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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ul 25. 2021

[드라마리뷰] 콩트가 시작된다

꿈을 좇고 꿈과 이별하는, 20대 맞춤 드라마.

 올 상반기 내 일드 최대 기대작은 '아야노 고'와 '이시하라 사토미'의 '사랑은 deep 하게'였다. 워낙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두 사람의 러브 코미디 드라마라고 해서 정말 기다렸건만, 이야기가 개연성도 없고 흐름이 부실해서 이탈하고 말았다. 건진 것이라고는 오랜만에 보는 아야노 고의 이쁜 착장과 여전히 사랑스러운 사토미의 얼굴뿐. 일드 중에 볼 거 없으려나 찾다가 왓챠에 새로 올라온 '콩트가 시작된다'를 플레이. 사실 섬네일에 '스다 마사키' 얼굴이 보여서 끌린 것뿐이지만.

왼쪽 위 쥰페이, 오른쪽 위 슌타, 가운데 하루토, 왼쪽 아래 츠무기, 오른쪽 아래 리호코.

'콩트가 시작된다'라는 제목 그대로 첫 장면이 콩트로 시작된다. 첫 회를 틀자마자 뜬금없이 "얘가 손 대면 물이 멜론 소다로 변해요!!" 하는 다소 병맛 설정의 콩트가 나왔다. 솔직히 '뭐 이런 한심한?'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회만 참고 보자 했는데, 1화 끝날 무렵에는 오열하는 나 자신을 발견. 왓챠에서 매주 토요일 새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된다고 해서, 매주 소중히 한 화 한 화 챙겨봤다.


 오늘, 마침내 10화 완주. 일본에서 평균 시청률 7%대로, 시청률로 보면 그다지 성공한 작품은 아니라고 하는데, 나에겐 일드 '언내추럴' 급 임팩트와 감동을 남긴 작품이라 추천하고 싶다. '포기하지 말고 꿈을 좇아 노력하자'라는 뻔한 주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드라마는 한 끗 더 깊다. 포기할 꿈은 아름답게 보내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울림도 함께 준다. '그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지만 끝까지 보게 되는, 희망과 서글픔을 함께 품은 작품이다. 특히 20대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이 이야기도 배우들도 OST도.

콩트에 진심인 맥베스

*주요 등장인물

스다 마사키- 타카이와 하루토 역 (맥베스 멤버)

나가노 타이가- 미노와 쥰페이 역 (맥베스 멤버)

카미키 류노스케- 이사부키 슌타 역 (맥베스 멤버)

아리무라 카스미- 나카하마 리호코 역 (맥베스 팬)

후루카와 코토네- 나카하마 츠무기 역 (리호코 동생)


 후루카와 코토네를 제외한 네 명은 모두 1993년생(심지어 스다, 나가노, 아리무라는 모두 생일이 2월)이다. 이 드라마에는 지금 일본을 이끌어가는 93년생 배우들의 힘이 그대로 응축되어 있다. 고교 동창으로 나오는 스다, 나가노, 카미키의 연기는 처음부터 자연스러웠고, 주인공들 간 케미스트리가 정말 좋았다. 개그와 감동이 적당히 섞인 밸런스가 훌륭하고, 콩트 내용과 현실 인물의 삶이 절묘하게 연결되는 흐름에 감탄이 나왔다. 훌륭한 각본에 연기력이 받쳐주는 배우들만 나오니, 일드 특유의 오글거림 없이 매 회 후반부에는 나도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특히 마지막화의 가위바위보 신에서는 웃으면서 울었다.

귀여운 슌타, 하루토, 쥰페이. 웃는 표정에서도 각 캐릭터의 성격이 드러난다

 하루토, 쥰페이, 슌타는 고등학교 동창. 쥰페이가 하루토한테 같이 콩트를 해보자고 꼬드겨서, 둘은 학교 축제 무대에서 콩트를 선보인다. 그때부터는 오히려 하루토가 콩트의 매력에 빠졌고,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너네 재능 있다'라는 말을 들은 후 두 청년은 의기투합, '맥베스'라는 개그 콤비를 만든다.


 슌타는 고등학교 때 '뿌요뿌요'라는 게임 일본 1위를 한 것을 계기로 프로게이머가 되지만, 20대 중반이 된 후에는 맥베스에 스카우트된다. 이로써 맥베스는 3인조가 되었는데, 사실 개그 트리오로서의 맥베스는 성공적이지 않다. 10년을 활동했지만 작은 공연장에서도 관객을 채우지 못하는 인기 없는 개그맨이다. 하지만 이들은 팔리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계속 콩트를 만들고 연습하고 무대에 선다. 언젠가 사람들이 자신들을 알아줄 것이라 믿으며.

