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 여행 시작은 뭐니 뭐니 해도 두브로브니크 카드
몇 주 전 모스크바에 사는 러시아 친구가
Viber로 질문을 했다.
В какую часть Хорватии или город лучше отправить родителей на 4-5 дней?
4-5일 정도 부모님을 크로아티아로 여행 보내드릴까 하는데, 어느 도시가 좋겠어?
내 대답은 대충 이랬다.
Я думаю, что самое красивое место в Хорвации - Дубровник. Я была в Дубровнике 5 дней, но там люди обычно проводят дня три. Там можно посетить и Котор, очень красивый черногорский город. От Дубровника до Котора только 2 часа на автобусе.
내가 보기에 크로아티아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은 두브로브니크. 보통은 3일 정도 머무르는 것 같은데, 난 5일 있었어. 진짜 예쁜 몬테네그로 도시 코토르도 거기서 갈 수 있는데, 두브로브니크에서 코토르까지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려.
내 친구가 러시아인이라,
러시아인들 많이 가는 몬테네그로 도시에 가깝다는
장점을 덧붙였을 뿐,
한국 친구가 물어봐도,
폴란드 친구가 물어봐도,
(폴란드 친구라면 가톨릭 성지 메주고리예에
가깝다는 장점을 덧붙였을 거다)
그 밖의 다른 어느 나라 친구가 물어봐도
내 대답은 두브로브니크였을 거다.
크로아티아 체류 4주째
일찌감치 혼자 두브로브니크 다녀온 후,
자그레브 룸메이트들에게도 강력 추천했는데,
볼 것 많은 유명한 관광대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출신의 그 룸메이트들도
나중에 다녀와서
하나 같이 감탄했었다.
근데 난 사실 내 러시아 친구의 질문이 좀 의아했다.
어떻게 러시아인이
크로아티아는 두브로브니크라는 걸 모를 수 있지?
난 나라 “크로아티아”보다
도시 “두브로브니크”를 먼저 알았는데,
러시아에 있을 때
그 도시의 이름과 사진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어느 여행사 밖에 걸린
멋진 바다 사진 옆에 붙어있던 이름이
바로 매우 러시아어적인 지명인
“두브로브니크(Дубровник)”였는데,
‘러시아에 이렇게 예쁜 데가 있어?’
라고 감탄하며 한 번 더 바라본 사진 옆에
러시아어로 적혀 있던 낯선 국명
“하르바찌야(Хорватия)”가
“크로아티아”인 걸 알 턱이 없었고,
그게 그건 걸 알았어도,
어차피 그땐 “크로아티아”라는 나라가
어디에 어떻게 붙어있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두브로브니크의 바다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서,
언제 한번 가고 싶다고 친구랑 얘기하곤 했었다.
결국 러시아에서는 두브로브니크를 가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나중에 꼭 한 번 가야지’
막연한 결심만 하고 있었는데,
몇 년 전 티비 리얼리티에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나오는 거 보고,
그리고 그 방송이 크게 인기 끄는 거 보고,
‘망했다.
이제 사람들 너무 많아서 못 가겠네’
하며,
마치 꼭꼭 숨겨놓은 소중한 보물을
도난당한 사람처럼 절망했다.
그러고 나서,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여행까지 가서 경쟁하기 싫어서,
사람 많은 두브로브니크 여행은 포기했는데,
2018년 상반기에 자체 안식학기 갖고,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6개월 크로아티아 가서
크로아티아어 배우기로 하면서,
“덜 혼잡한 두브로브니크”에 갈 기회가 생겼다.
처음에 크로아티아 가기로 결심했을 때,
자그레브와 두브로브니크 중에서 좀 망설였다.
그냥 사진만 봐도
크로아티아 하면 두브로브니크던데,
기왕 가는 거 두브로브니크에 가면,
크로아티아어 공부도 하고,
그림 같은 풍경 보면서 매일매일 힐링도 하고,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그레브가 수도니까,
도서관에 자료도 제일 많을 거고,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도서관과 자료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 가는 교통편도 좋을 거고,
(비정규직 주제에 "감히" 일을 쉬겠다고 선언하고,
나름 비싼 대가를 치르고 6개월의 시간을 산거라,
거기 간 김에 크로아티아랑 주변 국가 여행도
가능한 한 많이 하고 싶었다.)
크로아티아어 표준어인
“슈토카비안”과 “예카니에” 구사 지역이기도 하니까
자그레브가 더 나을 것도 같아서 좀 고민했다.
