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oga Aug 09. 2019

파란 바다 옆 빨간 지붕의 파도,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이게 없었다면 성벽은 그냥 군사요새, 두브로브니크는 그냥 바닷가 마을



(이전 포스트에서 계속)



13. "값비싼" 두브로브니크에서 흔치 않은 무료입장 공간


두브로브니크 구시가(Stari grad, Old Town)에서

발굴된 가장 오래된 고고학적 흔적은

8세기 비잔틴 성당의 유적이라고 한다.


아마 그보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했겠지만,


두브로브니크가 "공화국"의 입지를 다지면서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기록되기 시작해서,


본격적인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역사는

12-13세기경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래는 두브로브니크라는 이름 전에 

대외적으로 알려진 명칭이었던

"라구사(Ragusa)"라 불리던 섬과,


참나무(dub) 숲이어서

"두브라바(Dubrava)"라 불리던 해안 지역,


이렇게 별개로 존재하던 두 공간을,

12-17세기 그 둘레에 성벽을 둘러 정비하고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면서,


오늘날의 모습과 같이

두브로브니크 시 남쪽 해안에 자리 잡은  

반도가 되었다.


처음 두브로브니크에 갔을 땐

구시가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는데,


다른 흔한 유럽 도시와 달리

예전의 두브로브니크는

"도시"를 넘어 "공화국"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그 수도 격인 구시가가 그 정도 규모인 게

또 너무 큰 것도 아닌 거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는

거대하고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특별한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가 있어

197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리고 최근 대중문화적으로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그 촬영 장소의 위치는 

다음과 같이 대부분 구시가에 몰려 있고,

두브로브니크에는 "왕좌의 게임" 투어도 있다.


https://www.thewholeworldisaplayground.com/game-of-thrones-filming-locations-dubrovnik/


크로아티아인들도 비싼 물가 때문에 잘 못 가는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어딜 가든 비싼 돈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하는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두브로브니크의 문화적 정점이자,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강렬한 색채적 대비를 만들어내는 붉은 지붕으로,

두브로브니크를 미학적으로 완성하는


이 가장 핵심적인 공간의 입장이 무료인 게,

이 특별한 문화적, 미학적 유산

원하는 만큼 무한 방문 가능한 게,

나중에 생각해보니,

새삼 신기하고, 

또 무지 고마운 일이다.


이번 포스트와 다음 포스트에선

지난 포스트에선 걸었던 두브로브니크 성벽 안쪽

스트라둔 길 북쪽과 남쪽,

그리고 중간중간에 있는 중요 장소를 둘러보겠다.


중요 장소에는 아래 지도의 번호를 덧붙이고,

아래 지도에는 이번 포스트에서 둘러보는 장소를 

하늘색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지도 출처: http://www.adrialine.me/_en/dubrovnik.html)




14. 필레 문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필레 문 [지도 A-4]은

구시가 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근처에 버스정거장이 있어 접근이 용이한 데다가,

마치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정문처럼

구시가 출입구 중에서 가장 크고 선명하기도 해서,


(다른 출입구는 적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듯

작고 좁게 숨어 있다.)


보통의 관광객은 여기에서 구시가 관광을 시작한다


필레 문 바깥쪽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데,


두브로브니크 카드를 구매하고,

지도나 관광안내자료를 받을 수 있는 관광안내소,


시내 곳곳과 근교로 떠나는 버스를 탈 수 있는 

3개의 버스정거장도 있고,


성 라우렌시오 요새로 가는 통로도 있고,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 달린 넓은 광장,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


그리고 커다란 분수/급수대도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급수대 밑에 쓰인 글씨를 읽어 보니,

1900년에 Nika, Inja, Antuna Amerling이

시에 선물했다는 것 같은데,

찾아보니 아멀링(Amerling)가는

오스트리아가 크로아티아를 관할했던

19세기-20세기 두브로브니크에 거주했던,

오스트리아 가문이다.


