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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Aug 09. 2019

시간이 한켜 한켜 쌓은 고풍스러운 돌계단 골목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의 온기가 없다.


(이전 포스트에서 계속)


이번 포스트에서 둘러볼 부분은 

지도에 하늘색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지도 출처: http://www.adrialine.me/_en/dubrovnik.html)


17. 자연사 박물관 - 두브로브니크 카드 무료입장 5


이냐시오 성당 앞의 계단을 내려오면,

동쪽에 자연사 박물관(Prirodoslovni muzej Dubrovnik, Natural History Museum)이 있다.

[지도 D-6 남쪽 회색 네모 7번]


개관 시간은

평일 10:00 - 17:00,

토요일 10:00 - 14:00. 

일요일은 휴무다.


온갖 박물관을 모두 입장할 수 있는 통합 티켓

[130쿠나(약 25,000), 할인 50쿠나(약 만원)]과

두브로브니크 카드로 무료입장이다.


두브로브니크는 박물관마다 티켓을

따로따로 파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통합 티켓이 더 비싸니까

경제적 이익을 꾀한 듯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벽 말고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두브로브니크 문화를 

그렇게 "박물관 끼워팔기(?)"로 알리려는 것 같다.


인문학도인 나는 보통 “문화사 박물관”은 가도,

“자연사 박물관”은 잘 안 가는 편인데,

어차피 두브로브니크 카드에 있길래

평소에 안 해 본 색다른 경험을 기대하며 가 봤다.


그런데 내 전공이 아니라 내가 잘 몰라서 그런지,

사실 "자연사 박물관"으로서

큰 가치를 가진 곳은 아닌 것 같다.


동식물을 직접 보여주는 전시물이 많지도 않고,

어린이를 위한 학습 공간에 더 가까워 보였다.


두브로브니크 지역 나비 특별전도,

나한테는 그게 그거라서 큰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1872년 

한 개인의 소장품 전시에서 박물관이 시작됐다는,

이 박물관의 역사를 설명하는 글이 더 흥미로웠다.


인문학도는 어쩔 수 없나 보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성 이냐시오 성당과 자연사 박물관을 지나

북쪽으로 내려오면,

광장보다 골목인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에서

흔치 않은 광장 중 꽤 중요한 곳인

군둘리치 광장(Gundulićev Poljana, Gundulić Square) [지도 D-6]에 도착한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스트라둔 길 서쪽 끝의 루자(Luža) 광장이

블라시오 성당, 종탑, 스폰자 궁,

올란도 기둥, 시청 등으로

두브로브니크의 행정 문화적인 중심이라면,


군둘리치 광장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터로,

지금도 아침마다 장이 서는,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상업의 중심이다.


아래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군둘리치 광장 남쪽에 있는 급수대는

구시가 밖 서쪽에 있는 급수대를 기증한

오스트리아 가문의 니카 아멀링

1902년 기증한 것으로 아직까지 사용된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필레 문 밖 아멀링 급수대, Old Town, Dubrovnik, Croatia)


이 광장 가운데 동상으로 서 있는

이반 군둘리치(Ivan Gundulić)

16-17세기 두브로브니크 출신 시인으로,

두브로브니크 의회의 멤버로도 활약했고,

그의 작품 속 언어는 후에

크로아티아어 표준어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아직 시기상 낭만주의 시인이 아니라서,

민족주의 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가톨릭 신자로서 느끼는,

이슬람교도 터키인의 세력 확장에 대한 감정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오스만(Osman)"이라는 서사시에 담아내기도 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군둘리치 동상의 4면에는

그의 작품의 주요 모티브를 형상화했는데,


그 중 3면에는 

그와 동시대 유럽인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었을,

터번을 쓴 터키인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나머지 1면에는

왕위에 앉은 여왕 두브로브니크에

용으로 형상화된 오스만 터키와,

날개 달린 사자로 형상화된 베네치아 공화국이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상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18. 스트라둔 길 남쪽 골목


군둘리치 길에서 서쪽으로

비교적 넓고 긴 골목이 있는데,


이 길에서 만나는 건 대부분

상점, 카페, 바, 식당 같은 상업 시설이지만,


수백 년 된 건축물 안에 자리 잡아서

고풍스럽고, 분위기 있으며,

통일성이 있고 잘 정돈되어 있다.