참고로
크로아티아는 지역방언이 뚜렷이 구별되는데,
두브로브니크가 있는 달마티아 지역은
“이카니에” 지역이고,
크로아티아 내륙 북쪽은 “에카니에”,
자그레브 지역은 “예카니에”지역이라,
예를 들어, “흰 우유”가
자그레브에서 bijelo mlijeko[비엘로 믈리에코],
내륙 북쪽에선 belo mleko[벨로 믈레코],
달마티아에선 bilo mliko[빌로 믈리코]로 발음된다.
물론 이거 말고 다른 지역적 차이들도 많다.
그렇게 마음과 머리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감성보다 이성이 이끄는 대로,
자그레브에서 머물기로 결정하고,
두브로브니크는 “가까우니까”
가고 싶을 때마다 놀러 가면 되겠지 했다.
나중에 크로아티아에 몇 달 살아보니,
비록 자그레브에서 두브로브니크가
암때나 내킬 때 놀러 갈 수 있을 정도로
물리적, 심리적으로 가깝진 않았지만,
자그레브로 가기로 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그레브, 두브로브니크 말고,
스플리트, 자다르, 리예카, 풀라에도
크로아티아어 코스가 있는데,
자그레브 대학 부속 Croaticum이
역사도 가장 오래되고, 시스템도 체계적이고,
물가도 그나마 자그레브가 가장 싸서,
오래 지내며 크로아티아어 배우기엔
자그레브가 제일 낫다.
그런 자그레브에서
첫 3주 인텐시브 크로아티아어 코스가 끝나고,
본격적인 3.5개월 코스가 시작되기 전 1주일간,
2018년 2월의 어느 날
오랫동안 꿈꾸던 두브로브니크로 서둘러 떠났다.
너무 오랫동안 꿈꾸던 거라,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았고,
여행 시즌 되기 전 그나마 사람들 너무 많기 전에
가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18년 상반기 자그레브에 있을 때
“자그레브의 목소리(Glas Zagreba)”라는
시에서 발행하는 무가지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전년 자그레브 방문 외국인 1위가 한국인이고,
2위가 독일이고 뭐 그렇단다.
다른 데보다 한국 관광객을 많이 만나는 데다가,
국적을 묻는 낯선 크로아티아인들한테
알아맞혀 보라고 하면,
단번에 “한국인?”이라고 하고,
[다른 나라는 보통 “일본?”, “중국?”
뭐 그러지 않던가?]
가게 벽이나 창문에 쓰여 있는 한글이나,
간단한 한국어 인사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도
가끔씩 만나서,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그걸 지역 뉴스에서 등수로 확인받으니,
‘크로아티아에 한국 사람들 진짜 많구나’
새삼 감탄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니,
다른 유럽 도시에서 가면
대표 관광지 두브로브니크나
다른 크로아티아 관광지로 직접 갈 수 있지만,
한국에서 가면
직항이든 갈아타든
우선 자그레브에 가야 하니,
그리고 비행만 10시간 넘는 먼 길을 왔으니,
바로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보다,
자그레브에서 하루 숙박하면서
체류 정보가 기록으로 남을 테니,
“자그레브”라는 도시 관광객 중에
한국인이 1위일 수 있었던 것 같고,
“크로아티아” 전체 관광객으로 따지면,
그 순위가 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크로아티아 다른 도시에서
독일어 화자, 이탈리아어 화자, 폴란드어 화자도
꽤 많이 봤고,
폴란드 친구 안나의 말에 따르면,
폴란드인의 최애 관광지가 크로아티아란다.
외국인이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행기를 타는 거다.
두브로브니크는
워낙 유명한 그리고 인기 있는 관광지라,
외국에서도, 특히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수도인 자그레브 뿐 아니라,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직항이 많이 있다.
어쩌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비행기가
자그레브 가는 비행기보다
더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자그레브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비행기는 매일 3-4대가 있고,
서울-제주랑 비슷하게
약 45-55분이 소요되며,
왕복 약 200달러 정도 든다.
싼 비행기는
편도 250쿠나(약 5만 원) 짜리도 있다고 한다.
버스는 하루 10대 정도 있고,
소요 시간은 8-12시간,
비용은 편도 30유로 정도다.
