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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un 19. 2017

케어 유기견 입양센터 산책 봉사활동

유기견 나인이와 함께한 장충단공원 산책

강아지를 키웠었고, 지금도 부모님 댁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동물관련 문제에 예민한 편이다. 동물 보호 서명운동을 하면 항상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주말 아침 동물농장을 챙겨보면서 동물 학대 이슈가 나올 때면 분노에 몸서리를 치는! 이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와 함께 놀았던 시간이 많았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강아지를 친구처럼 가족처럼 생각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부모님댁에 있는 우리 뿌꾸 애기 때, 으이구 이쁜 것
새초롬하니 얌전한척 하는 뿌꾸

 유기견 보호활동에 함께 하고 싶지만, 지금 내가 사는 집에서는 유기견을 입양할 형편이 안되기에. 내가 작년부터 하기 시작한 것은 유기견센터의 강아지들을 산책시켜주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 센터에는 관리자보다 유기견들이 더 많이 있으므로 일일이 여유있게 산책 시켜줄 상황이 안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을 받아 강아지를 산책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센터의 강아지들은 산책을 할 수 있고, 나같은 애견인은 강아지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이거야 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 아니겠는가!


날씨가 이미 많이 더워지고 있는터라, 회사 연차찬스를 통해 평일 오전 10시로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케어 홈페이지를 통해 반드시 사전 신청을 해야 하고, 신청을 완료하면 입력한 이메일로 확인 메일이 온다. 물티슈, 배변패드, 강아지용 육포 등 센터별로 필요한 물품들도 명시되어 있어, 나는 강아지 육포와 물티슈를 준비해 갔다.   

센터의 멍멍이들에게 줄 선물

퇴계로 점은 동대문역사문화공연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이면 도착. 입구에서부터 강아지들의 소리가 요란하다. 이 녀석들, 사람한테 버림받았지만 또 사람을 보면 반가운거겠지... 잠시 처연한 마음이 들어 센터 안을 주욱 훑어보고 있으니, 관리자분이 간단하게 나의 개인정보를 적고선 '나인'이라는 까만 강아지를 내민다. 관리자분은 어디 코스로 산책을 해야 하는 지, 리드줄은 어떻게 손목에 매는 지를 설명해주시고는 강아지 용변봉투와 마실 물을 챙겨주셨다. 이 곳에서의 산책봉사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아지를 내가 한시간 동안 책임져야 하는 것이니 귀 기울여 비장하게 듣게 된다.

이 녀석이 나인이, 조용하고 얌전한 친구였다

나인이는 소심해서 산책길을 무서워할 수도 있단다. 그럴때는 잠깐 안아서 데려가주면 된다고. 과연, 나인이는 조용조용한 성격인 것 같았다. 센터에서 몇 발작 걷지도 않았는데,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가기 싫다고 버틴다. 나인아, 무서운건 알겠지만 산책을 가야 너 운동해서 건강해지고, 기분도 나아질거란다, 하고 어르고 달래서 품에 안았다. 나인이는 5키로 남짓 나가는지 품에 쏙 들어왔다. 낯선 이의 품에 안기는데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멍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보통 센터에 있는 강아지들은 큰 일을 센터에서 보지않고 산책길에 나와서 한다고 들었다. 지난 번 함께 산책했던 오레는 그래서 길가면서 몇 번이나 큰 일을 봤는지, 치우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민망할 지경이었는데. 나인이도 공원가는 길에 적응이 좀 되었는지 큰 일을 시원~하게 한 번 보셨다. 용변봉투로 뒷처리를 주섬주섬 하고 나니, 나인이가 슥슥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옳지, 옳지, 나인아 공원가서 놀자-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장충단공원. 케어의 관리자분이 소심한 아이라고 말한 것이 무색하게 나인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신나서 뛰는 통에 목줄이 팽팽, 어쩔 수 없이 나도 뛰게 된다
신나게 뛰고나서 친구랑 물도 나눠마셨다

아니, 아까 안가겠다고 딱 버티고 앉았던 강아지는 어디가고 저 해맑은 얼굴로 무한질주라니! 덕분에 리드줄을 매고 있던 손목이 저려오고, 날도 더운데 나도 같이 두다다다 뛰기 시작한다. 마치 자기 홈그라운드라는 듯, 나인이는 여기저기 킁킁거리고, 마킹을 하고, 시원하게 내달렸다. 이중인격이야 뭐야, 싶다가도 센터안에서의 우울한 표정이었던 나인이보다 지금 웃고있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계속 같이 뛰게 되었다. 이 아이도 주인이 있고, 살 집이 있다면 이렇게 자주 산책도 하고 자기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먹고 사랑을 무럭무럭 받으며 자라겠지. 이 조그만 강아지가 과거에 험한 길 위에서 얼마나 무서웠을 지 생각하니 또 코끝이 시큰해져 왔다.

초록이 가득한 장충단공원
강아지들이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다

공원 여기저기를 훑고 다니다보니, 나인이가 보기만 해도 계단이 무시무시한 곳 앞에 앉아서 나보고 같이 올라가자고 눈빛을 보낸다. 아니, 저기, 나인아. 누나는 저거 못올라가겠어, 힘들다구. 나인이는 아까 물 한모금 마셨을 뿐인데, 저렇게 기운이 넘치고. 나는 들고 온 삼다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벤치에서 일어나질 못하겠더라. 이쯤되면 누가 누굴 산책시키는 것인지, 의미가 무색해진다.

나인아, 네가 너무 해맑고 이쁘지만 누나는 그 계단 못올라가겠다..

공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나인이를 보고 아이고 이쁘다-해주시니 절로 내 어깨가 으쓱하고. 우리 나인이, 이렇게나 이쁘고 착한데, 얼른 좋은 집으로 입양갔으면 싶다. 돌아오는 길에는 자꾸 근처 대학교로 들어갈려고 해서 식겁했다. 안돼, 나인아, 지금 시험기간이라서 우리는 못들어가, 너 시험볼꺼야?하니 나인이가 조금 물러서준다. 횡단보도도 아주 잘 건너고, 공원으로 갈 때보다 훨씬 씩씩하게 걸어주어서 아주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같이 센터에 있는 친구 윤이를 바라보는 나인이
센터에서 보호받으며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나인이 덕분에 나는 오늘 참 많이 웃었다. 케어 퇴계로점에는 구조된 강아지들이 15마리 정도가 보호받고 있다. 슥 둘러보니 우리 쫑이 같은 아이도 있고, 뿌꾸를 닮은 아이도 있다. 그나마 이 아이들은 구조되어 임시로 보살핌 받고 있으므로 상황이 좀 나은 편일 것이다. 이토록 이쁜 아이들이 아무쪼록 버림받지 않고, 학대받지 않는. 동물들도 생명으로서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래본다. 그 날이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나는 센터에서의 봉사와 후원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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