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5일 여행)
오늘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간단히 신주쿠에서 브런치 먹고 다카시마야 백화점 구경을 좀 하다가 여유롭게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캐리어를 호텔에 맡기고 나섰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입국했을 때 나리타익스프레스(넥스) 티켓을 신주쿠-나리타공항 왕복으로 사뒀다. 돌아오는 날의 티켓은 오픈티켓이라 타기 전에 역에서 열차 편과 좌석을 지정받아야 한다. JR 신주쿠의 '미도리노마도구치'에서 표를 교환받았는데, 어마어마한 인파가 돌아다니는 신주쿠역답게 미도리노마도구치에도 줄이 길었다. 신주쿠역에서는 늘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움직여야 할 듯.
넥스 티켓을 교환한 후, 다카시마야 백화점 신주쿠점으로 향했다. 오늘 브런치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 드라마 ‘나기의 휴식’에서 봤던 ‘갈레트’라는 것이 궁금해져서 선택한 곳은 Breizh Cafe Creperie’. 이름 참 어렵구먼. 이곳은 다카시마야 백화점 식당층에 위치해 있는데, 갈레트와 크레페 맛집으로 유명하다.
오픈 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맛집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일본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싶음. 다른 데 갈까 싶었지만 오늘 비도 오고, 다른 곳 찾기도 귀찮아서 나도 줄을 따라 섰다. 원래 이곳은 야외 테라스 좌석이 인기라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좌석 수가 더 줄어들어서 대기시간 더 늘어나겠구나 하며 나도 모르게 입이 삐죽 나왔다.
마침내 오픈 시간이 되고 예약 손님부터 먼저 들어갔다. 이 레스토랑은 예약도 받는 모양이었다. 실내 테이블 좌석부터 사람들이 차곡차곡 들어간다. 딱 내 앞에서 테이블이 만석이 되었다. 좀 더 기다려야겠구나 하고 앉아있는데, 점원이 와서 몇 명인지 묻더니 실내의 카운터 좌석이나 야외 좌석 중에서 어디에 앉겠냐고 하셨다. 오, 야외에 앉을 수 있나요? 물었더니 야외에 파티오를 친 테이블은 비가 안 들어와서 괜찮을 거라고. 대신 비가 와서 날이 좀 쌀쌀한데, 자리에 전기매트를 깔아 뒀다고 했다. 바글거리는 실내에 앉기 싫기도 하고 빗소리 들으며 식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테라스에 앉겠다고 했다.
입장하기 전에 손목 체온을 재고 들어갔다. 여기는 아직도 코로나 영향을 신경 쓰나 보다. 철저한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았다. 직원 안내를 받아 테라스로 가니 생각보다 분위기가 더 좋았다. 맑은 날이면 명당이었을 자리였지만, 비가 오는 풍경도 나름 낭만 있었고. 무엇보다 자리에 뜨끈하게 열이 오늘 전기 매트가 깔려 있었고, 직원이 담요도 하나 가져다주었다. 여러모로 배려해 주는 듯해 기분이 좋았다.
갈레트를 먹으러 오긴 했는데 종류가 정말 많았다. 메뉴 명은 프랑스어인지 읽기도 어려웠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하몽이 올려진 그림이 눈에 띄어서 Galette asperge로 선택. 오렌지 주스도 한 잔 주문했다. 코스로 준비되는 세트 메뉴도 있었고 주류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더 고급 식당이구나 하고 느꼈음.