비행기는 가격이 비싸고,
버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데,
크로아티아 가기 전에 상상했던 것과 달리,
크로아티아인들은 “비싼”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를 아예 잘 가지 않는 듯하고,
내 주변 외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밤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자고,
아침에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한 나는
어차피 두브로브니크 뿐 아니라,
다른 크로아티아 도시들도 못 가본 데가 많아서,
버스에서 12시간 동안 계속 앉아 있는 것보다,
그냥 중간에 스플리트에 들러서 1박 하고,
스플리트 구경한 후에,
다시 스플리트-두브로브니크 버스를 타고
두브로브니크까지 갔다가,
돌아올 때도
역시 스플리트에 들러 마저 둘러보고
하룻밤 자고 오는 식으로
중간에 한 번 끊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 간 버스는
하루 약 20대 정도가 있고,
약 4-5시간 소요되며,
편도 100-130쿠나(약 18000-23,000원)다.
그렇게 2018년 2월 6박 7일 일정으로,
스플리트를 들러 두브로브니크를 다녀왔다.
(자그레브-스플리트 간 교통편은 다른 포스트에)
두브로브니크는 아래 지도에서 보듯,
ㄱ자의 데칼코마니처럼 생긴
크로아티아 남쪽 달마티아에 자리 잡고 있다.
위 아래로 긴 남쪽 해안 지역은
달마티아(Dalmatia)라고 불리는데,
영어로 "델메이시아"라고 읽히고,
그 유명한 점박이 개 "달마시안(Dalmatian)"이
바로 Dalmatia의
한국식 영어 발음 "달마시아"에서 나온 거다.
두브로브니크는 남쪽의 몬테네그로와
동쪽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가깝고,
위 지도에서 보면 알 수 있듯,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 및 다른 주요 도시에서
육로로 두브로브니크까지 갈려면,
네움(Neum)이라는
아드리아 해변의 아주 짧은(20km)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영토를 지나야 한다.
아래 지도에서 빨간색 원으로 표시한 곳 사이
해변의 회색 지역이 그곳이고,
두브로브니크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국내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위 지도의 빨강 원 부분에서
두 번 여권 검사를 한다.
국경은 이렇게 생겼는데,
여기에 버스가 서면,
국경수비대가 버스에 올라
신분증을 걷어서 내린 후,
잠시 후 다시 돌려준다.
나는 "스플리트-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스플리트" 버스에서
총 4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국경을 지났는데,
크로아티아인은 항상 여권 말고 그냥
주민등록증 같이 생긴 플라스틱 신분증을 보여주고,
어떤 경우는 그 신분증마저 걷어가지도 않고,
그냥 눈으로 확인하고 돌려준 경우도 있었고,
어떤 경우는 걷어 가서 확인하고는
문제가 있는 두 명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기도 했다.
(정확하게 무슨 사정인지는 알 수 없는데,
범죄자 인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네 경우 모두
이방인인 내 여권은 항상 가지고 내려서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서 돌려주었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번 국경을 지나면,
버스는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변을 달려,
어떤 호텔 앞에 서서 20분 정차한다.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 갈 때는
버스가 좀 오래 달렸으니
그렇게 쉬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되었는데,
두브로브니크에서 스플리트 갈 때는
출발한 지 이제 겨우 1시간 됐는데도 쉬었다.
아마 그냥 일종의 관례 같은 건가 보다.
그리고 다시 버스가 달리기 시작해서,
다시 다른 쪽 국경에 도착해서 여권 검사를 하면,
이제 다시 크로아티아 영토에 접어든다.
이게 워낙 번거로워서,
보스니아의 육로를 거치지 말고,
크로아티아 영토인 코르출라 섬과 연결되는
우회 다리를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나왔고,
결국 2018년 중국 건설사가 공사를 시작했다
여기에 다리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온 건,
유고슬라비아 붕괴 전부터지만,
배 운항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고,
워낙 공사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가,
자신의 20Km짜리 유일한 해안과 영해가
영향을 받을까 봐 보스니아가 반대해서,
수십 년 동안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영공을 지날 때
여권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름다운 아드리아해와
저녁에 만나는 근사한 일몰도 오랫동안 볼 수 없다.
길이 구불구불해서 버스도 마침 천천히 운전한다.
난, 버스 타고 두브로브니크에 가는 일이
편리함을 희생해서,
근사한 아드리아해 바닷가 드라이브 경험을 사는 선택인 것 같다.
(동영상:스플리트-두브로브니크 가는 길 1)
(동영상:스플리트-두브로브니크 가는 길 2)
그런 멋진 드라이브가 끝나면,
두브로브니크 서쪽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아래 지도에서 왼쪽 상단 노란 화살표 있는 곳이
두브로브니크 버스터미널이고,
거기서 30분 정도 걸어가거나,
시내버스로 5-6 정거장 가면,
지도 오른쪽 하단 빨강 테두리로 표시된
구시가(Grad, Old Town)에 도착한다.
