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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ul 07. 2018

뿌꾸의 여름 일상

보양 간식과 체력 단련

 진돗개가 털이 많이 빠져 고생한다는 소리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리 뿌꾸는 초여름에 털 옷을 갈아입는다. 6월 초만 되면 온 마당을 두리둥실 떠다니는, 뿌꾸를 쓰다듬어 줄 때마다 마치 봉제선 뜯어진 인형에 털 새어 나오듯 손에 한가득 묻어 나오는 뿌꾸의 누렁이 털. 어디는 새 털이고 어디는 헌 털이라, 봄 내내 토실토실 예뻤던 뿌꾸의 모양새는 여름이면 홀쭉해지면서 다소 볼품없어진다. 역시 강아지는 털빨인가. 얼굴 쪽 털도 엉성해지는 까닭에 뿌꾸 얼굴이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옹졸한 메가트론스러워진달까. 그와 동시에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마당을 뛰어다니며 헥헥거리는 뿌꾸를 보고 있으면 뿌꾸가 참 안쓰럽다.

똘똘해 보이는 뿌꾸

 날이 더워지면 입맛 없어하는 뿌꾸를 위해 준비했다, 이제 견생 22개월, 청소년기 뿌꾸 여름 나기 체력을 길러주기 위한 건강 수제 간식! 회사 동료의 친구가 강아지 수제간식 사업을 한다기에,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봤더니 캥거루 꼬리며, 상어 연골이며 강아지 치아에 좋은 수제 간식이 가득했다. 뿌꾸가 사료를 먹고 게워낸 적이 몇 번 있어 평소 먹는 사료는 소화가 잘되고 장에 좋은 알갱이가 작고 부드러운 것. 뿌꾸의 야생성과 치아건강을 위한 딱딱한 간식을 찾고 있었는데 이거다 싶었다. 수제 간식 특성상 유통기한이 길지 않아서, 돼지 등뼈와 돼지 귀, 말린 북어포를 주문해서 집에 내려갔다.

언니 나 잡아봐라

 오랜만에 언니들을 만난 뿌꾸는 변함없이 난리법석. 어이구 뿌꾸야, 언니 보고 싶었어요~ 하면서 뿌꾸를 쓰담 쓰담하는데 손에 묻어 나오는 털 뭉치들을 보니 여름이 왔구나 싶다. 반가움에 몸서리치는 뿌꾸를 어르고 달래며, 돼지 귀 간식을 슬쩍 건네었더니 신나서 물고 간다. 혹여 목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돼 멀찍이 숨어서 지켜봤더니, 그것은 역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튼튼한 이빨로 와그작하면서 간식을 작살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역시 우리 뿌꾸는 강하구나 싶다.

두발로 걸어 다닐 지경
돼지 등뼈를 향한 집착

 다음날 아침, 비장하게 돼지 등뼈를 들고서 뿌꾸를 깨웠다. 수제간식은 유통기한이 짧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고, 냉장보관에서 꺼냈을 때는 잠깐 실온에 두면서 찬기가 가시길 기다렸다가 주는 게 좋다. '뭐야? 먹는 거야?' 하면서 코를 킁킁거리는 뿌꾸의 귀여운 모습에 또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온다. '자, 여기 간식 있지요!' 하니 세상에 이보다 착한 개는 없다 싶은 눈빛으로 나를 간절히 바라본다. 평소에 몇 번이고 '앉아!'라고 부탁을 해도 앉지 않는 뿌꾸는, 이렇게 내가 간식을 들고 있으면 아무 말하지 않아도 앉아서 꼬리만 붕붕 흔든다. 고기 덕후인 내가 봐도 돼지 등뼈 간식은 너무 육식스러운 느낌, 뿌꾸에게 건네니 어젯밤 돼지 귀 간식 줬을 때 보다 더 신나 한다.

