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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Sep 08. 2018

[영화리뷰] 서치 (Searching)

테크-프렌들리 아빠의 참신한 스릴러

 서치는 아빠가 실종된 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스릴러 영화다. 실종가족찾기라는 심플한 메인플롯을 가진 이 영화는 91년생 감독, 한국계 주연배우들의 등장, SNS와 구글링에 능통한 아빠의 등장이라는 참신한 떡밥,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으로 경쟁작들을 제치고 영화 예매순위 1위에 등극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가 100분의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고 관람했던 이 매력적인 영화에 대한 리뷰를 해본다.


1. 군더더기 없는, 직설적이고 빠른 전개

 줄거리는 심플하다. 데이빗은 임파선 암으로 아내를 잃고딸 마고와 함께 남겨진다. 아내를 잃은 허전함과 그리움으로 딸과의 관계도 서먹해진 데이빗은, 딸이 스터디 그룹에서 밤샘공부를 하고 들어오겠다는 전화통화를 한 뒤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실종신고를 한다.

 ‘빅’이라는 담당형사가 사건을 맡게 되고, 조사를 돕기 위해 형사에게 딸에 관련된 정보를 주고자 했던 데이빗은 본인이 사춘기에 이른 딸아이의 친구들이나 학교 생활 등 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절박해지는 데이빗은 구글링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캐스트 등 소셜 사이트들에 딸의 계정으로 들어가 그녀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단서들을 찾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아저씨 제발 전화 좀 받지 그랬어요 ㅠㅠ

 영화 초반부터 스크린 전체가 PC 화면을 비추면서, 데이빗 가족의 사진이나 비디오 기록으로 그 가족이 겪었던 일들이 펼쳐진다. 마치 어느 집의 영상 앨범을 엿보는 기분이었다. 기존의 가족찾기 스릴러 같았으면 엄마의 죽음은 병 진단에서부터 진료까지의 과정이 시간순으로 착 펼쳐지고, 마지막 순간에는 배우들의 얼굴이 타이트하게 잡히면서 눈물을 흘리며 감동적인 대사들을 줄줄 읊는 장면으로 묘사되었을텐데. 이 영화에서는 PC 캘린더에서 ‘엄마가 집에 오는 날’이라는 스케쥴이 점점 밀리다가 결국 ‘휴지통’에 버려짐으로서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이 얼마나 담백하고 스마트한 연출인지!

스크린 전체가 하나의 PC화면이었다

 서치에서는 사건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가 기승전결을 만든다기 보다는, 구글이나 유튜브 같은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사건이나 주인공의 생각을 표현한다. 심지어 카메라가 검색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컴퓨터 화면 자체만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기존에 보지 못했던 관점의 화면들이 나오는 것이 참신했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도 좋았다. 또한, 적절히 들어가는 캐릭터 간의 갈등과 반전이 이 영화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스포일러를 보지 않고 영화를 접한 사람으로서 결론이 의외였달까.   

내가 데이빗과 페이스타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화면


2. SNS 흥신소 수준의, 전에 없던 아빠 캐릭터

 내가 느끼는 이 영화 매력의 상당부분은 바로 존 조 배우가 연기한 데이빗이라는 아빠 캐릭터였다. 거주지가 산호세인것으로 보아 IT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이 분명해보이는 이 아빠는, 평소 모바일과 PC를 연동해 가며 딸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페이스타임을 하는게 일상이고,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그녀의 페이스북 계정을 뚫는 IT와 SNS

에 익숙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족의 흔적을 카메라로 찍어서 인화해 앨범을 만드는 고전적인 아빠의 모습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모바일 카메라와 웹캠으로 찍어 PC에 파일폴더로 잘 분류해 저장해두는, 신형 스마트폰 광고에 등장할 법한 모습들을 생활화하고 있는 인물이다.

데이빗은 마고가 라이브 방송했던 내용들을 살펴보며 단서를 찾는다

 그렇다고 해서 데이빗이 집 안에서 인터넷 검색만 하고 앉아 있는 인물이라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수사에 개입하면서 직접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쫒아다니거나 현장 수색에 앞장서고, 딸을 찾기 위한 수색에 협조해달라는 영상을 찍어 배포하기도 하니까. 어찌보면 온/오프라인으로 딸찾기에 최적화된 캐릭터다.

데이빗은 딸을 찾고자 부단히 노력하며 괴로워한다

 몇 년만 더 지나면 영화 속 엄마아빠들은 딸을 잃어버렸을 때 영화 ‘테이큰’의 리암닐슨처럼 몸으로 뛰면서 범인을 쫓기보다는, 이 영화의 존 조처럼 PC앞에 앉아 소셜사이트와 구글링/유튜브 검색으로 범인의 흔적을 쫓음과 동시에 본인의 소셜 계정을 통해 딸의 몽타쥬를 뿌리며 딸을 찾는데 도움을 구하는 효율성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데이빗의 동생도 갈등의 주요 인물 중 하나였다


3. SNS로 점철된 세대에 대한 사실주의 묘사

 이 영화는 데이빗이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딸의 실종사건 해결에 많은 도움을 얻지만, 테크놀로지가 좋은 점만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꼬집어 보여준다.

마고의 학교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아빠가 직접 온라인을 뒤진다

 극 중 마고는 특별히 친한 친구 없이 대부분의 학교 생활을 혼자 보냈다. 마고는 아빠와 엄마 이야기를하며 그녀를 함께 그리워 하고 싶어하지만, 아직도 아내를 생각하면 상실감에 마음이 아픈 데이빗은 마고와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자신이 없다. 결국 마고가 본인의 속내를 털어놓을 곳으로 유캐스트라는 라이브 방송 사이트를 고른 것도 현실적인 설정이다. 익명의 아이디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외로움을 잊으려 하는 모습은 현실 속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다.

소셜사이트를 뒤져가며 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데이빗

 데이빗이 페이스북을 통해 마고와 연결되어 있는 아이들을 찾아 연락 했을 때, 그들은 마고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더러 특별히 관심도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마고의 실종사건이 보도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마고에게 쏠리자, 그들은 마고와 평소 절친한 사이였던 것 마냥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나 마고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등의 메시지를 SNS에 띄우며 관심받고 싶어한다. 한 장례 업체는 데이빗에게 업체를 홍보하는 이메일을 보내기까지 한다. 타인의 고통과 상실을 소재로 ‘좋아요’를 많이 받고 돈을 벌려고 하는 현실이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조금은 씁쓸했다.   


 100분짜리 애플 홍보 캠페인 같기도 하고 보고 나면 맥북이 갖고 싶어지는 영화지만, 그래도 지금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찾기 스릴러 영화가 나온 것은 박수치며 환영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감상했는데 소셜계정 공개 범위와 초상권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얻게 된 것도 색달랐다.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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