두브로브니크라는 이름을 처음 봤을 때,
러시아 도시인 줄 알았던 이유가
러시아어 Дуб[두브]가 “참나무”라
거기서 나온 지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켈트어로 “물”이라는 의미의
dubron에서 나온 거라는 학설도 있다는데,
의미만 봤을 때는 켈트어 “물”이 더 어울리고,
뒤에 붙은 슬라브어 특유의 접미사 -nik을 봐서는
슬라브어 “참나무”에서 나왔을 것 같고 뭐 그렇다.
[전에 다른 포스트에서도 말한 것처럼
러시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Спутник),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라는 성의 어원이 되는
분리주의자 라스콜니크(раскольник),
크로아티아 지명 시베니크, 두브로브니크 등
슬라브어에는 -nik이 들어가는 단어가 많다]
크로아티아어 발음은 “두브로브닉”에 가깝지만,
외국어 표기법상 “두브로브니크”로 표기한다.
두브로브니크에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과 별개로
도시로서의 역사는 7-8세기에 시작되었다.
약 7세기경부터 발칸반도에
슬라브인이 거주하기 시작했으니,
본격적인 두브로브니크의 역사는 슬라브인들,
즉, 지금 크로아티아인들의 조상과 함께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9세기 말 슬라브어를 표기하기 위해 발명되었으나,
다른 슬라브국가에서는 곧 쓰지 않게 된
글라골문자를 20세기 초까지 사용했던 곳도
두브로브니크를 포함하는,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지역이 유일하다.
그런 슬라브인의 도시 두브로브니크는
비잔틴제국과 베네치아 공화국의
일부가 되기도 했지만,
14-19세기 여러 강대국들 사이에서
자치적인 두브로브니크 공화국(Dubrovačka Republika)이 되어,
(초기엔 라구사(Ragusa)라는 국명으로 불렸다.)
아드리아해 서쪽 베네치아 공화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요한 나라였다.
당시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유럽 공식어 라틴어,
이웃나라에서 쓰는 이탈리아어와 더불어
크로아티아어가 널리 사용되어,
크로아티아 문학의 요람이 되었다.
상업과 무역을 통해 마련된 부요 위에서
문화도 꽃을 피운 것 같다.
이후 17세기 대지진을 겪으면서,
국가 재정이 어려워졌고,
오스만 제국과 베네치아 공화국이
자국 내에서 충돌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
자국 영토의 일부인 네움(Neum) 지역을
오스만 제국에 팔기도 했다.
그곳이 현재는
자그레브에서 두브로브니크 가는 길에 들러야 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20km 유일한 해안이 되었다.
19세기 초에 두브로브니크는
다른 달마티아 지방과 마찬가지로
나폴레옹의 프랑스령
일리리아 주(Illyrian Provinces)에 편입되어,
민족의식을 각성하고,
이후에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일부가 된다.
1918년 오스트리아가 1차세계대전에 패전한 후,
두브로브니크는 유고슬라비아 왕국 및
이후 공산 유고슬라비아의 도시가 되었다.
1933년 국제 문인 협회인 펜클럽(PEN)이
이곳에서 정기 총회를 열었는데,
그러면서 문인들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고,
1960-1970년대 경제적 부흥에 힘입은
유고슬라비아 정부가 관광업을 장려하면서,
두브로브니크는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관광지로 부상한다.
1979년엔 구시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었다.
하지만 1991년 크로아티아가
사회주의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이에 반대하는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의
유고연방군이
“가까운” 두브로브니크를 차지하기 위해
도시를 포위하고 공습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 두브로브니크 구시가가
무방비 상태에서 공습을 당해 파괴되었다.
1995년 이후 복원이 시작되어,
지금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믿기 어렵지만,
현존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 있는
프란치스코 수도원 박물관과
스르지(Srđ) 산 조국 전쟁 박물관에 가면
아직도 그때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당시 공습이 복원된 후
1990년대 후반부터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 대표 관광도시가 되었고,
“왕좌의 게임”이라는 미드의 촬영지가 된 후
더욱더 유명해졌다.
두브로브니크 관광의 핵심은
구시가와 그 구시가를 둘러싼 성벽이다.
내가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은
그 성벽 서쪽에 있는
성 라우렌시오 요새(Tvrđava Lovrijenac) 혹은 성 로렌스 요새(St. Lawrence Fortress)다.
아래 구시가 지도 서쪽의
초록 녹지로 표시된 부분이 성 라우렌시오 요새다.
