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외곽 동네 산책, 동네 맛집, 홍차오 공항 출국
(2023년 10월 2일 여행)
동생이 사는 동네 탐방
오늘은 상해 여행 마지막 날. 저녁 비행기라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동생 집에 가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캐리어까지 실을 수 있는 크기의 밴 택시를 불렀다. 모든 도시들이 다 그렇듯, 상해 도심지는 월세가 너무 비싸서 내 동생은 상해의 외곽지역에 산다. 따지자면 도심보다 홍챠오 공항이 더 가까운 위치. 다행히 동생 회사도 상해 외곽 쪽에 있고, 회사 통근 버스도 있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 각 1회만 운영해서 야근이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하지만. 외곽이라 지하철도 없다고. 상해는 택시비가 한국보다 저렴해서 다행이다.. 여하튼 동생 집에 가서 어떻게 해놓고 사는지 팩트체크(?)와 잔소리를 좀 해주고 동생 집 근처에 있다는 코스트코 구경을 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생이 거주하는 동네는 국제 박람회 같은 행사를 하는 지역이라고. 그래서 호텔도 있고 행사장 같은 것도 있는데, 행사 기간이 아닌 이상은 한적한 듯했다. 외곽이라 해서 좀 허름하려나 했는데, 웬걸 동생이 산다는 곳은 꽤나 건물이 컸다. 내 동생처럼 연간 계약으로 거주하는 사람도 있고, 에어비앤비나 호텔 이용 하듯이 단기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어쩐지 일층 로비에 관리인도 상주하고 있고, 열심히 청소하는 직원분도 계시더라니. 나름대로 보안은 괜찮은 듯 해 안심이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긴 복도에 방들이 늘어서 있다. 외국의 집을 보면 느끼는 건데, 현관문이 왜 이렇게 허술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다세대 주택의 경우에도 문이 두터운 쇠로 된 느낌인데, 이곳은 나무판대기 같은 느낌이었다. 카드키를 찍고 들어선 자그마한 원룸에는 나름 넓은 창문과 작은 싱크대가 있었고 화장실에는 샤워부스도 있어 나름대로 꽤나 아늑함이 느껴졌다. 창 밖 풍경은 내가 사는 서울 건물보다 나은 지도? 상해 특유의 널찍한 길과 건물, 커다란 나무들이 보이는 풍경이 꽤나 평화로웠다. 나는 생각보다 괜찮게 사는군 싶었는데 역시나 엄마 눈에는 차지 않았는지 엄마는 밀대로 바로 바닥을 닦기 시작하셨다. 엄마아빠의 잔소리와 보살핌이 일단락된 뒤, 다같이 코스트코 구경을 하러 나섰다.
코스트코가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해서 걸어가기로 했다. 달콤한 꽃향기가 느껴져서 보니 금목서가 한창이다. 상해의 다른 관광지에서는 맡아보지 못한 향기인데, 이 동네에는 금목서 향기가 지천에 퍼져있다. 아무리 꽃이라지만 자연물인데, 인간의 손길 없이 자연 스스로 만들어낸 향기가 이렇게 좋을 수가 있구나 싶은, 금목서의 향기.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여기도 무슨 개발을 그렇게 하는지, 넓은 부지의 건물을 부수고 새로 건물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늘은 중국에서도 연휴일 텐데, 연휴에도 바삐 돌아가는 건설 사업. 공사장 근처에 이르러서는 먼지가 너무 일어서 마스크를 써야 했다. 금목서 향기와 매캐한 먼지의 공존. 이게 지금의 상해 느낌인 듯싶다.
기회가 되면 코스트코에서 점심도 먹고 싶었는데, 이곳 코스트코는 마트 규모에 비해 식당이 너무 작았다. 여기서 밥 먹는 것은 포기. 둘러보니 질 좋고 싼 소고기, 생선, 커다랗고 맛있어 보이는 베이커리 종류까지. 역시 코스트코는 코스트코. 탐나는 과자들이 있었지만 짐을 더 늘리기 싫어서, 동생이 먹을 제로 콜라 한 박스만 사서 택시를 타고 동생 집 근처 우육면이 맛있다는 식당으로 갔다.