음식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얇은 전병 같은 반죽 안에 반숙 계란과 아스파라거스 같은 야채, 치즈, 하몽이 들어있었다. 반죽 자체만 먹어도 쫀득쫀득하니 맛있었지만 속재료랑 곁들여 먹으니 더 맛있다. 짭조름한 하몽에 부드럽게 잘 구워진 아스파라거스가 잘 어울렸다. 갈레트 생각보다 크기도 작지 않아 적당히 배가 부른 느낌. 브런치 용으로 딱 좋은 식사다 보니 식당에는 여자끼리 온 손님들이 많았다.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여유롭게 한입씩 먹다 보니 참 호사스러운 시간이다 싶었다. 추울까 걱정했는데 자리에 깔린 전기장판 덕에 따끈했고, 중간중간 직원분이 괜찮은지 확인하러 와주셔서 황송할 지경. 직원 교육에 엄격한 지, 케어받는 것 같아서 좋았다.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갈레트 하나를 먹어치우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분위기가 좋아서 좀 더 앉아 있고 싶었는데, 직원이 와서 디저트 먹을 거냐고 물어보았다. 이 가게, upselling 잘하는 구만 싶다가도 입가심을 하고 싶어서 다시 메뉴판을 요청했다. 아이스크림이 눈에 띄어서 직원에게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소바와 캐러멜 맛 아이스를 추천해 주셨다. 소바맛이라니, 유니크한 것 같아서 그대로 달라고 함. 곧이어 귀여운 아이스크림 두 덩이가 나왔다.
소바 맛은 뭔가 말로 표현이 어려운데 아침햇살 음료수에 파우더감이 느껴지는 맛. 캐러멜 맛은 달기만 한 캐러멜이 아니라 소금 맛과 약간 태운 듯한 캐러멜 맛이 깊게 느껴져서 신기했다. 아이스크림이 이런 복합적인 맛이 나다니. 이것도 삭삭 잘 긁어먹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다카시마야의 도큐핸즈를 구경하러 슬렁슬렁 이동했다. 갈레트 2180엔, 아이스크림 780엔.
BREIZH Café Crêperie Shinjuku Takashimaya
+81 3-5361-1335
https://maps.app.goo.gl/JmvwCcTX4MiAS4n17?g_st=ic
이번 여행은 귀여운 걸 찾아 헤맨 여행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마무리는 내가 좋아하는 도큐핸드. 특히 문구 층에 가면 스티커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도큐핸즈 8층에는 스테이셔너리(문구류)가 있어서 방문.
역시 들어가자마자 눈에 뜨는 건 스티커들. 이렇게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들이 널려 있으면 눈이 돌아간다. 여행 내내 치이카와의 쿠리만쥬를 찾아 헤맸지만 의욕만큼 득템 하지는 못해서 아쉬웠는데, ‘여긴 혹시 있을지도?’ 하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눈을 굴렸지만. 여기서도 역시 치이카와의 주인공 3인방만 보일 뿐.. 우리 귀여운 쿠리만쥬 얻기가 쉽지 않다.
대신 산리오 캐릭터 스티커들은 꽤 있어서 한교동이랑 포챠코 스티커를 주섬주섬 담았다. 돌아다니다 보니 산리오 캐릭터 코너가 작게나마 있어서 여기서 포챠코 참이랑 쿠로미 배지도 득템. 정말 귀여운 거 앞에서는 참을 수가 없다.
적당히 구경을 하고, 예약해 둔 넥스 시간에 맞춰 호텔로 돌아와서 캐리어를 가지고 JR 신주쿠역으로 향했다. 3박 4일 동안 신주쿠 일대를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 꽤나 지리가 눈에 익어서 구글 맵 없이도 잘 돌아다닌다. 다음에 올 땐 한결 편하겠는걸,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신주쿠 역은 워낙 규모가 커서 시간 맞춰 넥스를 타려면 미리 도착하는 게 좋다. 넥스를 타러 가는 방향은 안내가 잘 되어있어서 그걸 그대로 따라가면 되는데, 개찰구에서 꽤나 걸어야 했다.