고교 시절, 나츠미에게 잘보이고 싶어서 콩트 개그를 시작한 귀여운 쥰페이
슌타의 숨겨진 사연이 나왔던 화에서 폭풍오열했다. 담담하게 슌타곁에 있어주는 하루토와 쥰페이

 사람들을 웃기는 게 좋아 콩트를 시작했지만 보이지 않는 미래에 고민이 많은 맥베스의 리더격인 하루토, 10년째 무명인 현실 속에서 가업을 잇는 것과 오랜 기간 연인인 나츠미와의 결혼을 고민하는 쥰페이, 해맑지만 마음 한구석에 쓸쓸함이 있는 듯한 슌타. 셋의 성격이 정말 다르고, 자주 다투기도 하지만 가장 힘들 때 가족보다도 가까이서 지켜주는 관계이기도 하다. 맥베스 이후 가는 길은 서로 다르지만, 과연 이들이 정말 콩트를 포기할까. 이렇게 끝나겠구나 싶었지만, 예상과 다르게 깜찍했던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 '아니 혹시..?'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이들의 인생이 콩트니까. 콩트는 계속 되겠지.


어쩌다 선생님이 득남하는 병원에 함께 가게 된 고등학생 시절의 맥베스, 이 장면에서 보여준 슌타의 감정이 인상적이었다

 리호코는 대기업 사원이었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었고, 무기력함에 빠져 폐인처럼 지내던 와중에 우연히 맥베스의 콩트를 보고 흥미를 가지게 된다. 맥베스의 공연 영상을 보며 조금씩이나마 웃게 된 리호코는 점점 맥베스에게 빠지게 되고, 흔히 말하는 덕질을 시작한다. 리호코가 폐인 생활에서 회복한 뒤, 동네에 패밀리 레스토랑의 구인광고를 보고 그곳에서 일하게 되는데, 마침 맥베스가 콩트 연습 후 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회의를 하는 루틴을 만들게 되면서 맥베스와 리호코의 연결고리가 생긴다.


 그늘져 있었던 리호코의 얼굴이 맥베스를 본 순간 생기가 도는데, 역시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가지는 힘'은 대단하다. 맥베스의 열성 팬이된 리호코의 모습에서 찐팬으로서의 현실이 보여 웃음이 나기도 한다. 맥베스의 포스터를 보물처럼 모신다든지, 츠무기가 맥베스의 포스터를 접어서 들고 와서 짜증을 낸다든지(포스터는 최대한 손상 없이 돌돌 말아 가져와야 한다), 맥베스 3인이 뭉치게 된 중국집에 성지순례를 간다든지, 맥베스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든지.

하루토와 리호코. 둘 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둘의 감정 신을 보고 있으면 어김없이 눈물이 났다.
외롭지 않은척하지만 사실 애정을 갈구하는 슌타, 상처받은 사람을 감싸주고 싶어 하는 츠무기

 츠무기는 리호코의 동생으로, 리호코가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자 언니가 걱정돼 언니 집으로 무작정 찾아간다. 그곳에서 회사를 그만둔 채 집에 처박혀 거의 빈사상태가 된 리호코를 발견하고 씻기고 먹이고 보살핀다. 그러다 보니 언니 집에 얹혀 살면서 근처 스낵바에서 일하게 된다. 무언가를 보살피는 일에 일가견이 있던 츠무기. 고등학교 때 야구부 매니저를 하던 순간이 인생의 정점, 그 이후로는 의욕 없이 꿈도 미래도 없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본인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너무 배려심 있어서 안쓰러운 인물.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츠무기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츠무기도 행복해졌으면.. 드라마 속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인물이다.

현실 자매애가 느껴졌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기에, 때로는 후련하게 포기하기에 빛이 나는 20대

 사실 이 드라마는 드라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한 청춘들의 손에 달콤한 미래를 손에 쥐여주지 않는다. 10년을 열심히 했지만 뜨지 못한 개그 트리오는 결국 해체 수순을 밟는다. 대기업에서 일하며 미래가 창창할 거라 생각했던 언니는 한순간 삐끗해 경로를 이탈해 방황하고, 고등학교 시절 미라클 매니저로 칭송받던 동생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이들은 제각기 벽에 부딪히면서도 악해지지 않고, 좌절한 서로를 일으켜 주기 위해 노력한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실패해도 이를 꽉 물고 다시 달려보고자 하는, '좋은 사람'들이다. 생각해 보면 이 드라마에는 모두 좋은 사람들만 나오는데, 이 점이 냉혹한 현실과 대비되면서 묘한 밸런스를 자아낸다. '자, 현실 네가 아무리 거지 같아봐라, 나는 삐뚤어지지 않는다!' 하는 느낌이랄까.


