서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관광객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3시보다 좀 일찍 와도
입장 못했을 수 있을 것 같다.
아테네는 그냥 나처럼 대충 계획 없이 와서
설렁설렁 돌아다니는 데가 아닌가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미리 정보 알아보고
꼼꼼하게 계획을 짜고 해야되는 덴가 보다.
어쩔 수 없다.
내일 다시 올 수 밖에.
혹시 몰라서
"패키지 표"에 있는 또 다른 장소인
케라메이코스(Kerameikos)에 갔다.
역시 거기도 3시까지 밖에 문을 안 열고
그 뿐 아니라 월요일은 휴무란다.
거기는 다음날 가도 들어갈수 없는거다.
나중에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인터넷에 나온 정보에는
월요일 휴무 아닌 걸로 나온다.
"경건한 마음으로"
미리 계획을 짜고 갔어도
실패했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하니,
괜히 위안이 됐다.
다른 고대 유적을 못 본 게
나의 부주의나 게으름 탓이 아닌 것 같아서.
그런데 다음날 보니,
인터넷 정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케라메이코스 입장과
케라메이코스 박물관 입장이 다른 거였다.
아무튼 이제 그렇게 되니 오기가 발동됐다.
그 남은 표 4장을 다 쓰고 싶다는 승부욕.
나는 사실 아테네에서
'아크로폴리스'랑 '고고학 박물관'만 볼려고 그랬다.
나머지 유적은 시간 남으면 땡기는대로 보고,
아테네가 해안에 있는 도시니,
목표로 삼은 두 개를 다 보면,
바다도 한번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꾸 뭔가 실패하고
거절당하는 느낌이 드니까,
갑자기
그 "아크로폴리스 패키지 표"에 집착하게 되었다.
아무튼 그 날은 그 중 어디도 들어갈 수 없으니
전날 갔던 '아크로폴리스'에 다시 가서
그 앞 전망 좋은 바위에서
아테네 시내 한 번 더보고 오자고 생각했다.
내가 이 언덕이 너무 좋아서
3일 내내 갔다고 했더니,
지인 ㅎ가 자기도 거기 좋아한다며,
바오로(바울) 사도가 설교했던 장소이기도 하다고
귀뜸해주었다.
난 그냥 전망이 좋고,
바위에 앉아 있는 느낌이 좋아서 간 거였는데,
그런 역사적, 종교적 가치가 있을 줄이야.
아레이오스 파고스 언덕(Areopagus Hill, Ἄρειος Πάγος)은
그리스 남신 "아레스의 바위"라는 의미고,
그가 포세이돈의 아들을 여기서 죽이려 했다 한다.
그러고보니 맘먹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리스신화의 신도 없고,
그리스도교의 사도도 없는
현재는 무엇보다도
아크로폴리스와 아테네 시내 전경이 보이는
전망좋은 바위다.
ㅎ 말이
여름에 가면 그렇게 바람이 시원하다던데,
내가 갔던 겨울엔
하루는 흐리고,
하루는 흐리면서 맑고,
하루는 그냥 맑았고,
맑은 날은 이 바위가 유난히 따뜻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레스의 바위 위에서
그렇게 한참을 앉았다 섰다 하면서
풍경과 바람과 햇볕을 누리다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제 시간은 4시 반쯤 됐고,
전날 검색한 바에 따르면
8시까지 문 연다고 한다.
이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옆 건물인데,
그냥 사유지인 것 같은 이 건물도
생김새가 심상치 않다.
더군다나
가장 위층벽에 새겨진 모자이크는 예술이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건설하면서
헐려고 했다가
반대에 부딪혔다는 그 아르누보 건축인가보다.
그거 맞으면 헐지 않기 너무 잘했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Μουσείο Ακρόπολης, Acropolis Museum)은
2009년에 개관했고,
아크로폴리스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한다.
입장시간은
11-3월 겨울시즌은 9:00-17:00
여름시즌 8:00-20:00(월요일은 8:00-16:00)고
금욜은 22:00에, 주말은 20:00에 문을 닫는다.
입장권 5유로다.
입장시간이 좀 복잡하니,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하는 것이 좋겠다.
1시간 -1시간 반 정도 예정으로 갔는데,
그날 아침에 본 "고고학 박물관" 만큼
전시물이 많을 뿐 아니라,
거기만큼 어려운 전문용어로
빼곡히 적혀 있는 설명이 많이 붙어 있다.
그렇게 약1시간 정도 1층의 반 정도를 봤는데,
2,3층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 안에 이걸 다 보고 갈 수 있으려나?
하면서 2층에 올라갔는데,
거기엔 전시물은 없고 그냥 까페만 있다.
잘 됐다.
여기서 쉬면서 요기를 좀 해야겠다 싶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음식이 좀 늦게 나와서 그렇지,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커피도, 빵도, 리조또도
다 양도 많고,
또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전망도 너무 좋다.
커다란 유리벽 너머로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이제 요기도 했으니 힘을 내서
3층으로 올라가서 마저 구경을 하고
1층의 남은 부분도 마저 봤다.
그렇게 관람을 다 마친 시간이 7시 15분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멀리 아크로폴리스가 조명을 받아
빛나는 게 보인다.
물론 아크로폴리스가 크긴 컸지만,
거기서 이렇게 많은 유물이 나왔을 줄은
박물관을 보기 전엔 상상도 못했다.
사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아크로폴리스와 한 쌍이다.
아크로폴리스의 안과 밖 같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예전에
아크로폴리스 위에 지었다가,
그 이후로도 유물이 계속 나오는데
그 박물관이 다 수용하지 못해서 없앴다던데,
사정이 그러니 어쩔 수 없지만,
그 전시내용만 놓고 보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아크로폴리스 위에 신전들과 같이 있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거기 가기 전엔
아침엔 "고고학 박물관"에 가고
저녁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가는 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했는데,
두 박물관이 비슷한 걸 전시하지만,
또 달라서
둘다 봐도 사실 이상하진 않다.
두 박물관 모두
아테네와 그리스의 과거를 알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인 것 같다.
단,
아크로폴리스를 보고나서
같은 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보면
좀 더 좋을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