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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r 20. 2023

[영화리뷰]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 ‘보스턴 교살자’

연쇄 살인범을 쫓는 긴장감 넘치는 두 시간

 실화 바탕으로 재 창작되는 콘텐츠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을 기반으로, 혹은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만드는, 현실과 조금 더 닿아 있고 그래서 더 진중한 무게가 느껴지는 콘텐츠들만의 매력이 있다. 때로는 판타지 영화들처럼 상상력이 최고치를 찍는 작품들보다 더 비현실적인 황홀경이나 여운을 주는 경우도 있고.


 3월 17일, 디즈니+에서 단독 공개된 <보스턴 교살자>는 1960년대 보스턴 일대에서 벌어진, 홀로 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다. 아직도 미제로 남아있는 실화 사건을 바탕을 했고 좋아하는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으로 나온다고 해서 관심있게 본 후 남기는 리뷰.




1.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 살인을 다루는 방식


 살인 사건, 그것도 현장에 특정한 패턴을 남기는 연쇄 살인 사건이라는 것은 나 같은 추리물, 범죄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주 솔깃한 소재다. 이 보스턴 연쇄 살인 사건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영화에도 참고가 되었다고 한다. 보스턴 교살자에서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는데, 범인은 여성들을 실크 스타킹으로 교살하고 피해자의 목에 살해 수단인 실크 스타킹 등으로 리본 모양의 매듭을 만들어 놓는다. 마치 소중한 선물을 고이 포장하듯이. 어찌 보면 아주 자극적일 수 있는 살해 방식과 그 현장을 이 영화에서는 비교적 담백하게 다룬다. 범죄의 잔혹성보다는, 이미 발생한 사건을 쫓아가는 저널리스트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의 심리묘사나 스토리텔링도 없다. 가해자의 사정을 이해할 만한 여지는 전혀 주지 않는다. 실제 발생한 살인 사건 기반의 영화로서 이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의로 보인다. 자극적인 장면 묘사 없이도, 연쇄 살인의 발생과 그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만으로 이야기는 꽉 찬다. 이 영화는 그 점에 있어서 이미 너무나도 훌륭하다.



2. 기자의 시선으로 파헤치는 사건,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연출


 영화는 ‘레코드 아메리칸’이라는 신문사의 두 기자, ‘로레타 매클로플린(키이라 나이틀리)’, ‘진 콜(캐리 쿤)이 끌어간다. 살인 사건의 최전선에서 온갖 현장정보에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수사본부나 형사가 아니라,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중립적으로 정보 전달을 하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자의 시선으로 풀어가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진실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두 여성 기자의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사건 정보에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어 답답함도 느껴지지만, 범죄 해결형 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한 참신함이 느껴졌다. 심지어 로레타와 진은 실존 인물이었다고 하니 두 캐릭터에 더욱 감정을 이입해서 감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로레타는 신문사 ‘레코드 아메리칸’의 생활부에 있으면서 요리나 패션 테마의 기사를 쓰는 현실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인물로, 여성이 교살당한 살인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본인의 상관에게 집요하게 해당 사건을 다룰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어필한다. 로레타는 본인이 쫓는 사건에 대해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갖추었고 문제제기를 하고 싸움을 일으킬 용기가 있지만, 당시는 강력 사건에 대한 언론 담당과 사건 수사 본부 및 형사들도 대부분 남자였던 시절, 그들과 융통성 있게 어울리기 보다는 다소 날을 세우는 스타일이다. 초반에는 연약해 보였던 그녀가 사건을 추적해 나가면서 특정 장면에서 각성하는 듯한 표정이 잡히는데, 그 눈빛에서 아주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그에 반해 진은 로레타보다 노련함이 느껴지는 인물로,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 사건 관계자들과 유연하게 연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남자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일하며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스타일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같은 목적성으로 움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친해지지는 않는 로레타와 진, 둘이 만들어 내는 케미스트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960년대 배경의 건물과 복식, 그리고 살인 사건의 배경이 되는 도시를 비추는 방식도 좋았다. 차분한 톤의 화면 색채, 어두운 음악이 연쇄 살인의 그림자로 덮인 도시의 우울함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범인이 살인을 하는 장면은 인물을 화면에서 배제하고 소리나 흐트러진 현장으로 암시하는데, 이런 연출이 ‘대체 범인이 누굴까, 어떤 얼굴로 살인을 하는 사이코패스일까’ 하는 공포심을 더욱 자극했다.  



3. 진정한 저널리즘이란


 극 중에서 로레타는 끈질긴 자료 조사, 자료의 사실 여부 확인, 관계자 대질 조사 등 가리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건에 파고든다. 보스턴 경찰서와 날을 세워 좋을 것 없다는 윗 선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비판 기사를 내고, 기사를 쓰느라 바빠서 남편과의 사이가 틀어져도, 신변의 위협을 받아도 그녀는 계속 사건에 매달린다. 연쇄 살인 사건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불안이 터져 나오고 TV 뉴스에서도 사건이 집중 조명되는 등, 범인 체포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자 수사 본부는 누구 하나를 빨리 범인으로 삼아서 이 사건을 끝내고 싶어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다. 그러나 로레타는 ‘진실 추구’에 대한 사명,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진범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목적의식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사건의 흐름을 몇 번이고 되짚는다.


 영화 초반 ‘Boston phantom’으로 불렸던 범인에 대한 명칭을 ‘Boston strangler’로 수정한 것도 그녀였다. 다소 신비스럽기까지 한 ‘Phantom(유령)’이라는 단어를 범인이 한 구체적인 범행 내용인 ‘Strangler(교살범)’으로 정의한 덕에 사람들은 그를 용서해서는 안 되는 잔혹한 살인마라고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상사인 편집장도 평소에는 신문 판매 부수에 신경을 집중하고 다른 조직과 갈등을 피하려는 인물로 보이지만, 로레타가 생각보다 끈질기게 사건에 매달리니 계속 후속기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고 필요한 순간에 로레타에게 힘을 실어준다. 고발과 개선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언론의 본질일 것이고, 그것이 숭고한 일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여성들의 단단한 연대와 케미스트리 관점에서는 영화 ‘히든피겨스’가,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해주는 관점에서는 영화 ‘더 포스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다. 실제 범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미제 사건으로 남은 ’보스턴 연쇄살인사건’. <보스턴 교살자> 영화를 보고 나서 보스턴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게 될 정도로 흡입력 있고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https://youtu.be/Wfl6Y57fv4U


*본 포스팅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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