그중 니카 아멀링은 

1902년에 구시가 안쪽 군둘리치 광장 모퉁이에

작은 급수대를 하나 더 기증하기도 했다.


(2018년 2월, 군둘리치 광장 니카 아멀링 급수대, Old Town, Dubrovnik, Croatia)




필레(Pile)라는 이름은 "문"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피라(θύρα)"에서 기원했다고 하니,

매우 오래전부터 이곳엔 문이 있었나 보다.


아마도 섬이었던 라구사(Ragusa)로 가는 

가장 중요한 통로였던 것 같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필레 문은 안팎 두 겹으로 되어 있는데,  

두 문 모두에 두브로브니크 수호성인인

성 블라시오(St. Blaise, Sv.Blaho)가 새겨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바깥문은 16세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만들어졌고,

예전에는 이 문 바로 바깥의 작은 나무다리가 

밤이 되면 들어올려져 

성벽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차단했다는데,

지금은 관광객을 위해 밤에도 열려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바깥문을 들어가면, 

안팎의 문을 연결하는 계단을 지나 

안쪽 문을 한번 더 통과해야 한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안쪽 문은 15세기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높고 장식 없는 거대한 돌담 아래 작은 통로다.

현재의 모습을 갖기 오래 전부터

이 자리엔 문이 있었다고 하는데,

오래된 이 문은 그야말로 가장 원시적인 형태다.


문의 바깥 면은 그나마 

작은 성 블라시오 동상이라도 있는데,

안쪽 문 반대편엔 정말 아무 장식도 없이

그냥 튼튼하기만 하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성벽 위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다.

왼쪽 둥근 벽에 바깥문, 

오른쪽 직선문에 안쪽 문이 있다.


벽모양만 봐도 안쪽 문이 먼저 만들어지고,

바깥문이 나중에 덧붙여진 게 느껴진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15. 구시가의 동맥 스트라둔-플라차 거리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서쪽 입구로 들어가면

눈 앞에 기다랗게 펼쳐지는

스트라둔(Stradun) 혹은 플라차(Placa) 거리는

두브로브니크 구시가를 남북으로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길이자, 

구시가에서 가장 큰길이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스트라둔"이라는 이름은 "넓은 길"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스트라도네(stradone)",

"플라차""길"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플라테아(platea)"에서 나왔다.


원래는 남쪽 라구사(Ragusa) 섬과

북쪽 두브라바(Dubrava) 사이의 수로였는데,

두브로브니크 공화국이 재정비되면서,

13세기에 수로가 메워지고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길이 된 거다.


스트라둔은 두브로브니크를

남북으로 나눌 뿐 아니라,

동서의 중요한 이정표들을 품고 있고,


두브로브니크 공화국의 도시 설계자들이

일부러 그렇게 배치해 넣기라도 한 듯이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이 길 서쪽 바깥에는 필레 문(Pile Gate, Vrata od Pila) [지도 A-4],

동쪽 바깥에는 플로체 문(Ploče Gate, Vrata od Ploča) [지도 B-1]이 있고,


구시가 안쪽

서쪽 끝에는 오노프리오 대 급수대[지도 A-6],

동쪽 끝에는 오노프리오 소 급수대[지도 B-10]가

구시가의 급수를 담당하고,


위로는

서쪽 끝 프란치스코 성당 첨탑[지도 A-3],

동쪽 끝 종탑[지도 B-9]이 우뚝 솟아 있고,


성벽 위에서 보면,

서북쪽에는 프란치스코 수도원[지도 A-3],

동북쪽에는 도미니코 수도원[지도 B-3],

서남쪽에는 성 클라라 수녀원[지도 A-7],

동남쪽에는 렉터 궁[지도 D-1]이

안뜰을 가진 네모 지붕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필레 문으로 들어가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스트라둔 길 서쪽 끝에 있는

오노프리오 대 급수대(Large Onofrio's Fountain, Velika Onofrijeva česma)[지도 A-6]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크로아티아어 체스마(česma)

영어로 fountain이지만,

한국의 "분수"처럼 그냥 물이 뿜어져 나오는

미학적 목적의 관상용 장식이라기 보다는,

실용적인 급수 장치다.