으르렁 야생미가 돋보이는 뿌꾸
아니 저기 곰이시냐고요
털갈이 중이라 너저분해진 뒷다리 털이 안타깝다

 간식을 입에 물고서 그늘 자리로 가서 킁킁거리다가, 혀를 슬쩍 대봤다가, 맘에 들었는지 오독오독 모서리를 깨물어 먹기 시작했다. 돼지 등뼈 하나를 꺼내서 그대로 주면 된다고 안내가 나와있었는데, 그냥 주면 강아지가 등뼈를 어떻게 먹지, 뼈는 어떻게 바르지 하고 갸웃했던 나의 호기심이 무색할 만큼 뿌꾸는 등뼈를 통째로 씹어먹기 시작했다. 우리 뿌꾸, 와일드한 면이 있는 것은 산책을 하며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늑대 마냥 뼈째로 와그작 씹는 모습을 보니 움찔했다. 먹을 때의 개는 건드리는 것이 아니기에 '맛있어?'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쭈그리고 앉아 간식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빠 말 마따나 어디서 늑대 새끼 하나를 데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10분 걸렸으려나, 내 주먹만 한 돼지 등뼈 하나를 해치우는데 뿌꾸가 걸린 시간.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진작에 좀 사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우리 뿌꾸는 아직 아기였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고라니 사냥개를 해도 될 것 같은 애였다. 치석이나 이 관리를 위해서라도 가끔 저런 딱딱한 뼈 간식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 목줄을 매자마자 뛰쳐나가고픈 뿌꾸
저기 진정해

 자, 간식을 먹었으면 운동도 해야겠지? 하고서 여름맞이 체력단련이라며 뿌꾸와 움직이면 먼저 뻗는 것은 항상 우리 자매. 얼마 전에는 뿌꾸가 마당을 뛰놀다가 뒷집으로 탈출을 해서 엄마가 식겁하셨다고 했다. 우리 뒷집의 인심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마을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시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닭을 몇 마리 기르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고양이들이 어린 닭들을 해쳐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후로는 고양이 간식을 줄이고 닭장을 만들어 닭들을 보호하고 계신다. 뿌꾸는 고양이를 정말 싫어하는데, 마을 뒷집에 고양이들이 닭까지 괴롭히니 그걸 너무 혼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게 우리 가족들의 생각이다. 암튼 뒷집 농작물을 망칠까 봐 엄마 아빠는 뿌꾸가 뒷집으로 넘어갈 낌새만 보이면 아연실색하며 뿌꾸를 붙잡기 바쁘시다.  

헤 공 날아간다
아빠 언니들이 뿌꾸한테는 공 안 줘요
낮잠 자는 뿌꾸

 해 떨어지는 저녁에 온 가족이 배드민턴을 쳤다. 뿌꾸도 셔틀콕을 보면 신나서 같이 요리조리 뛰어다니는데, 땅에 떨어진 셔틀콕을 잡아먹으려고 한 뿌꾸의 전적 때문에 우리는 배드민턴 게임에 뿌꾸를 끼워주지 않는다. 처음에 몇 번은 셔틀콕이 왔다 갔다 하는 거 보고 뿌꾸도 신나 하다가 자기한테는 셔틀콕을 안 주니까 심술이 났다. 마당 파티오에 앉아 있는 아빠를 보며 도움을 청하지만, 아빠는 셔틀콕은 먹는 것이 아니라며 뿌꾸의 눈빛을 단호하게 거절하셨다.

방충망 열어줘
언니 방충망 좀 열어 달라니깐

 초여름 저녁에 마당에서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특히 뿌꾸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초록빛 잔디로 가득 찬 마당은 정말이지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이랄까. 그 속에서 여름 뙤약볕을 피하라고 아빠가 만들어주신 그늘막이 한낮의 뿌꾸에게는 더없이 좋은 휴식처다. 날이 더 더워지면 뿌꾸를 위한 수영장을 한 번 만들어 볼까 싶다. 작년에는 수영장을 싫어했지만 이제 한 살 더 먹었고 목욕도 얌전하게 하니까 올해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시원한 수영장 안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는 뿌꾸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귀엽다. 뭐, 항상 귀엽긴 하지만 말이다.  

큰 덩치와 달리 앙증맞은 발이 매력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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