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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Aug 06. 2019

“아드리아의 진주” 속 진주, 두브로브니크 성벽

세상에 둘도 없는, 낯설고 길고 아름다운 철벽(?) 둘레길



(이전 포스트에서 계속)


7.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하이라이트


앞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누군가 크로아티아에서 한 도시만 간다면,

두브로브니크를 강력 추천할 것이고,


누군가 두브로브니크에서 딱 한 군데만 방문한다면


(물론 힘들게 거기까지 가서,

당일치기로 하나만 보고 오는 건 말리고 싶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성벽(Walls, gradske zidine)을 강력 추천할 거다.


한국이건 외국이건 바다가 예쁜 곳은 많고,

유럽에는 구시가가 아름다운 곳도,

높고 두터운 중세식 성벽이 남아 있는 곳도 많지만,


이렇게 넓은 지역을 둘러싼 이렇게 기다란 성벽도,

이렇게 예쁜 구시가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성벽도,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 바로 옆에 있는 성벽도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매우 특별한 성벽이고,

그 성벽을 따라 도는 긴 산책은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이었다.


흔히 두브로브니크를 "아드리아의 진주"라 하는데,

구시가를 둥글게 감싼, 햇살에 반짝이는 흰 성벽은 

나에게 그 진주 안의 또 다른 진주였다.




두브로브니크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의 길이는 총 1940m,

한라산 해발 높이랑 거의 비슷하다.


성벽 북쪽은 육지에,

남쪽은 바다에 면하고 있는데,


바다 쪽 벽은 1.5-5미터 두께,

육지 쪽 벽은 보통 4-6미터 두께이고,

높이는 가장 높은 곳이 25미터,

즉 10층 건물 정도의 높이에 이른다.


육지 쪽 성벽은 오스만 제국,

바다 쪽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공격에 대비한 거다.


지금 성벽 자리엔 오래전부터 성벽이 있었는데,

지금의 모습은 주로 12-17세기,

즉 비잔틴과 베네치아 공화국 지배기,

그리고 두브로브니크 자치 공화국 때

세워지고 덧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관광객으로 기대하는 성벽은 무엇보다도 

백만불짜리 전망을 가진 산책로이지만,


산책을 하면서 실제로 만나는 

주요 요새의 웅장한 외관과 그 배치를 보면, 

치밀하게 계산되고 잘 정비된 군사 시설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성벽 서북쪽, 서남쪽, 동남쪽, 동북쪽에,

각각 민체타 요새, 보카르 요새

성 요한 요새, 레벨린 요새가 자리를 잡고,

그 요새들 사이에는  

적의 침입을 감시하는 망루도 여러 개씩 있다.


이 두브로브니크 중세 성벽은

한 번도 함락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과 조금 다른 모습이었겠으나,

9세기 중반 사라센 즉 아랍인의 침입을 받고,

15개월이나 버텨냈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이후엔

베네치아 공화국, 세르비아, 보스니아, 러시아, 영국-오스트리아 연합군,


그리고 가장 최근인 1991-1992년,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막고,

두브로브니크를 몬테네그로 땅으로 만들고자 했던,

구유고슬라비아 연방군,

즉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군의 공습을 받고,

포위되었지만,

끝까지 함락되지는 않은, 

난공불락의 돌로 만든 철벽(?)이다.




한국어 블로그에서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라고 표현해서, 


‘투어를 따로 신청해야 입장 가능한 건가?’


생각했는데,

 

그런 건 아니고,


성벽 산책”, “성벽 둘레길” 같은 거라서,

그냥 입장권 내고 올라가서

내키는 방향으로 그냥 계속 걸으면 된다.


아래 지도와 같이 생긴

구시가 둘레의 연회색 벽을 따라 도는 건데,

좀 걸어보니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반쯤 돌다 그냥 내려와도 되고,

마음에 들면 한 바퀴 더 돌아도 된다.


https://www.godubrovnik.com/news/dubrovnik-map-of-old-town


한국어 블로그를 읽다가,

30분 만에 다 돌았다는 사람부터

1시간 정도 걸렸다는 사람까지 봤는데,


난 작정하고 아침 일찍 가서,  

중요한 포인트에서 사진도 여러 장 찍고,

또 한 곳에 멍하니 오래 머물기도 해서,

그리고 중간에 박물관, 미술관에서도

느긋하게 설명글 다 읽으면서 천천히 봐서,

4시간 남짓 걸렸다.


성벽 중간에 화장실도 있고,

카페도 있으니,

중간에 좀 쉬엄쉬엄 돌면 된다.


