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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Oct 08. 2023

230928 추석 상해 가족여행 첫째 날


(2023년 9월 28일 여행)



김포공항 출국


  2023년 추석 연휴에 동생이 살고 있는 상해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상해는 2018년 이후 두 번째 방문. 코로나 이후로 입국 조건이 조금씩 완화되어, 이제는 코로나  음성확인서가 없어도 되고, 별지 비자 신청도 가능했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상해 홍차오 공항으로 떠나는 루트로, 부모님을 서울역에서 만나서 공항철도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갔다.


 김포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는 건 처음인 데다 추석 연휴라 붐비면 어쩌나 했는데 웬걸, 인천공항 대비 속전속결이었다. 항공사는 아시아나로 했고 미리 체크인을 해두었는데, 공항 철도 안에서 아시아나에서 전화로 연락이 와 비상구 자리로 변경하시겠냐고 여쭤보셨다. 비행기가 만석이었던 듯. 넓은 비상구 자리라 덥석 물었는데, 사전 체크인 해둔 좌석과 자리가 바뀌어버려서 공항에서 표 발권부터 다시 해야 한 건 번거로웠다. 원래라면 체크인해 뒀으니 짐만 부치는 셀프체크인을 이용하면 되어서 더 빨랐을 텐데. 그렇지만 표 발권하는 줄도 그다지 길지 않아서 15분 정도 걸린 듯. 표 발권하면서 직원분이 비자와 위챗 건강 신고서를 확인하신다.


 나는 건강 신고서를 한국어로 작성했는데, 이거 영문으로 해야 한다고 수정해 두라고 하셨다. (아시아나 카운터에서 짐 부칠 때 위챗 건강 신고서 작성으로 들어가는 qr 코드를 종이로 인쇄해서 챙겨주심) 생각해 보니 중국에서 확인하는 거니까 영어로 하는 게 맞다. 여권 이름과 건강 신고서 이름이 동일한지 더블 체크! 건강 신고서도 간소화되어서 이제는 영문 이름, 여권번호, 직업, 항공편명 정도를 적는다. (내용으로 트집 잡히면 어쩌지 싶었는데 상해 홍차오 공항 입국할 때 보니 정말 그냥 쓱 스캔하고 마는 듯) 건강 신고서 작성은 어렵지 않은데, 직업란에서 조금 헷갈렸다. 직업 보기 중에 뭐로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business practitioner로 했는데, 전혀 이슈 없었다.


 김포공항 국제선은 일본, 중국 일부 노선밖에 없다더니 정말로 명절치고 한산했다. 심사하고 들어가면 딱히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을 듯해서 짐 부치고 심사 들어가기 전 구역에서 한식을 먹었다. 나름 중국 가기 전 먹는 마지막 한식이라며, 차돌된장찌개를 먹었는데 좀 비쌌지만(17,000원이었던가) 맛있었다. 밥 먹고 탑승시간 한 시간 정도를 남기고 들어갔는데, 역시 김포공항 국제선에는 분식 간단히 먹는 정도의 음식점 밖에 없었음. 카페는 파스쿠찌가 있어서 그라니따 시켜 먹으면서 시간을 때웠다. 근데 출국심사 준비하는 줄보다 파스쿠찌에 그라니따 주문하는 키오스크 줄이 더 길었던 듯. 면세점이 작지만, 화장품 브랜드들은 구색이 꽤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역시 김포공항으로 출국할 때는 인터넷면세점이나 시내면세점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여길 지날 때 가장 설렌다


 비행기는 oz3615편으로 좌석 배열 3-3인 작은 비행기였다. 비상구 좌석에 우리 가족 셋이 조르륵 앉아있으니 승무원분이 오셔서 비상구 문 여는 법을 안내해 주셨다. 비상구 자리는 유사시 다른 승객의 대피를 도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왠지 조금 긴장된다. 무엇보다 이륙, 착륙할 때 코앞에 승무원분이 같이 앉아 계시기 때문에 어색하게 허공을 바라보게 되는 ㅋㅋㅋㅋㅋ 승무원분도 민망하실까.