 선한 그들의 노력은 대단하진 않더라도 소소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회에서 맥베스가 함께 살았던 집에 새로 이사 들어온 개그맨 지망생 젊은이들이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묻는다.

"이 집에 전에 개그맨들이 살았다고 하던데, 잘 나갔나요?"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답한다.

"잘 되진 않았지만 사랑받았습니다."

맥베스를 그렇게나 좋아하는, 얌전한 리호코가 과음하면 하루토한테 급발진 하는 게 재밌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낯간지럽지 않은 정도로 보듬어 주는데, 보면서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실패였다고 생각할 맥베스의 10년간의 도전으로 인해, 가장 힘들었던 시절의 리호코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하루토는 리호코 덕분에 여기까지 해 온 노력이 쓸데없지 않았구나 깨닫는다. 마지막 회에서 리호코와 하루토가 서로에 대해 감사하는 말들을 남기는데 녹록지 않은 현실에 뭔가를 포기해본 적이 있다면, 누군가 덕분에 위안을 받은 적이 있다면 공감할 법한 멋진 대사들이 나온다. 특히, 20대 중후반이라면 더욱. 그래서 이 드라마는 20대에게 꼭 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앞으로 이렇게 사는 게 좋을 거야 하고 답을 내려주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실패하고 포기하고 상처받는 우리들이지만 혼자가 아니야'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아서.


+매 회 드라마 끝날 무렵, 감정선을 절정으로 만드는 아이묭의 OST가 흐른다. 음악까지 완벽한 드라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ytiWFxt09w&t=1s

Aimyon- 愛を知るまでは (Till I know what love is)

아이묭- 사랑을 알기 전까진


いざ、手のなる方へと

자, 손뼉 소리가 울리는 쪽으로

導いたのは誰でもない自分自身なのに

이끌었던 건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인데

自身がないよ笑っちゃうな

자신이 없어 웃음이 나오네

もたついている空気が抜けたままの身体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공기가 빠져버린 몸


走れど走れど続く

달려도 달려도 계속돼

人生という名の死ぬまでのエピソードは

인생이라는 이름의 죽을 때까지의 에피소드는

軽いままの身体では

가볍기만 한 몸으로는

吹き飛ばされてすぐに終わってしまうな

바람에 날려 금방 끝나버리고 말지


あー 誰にもないものを持っていたいのになぁ

아, 누구에게도 없는걸 갖고 싶은데

無理矢理に抱きしめていた

억지로 끌어안고 있던

心を今解いて

마음을 지금 풀어내


優しい心を持ちたいのだけれど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싶은데

時にはがむしゃらに怒って

가끔은 앞뒤 생각 없이 화를 내고

涙は真に受け止める

눈물은 진심으로 받아들여


愛を知るまでは死ねない私なのだ

사랑을 알기까지는 죽을 수 없는 나야

導かれた運命辿って

날 이끈 운명을 더듬어

今日も明日も生きて行こう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자


目の前に見えた星は幾千年の輝きを失いそう

눈앞에 보였던 별은 수천 년의 빛을 잃을 것 같아

夢で終わる夢ならば

꿈으로 끝나는 꿈이라면

見なくていいと自分に言い聞かせた

꾸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다독였어


あー、まだ咲ききれない

아, 아직 활짝 피지 못한

花のような毎日だなぁ

꽃 같은 매일이네

無茶苦茶に走り続けた

엉망진창으로 달리고 달린

身体を今休めて

몸을 이제 쉬게 해


交わることのない誰かと巡り合い

어울릴 일 없는 누군가와 우연히 만나

無限に広がる雲に乗って

한없이 펼쳐진 구름을 타고

見たことのない虹を見たい

본 적 없는 무지개를 보고 싶어


愛を知るまでは死ねない私なのだ

사랑을 알기까지는 죽을 수 없는 나야

導かれる運命頼って

날 이끈 운명에 의지해서

今日も明日も生きて行こう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자


あー、誰にもないものを持っていたいのになぁ

아, 누구에게도 없는걸 갖고 싶은데

無理矢理に抱きしめてた

억지로 끌어안고 있던

心を今解いて

마음을 지금 풀어내


優しい心を持ちたいのだけれど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싶은데

時にはがむしゃらに怒って

가끔은 앞뒤 생각 없이 화를 내고

涙は真に受け止める

눈물은 진심으로 받아들여


愛を知るまでは死ねない私なのだ

사랑을 알기까지는 죽을 수 없는 나야

導かれた運命辿って

날 이끈 운명을 더듬어

今日も明日も生きて行こう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자

(가사출처 워너뮤직코리아 블로그  https://blog.naver.com/warnermusic_korea/222382697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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