라우렌시오는 3C 가톨릭 성인으로,
교회의 물건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어,
교회 재산을 원했던 로마 총독을 노엽게 해,
화형을 당한 순교자로,
화형 중에
“이쪽은 이제 다 구워졌으니, 뒤집어달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화재, 무기고, 요리사, 코미디언 등의
수호성인인데,
아마도 그의 화재, 무기고 수호가
이 요새가 이런 이름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고,
그뿐 아니라 그는 당시 두브로브니크 주민들이
좋아하는 가톨릭 성인이기도 했단다.
그러고 보니,
라우렌시오의 순교 이야기는
낙천적이고 감정적인 달마티아인들이
좋아할 만한 코믹한 일화다.
성 라우렌시오 요새 자리엔 원래
11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이 요새를 세우려고 했는데,
그런 계획을 알게 된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이
미리 선수를 쳐서
서둘러 3개월 만에 지금의 요새를 만들었다고 한다.
단단한 바위 언덕 위에 자리 잡아서,
바다로부터 오는 적과
육지로 오는 적을 모두 대적할 수 있는
천혜의 요새이자,
매우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이 근엄한 중세 요새는
“왕좌의 게임”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하다.
(두브로브니크 “왕좌의 게임” 촬영지)
아래 사진 왼쪽이 구시가 성벽,
오른쪽이 성 라우렌시오 요새다.
구시가 성벽과 라우렌시오 요새 사이에
해변을 따라 난, 라우렌시오 요새로 가는 길이 있다.
라우렌시오 요새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다와 매우 가까우면서도
양옆으로 구시가 성벽과 요새가 모두 보이는
그 길 자체가 또 참 좋다.
그래서 구시가 입구에서 멀지 않은
그 바닷길에 괜히 그냥 가보기도 했다.
그 바다 가운데엔 커다란 바위도 있다.
요새와 성벽 사이 바닷길이 좁은 데다가,
가운데 커다란 바위도 있어서,
적의 배가 들어오기 어렵게 생겼다.
그런 군사적 목적을 위해
일부러 바위를 가져다 둔 건 아닌 것 같고,
그 주변 바닷속에도
비슷한 울퉁불퉁한 바위가 많이 보이는 것이,
그냥 자연적으로 생긴 거대 바위인 것 같다.
그런 군사적 효용이 없는 지금은
그냥 아름다운 기암괴석이다.
기이한 모양의 시각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파도소리, 바람소리,
그 냄새,
그리고 가끔씩 바람에 날아와 피부에 닿는
바닷물 포말의 촉감까지
그 공감각적 특별함이
구시가 성벽과 라우렌시오 요새 사이
바위 앞에 섰을 때
묘한 자유를 느끼게 한다.
(동영상:성 라우렌시오 요새 1)
(동영상:성 라우렌시오 요새 2)
난 그냥 뭔지 궁금해서 가까이 갔다가,
뭔가에 홀린 듯 나도 모르게 계단을 올랐고,
뭐 하는 덴지, 안은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궁금해서 한번 들어가 봤다.
해발 37미터라 돌계단을 엄청 많이 올라야 하는데,
그 계단 끝에 굴 같은 좁은 입구가 등장한다.
입장료는 2019년 현재 일반 50쿠나(약 1만원)인데,
성벽 투어 티켓(일반 200쿠나)에
라우렌시오 요새 입장료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 티켓으로 입장할 수 있다.
그래서 성벽 투어하고 나서 그 티켓 버리면 안 된다.
만약 라우렌시오 요새 티켓을 먼저 사면,
성벽 투어 티켓 살 때 그만큼 할인해준단다.
입장 시간은
비수기 11월-3월 아침 10시-오후 3시,
극성수기 6월-7월 아침 8시-오후 7시 30분,
나머지 기간엔 아침 8시부터
오후 5:30 또는 6:30까지다.
4000유로를 내면
결혼식장으로 대여도 가능하단다.
구시가 성벽에서 바라보면
라우렌시오 요새는 이런 모습이다.
라우렌시오 요새는 위에서 봤을 때 삼각형으로,
벽 각각의 두께가
60센티부터 12미터까지 다 다른데,
이 요새의 사령관이
두브로브니크를 장악할 헛꿈을 꾸지 못하도록,
외부 공격에 가장 취약한, 가장 두께가 얇은 벽 쪽에
사령관의 위치를 배치하고,
그나마 한 달에 한 번씩 그 사령관을 교체했단다.
외부의 적뿐 아니라,
내부의 아군이 적이 되는 만약의 경우,
두브로브니크 자체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요새가 난공불락이었다는 의미였을 거다.
