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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ug 04. 2018

타이베이에서 집 구하기

맘먹고 짧게 바짝 고생하면 정답을 얻으리라

 동생이 대만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게 되면서 타이베이에서 숙소를 찾아야 하는 미션이 떨어졌다. 처음 3개월 간은 어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거지만 어학원에는 마땅히 머무를 기숙사도 없고 해서, 그냥 개인적으로 집을 구하기로 결정. 말이 집이지 혼자 머무를 작은 원룸이 필요했다. 중국어를 어느 정도 하는 동생이 대만의 부동산 사이트인 591 닷컴에서 후보지를 몇 군데 골라서 주인들한테 미리 컨택을 해두었다. 금요일 하루 연차를 내어 만든 시간은 금, 토, 일. 3일 내에 집들을 둘러보고 고르고 계약 및 이사까지 완료하며 틈틈이 맛있는 것들을 먹는 게 목표였다. 금요일 아침 일찍 타이베이로 출발, 타오위안 공항에서 공항 MRT를 타고서 타이베이 메인 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쯤. 타이베이 메인 역에서 두 정거장인 종샤오신셩역의 호텔에 캐리어를 맡겨두고 1시부터 사전 약속을 잡아둔 숙소 후보지들을 둘러보았다.

최신식의 공항철도는 쾌적했다 공항에서 메인 역까지 40여분 소요
대만의 교통카드 이지카드로 버스와 MRT, 공항철도 이용 가능


1. 다양한 가격대의 월세 선택/ 현장 방문 추천

 타이베이의 집들은 낡았지만, 월세가 서울과 비슷하다. 서울은 월세살이에도 보통 보증금을 천만 원 단위로 받는 것에 비해, 대만의 보증금은 월세 2~3개월어치 정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반에 한국만큼 목돈이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월세가 싼 것도 아니다. 동생이 비용을 좀 아껴보고자 월세 1만 대만달러(38만 원 정도) 수준인 후보들로만 네 곳의 미팅 약속을 잡아 두었었는데, 방문하고서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주택가에는 낡은 건물들이 많다

 월세 38만 원이면 그래도 싼 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타이베이 중심가 쪽 역에서 도보 15분 이내 위치한 집들은 그 가격대의 경우, 지은 지 100년 이상으로 매우 낡아 곧 무너질 것 같거나, 방에 곰팡이 냄새가 너무 나거나, 방 바로 앞에 벌레가 기어 다닌다거나 할 정도로 열악했다. 도저히 이런 환경에 동생을 혼자 둘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후에 시원한 카페에서 기력 충전을 하며 월세 가격을 1만 5천 대만달러 정도로 올려 다시 알아보았다. 대만 시내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버스나 MRT를 타면 금방 이동이 가능하고 부동산 사이트 통해서는 당일 약속도 잡을 수 있었기에 고민 끝에 두 군데 더 방문했다. 그리고 Xingtian temple역 근처에서 3~4천 대만달러 정도의 가격 차이로 삶의 질은 훨씬 나아질 것 같은 방을 발견했다!

교통카드를 타면서 찍는 버스도 있고 내리면서 찍는 버스도 있다

 낡고 지저분한 방 네 곳을 보고 아연실색하고 멘붕상태에 빠졌다가, 다시 동생을 데리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나 후회를 했다가, 마지막 힘을 내 집을 추가로 알아보고, 월세 가격대를 좀 더 높여 두 곳을 더 방문해 보고 마음의 결정을 내림. 이 모든 것이 오후 한나절 내 일어난 일이었다. 대만에서 숙소를 구할 생각이 있는 분들은 일단 가격대별로의 방 상태를 매칭 할 감을 잡기 위해, 가격대를 저렴-비싼 방까지 다양하게 설정해서 약속을 잡고 직접 방문해서 체크해보길 추천한다. 사진과 실제는 매우 다를 수 있음을 명심 또 명심할 것!