비상구 좌석은 앞이 탁 트여서 좋다


 비행기는 정시 출발했다. 뭔가 이날 여행은 모든 게 제시간에 착착 진행되었다. 김포공항과 아시아나의 조합이라 그런가. 1시간 40여 분 되는 짧은 비행시간이었지만, 기내 면세 판매 이후 기내식도 착실하게 나왔다. 소불고기 같은 게 나왔는데, 좀 전에 된장찌개를 배불리 먹었음에도 나름대로 샥샥 긁어먹었다. 엄마와 아빠는 맥주도 한 캔씩 드심!


기내식
소불고기 같은 게 나왔는데 맛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나는 엄마 아빠의 휴대폰 유심을 중국/홍콩/마카오 유심으로 교체했다. 유심을 홍콩 마카오 공용인 것으로 하면 중국에서 막혀있는 인스타나 유튜브, 카톡 같은 거 이용할 때 vpn 없이 그냥 쓸 수 있어서 편리하다. 내 핸드폰 기종은 아이폰 14인데 그동안 해외여행할 때 데이터 유심만 쓰다가, 물리적으로 유심 갈아 끼우는 게 귀찮아서 이번에는 이심으로 해서 비행기 타기 전에 세팅했다.(이심 세팅은 데이터가 되는 환경에서 해야 함) 설정 오류 나면 어쩌지 했는데, 그냥 설명서 안내대로 셀룰러에 들어가서 음성 쪽은 메인 회선으로, 데이터는 여행용으로 설정만 하면 되니 간편했다. 나는 하루 데이터 2기가인 것으로 구매했었는데, 현지에서 유용하게 잘 썼음. 원할 때 인스타 하고 카톡 하고 사진도 올리면서 넉넉하게 썼다. 엄마 아빠는 핸드폰 기종이 오래되어서 이심 지원이 될지 몰라서 유심으로 샀는데, 비행기 안에서 정말 손 덜덜 떨면서 유심 교체를 함. 잃어버리면 큰일이기 때문에 조그만 유심이 어디로 날아갈까 봐 조마조마. 엄마 아빠도 변경한 유심으로 현지에서 데이터 잘 쓰셨다.



상해 홍차오 공항 입국


  비행기는 정시에 홍차오 공항에 착륙했다. 이제는 준비한 별지 비자와 건강 신고서 qr을 사용할 시간. 중국 입국이 오랜만이고 별지 비자는 처음 사용해 보는 거라 긴장했다. 입국심사하러 가는 길에 건강 신고서 qr 코드 확인을 받았는데, 폰에 캡처해 둔 qr 코드를 띄우면 직원분이 스캐너로 쓱 찍고 끝. 추가적으로 뭔가 확인하는 건 없는 듯하다.