난 본격적 첫날 멀리 서쪽 라우렌시오 요새에서

바다 건너 성벽과 구시가를 보고,

아름답고 웅장한 그 모습에 홀딱 반해서,

다음날 기대치가 많이 높은 상태로 갔는데,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Dubrovnik, Croatia)


기대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기대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기대보다 훨씬 더 걷기 좋은 길이었다.




8. 두브로브니크 성벽 산책의 시작


성벽만 떼어놓고 보면 아래 지도와 같은데,

입구는 3군데로 [지도에서 4번],


서쪽 필레 문(Pile Gates) 옆 [지도 3번 근처],

동쪽 플로체 문(Gate of Ploče) [지도 14번] 근처,

성 요한 요새(Fortress St.John)[지도23번] 근처다.


(지도 출처: https://www.croatiawise.com/map-of-dubrovnik.html)


서쪽 필레 문(Vrata od Pila) 옆에 있는 입구로 올라갔다.


필레 문이 거의 구시가의 정문 같은 곳이라,

아마 대부분의 관광객은 여기서 시작할 것 같다.


이런 길고 좁은 돌계단을 올라가면,

중간에 검표원이 앉아 있는데,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를 지나, 위, 아래 사진의 오른쪽 위에 보이는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서,

이제 거기에서 북쪽 육지와 남쪽 바다 중

가고 싶은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비수기 겨울에는 입장 시간이 3시까지인 데다가,

빨리 걸어 보고 싶은 마음에,

난 아침 일찍 서둘러 갔는데,

한국의 여름 장마철처럼 비가 많이 내렸다.


내가 표를 내미니, 검표원이

마치 나를 혼내는 듯한 뚱한 표정과 강한 눈빛으로,

그리고 퉁명스러운 말투의 영어로,

지금 올라갈 거냐,

이 표로 한번밖에 입장 못하는데,

이렇게 비 오는데 올라갈 거냐고 물었다.


순간적으로

'비 올 때 올라가면 많이 안 좋나' 

싶어서

언제 비가 그치냐고 내가 되물으니,

그건 자기도 알 수 없단다.


그럼 그냥 지금 올라가겠다고 했더니,

그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알아서 하라면서 검표를 해줬다.


나중에 곱씹어보면,

멀리서 온 관광객을 생각해서 해준 말이었던 건데,

혼내는 듯한 그 말투에 그때는 괜히 움찔했다.


크로아티아인들은 전반적으로 친절한데,

공무를 하는 사람들이나 나이 든 아저씨들은

말투가 무뚝뚝하고 좀 무섭기까지 하다.




두브로브니크 성벽 개장 시간은

4-5월: 08:00 – 18:30
6-7월: 08:00 – 19:30
8-9월:  08:00 – 18:30
10월: 08:00 – 17:30
11-3월: 09:00-15:00


입장료는 2018-2019년 현재

일반 200쿠나(약 36,000원),

학생, 어린이 50쿠나(약 9,000원)인데,


한국어나 영어 블로그의 기록을 보면,

최근 몇 년 계속해서 오르고 있기 때문에,

아마 몇 년 후엔 또 올라있을 거다.


그러니 입장시간과 입장권은

가능하면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두브로브니크 카드에는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어,

그걸 구매하면 그냥 입장할 수 있다.





9. 두브로브니크 성벽 - 남쪽 바다


그렇게 높고 좁은 돌계단을 다 오르면,

이제 남쪽으로 갈지, 북쪽으로 갈지 결정해야 한다.


(동영상: 두브로브니크 성벽 서쪽 입구 근처)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여긴 북쪽.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동쪽으로는

스트라둔(Stradun) 또는 플라차(Placa)라고 불리는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중앙로가 보인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 길 서쪽 끝의

오노프리오 대 급수대(Large Onofrio's Fountain, Velika Onofrijeva česma)[지도 5번]도 보인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난 남쪽, 

즉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걸어내려 갔다.


(지도 출처: https://www.croatiawise.com/map-of-dubrovnik.html)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비에 젖어 더 선명한 빨간 지붕들이

겹겹이 보이는 구시가 바깥으로는


이 성벽이 원래 군사적 용도로 만들어졌음을

상기시키는 투박한 돌벽과 망루가 있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 망루에서 본 서쪽,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북쪽,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남쪽,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동쪽이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좀 더 걸으면 동쪽에

성 클라라 수녀원(Convent of St. Claire, Samostan sv. Klare) [지도 6번]의 사각 뜰이 보이고,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거기서 좀 더 남쪽으로 걸으면,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보카르 요새(Tvrđava Bokar, The fortress Bokar) [지도 7번]가 나타난다.