그래서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구시가 골목을 걷는 것도 좋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가장 큰 대로인 스트라둔 길 남쪽북쪽의 골목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또 좀 다르다.


스트라둔 북쪽은 가로, 세로가 좀 더 줄이 맞아서,

한쪽 방향으로 계속 걸으면,

위로든 옆으로든 그 끝에 도달하게 되어 있고,

건물이나 계단이 좀 더 비슷비슷한 반면,


스트라둔 남쪽은 좀 더 자유로운 구조라

한참 올라가다 보면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많고,

좀 더 미로 같은 느낌이고,

색다른 건물이나 계단을 만날 확률이 좀 더 높다.


스트라둔 남쪽과 북쪽 모두

스트라둔 길에서 가까운 쪽은 평지이고,

거기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높아지는 구조이다.


만약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엑스레이를 찍는다면

가운데는 낮고 양옆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배 모양이 될 것 같다.


스트라둔에서 가까운 평지엔 식당, 카페, 바가 많고,

거기서 멀어져 계단으로 올라가면

숙박시설이나 그냥 일반주택이 나온다.


스트라둔 남쪽 평지를 좀 걷다가 계단을 오르면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막다른 길을 자주 만나,

되돌아 나오거나 방향을 바꾸게 된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그래서 돌아 돌아 끝까지 올라가면

구시가를 둘러싼 성벽과 만나게 되는데,

길이 아주 많이 좁은 데다가

성벽 밖 바다가 웬만해선 보이지 않으니,

그래도 스르지 산이 보이는

북쪽 골목 끝보다 좀 더 답답한 느낌이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하지만 스트라둔 길 북쪽에선 보기 힘든,

자유로운 디테일도 스트라둔 남쪽엔 많고,

골목의 폭과 높이도 가지각색이고,

중간에 통로가 있는 색다른 디자인도 자주 보인다.


그러고 보니,

다른 크로아티아 해안 도시의 구시가 풍경도

스트라둔 남쪽 골목과 비슷했었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서

그런 변용이 나오는 것 같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스트라둔 남쪽 골목에서 아래를 보면,

좁은 돌벽 사이에

붉은 지붕과 스르지 산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그 길 밑의 구시가 골목은

한국처럼 환하진 않아도

그래도 어둡지 않게 어느 정도 조명이 되어 있어서

저녁에 거닐어도 운치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19. 마린 드르지치의 집 - 두브로브니크 카드 무료입장 6


스트라둔 남쪽 골목 사이에 있는

마린 드르지치의 집(Dom Marina Držića, Marin Držić House)[지도 C-3]은

작은 골목 안에 있는 작은 건물이라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비수기 9:00-20:30. 월요일 휴무.

성수기(7-8월) 9:00-22:00. 월 10:00-18:00


마린 드르지치가 누구인지 모르니,

사실 두브로브니크 카드 박물관 목록에

이 박물관이 있지 않았으면 가지 않았을 거다.


나는 이런 도시 카드를 사면

가능한 한 많이 발도장을 찍으려 하는

이상한 승부욕이 발동하는 데다가,


그전에 두브로브니크 카드로 방문한 장소들이

전반적으로 다들 괜찮았었기 때문에,


두브로브니크 카드를 믿고

한번 가보기로 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나중에 보니,

시청[지도 B-11] 앞에 그의 동상이 있는데,

그 건물은 시청이자

마린 드르지치 극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에게

그 정도로 중요한 극작가이다.


(2018년 2월, 마린 드리지치 동상, 시청 앞, Old Town, Dubrovnik, Croatia)


유난히 작은 박물관 안에 들어가면,

1층에는

무대 의상과 무대 장치 같은 것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2층으로 올라가면,

마린 드르지치에 대한 설명과

그에 관한 오디오, 비디오 자료들이 있다.


거기서 읽은 바에 따르면,

마린 드르지치는

16세기 두브로브니크 출신 극작가인데,

특히 크로아티아어로 쓴 희극이 유명하다.


그의 여러 작품의 줄거리가

박물관에 영어로 적혀 있긴 했는데,

그걸 읽어도 사실 희극의 재미는 모르겠다.