 별지 비자는 나 포함 우리 가족 3명 치를 받았고, 입국심사받는 줄을 서면서 별지 비자를 보여주니 직원분이 저쪽으로 같이 이동하라고 안내해 주셨다. 입국심사를 받을 때는 별지 비자에 쓰여있는 순서대로 줄을 서서 처음 들어가는 사람이 여권과 함께 별지 비자의 원본과 사본을 제출하며 입국심사를 받고, 두 번째 사람은 여권만 제출, 세 번째 사람도 여권만 제출하는데 처음 들어간 사람이 제출했던 별지 비자의 원본을 돌려받고 나오면 된다. 별지 비자 사본은 입국 시 중국에서 가져간다. 뭐 물어보면 어쩌지, 트집 잡히면 어쩌지 했는데 그냥 왼손 지문 찍고, 카메라 보라고 하고(얼굴 사진 찍은 듯) 내 한국 휴대폰 번호를 적으라고 하더니(영어로 말씀하셨음) 통과. 아빠도 나와 비슷하게 지문 찍고 사진 찍으셨고, 엄마는 양손 지문을 다 찍었다고 한다.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별다른 질문 없이 빠르게 입국심사할 수 있어서 감개무량..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신속하게 끝이 났다. 홍차오 공항으로 그 시간대에 착륙한 비행기가 우리 밖에 없었던 것인지, 그리고 입국 절차가 많이 완화되었는지. 사람은 진작에 나왔는데 짐이 아직 못 들어와서 한참 기다리는 광경이 펼쳐졌다. 동생도 우리의 착륙 시간을 계산하고 이쯤 나오겠지 싶어 공항으로 마중 오는 길이었는데 우리가 너무 빨리 나와버려서 당황 ㅋㅋㅋ 엄마 아빠와 함께 입국장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 동생을 기다렸다. 밖에 뭐가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택시 대기 줄을 확인하러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려는데 직원분이 이 출입구로는 못 들어간다는 것. 당황해서 오잉? 하며 쳐다보니 문에 들어가는 건 출입구 1번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안내가 쓰여있었다.(내가 나온 곳은 출입구 3번)  호기심에 밖에 나갔다가 저 멀리 1번 출입구까지 걸어가서, 짐 검사당하고 다시 들어와야 했다. 잊고 있었다, 이 나라는 지하철만 타도 짐 검사하는 나라라는 것을. 공항에 들어갈 때는 무조건 소지품 엑스레이 검사하는 듯하다.


 택시 줄이 좀 길었고, 동생이 고덕 지도 택시(우버 같은)를 타고 오고 있다고 해서 그냥 공항 지하주차장에서 만나 그 차 그대로 타서 상해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상해 도심에서 홍차오 공항 오는 길에는 약간 교통체증이 있는 데다, 우리가 너무 빨리 나와버려서 공항에서 우리를 환대하려는 동생의 계획은 틀어졌고 ㅋㅋㅋ 우여곡절 끝에 오랜만에 4인 가족이 감동의 재회를 했다.



홍챠오티엔제 쌰부쌰부


 우리의 숙소는 와이탄에 있었는데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동생 회사 근처 동네를 구경해 보기로 했다. 동생 회사는 상해 도심에서 벗어난 변두리 쪽에 있는데, 그럼에도 대형 쇼핑몰이 여러 개 있었다. 역시 상해… 우리의 첫 끼는 훠궈. 홍차오티엔제라는 쇼핑몰 안의 4층에 있는 쌰부쌰부라는 훠궈 집에 갔다. (샤브샤브를 표방하는 훠궈 집인가.. 둘이 비슷하긴 하다만) 1인 훠궈가 제공되는 깔끔한 곳이었다. 동생이 미리 예약을 해둔 덕에 좋은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다. 주문도 테이블에 붙어있는 qr코드로 읽어서 시키는데, 미리 받아둔 쿠폰을 썼다고 한다.


(여행 내내 식당 주문은 다 동생이 qr로, 결제는 위챗으로 했다. 식당에서 온라인으로 쿠폰을 뿌려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유용하게 썼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으로서는 이용하기 어려운 시스템일 듯. 현지인이거나 중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면 참 편리하겠지만, 중국어 모르고 현지에 계좌도 없는 나로서는 참 난감할 것 같았다. 신용카드는 거의 안되고, 현금 결제가 되는 곳은 있지만 위조지폐의 위험 때문인지 가게에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듯하다. 카카오페이가 되길래, 나는 난징동루의 앰엔앰 스토어나 대형 몰 내 잡화점, 편의점에서 몇 번 카카오 페이로 결제했다. 아무튼 우리는 동생 덕에 편하게 여행했다)


우리가 갔던 훠궈 집
푸짐하다..