(지도 출처: https://www.croatiawise.com/map-of-dubrovnik.html)


15세기에 만들어진 둥근 모양의 2층 요새로,

구시가 서남쪽을 지키는,

두브로브니크 성벽의 중요 전략적 요충지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 규모와 외관이 남다르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서쪽으로는 라우렌시오 요새를 마주하고 있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보카르 요새에서 남쪽으로 걸으면

이제 길이 좀 더 좁아지고,

대신 좀 더 높아진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조금 낡은 집들과 폐허도 보이긴 하지만,

동쪽의 구시가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서쪽의 라우렌시오 요새가 

지금까지 본 중 가장 근사하게 보인다 싶으면,

이제 성벽의 서남쪽 끝에 도착한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동영상: 두브로브니크 성벽 서남쪽)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성벽의 서남쪽 모서리는 생각보다 수수한데,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래도 이제는 바다와 정면으로 마주하는지라,

그냥 그 드넓은 바다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이제 뭔지 궁금한 네모난 돌상자가 있는

작은 광장과 작은 돌문을 지나,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성 베드로(Sv. Petar) 망루에 도착한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망루에는 세 개의 창이 있는데,

이 군사시설(?)에서 보는 동쪽, 남쪽, 서쪽의 풍경은 이제 그냥 관광자원일뿐이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리고 계속해서 바다를 옆에 끼고,

좁은 돌길을 걷는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이제 멀리

성 마르가리타 망루(Sveta Margarita)가 보인다.

성 스테판 망루(Sv. Stjepan)도 곧 나타난다.


망루 자체가 워낙 똑같이 생겨서

내가 사진 찍은 게

마르가리타인지, 스테판인지 좀 헷갈린다.

아무튼 두 망루가 두브로브니크 성벽 최남단이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망루 밑 기암괴석에 카페도 있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저 카페에 앉으면

풍경은 정말 끝내줄 것 같지만,

밖에서 보기엔 왠지 모르게 좀 씁쓸하다.


여기는 그 바깥쪽뿐 아니라,

안쪽도 벽이 아주 높아,

성벽 안쪽을 보니 아찔하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 망루에서 멀리 서쪽으로 다른 망루가,

동쪽으론 또 다른 망루가 보인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동영상:두브로브니크 성벽 남쪽)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지금은 그냥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전망대일 뿐이지만,

치밀하게 계산해서 배치한 군사적 요새인 거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멀리 로크룸(Lokrum)섬이 이제 좀 더 가까워졌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리고 남쪽 마지막 구세주(sv spasitelj) 망루

도착한다.

망루에서 본 동쪽, 남쪽, 서쪽 모습이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동쪽에 보이는 성 요한 요새가 성벽의 동쪽 끝이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이 근처에 화장실과 카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좀 더 걸으면,

성벽 둘레길의 기점이 등장한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 길의 끝에 막다른 작은 광장이 등장하고,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서쪽에 있는 작은 통로로 내려가야 한다.


거기서 계속 쭉 내려가면 성벽 밖으로 나가게 되고,


아래 사진의 오른쪽 차양 아래 통로로 들어가면 

성벽 길이 계속된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10. 풀리티카 작업실 갤러리- 두브로브니크 카드 무료입장 2


그 계단을 내려오면,

이제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계단 끝 북쪽엔 성벽 입구가 있고,

계단 밑 남쪽엔 이런 작은 갤러리가 있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두브로브니크 카드 무료입장 장소 중 하나인 

풀리티카 갤러리(The Pulitika Studio, Atelijer Pulitika)는

크로아티아 유명 화가인 

쥬로 풀리티카(Đuro Pulitika)의 예전 작업실을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바꾼 것이다.


개관 시간은 09:00 - 15:00, 월요일은 휴무다.


두브로브니크 카드가 없다면,

입장료는 일반 130쿠나(약 25,000), 

할인 50쿠나(약 10,000원)인데,

여기뿐 아니라 두브로브니크의 온갖 박물관을

모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라 비싸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나는 갤러리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아침부터 비 맞고 다니는데 좀 지쳐 

잠깐 쉬어가고 싶기도 해서 들어가 봤는데,

내 취향에 딱 맞는 곳이어서,

기대보다 좋았다.


공간은 작고 소박하지만 아늑하고,

두브로브니크를 형상화했다는 

입체감 없고 윤곽선이 명확한, 

그의 어린아이 같은 그림과 

두브로브니크 바다를 닮은, 

어두운 톤이지만 슬프지 않은 푸른색이

특히 좋았다.


전시실 끝엔 

그의 아틀리에를 재현한 공간도 있었는데,

잘 모르는 아티스트지만,

그 공간도 정감 있었다.