동네 맛집의 위력
유명하진 않지만 동네에선 나름 맛집인 곳. 동생이 데려가준 식당이 딱 그 느낌이었다. 이곳에서도 역시 테이블에 붙어있는 QR코드로 주문을 한다. 우육면을 주문하는데 면 굵기도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반찬으로 오이 무침이랑 배추 무침 같은 걸 주문했는데, 이게 왜 이렇게 맛있는지! 한국으로 싸가고 싶었다. 엄마 아빠도 잘 드셨다. 곧이어 밀가루 전병에 양념된 양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나왔는데, 이건 또 뭔데 이렇게 맛있는지!! 동생이 먹으려고 주문한 건데, 나한테 ‘한 입 줄까?’ 하길래 덥석 받았다가 너무 맛있어서 절반 이상을 먹어버렸다. 더 먹고 싶었는데 빼앗김.. 우육면도 괜찮았다. 그리 맵지도 않고, 특유의 중국맛도 덜하고. (하지만 나는 중국맛 좋아함. 나는 고수도 잘 먹는데 엄마아빠동생은 다 고수를 싫어해서, 동생이 우리 테이블 주문에 고수를 다 빼버렸다..)
가격도 저렴한 동네 식당이었는데 기대보다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우육면 면발은 밀가루맛이 진하게 나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양도 꽤 많아서 우육면은 좀 남김. 하지만 반찬 종류는 싹싹 긁어먹었다. 나가면서 보니 오이 무침은 다 팔린 듯. 역시 사람은 민첩해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거다.
식당 옆에 KFC가 있어서 여기서 디저트를 먹기로 했다. 엄마아빠동생은 커피, 나는 아이스크림. 사실 딸기 소프트가 먹고 싶었는데 딸기가 품절이라고 해서 흑당버블 아이스크림으로 바꿨다. 그런데 웬걸, 이렇게 말랑말랑 잘 삶아진 버블은 처음 먹어본다! 맛있어서 한 입씩 나눠먹었다. 커피는 그냥 그렇다는 듯. KFC의 커피는 브랜딩을 K coffee라고 하고 있던데. 너무 한류 붐을 노린 작명 아닌지.
밥 먹고 동생네 집 건물 일층의 편의점 구경을 했다. 여기서 프렛츠 양꼬치 맛을 발견! 그것도 산리오의 쿠로미 콜라보 패키지로. 중국에서만 살 수 있는 것 같아서 냉큼 집어 들었다. 동생이 좋아한다던 당근주스, 귀엽게 생긴 딸기우유도 하나. 여기서도 카카오페이로 결제했다, 정말 편리하다.
공항 가기 전까지 동생네 집에서 쉬기로 했다. 엄마 아빠는 낮잠 주무시고 나는 멀뚱멀뚱. 동생이 인형 뽑기 할래? 하길래 보니까 집에 미니 인형 뽑기가 있다! 대체 이런 걸 어디서 난 거야 ㅋㅋㅋ 나름 조그만 인형들이 들어있고 꽤나 실감 났다. 인형 뽑기 좋아해서 온라인 몰에서 샀다고. 중국 인터넷에서는 진짜 별 걸 다 파는구나. 코인을 넣고 제한 시간 내 인형을 뽑아야 하는 게, 통상적인 인형 뽑기 기계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다 보니 또 재밌어서 계속하게 됨. 이런 앙증맞은 여가생활이라니.
홍차오 공항 출국 수속
공항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상해에서 교통체증을 겪은 적이 거의 없는데, 공항 가는 길목에는 상습 정체 구간이 있다. 상해는 다른 제품 물가 대비 차가 비싼 편이고, 특히 외제차는 세금을 많이 물려서 더 비싸다고 한다. (근데 테슬라, 아우디, BMW 등 외제차가 정말 많았다. 현대기아차는 구경도 못함) 차량 가격이 비싼데도 차가 너무 많아서, 상해 번호판인 차량만 상해 도로를 탈 수 있게 통제하는 기간도 있다고. 역시 도시 성장에는 반드시 기반시설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듯. 정체 구간이 있었지만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했다. 출국할 때도 위챗 통해서 건강신고서를 작성해야 해서 미리 해두었다.
돌아오는 비행기도 아시아나. 짐을 부치는데 내 캐리어는 추가 확인을 받으라고 했다. 캐리어에 이슈가 있는 경우, 보안요원이 있는 곳에 가서 캐리어를 열어서 확인을 받게 된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두근두근. 캐리어에 고량주가 한 병들어있었는데, 고량주 때문인가! 하고 봤더니 내 가방에 보조배터리가 들어있었던 것. 생각해 보니 동생이 나한테 캐릭터 상품을 이것저것 선물해 줬는데, 그중 디즈니 보조배터리가 있었단 걸 까맣게 잊고 캐리어에 넣었던 거다. 어휴, 어찌나 부끄럽던지. 죄송함다, 하고 주섬주섬 메고 있던 배낭에 보조배터리를 집어넣었다.