 우리가 주문하고 나서 바로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들어왔다. 주문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그런지 음식이 좀 늦게 나오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훠궈는 맛있다. 나는 스키야키탕, 동생은 마라탕, 엄마 아빠는 버섯탕을 주문했고 각자 자기 훠궈에 양고기, 소고기, 온갖 야채들을 넣어 취향껏 먹었다. 하이디라오처럼 소스바가 있어서 참깨장과 파간장을 만들어 찍어 먹었는데 너무나 맛있었음. 세트 메뉴에 음료도 들어가 있어서 닝멍차(레몬차)를 주문했는데 역시 좀 기름진 음식은 닝멍차랑 참 잘 어울린다. 나는 양고기를 즐기는 편이라 그런지, 여기선 소고기 보다 양고기가 더 맛있었다. 양꼬치 안 드시는 엄마도 여기선 양고기를 잘 드셨음.


이 집은 음료도 맛있었다, 펄 들어간 밀크티와 레몬차(닝멍차)를 주문했는데 괜찮았음
저 광활한(?) 메뉴.



홍챠오티엔제 발 마사지


 같은 쇼핑몰 6층에 있는 마사지숍에서 다 같이 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동생이 미리 예약해 둔 곳. 1시간 코스고 어깨 마사지+발 마사지(종아리 포함)였다. 동생말로는 조금 고급스러운 곳이라고 하던데, 4인실로 안내해 주시고 차, 탄산수 같은 음료와 과일을 내주셨다. 가격은 쿠폰 할인받아 인당 198위안.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조명이 어두워서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바지를 종아리까지 걷어야 하기 때문에 가게에서 준 옷으로 바지만 갈아입었다. 곧 네 분의 마사지사가 들어오셨고, 편안하게 앉아서 방에 있는 티비를 보면서 마사지를 받으면 되는 거였는데, 나는 아픈 마사지를 무지 싫어해서 잔뜩 긴장 ㅋㅋㅋㅋ 마사지사분이 긴장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아플까 봐 무섭다고요!! (전에 칭다오에서 마사지받았었는데 아프다고 하니까, 마사지사분이 원래 아파야 풀리는 거라고 하셔서 ㅋㅋㅋ 억억 거리면서 마사지받았던 기억이 있다 ㅋㅋㅋ)


동생이 앱으로 예약해 줬다


 족욕을 할 수 있게 준비해 주셔서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약간 긴장도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어깨 마사지부터 받는데, 살살해달라고 말씀드렸지만 꽤나 아팠다. 손아귀 힘이 정말 좋으신 듯... 한 20분 정도는 어깨 마사지를 받은 것 같은데, 엄마는 시원하다고 좋아하셨다. 나는 빨리 끝나고 과일 먹었으면 하는 생각만 계속 들었음. 마사지의 의미가 없는 1인ㅋㅋㅋㅋㅋ


저기 편안하게 앉아서 마사지를 받으면 된다
내주신 과일
발 마사지지만 종아리 부근까지 오일을 발라 마사지하기 때문에 긴 바지 입은 경우 옷을 반바지로 갈아입는다


  발 마사지는 오일을 바르고 하는 거라 그런지 그다지 아프지 않았고 부드럽게 근육을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동생은 발 아플 때 종종 와서 받는다고. 종아리 근육까지 부드럽게 풀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 가족만 있는 방이라서 더 편안하기도 했고. 엄마아빠를 모시고 중국에 무사 입국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을 느끼고 있었는데, 모든 게 잘 되어서 긴장도 풀렸던 것 같다.


운동화 신고 이리저리 다녀서 발냄새나면 어쩌지 싶었는데 이렇게 마사지 전에 족욕을 시켜주니 걱정은 노노


 마사지받고 나와서 동생이 택시를 불렀다. 엄밀히 말하면 택시가 아니라 우버 같은 것. 중국에서는 구글맵이 의미가 없고 고덕 지도가 더 정확한데, 이 지도에 딸려있는 서비스라고 한다. 워낙 등록된 운전기사가 많기도 하고 요금도 합리적이어서 이동하며 항상 택시를 불러 다녔다. 캐리어가 있어서 큰 차로 불렀는데, 금방 와주시고 짐도 다 실어주셔서 편안하게 호텔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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