20쿠나(약 4,000원)여서 좀 망설였지만,

그래도 기억하고 싶어서 기념엽서도 하나 샀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11. 해양박물관 - 두브로브니크 카드 무료입장 3


다시 성벽 여행을 시작하려면,

풀리티카 갤러리 옆의 성벽 입구로 들어가서,

다시 검표를 받고,

성 요한 요새 또는 해양박물관 쪽으로 가야 한다.


여기는 검표 시스템도 

성벽 자체만큼이나 철통수비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해양박물관(Pomorski muzej, Maritime Museum)[지도 23번]

성 요한 요새 한편에 자리 잡은,

해양국가로서 위세를 떨쳤던 

과거 두브로브니크 공화국의 

해양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개관 시간은 하절기 9:00-18:00,

동절기 9:00-16:00,

월요일은 휴무다.


두브로브니크 박물관 입장권이나

두브로브니크 카드를 보여주고 입장한다.


성 요한 요새 전체가 아니라,

남쪽이 작은 공간만 박물관으로 사용되어서,

크지 않고,

옛날 지도나 문서 같은 흥미로운 전시물이 많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해양박물관이 자리 잡은

성 요한 요새(St. John Fortress, Tvrđava Sv. Ivan) [지도 23번]

14세기에 건설이 시작되어, 

16세기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구시가의 남동쪽의 가장 중요한 요새다.


(지도 출처: https://www.croatiawise.com/map-of-dubrovnik.html)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성벽 밖에서는 성 요한 요새 뒤로도 갈 수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하지만 성벽 루트 안에서는 

북쪽 성벽으로 향하는 길이 유일한 길이다.


성 요한 요새에서 북쪽으로 가는 성벽 동쪽길은

사실 안에서 걸을 때보다 밖에서 보는 게 더 예쁘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12. 두브로브니크 성벽 - 북쪽 육지


(지도 출처: https://www.croatiawise.com/map-of-dubrovnik.html)


성 요한 요새를 벗어나

구시가 동쪽의 이제 좀 사람 냄새나는 바다를 보며,

아래 어시장에서 올라오는 생선 냄새를 맡으며,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북쪽으로 걷는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동영상: 두브로브니크 성벽 동쪽)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렇게 한참 가다보면, 

사진 왼쪽에 보이는 도미니코 수도원

오른쪽 사진 속 지붕이 보이는 9-10세기에 세워진 

성 루카 성당(Crkva Sv.Luke, Church of St Luke) [지도 13번]도 보인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Croatia)


도미니코 수도원과 성 루카 성당을 지날 즈음,

성 루카 요새(Tvrđava svetog Luke, Fortress of Saint Luke),

즉 위 사진 오른쪽 둥근 요새 안쪽,

아래 사진의 왼쪽 상단 알록달록 지붕 부근에서

한번 더 검표를 한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두브로브니크 성벽은 

입구를 지날 때마다 검표를 하는 시스템 같은데,


이곳 플로체 문(Vrata od Ploča, Ploče Gate) [지도 14번] 근처에

세 번째 성벽 입구가 있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Dubrovnik 해변,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이 플로체 문 근처에는 

레벨린 요새(Tvrđava Revelin, Revelin Fortress)[지도 14번]가 있는데,

오스만제국의 침입을 대비해서,

1463년 성벽 밖 동북쪽에 세워졌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 끝에 보이는 성벽이 

바로 그곳이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지도 출처: https://www.croatiawise.com/map-of-dubrovnik.html)


두브로브니크 성벽의 세 번째 입구인 

플로체 문 근처에서 

이제 성벽길은 한번 더 꺾여,

이제 서쪽을 향해 걷게 된다.


그리고 이제 도미니코 수도원(Dominikanski samostan i crkva, Dominican Monastery) [지도 12 번]의 안뜰이 보인다.


이건 서쪽과 남쪽,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이건 동쪽의 모습인데,

별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동영상: 두브로브니크 성벽 동북쪽)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도미니코 수도원을 지나면,

이제 특별한 이정표는 당분간 안 나타난다.


동쪽으로는

산을 배경으로 한 두브로브니크 주택가가,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서쪽으로도 역시 산을 배경으로 한 

두브로브니크 주택가와 

층층이 높고 겹겹이 두툼한 성벽이 눈에 들어온다.


1453년 비잔틴의 콘스탄티노플,

1463년 옆 나라 보스니아가 

오스만제국의 손에 넘어가자,

터키에 대한 두려움으로 

두브로브니크 곳곳을 군사적으로 재정비했다는데,

아마도 이곳의 높고 두툼한 여러 겹의 성벽도

그때 재정비했나 보다.