언어학 전공자인 나한테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


물론 종교개혁 이후이긴 하지만,

아직 민족주의 사상이 퍼지지 않아,

국어의 개념이 자리잡지 않았을 당시

크로아티아어로 작품을 썼다는 게 흥미로웠고,


그의 작품 표지가

라틴어, 이탈리아어로 쓰여 있어서,

당시 두브로브니크 언어 상황이 궁금했다.


체코나 슬로베니아 같은 나라들,

그리고 크로아티아 내륙 지방도

오랫동안 자국어 대신 독일어를 썼었고,

프라하 출신 유대인 카프카가

독일어로 작품을 쓴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던가?


그래서 박물관 직원에게 마린 드르지치가

라틴어, 이탈리아어로도 작품을 썼는지 물었는데,

드르지치가 크로아티아 작가로서

매우 중요한 인물임을 한참 설명했던 걸 보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비록 그의 작품은 읽지 못했지만,

그런 크로아티아 작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런 박물관이 아니었다면 들어가 보지 못했을,

나무 바닥이 삐그덕거리는

현지인의 오래된 거주 공간도

구경하고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문학도인 나에게는 딱인 박물관이었다.


https://muzej-marindrzic.eu/en/


마린 드르지치 박물관 바로 옆엔

마치 한 몸처럼 붙어 있는

모든 성인의 성당(Church of All Saints, Crkva svih svetih)이라는 이름의 작은 성당이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이 길 서쪽 끝에는

좀 더 현대적인 건축 느낌의

두브로브니크 양로원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20. 민속학 박물관 - 두브로브니크 카드 무료입장 7


루페 민속학 박물관(Etnografski muzej Rupe, Rupe Etnographic Museum)[지도 C-2]은 남쪽 구시가 안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즉 성벽 가까이 한참 올라가야 하는,

꽤 높은 곳에 있다.


개관 시간은 9:00-16:00.

성수기엔 9:00-20:00. 화요일 휴무이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rupe [루페]는 “구멍"이란 의미의

크로아티아어 rupa [루파]의 복수형인데,


16세기 말 건축된 이 건물이 예전엔

지하의 깊은 구멍들 안에

밀, 보리, 수수 같은 곡식을 저장하던

곡식 저장소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난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갔던

이 박물관이 정말 맘에 들었다.

미술관 빼고 박물관 중에서는 이게 최고였다.


우선 지하 1층, 지상 3층의 이 건물이

구시가 남쪽 높은 곳에 자리 잡아서,

창밖 구시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너무 근사하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그리고 전시 내용도 매우 알찼는데,


지하는 이 박물관의 예전 용도였던 곡식들,

1층은 옷 보관 트렁크와 작은 레이스, 옷감,

2층은 예전 두브로브니크 가정의 세간살이,

3층은 두브로브니크 민속의상이 전시되어 있어,


이 건물 자체의 역사와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의 전통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매우 "두브로브니크적"인 박물관이었다.


직원에게 허락을 받아서,

사진도 몇 컷 찍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1. 스트라둔 길 북쪽 골목


스트라둔 길 북쪽 골목은

스트라둔 길 남쪽 골목이랑 풍경은 비슷하지만,


좀 더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계단 양옆으로 자리 잡은 집들이 줄도 딱딱 맞아

좀 더 예측 가능하고 단순하다.


아마도 그냥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집을 하나 둘씩 지은 게 아니라,

남쪽보다 좀 더 나중에

도시계획에 맞춰 일괄적으로 주택을 건설하고 나서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나 보다.


이 북쪽 골목에선

가로 세로 그냥 한 방향으로 가면 그 끝이 나오는데,


그래서 그냥 정처 없이 걷는다면

길 잃어버릴 위험이 없어 좋기도 하고,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걷는다면

골목이랑 계단이 비슷비슷해서

목적지를 찾기 힘들어서 나쁠 것도 같다.


북쪽 골목 가장 위 골목은 이렇게

높은 성벽이 길게 서 있다.


높은 성벽이 시야를 가로막는 건 

남쪽 골목이랑 똑같지만, 

여긴 길의 폭이 넓어서 덜 답답하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그 성벽길 서쪽 끝엔 농구 코트가 있는데,

아무나 입장 가능하다.