홍챠오 공항은 작기도 하고 휑하다. 짐 부치고 동생이랑 차나 한 잔 하려 했더니, 카페도 없음. 의자에 앉아 있다가 출국 시간이 다가와서 주섬주섬 담백한 이별을 했다. 내 동생, 생각보다 강인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해졌음. 하지만 상해에서 오래 살면 안 될 것 같아, 국내 회사로 이직했으면 좋겠다. 뭐랄까, 상해는 우리 자매와는 안 맞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와서 놀다 가기에는 좋지만, 사람들 아무 데서나 담배 피우고 새치기랑 무단횡단 너무 많이 하고, 돈의 힘이 너무 크고.
이 공항은 입국도 순식간이었지만, 출국은 더 빨랐다. 입국 때처럼 건강신고서 qr코드를 직원이 스캔해 갔고, 별지비자 순서대로 서서 출국심사를 받았다. 대기줄도 거의 없었고. 우리 비행기와 대한항공 비행기 한 편이 비슷한 시간대에 이륙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인지 이 구획에 한국인들밖에 없었던 듯. 역시 홍챠오 공항, 한국, 중국, 일본 비행편만 운영해서 심사가 빠르다.
심사받고 들어오니 과자, 차 종류를 파는 면세점이 눈에 띄었다. 구경하는데 토끼 사탕도 팔고 있더라. 시내에서 사는 것보다 비싼 듯. 면세점 규모가 작기는 했지만, 화장품 종류는 샤넬, 디올, 에스티로더 등 기본적인 건 다 있었다. 주류 매장도 나름대로 다 갖추고 있었고. 부티크형 매장은 몽블랑 정도가 눈에 띄었다. 하긴, 이 정도 규모의 공항에서 명품 잡화 브랜드는 기대하면 안 된다. 그리고 카페는 우리 게이트로부터 한참을 걸어가 보니 wagas 딱 하나 있었다. 홍챠오 공항은 출국 심사도 오래 걸리지 않고, 공항 안에 시설도 부실한 편. 아주 여유롭게 미리 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oz3625편 귀국
비행기는 정시에 사람들을 태웠고, 정시에 출발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3-3 배열의 작은 비행기. 하지만 좌석마다 스크린 있고, 나름 한국, 할리우드, 디즈니 영화들이 알차게 있었다. 나는 뭐 볼까 하다가 오랜만에 어벤저스를 틀어봄. 정말 이때까지는 마블을 참 좋아했었는데. 조금 기다리니 기내품 판매를 하고 기내식이 나왔다.
양념 소고기인지 닭고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청경채와 삶은 양배추를 곁들인 덮밥이 나왔고 생각보다 맛있었다. 내 입은 웬만한걸 다 맛있다고 느끼는 걸까! 연어가 한 점 올라간 연어 샐러드는 엄마에게 토스. 그래도 이 정도면 꽤나 양호한 기내식이 아닌가 싶다. 커피와 차까지 야무지게 마시고 조금 부스럭하다 보니 금방 김포 공항에 내린다는 방송이 나왔다. 아니, 나 어벤저스 절반도 안 봤는데.. 홍차오와 김포는 참 가깝다. 연착 없이 비행이 쾌적해서 좋았다.
김포 내리고 나서 입국심사도 순식간이었다. 밤 10시에 내려서 그런지 김포 공항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한국인은 역시 빨리빨리 효율의 민족, 자동 출입국심사도 착착 사람들이 잘 찾아 들어간다. 공항에서 사람이 심사하는 게이트도 열어주셔서 더 빨리 줄이 줄어들었다. 짐도 금방 나와서 돌돌돌 끌고 택시 정류장으로 와서 택시를 탔다. 동생이 여러모로 세팅해 준 덕분에(여행 코스, 식당 예약과 택시 예약) 헤매지 않고, 체력 소모 없이 즐겁게 지내다 온 것 같다. 김포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택시비는 몇 만 원이 나왔는데, 상해에서는 동생이 앱으로 다 결제를 해 둔 덕에 ‘상해에서는 택시도 공짜로 타고 다녀서 좋았는데~’ 하고 엄마가 농담을 했다. 이렇게 우리 4인 가족의 추석 상해여행이야기는 마무리! 다음 가족여행은 어디로 갈지 벌써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