예전에 유럽 배낭여행 할 때 

현지인들이 분수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는 걸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유럽의 예쁜 분수들도 원래 급수대였고,

현재 유럽에는 물을 마실 수 있는 분수와

마실 수 없는 분수가 있다.


크로아티아 체스마(česma) 중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fountain이랑 

아예 모양부터 다른 것도 있는데,

오노프리오 대 급수대가 그런 것 중 하나다.


오노프리오 대 급수대는

동쪽 끝에 있는 오노프리오 소 급수대와 더불어,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가장 중요한 수원으로,


(2018년 2월,  오노리오 소 급수대, Old Town, Dubrovnik, Croatia)


"오노프리오"라는 명칭은

두 분수를 만든 이탈리아 건축가의 이름

Onofrio della Cava에서 나온 것이다.


15세기에 지어졌음에도

12킬로미터 밖 수원에서 물을 끌어오는

높은 수준의 첨단 기술을 자랑하며,

19세기 말까지 가장 중요한 급수원이었다고 한다.


이제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은 

이 급수대에서 물을 길어다 쓰진 않지만,

아직도 식수로 마실 수 있는 물이 흘러나온다.


 급수대에는 16개의 면이 있고 

 면마다 마스카론(Mascaron) 새겨 있으며,

서북쪽 꼭대기에는 강아지 입체 조각이 서 있다.


서양 건축에서 험악한 얼굴의 마스카론은 

악한 영혼을 겁주어 쫓아내게 하려는 것이고,

뭔가 쌩뚱맞아 보이는 강아지 입체 조각도

같은 목적으로 세워진 것 같다.


원래 16개 면엔 조각 작품이 있었다는데, 

17세기 대지진 이후 재건하면서

지금은 반입체 얼굴만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미학적, 역사적 가치를 가지는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중요 이정표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그 남쪽에 있는 큰 건물은 성 클라라 수녀원(Convent of St. Claire, Samostan sv. Klare)[지도 A-7]이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위 사진 오른쪽 건물이 수녀원인데,

13-14세기에 세워졌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아원 중 하나였던 

고아원도 운영했다.


하지만 19세기 초 나폴레옹 점령기에

탄약저장고로 변용되었고,

2차세계대전 후부터 지금까지는

식당과 야외극장으로 사용된다.


성벽 위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스트라둔 길의 동쪽으로 계속 가면

장식이 적은 고풍스러운 석조건물들을 지나

흰색 종탑에 가까워지고,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가던 일을 뒤돌아 서쪽을 보면

비슷한 실루엣의 프란치스코 수도원의 종탑이 

이정표처럼 서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길이 너무 길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진발은   받는데,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가서 보고  걷는  훨씬 좋다.

 

장식이 많지 않음에도  자체가 조화로워서,

  이정표 사이 매끈한  바닥 위를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천천히 걸으며

양옆으로 작은 아치형 창문이 달린 석조건물을

두리번거리는 것만으로도 그냥 기분 좋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밤낮으로 

이 길을 왔다 갔다 했다.


크로아티아는 어느 도시나 치안이 좋은 편이고,

두브로브니크는 저녁에 돌아다녀도 

 안전한 도시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스트라둔 길 서쪽 끝 루자(Luža) 광장에 다다르면 

종탑 말고도 그 주변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아기자기한 건축들이 많이 보이는데,


종탑 북쪽에는 스폰자 궁

남쪽에는 성 블라시오 성당,

서쪽에는 올란도 기둥이 서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종탑 북쪽에 있는

스폰자 궁(Sponza Palace, Palača Sponza)[지도 B-8]은 세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16세기 당시 두브로브니크에서 유행하던

고딕, 르네상스 혼합양식으로 건축되었다.