타이베이 메인 역은 교통의 중심

  

2. 포인트는 더위, 습기, 벌레를 피할 수 있는 곳

 대만은 덥다. 물론 지금은 우리나라도 너무나 덥지만, 대만의 더위는 서울보다 기온은 2도 낮을지언정 습도가 20%는 높기 때문에 나처럼 대만에 처음 간 사람에게는 찝찝하고 진을 빠지게 하는 더위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필리핀 거리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탓에 겨울에도 그렇게 춥지 않은 편인데 이런 연중 뜨끈한 기후가 바로 전설적인 대만의 대형 바퀴벌레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더운 나라다 보니 인도가 햇빛을 막아주는 구조로 된 길이 많았다

 대만은 덥고 습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방이라도 에어컨이 있다. 더위도 문제지만 생활에 있어서는 습기 또한 중요한 문제로, 집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공기 순환은 잘 되는지를 잘 체크해 보아야 한다. 대만의 건물들이 지은 기간에 비해 더 낡아 보이는 것은 섬나라 특성상 바닷바람이 가져오는 습하고 짠 기운에 건물이 삭아서 더 빨리 늙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추위가 없는 나라의 슬픈 운명 중 또 한 가지는 바로 벌레 문제다. 대만의 바퀴벌레는 그 크기와 비행실력(?)으로 유명한데, 집을 구할 때 방충망이 잘 되어있는지, 창틈 사이로 벌레가 들어오는 부분이 없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동생이 바퀴벌레를 너무 무서워하기 때문에 우리가 집을 구할 때 중점적으로 보았던 부분이 바로 이 청결 부분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빠른 속도로 기어가는 내 손가락 두 개 만한 바퀴벌레를 보고 동생은 기절할 뻔했다! 벌레가 너무 싫은 분들은 애초에 너무 낮은 월세 가격의 집들은 후보에서 제외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

여름엔 요런 식으로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게 좋다

 바퀴벌레도 문제지만 대만의 모기도 장난 아니다. 잠깐 밖에서 걸었을 뿐인데 종아리에 모기 두방 물려서 띵띵 부은 채 며칠을 보냈다. 간지럽기는 또 어찌나 간지럽던지. 이런 문제 때문인지 대만의 바퀴벌레 약이나 모기 퇴치제, 모기/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은 종류가 많을뿐더러 효과도 아주 좋다. 대만에 처음 가는 경우 대만 모기를 만만히 보지 말고 반드시 모기 기피제를 뿌리자.

 또한 대만 건물은 웬만하면 엘리베이터가 없다. 보통 빌라 건물들은 4층 정도의 높이기 때문에 걸어 다녀도 크게 무리 없을 수 있지만 이사를 다닐 때는 부담이 된다. 이 더위에 4층, 5층에 있는 방들을 보러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으니 정말 너무나 힘들었다. 지하나 일층처럼 낮은 층에는 벌레의 위협이 무시무시하므로, 집을 구할 때는 2~3층 정도의 높이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시먼 역 일대는 명동 같았다

3. 서울과 닮은 듯 다른 듯한 대만

 금토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대만에 머무르며 느꼈던 것은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이었다. 중국어 권이라서 홍콩과 비슷하려나 싶었는데, 중국에 일본을 섞은 느낌이랄까. 음식 섭취를 금하면서 시설을 깔끔히 유지하는 MRT도 그렇고, 조용히 목적지까지 향하는 승객들만 봐도 왁자지껄했던 베이징이나 홍콩과는 다소 다른 인상이었다. 태국의 카오산로드를 생각하며 갔던 야시장은 예상보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하고, 술 취한 사람들도 없어서 당황스러웠달까.

비교적 조용했던 사대 야시장

 동생이 구한 집은 일층에 집주인이 하는 인테리어 사무실이 있고 2, 3층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세 놓은 공간이었으며, 4층에 집주인이 사는 구조였다. 이 집주인은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친절했고 동생의 표정을 보고 이해 못한 부분이 있어 보이면 천천히 글씨로 써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심지어 나는 중국어를 못하는데 나를 보면서도 천천~히 중국어로 자꾸 말을 거는 통에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시먼의 유명한 삼형매 빙수집의 망고빙수
과일주스나 밀크티를 파는 곳이 정말 많고 음료 양도 많다

 나와 동생은 중국 현지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잘 먹기 때문에 대만 음식도 입에 잘 맞았다. 특히 새콤달콤한 망고가 실하게 들어간 망고빙수와 펄이나 코코젤리가 잔뜩 들어간 시원한 밀크티를 거리에서 자주 보고 싸게 사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거리라, 적당히 비슷하고 적당히 낯설어서 혼자 지내기에도 꽤나 괜찮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달까. 가장 큰 미션이었던 집 구하기를 완료했으니, 다음번 대만 방문을 할 때는 동생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대만 여행기를 쓸 수 있기를 바라며!


대만 맥주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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