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난징동루, 티엔즈팡, 황푸강 크루즈
(2023년 9월 29일 여행)
아침식사 배달
상해는 아침 식사 배달 서비스도 잘 되어있다고 해서, 동생이 배달 앱으로 아침식사를 주문해 줬다. 또우장(중국식 연한 두유 같은 것), 고기만두, 차예단(중국식 삶은 계란 조림 같은 것)을 배달 시켰다. 나는 따뜻한 또우장을 좋아하는데, 단맛의 레벨도 조절해 주문할 수 있어서 신기했음. 아침부터 따끈하고 달달한 또우장을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배달 시킨 지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 호텔 로비로 배달 완료. 우리나라 배달 앱처럼 배달 실황도 앱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층 로비로 내려가 보니 테이블 위에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 말고도 다른 음식들이 꽤나 올려져 있었다. 중국에선 아침 배달이 활성화되어있고, 남의 음식을 건들지 않는 불문율이 잘 지켜지고 있구나 싶었다.
신천지 산책
오늘은 오후 3시부터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전 11시에 신천지의 ‘아이 홀릭’이라는 브런치 집을 예약해두어서,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여기서 동생과 몰래 서프라이즈를 준비함. 동생 생일이 며칠 전이었고, 엄마 아빠 결혼 기념일이 곧 다가오는 데다 동생이 있을 때 겨울인 엄마 아빠 생신까지 다 같이 축하하자는 생각에 이 가게로 케이크를 주문해둔 터였다. 사전에 식당에 문의한 뒤 준비했고, 장르가 브런치와 케이크로 약간 다르긴 하지만 식당으로 다른 식당의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어서 신기했음. 대륙의 식당은 관대했다.
여기서도 테이블에 붙어있는 qr 코드로 주문했다. 치킨 샐러드, 마르게리타 피자, 감자튀김, 스테이크 볼, 오늘의 스프, 디저트로 티라미수를 주문하고 음료도 커피, 수박주스, 베리 주스 등 다양하게 주문함. 맛은 우리나라 여느 브런치 레스토랑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사실 신천지에 발 들인 순간부터 대형 쇼핑몰에 깔끔한 건물들에 카페가 즐비해서 여기가 상해인지, 가로수길인지, 긴자인지 구분이 안 가는 지경이긴 했다 ㅋㅋㅋ
곧이어 케이크 배달원이 도착하셔서 동생에게 전화를 주셨고, 동생은 후다닥 나가서 케이크를 받아들고 왔다. 어젯밤에 주문한 건데도, 꽤나 그럴싸한 케이크가 와서 좋았다. 초를 꽂아서 축하하고 동생과 내가 준비한 선물을 전달드렸다. 엄마 아빠는 뭐 이런 걸 준비하냐 타박하셨지만, 입가에 미소가 계속 떠나지 않으심.. 패키지 아닌 가족 여행인 이상, 자식이 부지런히 뭔가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즐거운 가족 여행을 만들기 위한 비법이랄까. 실제로 동생이 매일 일정을 짜느라 머리를 감싸 쥐었다 ㅋㅋㅋ 고마워 동생..
소화시킬 겸, 식당 근처를 산책했다. 가로수길인지 성수동인지 모를 거리를 걷다가 약간 중국 느낌(?)이 나는 구획이 보여서 흥미가 돋았다. 알고 보니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하는 듯한 건물들이었던 듯. 간단히 소지품 검사하듯 가방 안을 보여주고 입장했다. 이국적이긴 했으나, 뭔가 내가 있어선 안될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이 구획을 빠져나오자마자 나스, 르 라보, 조 말론 등 서양 브랜드들이 즐비한 멋들어진 거리가 나와 묘한 대치를 이뤘다. 중국은 반미, 반일을 외치는 국가 아니었던가. 여기가 상해라서 분위기가 약간 달랐던 건지도 모르지만, 신천지를 비롯해 상해에서는 테슬라, 타사키 같이 온갖 고급스러운 미국, 일본 브랜드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어서 신기했다. 걷다 보니 젤라토 가게 벤치(venchi)가 있길래, 줄을 섰다. 이 가게는 오사카의 난바 파크스에서도 봤지만 그때 못 가봐서 아쉬웠었는데, 상해에서 맛보게 될 줄이야. 인기 있는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이 짧은 대기 줄에서도 주문은 다 앱으로 하고 있었다. 근데 확실히 음식도 로컬보다 외국 브랜드가 비싸긴 한가보다. 두 스쿱 짜리 컵에 담은 젤라토가 59위안이라니… 괜찮은 우육면도 하나 30위안이면 먹을 수 있는데. 그새 현지인 다 된 동생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젤라토는 역시 맛있었다.