로지아랑 창문만 봐서는 르네상스 건축 같은데,

아마도 건물 내부에 고딕 요소가 있나 보다.


스폰자 궁전은 두브로브니크 공화국 시절

세관뿐 아니라, 국고, 은행, 무기고, 조폐국 등

다양한 경제적 용도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두브로브니크 고문서를 보관하는

시립 문서보관소이다.


"스폰자"라는 이름은 "빗물 저장소"라는 의미의

틴어 "스폰지아(spongia)"에서 나왔는데,

이 궁이 들어서기 전엔 

이곳에 빗물을 저장했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스트라둔 거리 동쪽 끝 벽에 있는

종탑(Gradski zvonik, Bell Tower)[지도 B-9]은

15세기에 건설된, 

높이 31미터의 좁고 높은 탑이다.


종탑 안에 "마로(Maro)""바로(Baro)"라 불리는

인간 형상의 청동 조각이

양쪽에서 종을 치게 설계되어 있는데,

그 청동이 바래 초록색이 되어서

"초록 인간들"이라는 뜻의

“젤렌치(Zelenci)"라고도 불린다.


(동영상: 두브로브니크 종탑)

(출처: 유튜브)


종탑 가운데 달린 

청동 시계침도 이제 초록색인데,

시침 밖에 없어서

그 아래 디지털(?)로 따로 분을 표시한다.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2003년 두브로브니크를 방문하여

성 블라시오 성당 앞에서 축성했는데,

그에 대한 설명도 크로아티아어로 붙어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종탑 남쪽의 오노프리오 소 급수대(Mala Onofrijeva česma, Small Onofrio's Fountain)[지도 B-10]는

오노프리오 대 급수대와 마찬가지로 

15세기 중반 세워졌으며,

중세시대에는 그리스도교인 전용 급수대여서,

유대인들은 근처의 다른 급수대를 사용해야 했단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그 서쪽의 성 블라시오 성당(Crkva sv. Vlaha, St Blaise's Church) [지도 B-12번]은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중요한 성당이다.


17세기 대지진으로 무너진 로마네스크 성당 자리에

18세기 초 건설된 바로크 성당으로,

성당 꼭대기에는 

왼손에 두브로브니크를 들고 축성하는 

주교복을 입은 블라시오 동상이 서 있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곳곳에서 만나는

블라시오 성인 동상은 모두

이 성당 지붕 위의 블라시오 동상 판박이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두브로브니크의 수호성인성 블라시오

4세기 그리스도교 성인으로,

현재의 터키 동쪽 시바스의 주교로서

생전에 많은 기적을 베풀고 순교했다.


그가 10세기 두브로브니크 주민들에게 나타나

베네치아인들의 침입을 경고해

이 도시를 구해냈다는 전설 이후

두브로브니크의 수호성인이 되었고,


매년 2월 3일 그의 축일에는 큰 축제가 벌어지는데,

공산 치하에서도 계속되었던  축제는

2009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되었다.


(동영상: 성 블라시오 축제)

(출처:유튜브)


성 블라시오 성당 앞에 칼을 들고 있는 남자 형상은

올란도 기둥(Orlandov stup, Orlando Column) [지도 B-13]이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전설에 따르면

올란도는 9세기 사라센의 공격으로부터

두브로브니크를 지켜낸 영웅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기둥은 

특별히 올란도를 기리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12-16세기 헝가리-크로아티아 왕국의

동맹과 방어의 상징으로 15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다른 유럽 도시에도 비슷한 조형물이 있단다.


이후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중요한 광장인

루자(Luža) 광장 위 가장 눈에 띄는 구조물인

이 기둥 앞에서는 공개 처벌이 행해지기도 했다.


