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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Feb 19. 2017

본격 우리집 강아지 자랑

6개월짜리 암컷 강아지 뿌꾸에 대한 사진 기록

우리 집 막내, 강아지 뿌꾸가 무럭무럭 자란다. 이제 6개월 된 것 같은데, 시골집에서 보내오는 뿌꾸 사진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강아지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거인 멍멍이가 되어가는 듯.

이 글은 순전히 나의 자기만족, 우리 귀염둥이 막내에 대한 기록을 하나라도 더 만들고자 남기는 글이다. 나중에 우리 뿌꾸 크면 보여줘야지.


누가 얘한테 바닥에 앉는 법을 좀 알려줬으면

우리 뿌꾸의 귀여운 특징(?) 중 하나는 앉아 있는 모습이 좀 특이하다는 거다. 어릴 때 우리 집에 혼자 와서 어떻게 앉는 건지 보고 따라 할 대상이 없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앉아 있는 걸 가만히 보면, 뭔가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뿌꾸는 나름 편하다고 앉은 거겠지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자세가(특히 뒷다리가) 뭔가 특이한 것 같단 말이지. 언니로서 자세 교정을 해줘야 하나 싶다가도, 얘한테는 이게 편한가 봐-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이 때가 3개월 남짓된 시기였으려나.. 뭔가 털썩!하고 앉은 모양새다
사실 자세보다 너무 성숙해져버린 얼굴이 더 놀랍다...
포인트 1. 어색한 뒷다리 2.얼굴표정이 휘성 3. 넘나 귀여운 발가락....


엄마 아빠만 한결같이 쫓아다니는 막둥이

나랑 뛰놀 때는 정말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뿌꾸지만, 엄마 아빠한테만은 이렇게 살갑고 애교 있고 애틋할 수가 없다.

엄마 아빠 차가 나갈 때 담장 밖에서 뿌꾸를 보니, 목줄이 닿는 데까지 멀리 나와서 맑은 눈빛으로 사라지는 엄마 아빠를 보고 있다. 매일 아침 엄마 아빠 출근하시는 아침이 되면 벌어지는 풍경이라나. 저 멀리 차가 사라지기 전까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있다. 홀로 그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가도, 정말 우리집 식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사랑스럽다.

저 맑음이 뚝뚝 떨어지는 눈망울, 흰양말 신은 발만 발가락을 꼼지락

마당에서 엄마 아빠가 일을 하실 때면 거의 목줄을 풀어놓기 때문에 마당은 뿌꾸의 놀이터가 된다. 애교쟁이 뿌꾸는 놀아달라며 보채다가, 혼자 두다다다 뛰어다니다가, 어느새 다가와서는 만져달라고 살갑게 꼬리를 친다. 이 녀석의 이런 애교를 외면할 방법은 없다. 나는 그저 무조건 항복!

엄마 그 파 나 줄거예요?
엄마 어디가요?
엄마 뿌꾸랑 놀아주세요
그래, 아이 이쁘다 우리 뿌꾸


먹을 것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뿌꾸의 자리

손에 먹을 것을 들고 있거나, 뭐라도 우물우물 거리고 있으면 뿌꾸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달려든다(쓸데없이 예리한 가시나....).  본인보다 서열이 높다고 생각하는지 엄마 아빠한테는 눈치를 슬슬 보는데, 나와 내 동생에게는 얄짤없다. 당장 내놔! 하고 달려드니, 가끔 무서울 정도다. 안 줄 것 같으면 슬슬 애교도 피우는데, 이런 뿌꾸에게는 정말 버텨낼 재간이 없다.

언니, 먹을거 들고있지? 냄새 나는데
일단 나 좀 들어갈께
아 왜 못들어가게 하는데
헤헤, 뿌꾸 기분 좋다

가끔 큰 돼지뼈 같은 걸 구해다가 주면, 야생의 향기(?) 물씬 풍기는 거친 뿌꾸가 된다. 사냥개인가....

으르렁 돼지뼈와 싸우는 야생 뿌꾸-
저 전투적인 뒷모습...


천방지축 왈가닥이지만 귀여워-

인간의 아이는 돌 무렵이 되면 슬슬 걸음마를 시작한다고 하던데. 우리 뿌꾸는 6개월 만에 걸음마를 시작했다. 이 상상을 초월하는 발랄함이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나랑 손잡고 두발로 걸으며 동네 산책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SBS동물농장에 제보를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쓸데없는 고민을 해본다.

이족보행 뿌꾸 진지한 저 눈빛


그렇게 뛰어다니며 놀고, 항상 킁킁거리고, 이것저것 다 주워 먹으면 참 고단 할 텐데 우리 뿌꾸는 언제 쉬나 싶었는데, 동생이 뿌꾸가 드러누워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뿌꾸가 잠든 걸 한 번도 본 적 없어 궁금했는데, 아 이렇게 세상 편하게 드러눕는구나 하고 알게 되어 다행이다. (엄마가 뿌꾸 돌다리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거 보고 죽은 줄 알고 너무 놀라서 뿌꾸야! 했더니 벌떡 일어서서 쳐다보더라는..)

정말 적의 공격을 받아본 적 없이, 사랑만 받고 평화롭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세상편히 드러누운 뿌꾸

일단 내가 뭐 들고 있으면 무조건 먹을 것인 줄 알고 뿌꾸가 달려드는데(나는 뿌꾸에게 그저 간식 셔틀 정도의 위치다), 이 녀석, 좀 더 크면 위아래도 좀 가리고 손윗사람에게 예의도 생기고 그러려나..

언니, 나 이 카메라 먹어두 돼?
손 쭉 뻗고 같이 춤추자고 하는 것 같아 정말 귀엽다

우리 뿌꾸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사랑스러워진다. 떨어져 사는 터라 매일 보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아쉽지만, 이렇게 집에서 보내오는 사진, 영상들로 그리움을 채우곤 한다. 오랜만에 만나면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고(?), 발광을(?)하는 우리 막내 뿌꾸의 이 정신 사나운 성격이 누구로부터 왔는지 남 탓을 해보려 했으나, 애완견 성격은 주인을 따라간다는 어느 매체의 보도를 보고, 그냥 조용히 있기로 했다.

 

네? 뭐라구요...?

다음에 집에 내려갈 때는 커다란 개껌을 사들고 가야겠다. 우리 뿌꾸는 좋아서 미친 듯이 마당을 뛰어다니면서 나한테 달려들겠지. 나는 뿌꾸에 부딪혀서 휘청휘청 할 테고. 그게 정확히 내가 꿈꾸는 행복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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