넥스 플랫폼을 확인하고 기다렸다. 내가 탈 넥스는 내부 청소 중이라 아직 들어가지 못하게 입구가 막혀있었다. 출발하기 10분 전쯤부터 탈 수 있었다. 넥스의 열차 칸 사이에는 캐리어를 넣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데, 캐리어를 그냥 넣는 게 아니라 안전장치가 있어서 좋았다. 내가 설정한 4자리 비밀번호를 눌러야 캐리어를 꺼낼 수 있게 되어있어서 혹시라도 캐리어를 분실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신주쿠 역에서 1시간 15분 정도 달리면 나리타 1 터미널에 도착한다.
토요일 저녁시간 출국이라 그런지 공항은 적당히 붐볐다. 생각보다 빨리 발권을 하고 출국 수속을 했다. (나는 에어부산을 타서, 나리타 공항 1 터미널로 갔다) 탑승동으로 넘어오자마자 잇푸도 라멘부터 찾았다. 나리타 공항 1 터미널에 잇푸도 라멘이 입점해 있다고 해서. 잇푸도는 한 번도 안 먹어봐서 궁금했기도 했고.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안에는 좌석이 넉넉한 편이고 대부분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회전율은 좋은 편. 돈코츠 라멘 애호가인 나는 시로마루 클래식에 고명 다 들어간 걸 선택했다. 메뉴상으로는 1번 메뉴였던 듯. 주문을 마치면 대기표를 준다. 그걸 받아 들고 적당한 자리에 앉아있으면, 직원분이 라멘을 내 자리로 가져다주신다.
진하고 짭짜름한, 돈코츠 라멘 특유의 맛이다. (내 입에 돈코츠 라멘은 웬만하면 맛있다) 차슈와 맛달걀, 김, 파까지 골고루 올라가 있어서 좋았다. 어떤 돈코츠는 돼지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잇푸도는 비교적 깔끔한 맛. 그렇지만 역시 내 입맛에는 좀 짜다. 나는 짜게 먹지 않는 편인데, 일본 라멘은 전반적으로 간이 좀 세다. 그래서 나는 라멘집 가서 국물을 비우는 것은 무리. 그렇지만 면과 고명은 싹싹 긁어먹었다. 한결 든든해진 배를 통통 치며 본격적인 면세점 구경에 나섰다.
면세점에 웬만한 선물용 과자들이 다 있었다. 도쿄바나나를 비롯, 로이스 초콜릿, 시로이코이비토, 히요코 만주 등. 전에 일본 여행 카페에서 봤던, 슈가버터샌드트리도 눈에 띄어서 하나 집었다. 특히 도쿄바나나 도라에몽 에디션이 있어서 팀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샀는데, 진짜 일본은 이런 콜라보 참 잘하는 것 같다.
세븐일레븐 편의점도 있길래 들렀다. 일본 편의점 과자는 저렴한데 맛있는 게 많다.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랑그드샤가 시로이코이비토 저렴이 버전인데, 낱개 포장되어 있고 꽤 맛있어서 추천. 배낭에 넣고 비행기 타야 해서 많이는 못 샀지만 일용할 식량이 늘어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나메라카 푸딩'은 이름 그대로 아주 부드러운 우유 푸딩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푸딩이라 이것도 두 개 챙겼다. 계산해 주시는 분이 지나치게 친절해서 그것도 기분이 좋았다. 푸딩 숟가락을 챙겨주시면서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요~ 하면서 테이프로 붙여주는 센스.
드럭스토어인 '마츠모토 키요시'도 입점되어 있었다. 구경하다가 예전에 종종 썼던 세잔느 화장품이 싸길래 블러셔랑 4구 아이섀도를 샀다. 특히 아이섀도는 은은한 펄이 들어가서 예쁘다, 너무 튀지 않고. 새도우는 브러시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크기가 적당해서 여행용으로 들고 다니기 좋다.
적당히 구경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까지 한 잔 하고 나니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가왔다. 돌아보니 아기자기하게 즐겼던 여행이구나 싶다. 다음에 오면 가마쿠라에서 1박을 해볼까나 하는 생각을 하며 올라탄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했고 생각보다 빠르게 인천에 내렸다. 이번에도 참 즐거웠던, 나 홀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