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Nov 17. 2019

앞으로도 계속 떠날 겁니다만

 아르헨티나에 가서 길거리에서 탱고를 추고 싶고 케냐 국립공원에서 치타를 보고 싶다. 캐나다 처칠에 가서 북극곰을 보고 싶고 핀란드에서 오로라 여행도 하고 싶다. 여전히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다, 내 삶과 다르면 다를수록 더욱더. 마음은 '여행가'지만 현실은 '직장인'인 나는 틈만 나면 시간을 만들어, 내가 몰랐던 지구 안 어느 세계에서 신나게 놀고 싶다. 고생 끝에 얻은 성취가 더 값지게 느껴지듯, 가끔 기회가 될 때 떠나는 것은 여행지에 내딛는 첫발의 느낌을 더욱 짜릿하게 만든다. 여행을 마칠 때면 이번에도 무사히 잘 해냈다며 자신감이 솟아오르는 것도 유쾌한 일이다. 


 무덤덤한 일상의 리프레시가 되고 업무와 관련된 인사이트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대책 없이 무너진 감정의 도피처가 되어주는 여행이라는 경험은 크든 작든 조금씩 나를 성장시킨다. 연초가 되면 달력을 넘겨 보며 올 해는 언제쯤 떠나는 게 좋을까 하고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면 이건 앞으로도 고쳐질 수 있는 방랑벽이 아닌 듯싶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많고,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게 이렇게나 많고, 저렇게도 사람들이 살아가는구나 하고 내 생각의 지평이 넓어진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공감을 하고, 따뜻한 배려를 받고, 길을 잃어 겁에 질리고, 처음 보는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이 세상에서 내 존재감이 조금은 더 진해지는 것 같다. 밝은 동화 같은 풍경과 경험을 기대하고 나섰다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여행이라 할지라도 나는 앞으로도 계속 떠나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틈만 나면 떠나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