한 건축 매거진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농구장 디자인

베스트 10에 올랐다는데,


농구장 밖으로 공이 떨어지면,

그 공을 되찾을 일이

요원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농구뿐 아니라 모든 종목을 통틀어서

내가 본 가장 근사한 경기장인 것 같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동영상: 두브로브니크 농구 코트)

출처: 유튜브


그런데 왜 하필 농구장일까?


한국처럼 크로아티아에서도

2018년 월드컵 준우승도 한 축구가

농구보다 더 인기 있는 스포츠지만,

농구장이 축구장보다 확실히 공간을 덜 차지하고,


무엇보다도 크로아티아인들이 농구를 잘하고

좋아하기도 해서일거다.


미국 MBA에서 활약하는 

크로아티아 출신 선수들도 많다.


그리고 이건 같은 언어를 쓰는

세르비아랑 보스니아, 몬테네그로도 그렇다.


다른 포스트에서 쓴 것처럼,


크로아티아 가기 전엔 단순히 아시아나 유럽이나

남쪽 사람들은 키가 작고

북쪽 사람들은 키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크로아티아 위도는

아드리아해 건너편 이탈리아와 거의 같은데,

이탈리아인들과 달리 크로아티아인은

남녀 모두 평균적으로 키가 크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2019년

크로아티아 남자 "평균" 키가 180이 넘는다.



크로아티아 내륙 쪽보다는 달마티아,

즉, 크로아티아 해안 쪽 사람들이 특히 키가 커서,

남자의 경우 190-2미터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많고,

여자들도 170 넘는 사람들이 많다.


지리적, 언어적으로 가까운

구 유고슬라비아,

즉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슬로베니아인들도 대체로 장신인데,


그 나라에서도 달마티아와 가까운

발칸반도 서쪽 사람들이 크다.


한국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선 예전부터 이 동네 사람들이

키가 큰 걸로 유명했다고 하는 걸 보면,


그리고 나랑 같이 크로아티아어를 배우던,

남미와 오세아니아 출신 교포들도 

거의 다 장신인 걸 보면,  


발칸반도 서쪽에 거주하던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인 것 같고,


검색해보니 

과학자들도 유전자 때문이라 보는 듯하다.


물론 농구를 잘하기 위해서

꼭 키가 클 필요는 없지만,

키가 크면 아무래도 농구에 유리하고,

잘하는 걸 즐겨 하니,

좋은 농구선수도 많고,

그렇게 저변이 넓으니,

이렇게 전망이 좋은 곳에

멋진 농구장 만들 생각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 성벽길 아래 다음 골목의 끝은 이렇게 생겼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멀리 보이는 첨탑은 도미니코 수도원(Dominikanski samostan i crkva, Dominican Monastery) [지도 B-3]이다.


13세기 처음 기반을 다진 도미니코 수도원은

원래 성벽 밖에 있었는데,

14세기 초 성벽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북동쪽 성벽 안쪽에 붙어 있는 그 지리적 특성으로

종교적으로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원 안에는 회랑과 박물관이 있는데,

박물관은 2019년 현재

입장료가 15쿠나(약 3천원)이란다.


난 두브로브니크 카드에 안 나와서

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지도 몰랐다.


도시 카드를 쓰면,

그게 아니면 몰랐을 그 도시의 다양한 장소를 

새롭게 알게 되는 장점도 있지만,

이렇게 그 카드에만 의지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도미니코 수도원을 위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도미니코 수도원 동쪽엔 구시가 동쪽 출구로 가는

높은 담이 쳐진 길이 펼쳐지는데,


사방이 장식 없는 높은 벽으로 차단된 채

하늘만 열려 있는

높은 돌벽 사이 돌길을 걷는 느낌이 특별하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r


다시 구시가 골목으로 돌아와서,

도미니코 수도원 첨탑이 보이는 그 골목

바로 아래 골목에는

성 니콜라 성당(The Church of St Nicholas,Sv. Nikola )[지도 B-6]이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내가 알기로 니콜라 성인은 

정교회에서 많이 기리는 성인인데,

두브로브니크 니콜라 성당은 가톨릭 성당이다.