난징동루
투어 집합 장소가 난징동루 신세계성(신세계 백화점) 앞이라, 택시를 타고 신세계에서 난징동루로 이동했다. 코스를 다 근처로 잡아서 차량 이동도 보통 10분 남짓 이어 다행이었다. 오래 이동하는 거면 피곤했을 텐데. 난징동루는 상해 최대의 번화가로 우리나라로 치면 조금 큰 명동 같은 느낌이랄까. 지난번 상해 왔을 때도 느꼈지만 정말 사람이 많은 곳이다.
여기에 아시아 유일한 엠앤엠 스토어가 있다. 2층짜리인데, 2층에 올라가면 초콜릿에 이름을 새기는 커스텀 초콜릿을 만들 수 있어서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정말 정신없었음. 나는 친구 조카들 선물 줄 초콜릿 두 개를 샀다. 한국에서 쉽게 찾아보지 못할 초콜릿 색깔이 많고, 캐릭터도 꽤나 귀여워서 기념품으로 살만하다. 다만 가격은 조금 비쌈. 체크할 만한 점은, 카카오 페이 결제가 된다는 것. 중국에서도 카카오 페이, 네이버 페이 결제가 된다고 해서 한 번 해볼까 했는데, 현지 와서 보니 네이버 페이는 뭔가 오류가 발생했고 카카오 페이는 잘 결제되었다. 계좌에서 10만 원 충전해 두었는데 엠앤엠 스토어에서도, 쇼핑몰 잡화점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요긴하게 잘 씀. Vpn이 필요없는 이심을 쓰고 있어서, 카카오 페이도 이상없이 쓸 수 있었던 건지도. 데이터만 되면 필요 시 현지에서도 충전할 수 있으니 편리했다.
그리고 미니소에 산리오 콜라보 제품이 많다고 해서 부모님을 피츠 커피 카페에 넣어드리고, 동생과 후다닥 미니소로 향했다. 과연 티슈부터 수건, 액세서리, 문구류, 인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리오 캐릭터 제품들이 있어서 나는 눈이 돌아갔고.. (아니 반일이라며..) 특히 인기 있는 캐릭터는 쿠로미, 시나모롤, 포챠코, 시나모롤 정도인 듯. 심지어 가격도 비싸봤자 30위안 정도로 저렴했다. 이날 투어가 예정되어 있어 짐이 될까 봐 많이 사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품들이 많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미니소는 중국 곳곳에 매장이 있기 때문에, 다음날 가서 이것저것 샀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랏소 캐릭터 제품도 많았고, 영화 ‘바비’ 콜라보 제품도 눈에 띄었다. 아무튼 캐릭터 상품에 관심 있다면 미니소를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이후 투어 집합 시간이 되어서 신세계 백화점 맞은편에 모여 밴을 타고 티엔즈팡으로 이동했다.
티엔즈팡
투어 첫 장소는 티엔즈팡. 티엔즈팡은 우리나라로 치면 인사동 같은 느낌의 장소인데. 5년 전 왔을 때보다 상권이 좀 죽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 이후 가게들이 많이 문을 닫았다는 듯. 지금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지만, 확실히 그때의 그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생기발랄함은 많이 빛이 바랬다. 자유시간을 한 시간 반 받았는데, 티엔즈팡 입구 맞은편에 쇼핑몰이 있어서 우리는 여기서 밥부터 먹기로. 다들 배가 별로 안 고파서 뭐 간단히 먹을만한 거 없을까 하다가 들어간 곳이 일본의 모 규동 프랜차이즈. 일본에서도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는데 여길 상해 와서 가네! 나는 규동, 엄마 아빠는 비빔밥, 동생은 마파두부 덮밥. 된장국과 계란찜 세트로 먹으니 든든했다. 된장국은 약간 시큼한 맛이 나서 조금 낯설었음. 부들부들한 일본식 계란찜은 역시 맛있었고. 엄마는 계란찜 대신 공심채 볶음을 시켰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었다.
밥을 먹고 화장실 갔다가 나오는 길에 스티커 사진기계가 있길래 4명이서 몸을 욱여넣고 들어가서 사진도 찍었다 ㅋㅋㅋ 이거 어떻게 찍는 거냐며 깔깔대면서, 갑자기 터지는 플래시에 우리 가족 웃음도 같이 터짐. 넷이서 찍다가, 우리 자매가 쏙 빠져서 엄마 아빠 둘이서만 찍고, 그다음엔 엄마 아빠가 빠져서 우리 자매끼리도 찍고. 어찌어찌 사진을 받았는데, ng인 컷도 있었지만 이런 순간들이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사진까지 야무지게 찍고 티엔즈팡 입구로 들어가니 자유시간이 30분 정도 남았다. 여기 오면 꼭 사는 게 상해 명물 토끼 사탕! 전에 들렀던 매장이 아직 살아있길래 이번에도 들러 회사 사람들과 나눠먹을 사탕을 샀다. 엄밀히 말하면 캐러멜에 더 가깝지만, 맛이 여러 가지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나의 최애는 우유 박하 맛.
