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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r 02. 2018

[영화리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조금 촌스럽고, 조금 더 다정해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영화화 되어, 한국에서도 상영을 시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라, 개봉 하자마자 관람하고서 받았던 인상은 음, 뭐랄까 당황스러움이랄까. 영화를 보는 순간순간 ‘아, 이건 아니지~(절레절레)’ 하면서도 그 방대한 원작의 내용을 이 정도로 영상으로 표현해냈으면 그래도 선방한거다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을 영화로 먼저 접하고 조금은 실망하셨을 수도 있는 분들이나 영화를 볼 예정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몇 자 글을 적어본다.


1. 방대한 분량 전개의 한계

 ‘나미야 잡화점의 기작’ 소설 원작의 분량은 500페이지가 넘는다. 보통 소설 책 한 권을 두 세시간 정도면 충분히 완독하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인 나조차도 이 소설 한 권을 읽는데 꼬박 5시간 정도가 걸렸을 정도로 이 책이 표현하는 이야기는 길고 흥미롭다. 그런데 이걸 스크린으로 두시간 여 내로 담아 내야 했으니 얼마나 고민을 했을 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마을 풍경이 신기하게도 소설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과 흡사해서 좋았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소설 등장 에피소드를 적당하게 잘라냈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고민 사연의 주인공이었던 달토끼씨라든지, 비틀즈 보이의 이야기는 편집을 당해버린 것 같다(눈물). 극 중 주인공들을 묶어주는 공통점과도 같았던 ‘고아원’과 ‘길잃은 강아지’씨의 관계, 그리고 그 이야기가 더 자세하게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특히, 영화 초반 3인조 도둑들이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들어, 30년 전 과거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 또한 재미있게 읽었고 이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인데, 너무 신속하게 표현이 되다 보니 갑자기 시간 여행을 하게 된 도둑들 치고는 너무 의연하고 빠르게 현상을 받아들여서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초반에 영화의 판타지적인 면모를 잘 살려, 3인조 도둑이 과거 전철과 맞닥들이게 되는 장면은 영리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2. 스물스물 느껴지는 묘한 촌스러움

 내가 일본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아 익숙치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한 어색함이 계속 느껴졌다.

 일본 남자들 특유의 치렁치렁한 긴머리라든지. (소위 말하는 도죠머리. 뭐, 시대적 배경이나 고아원출신의 불량 청소년 무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런 비주얼이 더 자연스러운 수 있지만)

극을 이끌어 나가는 도둑 3인방

 굳이 우는 꼬마를 너무 오래 클로즈업해서 보여 준다거나. 화재 장면에서 ‘어, 저 정도면 어떻게든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다소 엉성한 세트라든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에겐 좀 촌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뭔가 어색하게 감정을 밀어낸다는 (옛다, 관객아! 울어, 이쯤에서 울라구! 하는 듯한?) 인상이 들었다. 물론 소설 원작을 읽으며 몇번 울컥울컥 했지만, 이렇게까지 직접적인 비주얼을 자꾸 들이미니 거기에 내가 놀란 걸 수도 있다. 어쨌든 이야기를 너무 신파로 몰고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지못미가 되었고.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 영화가 되고야 말았다.

가수가 된 세리. 생선가게 뮤지션-세리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3. 그래도, 조금 더 따뜻해진 메시지

 소설 속에서는 상담 사연 하나하나에 우울함이 많이 묻어있는 느낌이었다. 내 머릿속으로 그려낸 장면들 속에는 좌절이나 체념, 절망의 이미지가 컸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사연들 속에서도 나미야 아저씨의 따뜻함이 녹아 들어가 책보다 더 다정해진 이야기로 끝난 것 같다.

나미야 아저씨, 고마워요

 특히, 과거 나미야 잡화점으로 고민 상담을 보낸 사람들이, 30여년이 흐른 뒤 그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래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하며 나미야 아저씨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몇년 동안 꾸준히 많은 사람들의 고민상담에 진지하게 답하며 충고와 격려를 해준 나미야 아저씨에게 감사의 마음이 꼭 제대로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모습이 그대로 그려졌던 것 같다. 마치 나미야 아저씨가 실존 인물이라면 바로 그 배우처럼 웃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소설보다 조금 촌스러웠지만 그래도 다정했다. 감독도 영화를 만들며 꿈을 힘겹게 쫓고 있는 청춘들의 모습을 조금 더 따스한 눈으로 봐주고 싶다고 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속 등장하는,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 영화는 적어도 작은 위로를 건내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은 남지만 밉지는 않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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