난 미처 사진 찍지 못했는데,
요새 작은 입구의 위쪽에
라틴어로 이런 어구가 쓰여 있다.
Non Bene Pro Toto Libertas Venditur Auro. 세상 어떤 귀한 보물을 줘도 자유는 팔 수 없다.
15세기 초 유럽 최초로 노예제도를 없앤 곳이니,
이런 자유에 대한 문구를 새길 자격이 있는 것 같다.
그 입구에서 들어가면,
높은 아치형 통로가 보이고,
아무래도 라우렌시오 성인인 듯 보이는
스테인드 글라스 조각이 벽에 붙어 있다.
이건 1941-1945년 파시스트에 굴하지 않았던
모든 이들을 위한 기념비인데,
2차세계대전 당시에 이탈리아와 독일에 협조한
두브로브니크 주민들이
유고연방의 공산정권에서 대거 처형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 보면 좀 슬프기도 하다.
이건 1933년 이 요새가
코바체비치라는 사람에 의해 재건되었다는
내용을 담은 명패인데,
아직 걸리지는 않은 채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
입구의 높은 아치 기둥을 지나면
가운데 우물이 있는 뜰이 보인다.
우물은 이 요새만큼이나 깊어 보이는데,
내 뒤에 오던 어떤 관광객이 여기에다 대고
이탈리아어 노래를 불렀더니,
그 울림이 장난이 아니었다.
노래를 원래 잘하는 사람이어서 그랬는지,
아님 모든 사람을 명가수로 만들어주는
그런 마법의 우물인지
그 멋진 노래의 비결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그 중앙 뜰 둘레는 아치형 통로로 에워싸고 있는데,
남쪽 아치 창문에선
아드리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기서 계단으로 한 층을 더 올라가면,
바다와 구시가 성벽이
모두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보통은 높이 올라갈수록 전망이 좋아지는데,
라우렌시오 요새에선 여기가 가장 전망이 좋다.
그래서 이 전망대 동쪽은
2월 비수기에 갔는데도,
거의 줄 서서 기념사진을 찍어야 하는 분위기다.
(동영상:라우렌시오 요새 전망)
여기 북쪽엔 겹겹이 쌓인 요새의 내부가 보인다.
그리고 서쪽 끝엔 두꺼운 벽의 두께가 느껴지는
깊은 참호와 창이 있다.
그리고 그 북쪽엔 한 층 더 올라가는
작은 통로가 보인다.
동쪽의 계단을 따라
거기서 또 한 층 더 올라가면,
바다와 육지 쪽으로 대포가 배치된
작은 공간이 나온다.
그 공간에서
더 위로 올라가는 동쪽 계단은 막혀 있고,
서쪽엔 구시가 쪽으로 창이 난 참호가 있고,
거기에 아래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만 내려가면
또 통로가 막혀있었다.
(동영상: 성 라우렌시오 요새에서 본 전경)
요새 자체도 근사하지만,
라우렌시오 요새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놀랄 만큼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 전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일 거다.
여긴 산과 성벽 밖 구시가.
여긴 요새 올라가는 돌계단에서 본 구시가 성벽.
(동영상: 성 라우렌시오 요새에서 본 전경 1)
(동영상: 성 라우렌시오 요새에서 본 전경 2)
이건 요새 안에서 본 바다와 성벽이다.
난 처음에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해서 한번,
그리고 두브로브니크 카드로 또 한 번,
이렇게 두 번
라우렌시오 요새를 방문했는데,
처음 갔을 때가 더 좋긴 했지만,
두 번째 갔을 때도 아드리아해와 구시가 성벽이
만들어내는 멋진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구시가 성벽 구경하기 전에
성벽 돌기 워밍업 하기에도 좋고,
성벽을 다 돌아본 후에
여행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올라가도 좋은 곳이다.
나는 사실 두브로브니크 관광지는 그냥
구시가랑 구시가를 둘러싼 성벽만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바닷가 좀 걷고,
산에도 좀 오르고 뭐 그럴 작정이었다.
그렇게 두브로브니크 여행 본격적 첫날
구시가 입구 여행안내센터에 들어갔는데,
그냥 지도나 한 장 받으려고 줄 서 있다 보니,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 다
두브로브니크 카드 받으러 온 사람들이었다.
두브로브니크 가기 전까지 뭔지 몰랐던
두브로브니크 카드(Dubrovnik Card)는
다른 주요 여행지에 있는 것과 비슷한,
여러 문화행사와 관광지의 할인을 담은
여행자용 패스로,
1일권, 3일권, 7일권이 있는데,
그걸 사면 따로따로 표를 사는 것보다
많이 절약된다고 쓰여 있다.