성 니콜라 성당의 현재 외관은

17세기 르네상스 스타일이지만,

(세모 지붕과 종탑, 꽃 모양 원은

크로아티아 해안에서 자주 만나는 외관이다)


이 성당은 매우 오랫동안 이 자리에 있었고,

성당 내부에선 초기 크로아티아 성당에 특징적인

매듭 장식도 볼 수 있다고 한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니콜라 성당의 서쪽에는

카페나 식당 같은 상업 시설이 쭉 늘어서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관광객들은

그 카페나 식당에서

그리고 그 바깥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위로 봐도 그렇고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아래로 봐도 그렇고,


돌계단과 돌벽 사이 좁은 골목,

그리고 멀리 붉은 지붕과 산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별 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꽤 근사하기 때문이다.


그 때는 사진 찍으면서 

'왜 이렇게 사진이 안 나오지?' 했는데,

지금 보니 그래도 꽤 분위기 있다.


하지만 사진보다 실물이 몇 배는 괜찮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스트라둔 길 남쪽 골목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계단 가장 아래는 평지이고,

거의 다 식당, 카페, 바 같은 상업 시설이다.


그리고 그 가게 간판과 외관으로 

골목을 구별하곤 했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2. 프란치스코 수도원- 두브로브니크 카드 무료입장 6


스트라둔 북쪽 주택가 가장 밑

상업 시설들의 서쪽 끝

필레 문 가까이엔 두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아래 사진 왼쪽의 구세주 성당[지도 A-5]과

그 옆의 프란치스코 수도원[지도 A-3]이 그것이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구세주 성당(Crkva sv. Spasa, St. Saviour Church) [지도 A-5]은

1520년 지진으로

두브로브니크가 큰 피해를 입은 후,

더 큰 피해를 면하게 한 것에 감사하며 지은 

가톨릭 성당이다.


그리고 1667년

두브로브니크가 다시 지진을 겪었을 때,

기적처럼 이 성당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성당의 르네상스식 전면 장식은

건축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데,

달마티아 지역에서 많이 본 스타일이라,

특별한 감흥은 없다.




그 작은 성당 옆에 있는 큰 성당이

프란치스코 성당인데,

그 옆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박물관이 있어서

수도원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 박물관(Muzej franjevačkog samostana Mala braća, Friars Minor Franciscan Monastery Museum)[지도 A-3]은


하절기 9:00-18:00, 동절기 9:00-14:00.


통합 박물관 티켓 및

두브로브니크 카드는 무료입장이다.


나는 첫날 저녁에 스트라둔 길을 걷다가

불이 켜진 좁은 골목이 있길래 들어가 봤는데,

나중에 보니 거기가 프란치스코 수도원 입구였다.


뭔가 중세 유럽의 미로 같은 느낌이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같은 공간인데,

밝은 날 보면 그런 신비스러운 느낌이 좀 덜하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좁은 입구에서 빛나는

예수님 상반신 상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프란치스코 수도원 출입구가 나온다.


그리고 그 옆엔 작은 약국이 있는데

한국인에게 "김희애 크림"으로 유명하다.


난 그 프로그램은 보지 않았는데,

"꽃보다 누나"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김희애가 여기 크림을 사서 그런 별칭이 붙었단다.


그 방송 이후 한국 관광객들은

수도원에서 직접 만들어서 여기서만 살 수 있고,

방부제가 없어 6개월밖에 쓸 수 없다는

그 수분크림을 몇 개씩 사간다.


나도 지인들에게 선물할 걸 사려고 들어갔는데,


프란치스코 수도원이 문을 닫아도

그 바깥쪽에 있는 약국은 밤늦게까지 열고,

두브로브니크답지 않게 카드 결제도 되는 것이,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수도원의 사업이 너무 세속화된 느낌이었다


그 유명한 크림을 직접 써보니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특별한 효과는 잘 모르겠던데,

받는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는 선물이긴 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사실 두브로브니크의 프란치스코 수도원은

"꽃보다 누나" 훨씬 이전부터

이 약국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화장품 때문이 아니라,

그 역사적 가치 때문인데,


이 수도원의 약국이 1317년에

수도원과 함께 시작되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 중 하나이자,

현재까지도 계속 운영되고 있어서,

현존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다.