올란도가 든 칼과 방패를 자기 방어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심판의 도구로 삼은 거다.


그 시작이 어찌 되었던

두브로브니크 주민들에게는 

영웅 올란도의 형상인 이 기둥 위에는

중요한 행사 때마다 깃발을 꽂을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두브로브니크 여름 축제 때 꽂는 

Libertas 깃발 때문에 

올란도 기둥은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16. 렉터 궁/문화사 박물관 -두브로브니크 카드 무료입장 4


스트라둔 길 서쪽 끝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시청(Gradsko vijeće, City Hall) [지도 B-11]과

렉터 궁(Knežev dvor, Rector's Palace)[지도 D-1]이 나온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라틴어 rector는 "지배자, 통치자"라는 의미로,

14-18C 두브로브니크 공화국의 행정적 수장인데,


크로아티어로는 knez 즉 "공후, 대공"이지만,

왕정이 아니라 공화정이었던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렉터는 한 달에 한 번씩 대의회에서 선출되며,

일년에 두 번 이상 할 수도 없는, 

절대 왕권과는 거리가 먼 선출직이었고, 


 건물에도 렉터뿐 아니라 행정기관과 의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두브로브니크 렉터 궁은 

단순히 대공 개인의 거처가 아니다.


현재의 렉터 궁은 15세기에 새로 지어진 것인데,

처음엔 고딕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다가,

뒤이어 다른 건축가가 당시 새로운 건축 사조였던

르네상스 양식을 가미했고,

16, 17세기의 지진으로 손상을 입어 재건하면서,

거기에 바로크 양식이 덧입혀져,

깔끔한 외관과 달리,

건축학적으로는 좀 복잡한 건축이다.


전면의 로지아와 창문이 르네상스 양식이고,

바로크 양식은 안뜰에 있단다.


렉터 궁엔 문화사 박물관(Kulturno-povijesni muzej, Cultural Historical Museum)이 있어 일반인도 입장이 가능하다.


개관 시간은 09:00– 18:00이다.


두브로브니크 공화국 시절의

많은 유물과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내가 갔던 2018년 2월에는

마침 공사 중이라 닫혀 있었다.


비수기는 관광객이 적은 기간이기도 하지만,

관광 성수기를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해서,

비수기에 여행을 가면 이런 게 안 좋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렉터 궁 북쪽엔 16세기 크로아티아 출신 극작가

마린 드르지치의 동상이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렉터 궁 남쪽에는 둥근 쿠폴이 달린

성모승천 대성당(Assumption Cathedral, Katedrala Velike Gospe)[지도 D-5]이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가,

17세기 대지진 이후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었다.

성당 가운데 둥근 쿠폴이 그때 덧붙여진 것이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여기에도 두브로브니크이 수호성인인

블라시오 성인의 동상이 보인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보통 유럽에선 대성당이 가장 크고 화려한데,

두브로브니크에선 크기는 대성당이 가장 커도,

가장 눈에 뜨는 건 대성당보다는 

성 이냐시오 성당(Crkva sv. Ignacija, Saint Ignatius Church) 일 것이다.

[위 지도 C-5와 C-6사이로 난 길 동쪽 끝 성당]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18세기에 건설된 예수회 성당인

성 이냐시오 성당은

바로크 양식의 전형이 되는 건물로

건축학적 가치를 가진다지만,


그런 것까지는 잘 모르는

보통의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성당 앞 전망대

그 북쪽에 있는 바로크 스타일의 높은 계단으로,


“왕좌의 게임”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겪어

구시가의 가장 중요한 포토존 중 하나가 되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내가 4박 5일간 머물면서 여기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아마 성수기에 가면 더 많을 것 같다.


내가 갔을 땐 계속 비가 와서 시도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앉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과 비슷하게 생긴

이 계단 위에 

날씨 좋은 날 앉아 있어도 참 좋을 것 같다.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아드리아의 진주” 속 진주, 두브로브니크 성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