두브로브니크 여행 첫날은
두브로브니크 카드가 뭔지 잘 모른 채,
우연히 라우렌시오 요새에 들어갔다,
구시가 구경하고
저녁에 숙소로 돌아가서 찾아보니,
각각의 혜택은 다음과 같다.
[1일권 (DAILY CARD)]
. 가격: 250 쿠나(약 45,000원)
. 첫 사용부터 만 하루 (24시간) 동안 유효.
. 24시간 동안 대중교통 이용.
+
(공통 혜택)
. 6개 박물관, 2개 미술관, 성벽 무료입장
. 무료 가이드북(150쪽)
. 레스토랑 및 투어 각종 할인
. 12세 이하 동반 어린이 1명 무료
[3일권 (3-DAY CARD)]
. 가격: 300 쿠나(약 55,000원)
. 첫 사용부터 3일(72시간) 동안 유효
. 대중교통 6회 +Cavtat행 교외버스 2회
+
(공통 혜택)
+
Cavtat 박물관
+
Konavle Heritage Museum, Racic Family Mausoleum, Lokrum Reserve, Dubrovnik Summer Festival 티켓 30% 할인
[7일권 (WEEKLY CARD)]
.가격: 350 쿠나(약 65,000원)
. 첫 사용부터 7 일간 유효
. 대중교통 10회 +Cavtat행 교외버스 4회
+
(공통 혜택)
+
Cavtat 박물관
+
Konavle Herigate Museum, Racic Family Mausoleum, Mljet National Park 30% 할인
+
Lokrum Reserve, Dubrovnik Summer Festival 50% 할인
성벽 입장료가 일반 200쿠나(약 35,000원),
[학생과 어린이는 50쿠나]
대중교통 이용료가 1회 12쿠나(약 2,000원)
(버스기사에게서 사면 15쿠나(약 2,700원))
로 비싼 데다가,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10% 할인이 돼서,
두브로브니크 카드 1일, 3일, 7일권 가격이
2018, 2019년 현재
각각 225, 270, 315쿠나로,
1일권은 성벽만 입장하는 일반 요금이랑
크게 차이도 안 나고,
“살인적인 물가”의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밥 한 끼, 두 끼 정도밖에 안되는 가격이기도 하다.
원래 내 "별 계획 없는 계획"대로,
그냥 성벽과 구시가만 가고,
도보로만 다니면
두브로브니크 카드를 살 필요가 없지만,
만약 성벽 투어뿐 아니라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도 간다면,
그리고 대중교통까지 이용한다면,
두브로브니크 카드가 훨씬 이득이다.
4박 5일,
늦은 밤에 두브로브니크 도착해서 실질적으론
4박 4일 머물 예정이던 나는
두브로브니크 카드 3일권을 사면
딱 좋을 것 같았다.
할인도 할인이지만,
처음 들어본 Cavtat이라는
두브로브니크 근교도 구경하고,
성벽 가지 않는 날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도 갈 수 있으니까,
구체성이 없던 나의 헐렁한 계획이
뭔가 좀 제대로 된 옷을 입고,
두브로브니크를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래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매하고,
이메일로 온 메시지를 출력한 후,
(크로아티아는 워낙 서류를 중시해서,
출력본 안 가져가면 안 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대체로 거기 사람들 인심이 좋아서,
혹시나 미리 출력 못했을 때는
숙소에서 부탁하면 프린트해 줄 거다.)
출력한 종이를 지정된 여행안내센터에 가져가면
두브로브니크 카드를 준다.
아래 사진 왼쪽은 시내버스 티켓,
오른쪽은 성벽, 박물관, 미술관 입장권인데,
3일권이라
둘 다 첫 개시일부터 72시간 유효하고,
버스 티켓엔 사용할 때마다
날짜와 시간이 매번 찍히고,
입장권엔 입장할 때마다 표시를 해준다.
이것 말고 근교 차브타트(Cavtat)로 가는,
작은 종이로 된 버스 왕복 티켓과
가이드북도 함께 준다.
그렇게 내가 그 카드를 사용해보니,
관광지가 성벽과 구시가,
이렇게 두 군데에 몰빵되어 있는 두브로브니크에서
두브로브니크 카드에 표시된 박물관, 미술관이,
관광객은 그냥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장소들을 안내하는
가이드북이 되어 주었고,
비록 매우 작은 박물관, 미술관이었지만,
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그리고 문화적 관광을 선호하는 누군가가
두브로브니크를 간다고 하면,
두브로브니크 카드를 추천하고 싶다.