전에는 페이위에(페이유에) 매장에서 스니커즈도 두 켤레 샀었는데. 페이위에는 상해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깔끔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가 좋아서 예전에 자주 신었었는데. 찾아보니 최근에는 중국을 제외한 해외상표로서는 프랑스 브랜드가 되었다는 듯.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페이위에는 상해의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황푸강 크루즈
티엔즈팡에서 시간을 보내고 황푸강 크루즈를 타러 이동했다. 이날 투어 프로그램으로는 동방명주에 갔다가 황푸강 크루즈를 타기로 되어있었는데, 중국에서도 중추절 연휴이다 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 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동방명주와 황푸강 크루즈 중에서는 후자가 더 인기 있다고 하여 크루즈를 타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5년 전에도 크루즈를 탔었다는 건 비밀.. 동방명주 가고 싶었는데 흑흑)
미리 예약이 안되는 시스템이라, 가이드분이 현장에서 크루즈 표를 끊어오셨는데 우리의 승선 시간은 거의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대였다. 다른 이야기지만 상해에서는 새치기가 일상이라, 줄을 서 있으면 누군가 뻔뻔하게 비집고 들어온다. 일반인 뿐 아니라 가이드들도 그런 듯 ㅋㅋㅋㅋ 우리 가이드분이 표 끊는 걸 보는데 다른 가이드한테 두 번이나 새치기 당하는 거 보고.. 속 터졌지만 어쩌랴, 여기는 상해인 걸, 상해의 법에 따라야지. 근처에 마땅히 카페도 없어서 그냥 강가를 바라보며 길가에 앉아있는데 눈앞에 펼쳐진 번쩍거리는 야경이 위로가 되었다. 정말이지 이곳에는 롯데월드타워 같은 게 수십 개는 있는 듯. 상해의 기업 전기세는 저렴한 걸까. 어쩜 저렇게 화려한 조명들이 넘치는지.
승선 시간이 되어 우리 투어 그룹이 다시 모였다. 꽤나 큰 크루즈에 차례차례 올라탔다. 3층짜리 배였는데, 모두 바깥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보고자 3층으로 올라갔다. 우리도 3층으로 나갔는데, 여긴 별도로 벤치나 의자가 없다. 다들 바닥에 그냥 앉는다. 아, 돗자리라도 챙겨올걸. 황푸강 크루즈를 탈 예정인 분들이라면 돗자리를 꼭 챙기시길. 아니면 깔고 앉을 뭔가라도. 나무 바닥에 철퍼덕 앉은 모습은 좀 처량했을지라도, 눈앞에 펼쳐지는 반짝이는 고층건물들과 휘영청 둥근 보름달의 모습은 아름다워 행복했다. 특히 동방명주 옆에 둥근 보름달이 걸린 모습은 절경.. 사진으로 더 선명히 담기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출발할 땐 앉아있었지만 나중에는 사진을 찍느라 다들 일어서게 되는데, 불어오는 사나운 강바람에 헤어스타일이 엉망이 되어도 행복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 두 번째 보는 모습이고 이전과 별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지만, 여전히 상해의 야경은 아름다워서 감동을 준다.
크루즈가 강을 한 바퀴 돌고 돌아와 정박하면 또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기 때문에 우리 투어 그룹은 정박 예상 시간 10분 전에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먼저 빠져나가기 위함. 배에 많은 인원이 타고 있어서 느릿느릿 나오다간 차도, 택시도 타기 힘들다. 우리는 배가 정박하자마자 함께 나와서 투어 밴에 올랐다. 동방명주 쪽으로 일단 이동했는데, 밤 9시도 되지 않은 시각에 이미 동방명주는 입장 마감. 사람이 너무 몰려서 일찍 티켓팅 줄을 마감한 것 같았다. 가이드분이 마지막 코스로 신천지로 데려다준다고 제안하셨는데, 우리 가족을 비롯한 다른 분들도 신천지 쪽을 이미 보고 왔다고 하셔서 여기서 해산하기로. 동방명주 못 올라간 입장료는 나중에 환불받았다. 멀리서 바라본 밤의 동방명주는 역시 멋졌다
동방명주 근처에 디즈니 스토어가 있어서 들어가 봤다. 상해 디즈니랜드도 인기가 많다는데, 엄마 아빠가 그다지 흥미 없으신 것 같아서 우리 가족 여행 코스에서는 제외했다. 디즈니 스토어 안에 곰돌이 푸 인형이 너무 귀여워서 살 뻔했지만 참았다. (왜냐면 나는 11월에 도쿄 디즈니랜드에 갈 예정이기 때문!!) 디즈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어가 구경할 만하다. 여기를 마지막으로 택시를 불렀다. 동방명주 쪽에는 사람이 너무 많고 도로가 택시 부르기 적합하지 않은 듯해, 근처 쇼핑몰 쪽으로 이동. 워낙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불러서 그런지 기본 나온 요금의 두 배를 불러서야 한 대 잡혔다. 시장경제가 착실히 돌아가는 상해 ㅋㅋㅋㅋㅋ 10여 분 정도 기다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일찍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