수도원 입구에 들어가면

중심에 네모란 회랑이 보이는데,

거기서 ㄱ자로 꺾어지면,

즉, 아래 왼쪽 사진에 멀리 보이는 입구를 들어가서

그 복도 끝에서 좌회전하면

그 복도 끝에 박물관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 끝)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박물관은 그냥 큰 방이었는데,

사진 찍는 건 금지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예전에 쓰던 약제 기구들, 가구,

그리고 종교적 테마의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건,

1991-92년 유고연방군이

독립 선언한 크로아티아의 도시

두브로브니크를 공습할 때,

이 수도원이 폭격을 당했는데,

그 잔해와 당시 사진을 

박물관 한쪽 편에 전시했다는 거다.


이제는 거의 다 복원이 완료되어,

당시의 공습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데,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안에서

그걸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다.


전시를 다 보고 나와서 수도원을 구경했는데,

나는 박물관보다 박물관 밖 수도원이 더 좋았다.


특히 수도원 한가운데 있는 회랑

정말 아름답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이건 로마네스크-고딕 스타일에 특징적이라는데,

회랑 기둥 여기 저기에 숨겨진

구체적인 동물, 사람 형상을 찾는 재미도 있고,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직접 회랑 안으로 들어가

유럽 중세 수도사들이 침묵 속에 경험했을

자연 속의 휴식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안뜰에는 작은 분수가 있고,

과실수도 있고,

사방을 둘러보면 매우 조용하고 또 아름다워서,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동영상: 두브로브니크 프란치스코 수도원 안뜰)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회랑 바깥쪽 벽에는 벽화도 있다.


(2018년 2월, Old Town, Dubrovnik, Croatia)


성벽 위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2018년 2월, 성벽, Dubrovnik, Croatia)




나는 두브로브니크에서 가는 곳마다 감탄했고,

누군가 크로아티아 여행을 짧게 간다면

당연히 두브로브니크를 추천하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크로아티아 도시가 

두브로브니크인 건 아니다.


누가 봐도 예쁘고, 잘생긴 친구나,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똑똑한 친구가

꼭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인 건 아니니까.


두브로브니크 다녀온

이탈리아 친구 키아라도 그랬다.


정말 놀라운 곳이긴 한데,

활기가 없고,

사람이 진짜 사는 곳 같은 느낌이 없다고.

그리고 그 엄청난 물가에

거기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나도 비슷한 걸 느꼈는데,


북촌 한옥마을을 걸을 때랑 비슷하게,


두브로브니크 구시가도

“와 예쁘다”,

“여기 살면 진짜 좋겠다”

싶으면서도,


정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일까,

그리고 여기 살면 정말 좋을까

끊임없이 의심스러웠다.


난 겨울 비수기에 가서

관광객뿐 아니라

지나다니는 사람들 자체가 많지 않았는데,


가끔 골목에서 마주치는,

“그렇게 좋은 데서 사는 사람들” 표정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도 않고,


구시가 식당이나 상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냥 장삿속 가득한 가짜 웃음과

형식적 친절을 남발한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지만,

딱 그 문장만 외우는 게 분명해 보이는,

능숙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한국말을 동원해 호객행위를 하기도 한다


여름에 가면 관광객이든 현지인이든

사람들은 훨씬 많겠지만,

그 분위기가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두브로브니크 구시가는

그 자체의 외모는 매력적인데,

그 매력이 마음 깊숙이 담기지 않고,

눈에서 그냥 튕겨나가는 느낌이다.


난 구시가에서 한번 바가지를 쓴 후,

밥은 웬만해선 구시가 밖에서 해결했고,

(커피 값은 구시가 안팎이 크게 차이가 없다)

4박 5일간 넉넉하게 두브로브니크에 머무르며 

구시가 밖 관광지 아닌 공간도 돌아다녀봤는데,


정말 다행히도,

그리고 당연히도, 

구시가 밖에선 물가도 견딜만하고,

사람들 표정도 좀 더 진실되어 보이고,

그리고 도시의 표정도 좀 더 활기 있다.


관광지 밖을 다녀보니,

수백 년 된 유령도시를 세트처럼 만들어 놓고

거기에 사는 것처럼 연기하는 느낌이 아니고

사람냄새 나는 생기 있는 두브로브니크가 보였다.


그래서 말 나온 김에 다음 포스트에선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밖,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그래도 두브로브니크적인

산과 바다도 좀 거닐어볼까 한다.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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