나는 비수기 2월에 갔더니,
관광객이 많이 없어서,
물가도 그나마 덜 비싸고,
기다릴 필요가 없이
내 속도로 관광을 할 수 있는 건 너무 좋은데,
해가 짧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고,
박물관과 성벽 입장 시간도 너무 짧고,
또 비가 추적추적 계속 왔다.
내가 나중에 그 이야기를
크로아티아어 선생한테 했더니,
원래 달마티아 지역은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린단다.
하지만 겨울에도 눈은 거의 잘 안 오고,
위도가 낮고 해양성 기후라 날씨는 따뜻한 편이다.
그래서 겨울에 두브로브니크를 비롯한
달마티아, 즉 크로아티아 해안 지방을 여행하면,
방수가 되는 겉옷이나
우산, 우비를 챙겨가는 게 좋다.
하지만 건조한 여름 6-8월엔 너무 사람이 많고,
물가가 비싸고,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또 돌아다니기 너무 힘들다.
성수기 전이나 후인 5월이나 9월쯤에 가면,
날씨도 좋고,
해수욕도 할 수 있으면서,
사람이 너무 많은 건 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때가 두브로브니크 여행 적기인 거다.
두브로브니크는 물가가 매우 비싸다.
거의 북유럽 수준이다.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도
물가가 싼 편이 아닌데,
두브로브니크는 자그레브의 거의 1.5-3배고,
그래서 그런지 크로아티아인들도
친척이 거기 있지 않는 한,
두브로브니크는 "감히" 자주 못 놀러 간다.
같은 크로아티아라 자그레브에서
자주 놀러갈 수 있을 줄 알았던 두브로브니크에
내가 결국 한 번밖에 못 간 이유 중 하나도
경제적인 이유다.
(그밖에 교통편도 불편하거나 비싸고,
크로아티아어 수업 들을 때는 시간이 없고,
수업 끝나고는
다른 데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갔던 델 “다시” 갈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다.)
한국 블로그 보면 두브로브니크에서 먹은
스파게티 하나에 4만 원이라는 글들이 있는데,
정말이지 두브로브니크 구시가는
평범한 음식 1인분이
200-250쿠나(약 4-5만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시가를 벗어나 5-10분만 걸어가면,
50-100쿠나(약 1-2만원) 정도로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트 물가는 한국보다 싸니까,
마트에서 재료를 사다가
간단한 식사를 만들어 먹으면
식비는 좀 더 절약할 수 있다.
그밖에 두브로브니크 물가는 다음과 같다.
두브로브니크는 물가가 비쌀 뿐 아니라,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 또 팁도 줘야 한다.
크로아티아는 미국처럼 팁이 월급이 아니고,
종업원이 따로 월급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현지인들 중에 팁을 주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미국, 서유럽이나 체코 같이 일반적이진 않다.)
월급이 적어서 그런지,
아님 이 동네는 월급을 따로 안 주는지,
아님 이탈리아의 영향인지,
해안가 달마티아 지역은 팁을 주는 문화인 것 같다.
영수증에 팁이 포함되어 계산된 경우도 있고,
팁이 포함되진 않은 가격이라는 표현이
(그래서 팁은 따로 줘야 한다는 의미의 문장이)
엄청 큰 글씨로 쓰여 있기도 했다.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선
50쿠나(약 10000원) 정도여도
신용카드 결제를 해 주는데,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신용카드를 안 받는 경우도 많고,
신용카드로 계산해주긴 하는데,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현금일 때보다
10%를 더 붙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두브로브니크에서는
크로아티아 쿠나나 유로로
현금을 조금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예전에 다른 포스트에서 쓴 것처럼,
크로아티아는 부가가치세가 20%인데,
서유럽, 북유럽과 달리,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해서
가능하면 세금을 안 내려 하는 것 같다.
그런 건 좀 짜증났지만,
두브로브니크엔
그런 서비스와 제도로부터 받은 짜증을 상쇄할만한,
놀라운 자연과 문화적 유산이 있다.
그래서 크로아티아에서 만약에 한 도시만 간다면,
두브로브니크를 가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아일랜드 작가 버나드 쇼(Bernard Shaw)가
Those who seek paradise on Earth should come to Dubrovnik. 지상에서 낙원을 찾는 사람은 두브로브니크로 가야 한다
고 한 것도 좀 과장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아마 그 땐 지금같은 바가지 요금도 없고,
어디 가나 부대끼는 관광객 무리도 없어,
지금보다 좀 더 낙원에 가까웠을 테니 말이다.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