바다 쪽보다 여기가 더 성벽이 두껍고 층이 졌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북쪽 성벽의 남쪽으로는

아드리아해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빨강 지붕의 파도가 넘실거리며,

비슷한 듯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성벽에서 구시가 풍경을 찍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이 북쪽 성벽인 것 같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동영상: 두브로브니크 성벽 구시가 전경)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렇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북쪽 성벽을 걷다 보면,

서북쪽 모서리에 위치한

민체타 요새(Tvrđava Minčeta, Minčeta Fortress) [지도 1번]에 도착한다.


(지도 출처: https://www.croatiawise.com/map-of-dubrovnik.html)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언제 올 지 모를 터키의 공격에 대비해 

역시나 1463년 만든 군사 시설로,

두께가 6미터나 되는

두브로브니크 성벽에서 가장 높은 요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가장 높은 곳이라 전망이 가장 좋고,

구시가도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 

가장 잘 보인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여긴 서쪽의 

라우렌시오 요새와 구시가 밖 주택가,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여긴 동쪽의 성 요한 요새와 바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이건 동남쪽 줌 아웃.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이건 남쪽이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민체타 요새 바로 아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에 자리잡은 경기장이지 싶은

농구 코트도 보인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그리고 그 농구장 서쪽의 성벽길을 따라서 

걸어 내려오다가,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출발할 때 봤던 그 프란치스코 수도원(Franjevački samostan i crkva, Franciscan Church and Monastery)[지도 2번]이 보이면, 

두브로브니크 성벽 산책이 마무리된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마음 같아선 한 바퀴 더 돌고 싶었지만,

거의 4시간을 성벽에서 보낸 데다가,

이제 배도 슬슬 고파와서, 

아쉬운 마음 가득 가만히 서서 

조심스레 풍경을 눈에 담고, 

어기적어기적 내려왔다.




나의 희망과 달리,

결국 여름에 다시 두브로브니크를 가진 못했지만,

다른 크로아티아 해안도시들을 여름에 가보면,

고온건조해서,

마른 공기를 뚫고 자비 없이 해가 쨍쨍 내리쬔다.


그리고 서쪽의 달마티아 지방도 그렇고, 

서북쪽의 이스트라 반도도 그렇고,

크로아티아 해안엔 흰색 건물들이 많은데,

그 쨍쨍 내리쬐는 해가 그 건물들에 반사되면,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눈이 부시고,

더위는 더 강렬해져서,

조금만 걸어도 태양에 지쳐 떨어지게 된다.


아마 두브로브니크도 여름에 그럴 것 같다.


더군다나 두브로브니크 성벽엔

나무도 없고, 그늘도 없어서,

여름엔 주구장창 땡볕에 걸어야 할 테니,

한 시간을 그렇게 걷는 게 고역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여름엔 가능한 한 아침 일찍 입장하고,

너무 오래 머물지 말고,

양산, 선글라스, 모자 챙기고,

물을 좀 많이 챙겨가면 좋을 것 같다.


강수량이 많은 겨울에 두브로브니크에 간 나는 

성벽 도는 내내,

비가 많이 왔다, 조금 왔다 하면서

계속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성벽이 다 돌고 내려갈 때쯤 되어서 비가 그쳤다.


모든 좋은 일엔 나쁜 면이 있고,

모든 나쁜 일엔 좋은 면이 있는데,


여행지에서 계속 비가 온 건 

객관적으로 안 좋은 일이 분명하지만,

성벽 입장할 때 검표원의 우려와 달리,

난 그때도, 그리고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도,

그 비가 별로 나쁘지 않았다.


비가 와서 날씨는 우중충하고,

기분은 괜히 쓸데없이 차분해지고,

카메라 렌즈엔 자꾸 물이 스며들어,

성벽 돌면서 찍은 사진이 대체로 좀 뿌옇고

물기를 머금은 지붕은 비현실적으로 빨갛고,

하늘과 바다는 덜 푸르른 건 조금 아쉽지만,


실제 공감각적으로 느낀 풍경은 

시각만 반영된 사진 속의 풍경보다 

훨씬 더 근사하고 특별했고,


그 비 때문에 사람들이 별로 없고,

입장할 때도 그렇고, 사진 찍을 때도 그렇고,

줄 안 서도 되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건 무지 좋았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다른 사람들한테 방해받지 않으면서,

마치 그 길이 내 것인 것 마냥 

그 긴 산책로를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제 다음 포스트에서는 

이 성벽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 했던

파도처럼 넘실거리던 붉은 지붕으로 가득한 

그 두브로브니크 구시가를 둘러보겠다.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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